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9)_1
“나야 그런데 부녀회 엄마들이 계속 걱정이라 뭘 못 한다 얘.”
“아줌마들은 뉴스 안 본대? 뉴 스에서도 수호단이 경보기 운영 할 거라고 방송했을 텐데.”
“방송 나온다고 전부 곧이곧대 로 믿니?”
“믿을 건 믿어야지. 경보 울리 면 긴급 안내 문자도 같이 가니 까 그거대로 따라야 돼. 그것만 잘해도 크게 걱정 안 해도 됩니 다요.”
태식은 수저를 놓고 일어났다.
“그러면 계속 집에만 있었어?”
“요 앞에 슈퍼 정도는 나갔지.”
“살구는? 살구 수업은 나가야 될 거 아니야.”
“저는 괜찮아요.”
살구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 다. 집에만 있는 것이 답답하지 않은 기색이다.
살구의 편안함은 반가운 일이다 만, 그 편안함이 감금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해 온 경험 때문이 란 점은 반갑지 않다.
“괜찮긴, 일부러라도 밖에 자주 나가서 사람들 어울리고 해야지. 오늘부터라도 수업 나가. 수업이 싫으면 다른 동호회 활동 같은 것도 상관없고. 엄마, 알았죠?”
“알았다, 얘. 알았어. 아주 지 엄마보다 더 챙긴다니까.”
미주는 핀잔과 함께 홍삼즙을 내밀었다.
태식은 그것을 단번에 비워 내 곤 현관문을 나섰다.
슬쩍 건너뛰어도 되지만, 보폭 조금 줄여 도심을 걸어 본다.
요 며칠 동안은 정말 도로에 차 가 없을 정도였다.
오밤중에 갑자기 몬스터가 출몰 했으니 그 파장이 작지 않은 게 당연하다.
수호단은 일부러라도 보여 주기 식의 수색 활동을 했고 군에서도 헬기를 띄워 경계를 작전을 피며 불안감을 희석시키려 노력했다.
지금은 그래도 출근 시간대를 느낄 정도의 유동 인구는 회복했 다.
유성이 직접 몬스터 탐색 경보 기를 설치 운영한다는 발표를 한 것이 큰 효과를 거둔 덕이다.
“확실히 빠르긴 빠르네.”
태식은 검게 그을린 자국이 선 명했던 고층 빌딩을 쳐다봤다.
갈람의 빛을 직격탄으로 맞아 외벽이 상당 부분 파손된 빌딩이 었다.
실상 허물고 다시 짓는 게 나을 정도의 빌딩이었지만, 지금 하는 공사는 리모델링에 가깝다.
콘트리트 건물에 원목 옷을 입 히는 느낌이라고 할까.
대호건설에서 수주하여 신공법 으로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린은 이번 사건의 건물 피해 수복 작업이 CLT 공법을 알릴 좋은 기회라 여겼고 공격적인 영 업을 통해 다수의 계약을 체결했 다.
피해 건물 중 건물주가 판매 의 사를 보인 곳은 아예 매입을 하 여 작업을 진행하는 곳도 있었 다.
나무를 자재로 쓰는 것과 완성 된 파츠를 조립식으로 연결하는 공사 기법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 들도 적지 않았지만, 대호의 이 름값으로 충분히 감당 가능할 것 이다.
그래도 잠깐 둘러보고 싶긴 하 다.
태식은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로 들어섰다.
잘려 나간 콘크리트 부분에 적 당한 마감을 가하고 원목 모듈을 맞물려 놨다.
극단적인 결의 대비가 보인다.
내부 인테리어를 통해 티 나지 않게 마감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이대로 두는 것도 나름 느 낌이 있겠구나 싶다.
태식은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원목 구조에 지그시 힘을 가해 봤다.
콘크리트 구조에 비해 전혀 약 하지 않다.
철근콘크리트 부분과의 팽창 계 수도 고려해야겠다만, 그거야 엔 지니어들이 알아서 했을 것이라 믿는다. 대호에서 하는 일이니 말이다.
“잘하는 건 확실히 잘하네.”
태식은 연달아 이어지는 공사 건물 몇 개를 징검다리 밟듯 밟 으며 가게로 출근했다.
1층 불이 켜져 있다. 셔터 문도 올라가 있는 채다.
“승주야, 너 집에 안 갔냐.”
태식은 1층 문을 열고 들어가며 물었다.
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니 밤을 꼴딱 새운 것 같아서 말이다.
“아, 사장님.”
“밤 새웠지?”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된지 몰랐 어요.”
승주는 뻣뻣하게 굳은 무릎을 주무르며 일어났다. 눈도 충혈된 채다.
“너 그러다 또 코피 쏟아.”
“그래서 영양제 챙겨 먹고 있어 요.”
승주는 숙제하듯 영양제를 챙겨 먹었다.
포션을 챙겨 줘 버릇하다 보니 몸을 너무 혹사하는 것 같아, 일 부러 챙겨 주지 않았더니 영양제 를 대용한다.
“야 인마. 내가 너 좀 쉬라고 포션 뺀 건데, 영양제를 먹고 있 냐.”
“헤에-. 일을 할 때는 원래 한 번에 이어서 하는 게 좋잖아요. 그리고 이게 급한 거기도 하고 요.”
승주가 만지고 있는 아이템은 태식이 내어준 조기 경보기다.
“공방 직원들만으로 충분하잖 아. 서울권은 커버 다 했으니 무 리할 것 없어.”
“그건 그런데요. 제작 효율 좀 높여 볼까 싶어서요.”
“왜, 직원들이 뭐라고 해? 너보 다 나이 많다고 너무 신경 쓰면 조직 위계가 허물어진다. 조직의 장이면 그런 것도 신경 써야 돼.”
“아아, 그런 거 아니에요. 인사 관리는 수호단에서 다 해 주는걸 요. 그냥 제 눈에 개선할 수 있 는 부분은 개선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아, 코피.” 승주는 콧등을 꾹 눌러 잡고는 한 손으로 휴지를 조물거렸다.
그 손이 너무도 익숙하다.
“으휴, 화상아.”
태식은 활력 포션을 내어줬다.
“감사합니다. 히이-.”
“포션 달고 산다고 좋은 거 아 니다. 만능이 아니라고.”
“일단 경보기는 빨리 설치하는 게 좋잖아요. 그렇다고 심계복 만드는 작업을 멈출 수도 없고 요. 거기에 공항이랑 레드 캐슬 에 들어갈 여러 기자재 작업이 밀려 있어서요.”
기초를 탄탄하게 가르쳐 논 통 에 이리저리 조합만 하면 뭐 하 나씩 뚝딱 만들어 내는 판이다. 재미있을 법도 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몸을 혹사해 가며 일을 하는 것은 책 임감이 그 성격에 큰 비중을 차 지한 탓이다.
“그래라, 니가 내 말 듣겠냐. 그 러다 병원 한번 실려 가야 말 듣 지. 포션 먹고 탈 난 건 포션으 로 고치지도 못한다.”
“히이. 네에. 조심할게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공구를 다시 잡는다.
“이 자식이 벌써 머리 컸다고 말을 안 듣네.”
태식은 승주를 훌쩍 당겨 왔다.
“아윽, 사장님!”
“아침도 안 먹었을 거 아냐?”
“저 아침 원래 안 먹어요.”
“됐고, 국물이라도 먹어.”
태식은 승수를 순이김밥집으로 데리고 갔다.
몇 안 되는 아침 장사를 하는 가게이기도 하지만, 어묵 국물로 속풀이를 하기가 좋기도 해서다.
태식은 그렇게 승주의 아침을 먹이곤 3층으로 던져 놨다.
“사장님- 저 하던 거만 마저 할게요.”
“최소한 4시간은 자. 마라톤을 뛰어야 될 놈이 왜 자꾸 단거리 뛰듯 하냐고.”
태식은 3층 문을 닫고 내려왔 다.
제니가 오픈 준비를 끝낸 채 태 식을 맞이했다.
“좋은 아침. 승주 녀석 아침 좀 먹이느라.”
“네, 안녕하세요.”
“뭐 이렇게 반질반질하게 해 놨 어. 손님도 안 오는데 설렁설렁 해.”
“하던 것 그대로 한 것뿐이에 요. 저, 그런데 답신은 언제 쯤……
태식은 해리스를 통해 미국과 차원 이동 기술 교류에 대한 협 을 맺었다.
지금 제니가 묻는 것은 연구진 과 엔지니어가 준비가 되었다는 연락에 대한 답신이다.
“지금 한국 상황을 봐 봐, 기술 이전 해 주게 생겼나. 당장 우리 집 불부터 좀 꺼야지.”
“그와 같은 상황이라면 제가 일 전에 전달했었는데요……
“했었는데?”
“어차피 공동의 노선을 걷기로 한 이상 추가적인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부 분이 있다면 긍정적인……
“거참 미사여구 많네. 그래서 뭘 가지고 싶다는데?”
“ 예‘?”
“뭐 더 원하는 게 있으니까 추 가 협상을 운운하는 거 아니야.”
“세부적인 협상 내용까지는 전 달받은 게 없습니다.”
“어허, 그러면 쓰나. 내가 당신 그런 거 하라고 힘 팍팍 실어 주 는 건데.”
태식은 농담 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핀잔이라기보다는 놀림 에 가깝다.
“예상 가는 게 하나 있기는 합 니다.”
“ 뭔데?”
“아무래도 제약 기술이 아닐까 해요.”
“제약 기술이라……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고려하면 태식이 가진 포션 기술을 탐내는 게 당연하다.
사업적인 목적으로 활용하든 정 치적인 목적으로 활용하든 큰 성 과를 낼 수 있고 통치적인 목적 으로 활용하면 더할 나위 없는 찬사를 받을 기술이기도 하다.
“그거 우리 밥줄인데 밥줄을 내 놓으라고 하면 어쩌자는 거야?”
“그것까지는……
원하는 게 크다면 그에 상응하 는 값을 지불해야 한다.
아니, 지불받아야 한다.
태식은 저들이 원하는 것을 내 어 주면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올 수 있을지 가늠했다.
마침 절묘하게 필요한 게 있긴 했다.
바로 군사용 전략 위성이다.
진인과 이린을 통해 정부 쪽으 로 말을 넣어 두긴 했는데, 상황 이 어찌 될지 모르니 여러 방안 을 준비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 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레이저 공 격 위성이 가장 탐나는 것이긴 하지만, 핵과 버금과는 무기를 내어 받기는 무리가 있지 싶다.
그걸 조건에 걸고 협상을 하면 군사위성 정도까진 받아 낼 수 있지 않나 싶었다.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아도 운용 권한만 넘겨받아도 쓰는 데는 지 장이 없다.
“잠깐, 그러면 이거 국장이 핸 들링하나?”
“ 네.”
“그러면 연락해서 점심이나 먹 자고 해 봐.”
“장소는 어디로 할까요?”
“대호호텔에서 보자고 해.”
“네, 알겠습니다.”
제니는 바로 본부로 연락을 취 했다.
그렇게 점심 약속이 정해졌다.
태식은 보지 않는 TV를 틀어 두곤 굳이 응대할 필요 없는 손 님과 몇 마디를 나누는 것으로 아침 시간을 보냈다.
점심시간이 되어, 태식은 호텔 로 이동했다.
미리 연락을 받은 이린이 직접 해리스를 응접해 둔 상태다.
“국장은 어디 있어요?”
“지금 별실에 모셔 뒀어요.”
“사람 많이 달고 왔어요?”
“아니요. 수행원 한 명만 대동 해 왔어요.”
“같이 들어가죠.”
“저도요?”
“네. 어차피 사장님한테 전달되 어야 할 안건일 것 같아서요.”
태식은 긴 설명 없이 앞장섰다. 딱히 설명해 줄 게 없던 탓이다.
“안녕하세요. 제가 그간 일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네요.”
태식은 활짝 핀 얼굴로 악수를 청했다.
해리스도 웃는 얼굴로 악수를 받았다.
“여기는 아시다시피 마이린 사 장님. 이 자리에 같이 앉을 이유 를 설명할 필요는 없죠?”
“물론입니다.”
“자, 그러면 밥 나오기 전에 빨 리 끝낼까요.”
태식은 적극적인 태도를 일부러 드러내듯 테이블에 바짝 붙어 앉 았다.
애가 닳아 있다기보다는 괜히 머리 굴리지 말고 속에 있는 거 그대로 꺼내 놓으라는 뜻이다.
“원하는 게 뭐예요?”
“대호병원의 권역 외상 센터에 서 암흑중독 환자에 대한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 다.”
딱히 극비라고 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
한빙곡에 잠겨 있는 사람들의 보호자를 찾기 위해 제법 행동을 크게 했기에 알려거든 알 수 있 는 일이다.
“그 수술 방식이 매우 획기적이 라고 알고 있습니다.”
“말하는 투가 구체적인 수술 방 식까지 알고 있는 듯한 뉘앙스네 요?”
“어느 정도 유추할 뿐입니다.”
“유추예요, 정보예요? 나름 민 감한 문제라서요.”
“짐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 게 노골적으로 반응하실 줄 몰랐 습니다. 굉장히 파격적인 수술인 가 보군요.”
“아, 떠보기 한 거였어요?” 태식의 목소리에 맥이 빠졌다. 대호병원에서 정보활동을 한 것 만 아니라면 별반 문제 삼을 필 요가 없다.
“예. 대호병원이 누구의 소속인 지 알고 있는데 분란의 소지가 될 정보활동을 할 이유가 없습니 다.”
“좋습니다. 계속해 봐요.”
“그 수술에 대한 정보 공유와 기술 이전을 요구합니다.”
“포션이 아니고요?”
“예.”
“그러면 돈이나 민간 보급이 목 적인 게 아니네요?”
“그것까진 제가 뭐라 대답드릴 수가 없습니다.”
태식은 피식 웃었다.
왠지 뻔한 그림이 그려진 탓이 다.
준동 (2)
“연구 목적이라거나, 특정 소수 를 위한 목적으로 봐야 된다는 건데……
태식은 느긋하게 다리를 꼬았 다.
“거래에 있어서 목적을 추측하 는 게 의미가 있습니까? 서로 원 하는 것을 교환하면 그뿐 아닙니 까.”
“왜 의미가 없어요? 기술 넘겨 줬다가 나한테 피해가 올 수도 있는 건데.”
“그래서 신약에 대한 부분은 조 건으로 걸지 않은 것입니다. 협 상자로서의 기본적인 배려는 가 지고 있단 말입니다.”
해리스는 불편함을 표했다. 적 당한 제스처다.
“식사 나오기 전에 일을 끝내자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서로 요구 조건 먼저 맞추는 게 어떻 습니까?”
“하하. 그래요, 밥때 놓치면 안 되죠. 전에 날 공격했던 레이저 공격 위성 있잖아요, 그걸 좀 양 도받았으면 좋겠는데요.”
“너무 무거운 걸 올려놨다고 생 각하시지 않습니까?”
“그건 피차 마찬가지입니다.”
태식은 꼬아 둔 다리를 풀지 않 았다.
서로 말이 없다.
“국장님, 권한은 제대로 가지고 있습니까?”
“뭐라고요?”
“권한이 마땅치 않아서 능동적 인 제의가 어렵나 해서 말입니 다.”
“하하하.”
어색하게 웃는 얼굴 아래로 주 먹을 꽉 말아 쥔다.
“잠시만요.”
분위기가 달아오르려 하는 것을 이린이 막아섰다.
“국장님은 어느 정도 우리 상황 을 파악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요. 우리가 왜 위성 기술이 필요 한지요.”
이린은 부드러운 목소리와 위협 적이지 않은 제스처로 분위기를 환기했다.
“일전에 있었던 몬스터 습격 사 건에 대해선 유감을 표합니다.”
“맞아요, 그 때문이에요. 이번 새벽의 습격을 기점으로 몬스터 에 습격에 대한 모든 방어 지침 을 재정립해야 될 상황이에요. 그리고 저희는 그 레이저 요격 시스템을 그에 대한 가장 가까운 해답으로 보고 있어요.”
“아시지 않습니까, 넘길 수 없 는 기술이라는 것. 알면서 요구 하는 것 아닙니까.”
해리스는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뱉어 냈다.
“저는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 습니다. 적정선에서 조건을 언급 드린 것인데, 이리 협상을 어렵 게 풀어 가면 어찌합니까.”
앓는 소리를 한다. 얄팍한 협상 기술처럼 느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