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8)_9
태식의 손이 갈람의 턱을 움켜 쥐었다.
퍼석-.
놈의 턱이 썩은 사과 바스러지 는 것처럼 손쉽게 뭉크러졌다.
“뿔도 박살 난 놈이 왜 아직도 버티고 있냐. 나중에 다시 오든 말든, 일단 좀 꺼져라.”
태식은 그 머리통을 움켜쥔 그 대로 갈람의 가슴팍에 처넣었다.
시야가 흐려 뭐가 뭔지 잘 모르 겠다.
손에 느껴지는 감각은 썩은 호 박을 커다랗게 만든 눈사람의 몸 통에 밀어 넣은 것 같은 감각이 었다.
“크, 큭! 그, 그래. 발산하 라……. 너의…… 너의 힘이 다…… “시끄럽다고 이 새끼야-!” 태식은 주먹을 움켜쥐며 와락 허공을 잡아 뜯었다.
쑤우우우-. 쩡-!
그 힘이 닿은 영역이 그대로 뜯 겨 나가 무허의 공간이 되었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빈공간 이 휑하게 드러났다.
태식은 그 안을 들여 봤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제 좀 조용하네. 새끼가 말 이야, 대장군씩이나 돼서 쫑알쫑 알, 쫑알쫑알. 푸르르르-.” 태식은 습관처럼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쓰으읍, 푸후후-.
한 호흡이다.
입가심도 안 된다. 아니 맛을 모르겠다.
태식은 다시 한 대 물었다.
“쓰으읍. 푸르르르. 왜 이렇게 약해 이거.”
이번 것도 별 맛이 없다.
태식은 파이프를 꺼냈다. 용량 이 가장 큰 놈이다.
담뱃잎을 꾹꾹 욱여넣는데 밀어 넣는 것 반 홀리는 것 반이다.
쿵쾅-. 쿵쾅-.
심장은 계속 두방망이질 친다.
피는 멈출 줄 모르고 돈다. 심 장에서 뿜어진 혈액이 전신을 돌 고 다시 심장으로 들어가는 게 느껴질 정도다.
그것이 힘의 흐름이자 에너지의 순환이기 때문이다.
엔진이 열을 받는 것처럼 한 바 퀴 피가 돌때마다 몸 안의 힘이 커져 간다.
그와 동시에 머리에도 힘이 뻗 치니 맨정신을 유지하기가 어렵 다.
어금니가 간질거린다. 혓바닥으 로 쓸어 봐도 별반 나아지지 않 는다.
파이프 주둥이로 잇몸을 꾹꾹 눌러 봐도 마찬가지다.
아니, 간지러운 느낌이 실제하 는 건가 싶기도 하다.
몸이 가벼운 정도가 아니다. 둥 실둥실 떠 있는 느낌이다.
하늘을 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무언가에 매인 느낌이 전혀 들 지 않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내 몸에 그 어떠한 작용도 일어나지 않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유영하 는 기분이다.
온몸에 힘이 충만하다.
그야말로 넘치는 힘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다.
이루고자 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그런 기분.
권력이 주는 쾌락이 이와 같고, 금력이 주는 쾌락이 이와 같을 까?
아니다. 이것은 그보다 더하다.
권력과 금력은 결국 사회라는 바탕이 있어야만 누릴 수 있는 힘이다.
하지만 이 본연적인 힘, 무력은 그 사회를 능가하며 하고자 한다 면 자신의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그야말로 세상의 왕이 된 것 같 은 기분이다.
손을 뻗으면 닿을 자리에 왕좌 가 있다.
그 앞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 으며, 당신을 환영한다는 듯이 두툼한 레드카펫마저 깔려 있다.
“저 봐, 저 봐, 저러고들 있네.” 의도적으로 기감을 넓힐 것도 없다. 이미 확장될 대로 확장된 의식은 주변의 모든 것을 인지하 고 있다.
마물을 잡겠다고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수호단이 마음에 들 지 않는다.
나름 한다고 하는데, 잔실수가 많다.
“떼로 몰려다니는 놈들을 몰아 서 잡을 생각을 해야지, 꽁지를 쫓으면 어쩌자는 거야.”
경찰관과 소방관도 마찬가지다.
비지땀 흘려 가며 열심히 뛰고 있지만 뭐 하나 매끄럽지가 못하 다.
“목소리만 크네.’’
10명이 들어갈 자리에 5명이 투입되어 있는가 하면 5명이면 될 곳에 15명이 모여 있기도 하 다.
그 와중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군이었다.
“저것들은 왜 저러고 가만히 있 어.”
출동을 안 했으면 모르되, 이왕 출동을 했으면 적극적으로 시가 지로 진입하여 몬스터 소탕을 해 야 될 것인데, 그런 것 없이 방 어선만 구축한 채다.
시가지에서 화기를 사용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고, 이미 수호단 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니 괜 한 혼선을 막기 위함이라 감안해 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그렇잖나.
군이 빠르게 시가지로 진입하여 진인의 부담을 덜어 주면, 진인 이 안개 환술로 시민들 흘려 원 활한 대피를 시킬 수 있는데 말 이다.
이린도 마찬가지다.
아그니는 불을 흡수하면 흡수할 수록 그 힘이 강해진다.
그리고 힘이 강할수록 자의식 또한 강해진다.
불길을 흡수하며 화재 진압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그 렇게 불길을 머금은 녀석을 어떻 게 다시 진정시킬까 싶다.
“대가리가 없으니까 이렇단 말 이지, 대가리가. 유성이 저놈은 총지휘관 하라고 앉혀 놨더니 맨 날 일선에서 뛰고 말이야.”
발아래 깔린 선명한 붉은 카펫 트가 가야 할 자리를 가리킨다.
정점의 자리이며 사령관의 자리 다.
로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모든 이의 의식을 점거해 다룬 다면 불협화음 없이 매끄럽게 일 을 처리할 수 있다.
아귀가 딱딱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깔끔하게 말이다.
태식은 발소리 한 톨 나지 않는 카펫 위를 걸었다.
높은 단을 걸어 힘의 권좌 앞에 섰다.
태식의 미간이 찡그려진다.
“뭐 이렇게 작아.” 성에 차지 않는다.
멀리 봤을 때는 제법 휘황찬란 한 줄 알았더니, 가까이서 보니 별반 그렇지도 않다.
“별것도 아닌 걸 포장만 엄청 해 놨네.”
태식은 기분이 상해 권좌를 슬 쩍 밀어 버렸다.
그 하잘 없는 손짓에 넘볼 수 없는 공고함의 상징 같던 것이 힘없이 허물어졌다.
팟-.
순간 의식이 잘려 나가듯 머릿 속이 암전됐다.
“아!”
태식은 짧은 탄성으로 의식을 차렸다.
손에 쥔 합치의 상승기가 끊어 진 채다.
“후우-. 후우-. 이러니 사람들 이 배겨 나나.”
온몸이 설탕물에 절여진 것 같 은 느낌이다.
이건 마약으로나 끌어 올 수 있 는 감각이다.
뇌 내에서 벌어지는 화학작용에 의한 것이니 단순한 의지로 버텨 낼 수 있는 감각이 아니다.
온몸이 간지럽다.
강력한 힘으로 팽창되었던 혈관 이 그 힘을 잃어버리면서 수축되 어 나오는 반응이다.
간지러운 곳을 긁어 보지만 오 히려 간지럼만 더 펴질 뿐이다.
혈관 속으로 개미가 기어 다니 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다시금 상승기의 힘이 달콤하게 느껴진다.
태식은 홀리스틱 한 움큼 입에 털어 넣곤 와작와작 씹었다.
원래 크기를 찾았던 동공이 다 시 넓게 확장된다.
시야가 좁혀 들고 의식하는 모 든 것이 의식된다.
푸르르르-.
고개를 흔들며 입술을 턴다.
속은 조금 매스꺼워도 간지럼이 느껴지지 않으니 그걸로 됐다.
“사장님, 사장님, 괜찮으십니 까?”
태식은 미간을 바짝 조이며 흐 릿한 시야를 조절했다.
“어, 유성이구나.”
“괜찮으십니까? 몸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누가 누굴 걱정하냐. 너야말로 얼굴 다 익었잖아.”
“저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인마 정의의 용사가 테 러리스트 수괴한테 오면 어쩌자 는 거야. 정신머리하고는!”
태식은 유성을 강하게 밀쳐냈 다.
유성은 그대로 지상으로 곤두박 질쳐 떨어졌다.
“언제 정신 차리나 몰라.”
태식은 빛이 사그라진 어둠에 녹아들었다.
다시금 지상을 본다.
수호단원들은 제 몸 아끼지 않 고 마물을 쫓고 있다.
건물과 도로에 손상이 나긴 하 지만 민간인의 피해만큼은 단연 없다고 할 수 있다.
인명 구조라는 제1원칙을 제대 로 지키고 있음이다.
진인은 최대한 넓은 반경으로 안개를 뿌린 채다.
그 탓에 직접적인 살상력을 가 지진 못했지만 영역 내의 몬스터 를 혼란시켜 대피하는 시민들과 조우할 수 없도록 조종했다.
경찰은 도로 봉쇄와 함께 인원 통제 및 대피 시설 안내에 총력 을 다하는 중이고, 소방대원들 화염이 걷혀 간 빌딩으로 진입하 며 혹시 모를 피해자를 탐색하고 잔불을 잡는 데 애썼다.
불을 많이 먹은 홍시가 아그니 로 화할까 싶었다만, 딱히 제멋 대로 뻗치는 느낌이 들지 않는 다.
마구잡이로 타는 화롯불이라기 보단, 일정하게 타는 가스레인지 불 같은 느낌이랄까.
확실히 안정감이 있는 느낌이 다. 불꽃도 일정한 파란색이니 그리 강한 불도 아니다
그들뿐이 아니다.
“당황하지 마세요! 이건 인체에 해가 없는 안개입니다! 여기서 코너만 돌면 경찰관 있으니까 그 쪽까지만 가세요!”
잠옷 바람으로 안개 속을 활보 하는 사람이 있다.
“이 안에 있어요! 여기! 셔터가 찌그러져서 안 열려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정신없이 뛰어가던 와중에 멈춰 서서 함께 힘을 쓰는 사람도 있 고.
“꼬마야, 괜찮아. 언니가 꼭 엄 마아빠 찾아 줄게. 그러니까 괜 찮아, 별일 없을 거야. 여기 수호 단 아저씨들도 막 날아다니고, 경찰 아저씨들도 엄청 많아!”
처음 본 꼬마 아이를 들쳐 엎고 뛰고 있는 사람도 있다.
투드드드드” 요란한 프로렐러 소리와 함께 수십 대의 헬기가 밤하늘을 메운 다.
의료 헬기며, 소방 헬기뿐 아니 라 군용 전투 헬기까지 죄다 몰 려 나왔다.
그럼에도 뒤엉켜 어영부영하지 않는다.
다들 잘하고 있다.
협동하고, 배려하며, 희생한다.
일면식도 없는 타인을 위해 멈 춰 서는 것은 어떠한 상승심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가 아닌 타인을 위해서 힘쓰는 이들.
태식은 뒤에서 그들의 기운을 응원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타인을 측은 히 여기고 구하려 하는 마음을 응원함이 다.
거창한 마법은 필요 없다.
그저 저들의 고양감을 조금만 공명시켜 주는 것만 해도 충분하 다.
“여기 사람 있습니다. 다들 좀 도와주세요!”
“다 같이 들죠.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얼른 나오세요. 얼른요! 버티고 있을 게요. 얼른!”
“여기, 아이부터요. 아이부터 받 아 주세요!”
그 응원에 힘입어 함께 외치는 함성이 커진다.
한 명의 사람을 구할 때마다 이 타심이 더해진다.
그 이타심이 커져 갈수록 갈람 이 자극시켜 일깨운 상승심이 희 석된다.
희석되고 희석되어, 종래에는 덮어지기에 이른다.
상승심이 모두 흩어지자 더 이 상 마물을 불러낼 힘 또한 남지 않았다.
화재는 전부 잡혔고, 주인 잃은 몬스터는 손쉽게 처리되고 있으 며 부상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구조되는 중이다.
이러면 정말 할 게 없다.
“아후-. 간지러워. 사우나라도 좀 하러 가야겠네.”
태식은 툭툭 슬리퍼를 튕기며 자리를 떠났다.
인식의 힘 (2)
태식은 어두운 집무실로 들어왔 다.
몸에 상처가 있으니 집으로 가 기도 그렇고 공중목욕탕으로 가 는 것도 마땅찮다.
그렇다고 이미 정신없이 분주할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것도 아니 고 말이다.
태식은 대충 스위치를 눌러 사 우나실을 작동시키곤 안으로 들 어갔다.
“나쁘진 않네.”
벽에 걸린 말린 쑥은 아마 서 관리사가 걸어 놓은 것일 테다.
발바닥 지압판도 마찬가지일 것 이다.
안 그래도 온몸이 간질거리는 통이라 이거라도 있는 게 좋다.
태식은 지압판을 꾹꾹 밟아 가 며 칵테일을 제조했다.
팔에 입은 상처가 얕지 않다. 화상으로 녹아내린 피부에 갈람 의 피가 직접적으로 닿은 탓에 더 심해졌다.
포션 몇 병 들이켰다만 말끔하 게 회복되지 않고 불그스름한 반 점이 남았다.
그리고 그보다는 혈관이 찢어진 자국이 더 보기 흉했다.
번개에 맞은 사람들 몸에 남는 흉터처럼 온몸의 혈관이 타들어 간 것 같은 상처가 남았다.
집에 들어갔다간 등짝을 후두려 맞을 게 뻔하다.
“영웅은 원래 고독한 법이라 지〜.”
태식은 담배 한 대 입에 물었 다.
어차피 개인용 사우나니 이 정 도 호사는 부려 볼 법도 하잖나.
그리고 홀리스틱을 씹은 탓에 머리가 어지러워서 말이다.
“풋, 푸흐흐흐. 아, 참. 웃기지도 않네.”
태식은 혼자 웃음을 터트렸다.
합치의 상승기를 취하지 않은 이유가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 었다.
작았기 때문이다.
오르지 않는다면 모를까, 자신 이 오를 권좌로서는 마땅치 않았 다.
이미 손에 쥐고 있는 힘보다 작 은 자리인데, 구태여 앉을 필요 도 없는 의자 아닌가.
그래서 밀어 버렸다.
문뜩 진인의 말이 떠오른다.
나누어지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사그라지는 권력을 지키 기 위해 전전긍긍하지 않을 거란 말.
그렇기에 통치자로서 부패하지 않을 거란 말.
다시 생각해도 웃음 나오는 말 이다.
“그래, 나도 그냥 욕심 많은 인 간인 거지.”
무의식이었던 만큼 본심에 가깝 다.
성에 차지 않았을 뿐이다.
더 큰 힘이었다면 어떠했을까?
태식은 스르륵 눈을 감고 스스 로를 반추해 봤다.
그와 같은 힘이 아니라 정말 신 과 필적할 힘이라면, 그러하다면 어떠했을까.
‘그저 힘이라면 일단 줍고 보는 건가? 하기야, 땅에 떨어진 돈을 줍지 않을 사람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