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9)_2
태식은 이린이 한마디 더 나서 려 하는 것을 제지하며 몸을 앞 으로 당겼다.
“국장님. 아실 겁니다, 내가 기 억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럼에 도 손을 쓰지 않는 것은 나름 국 장님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해리스의 눈가가 파르르 떨린 다.
“그러니 말해 보십시오. 어떤 조건을 받았습니까?”
“어떤 조건이라니요?”
“하달받은 명령이 있을 것 아닙 니까?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고 집을 피울 것도 아니지요. 상부 에 보고를 하면 그만이니까요.”
“그거야……
“딱히 도청 같은 건 없는 것 같 은데……. 시험받고 있습니까?”
태식은 몸을 쓰윽 당기며 물었 다.
“ 예‘?”
“시험받고 있냐 물었습니다. 아 니면 스스로 시험을 자청했든가. 어떠한 기회 말입니다.”
해리스의 입술이 일자로 굳는 다. 이거구나 싶다.
태식은 파하- 숨을 토했다. 다 분히 작위적인 제스처다.
“아이고 우리 국장님 마음고생 이 크시겠네. 사장님, 됐습니다. 우리 일단 밥이나 먹죠.”
“네?”
“밥요, 밥. 밥 먹으려고 모인 건 데, 밥 먹어야죠.”
“아, 예.”
이린은 룸서비스를 호출했다. 미리 언질이 되어 있으니 딜레이 없이 서빙 카트가 들어왔다.
“놓고 가세요.”
태식은 직접 음식을 세팅했다. 이린도 눈치를 보아 바삐 손을 놀렸다.
“국장님, 식구라고 아세요? 식 구.”
“압니다. 한 가족을 의미하는 단어 아닙니까.”
“조금 더 포괄적인 뜻이 내포되 어 있어요. 같이 밥 먹는 사람, 이렇게. 지금같이.”
태식은 그 앞에 수저를 높으며 눈을 맞췄다.
“서로 의심하지 않는 사이, 한 배를 탄 동업자. 부족한 것을 나 눌 수 있는 사이. 좋은 관계를 의미하는 뜻은 대부분 내포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런 말씀을 하는 저의가 무엇입니까?”
“같이 밥 먹자는 겁니다.”
태식은 식사를 권했다. 그러곤 먼저 수저를 들었다.
“편히 드세요. 밥 우선 먹고 마 저 이야기하죠.”
그러곤 아침 거른 사람처럼 밥 을 퍼먹었다.
격식 차리는 태도는 한 톨도 없 다.
해리스는 짐짓 복잡한 표정으로 박자를 맞추었다.
식사를 끝내고 진하게 내린 커 피가 후식으로 나왔다.
태식은 커피를 권하기 전에 담 배를 먼저 권했다.
“시가 종류가 더 좋습니까?”
“가리지 않습니다.”
해리스가 담배를 받았다. 태식 은 손가락 튕겨 불을 붙여 줬다.
태식은 긴 호흡으로 연기를 뿜 었다. 해리스의 호흡도 그에 동 화되어 길어진다.
“후우우-.”
해리스는 나른함을 느끼는 듯 어깨를 떨궜다.
“사람이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돌아갈 수 없는 곳에 서게 되죠.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 면 그 자리조차 보전 할 수 없는 상황 말이에요. 지금 국장님이 그렇게 보입니다.”
해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것이 긍정이다.
“말해 보세요. 무엇이 필요합니 까‘?”
태식은 은근한 물음으로 그를 얼렀다. 딱히 마법을 쓸 생각은 없다.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암흑중 독 수술이 필요하다고.”
“더 근본적인 게 필요한 것 아 닙니까? 불사의 영약이라든가 하 는…… 너무 추상적인 단어였나 요?”
해리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정답에 가까우리라.
“부, 명예, 권력.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마지막에 욕 심내는 것은 결국 생명이죠.”
태식은 긴급 전투 유지기를 꺼 내 놓았다.
“이게 무엇입니까?”
“기대 수명을 늘려 주는 장치 정도라고 설명해 드리죠.”
해리스의 눈동자가 꿈틀거린다. 그가 원하는 답에 가까운 모양이 다.
태식은 그것을 해리스 쪽으로 내밀었다.
“식구라고 했습니다. 나는 계속 진 요원을 곁에 두고 있습니다.” 태식은 언제든 해리스와 대면하 는 게 가능하다. 그럼에도 항상 제니를 중간에 둔다.
그것이 DCA의 힘을 빼고 영향 력을 행사하기 위함임이 맞지만, 오늘에 와서는 굳이 제니가 없다 하여 그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 다.
그럼에도 제니를 곁에 둔다.
해리스를 의식해서 그리 한 것 은 아니다.
문제 일으킨 적이 없으니 굳이 내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앞으로 도 국장님과만 소통할 것입니다. 이건 그냥 가져가십시오.”
해리스는 선뜻 손을 뻗지 못했 다.
“대가 없는 호의는 없습니다.”
“당연하죠, 저도 공짜로 드리는 거 아닙니다. 일단 국장님의 권 한이 더 많아져야 저도 좀 더 쉽 게 이야기할 거 아닙니까. 아니 면 그냥 중간 다리 건너뛸까요?”
부드러운 권유인 듯하나 분명한 협박이나 다름없다. 해리스는 자신 앞에 놓인 것을 받아 들었다.
손 위에 올려 두고 잠시 고민하 는 눈치였지만 이내 품 안으로 갈무리한다.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 것입니 까?”
“코나 입을 통해 밀어 넣으면 됩니다. 스스로 삼킬 수 있다면 삼켜도 되고요.”
“간단하군요……
“나머지는 다음에 다시 이야기 하죠. 그리고 기술 이전은 조금 더 기다려 주십시오. 공항 부지 를 어느 정도 닦아 둔 다음에 진 행될 겁니다.”
태식은 담배를 껐다. 일어날 참 이다.
“잠깐.”
그런 태식을 해리스가 먼저 붙 잡았다.
“히드라라고 합니다.”
“머리가 여럿 달린 뱀이라. 영 속을 의미하는 조직인가 보군 요.”
“조직의 영속이 아닙니다. 국가 의 영속을 바람입니다. 우리의 근간은 애국심에 있습니다.”
“위성 시스템을 넘기는 건 애국 심에 반한다는 뜻입니까?”
“예, 근간을 흔드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능동적인 협조 시스템까지 는……. 그와 같은 협조 시스템 까지는 구축해 보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 주시죠.”
“몬스터의 공격을 확인한 그 즉 시 소탕 작전을 펼치겠다는 뜻입 니다. 공격 허가권은 제가 가지 고 있으니 그 정도는 할 수 있습 니다.”
“그러면 인력도 좀 필요할 텐데 요.”
“ 인력요?”
“공습 확인을 할 인력이 있어야 하잖아요. 운용병도 필요할 것이 고. 설마 뉴스 보고 움직이실 생 각이십니까?”
“그 말은……. 국외에 있는 요 원들을 전부 불러들이란 말씀입 니까?”
제니가 중국 내 활동 요원들에 게 한국 입국을 종용한다는 것은 해리스도 전해 들었다.
그것이 태식의 의도임을 뻔히 알고 있으니 구태여 항의를 하지 않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요원들에게 제니의 말을 수용하 라 하지도 않았었다.
“예. 어차피 차원 공항의 보안 유지를 위해서는 필요할 겁니다.
지금부터 경계 시스템을 구축해 태식은 느슨하게 물었다.
가면 되지 적으로.”
않겠어요? 서로 유기
해리스는 휘말려 들어가는 느낌 을 받았지만, 품속에 받아 넣은 것이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탓에 그 느낌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태식은 악수를 청하며 그를 배 웅했다.
“너무 인심 쓴 거 아닌가요?”
이린의 얼굴에 아쉬움이 남아 있다.
“왜요? 껍질 못 벗겼다 싶어서 아쉬워요?”
“그렇게까지는 아니고요. 조금 더 흔들 수 있지 않았나 해서 요.”
“같이 밥 먹었잖아요.”
“아••••••
이린은 금방 뜻을 이해했다.
더 걷어 낼 수 없었음이 아니라 일부러 조금 더 챙겨 줬음이다.
“그러면 정말 식구로 챙겨 가시 려고요?”
“내가 저 팀에다가 대놓고 장난 많이 치거든요. 먼저 뜯어 온 것 도 있고. 그런데 딱히 불평 안 하더라고요.”
“그렇군요.”
“사장님은 마음에 안 들어요?”
“딱히 마음에 안 든다기보다 는……. 아무래도 정보국장이니 조심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라서요.”
“그거야 당연하죠. 같이 밥만 먹는 거지 한 이불 덮고 자는 건 아니잖아요.”
태식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웃어 보였다.
이린은 그제야 태식이 사람을 잘 믿지 않음을 상기했다.
“길이 맞으니 같이 가는 거예 요. 적대하지 않으니 같이 밥 먹 는 거고요.”
태식은 별것 없다는 듯이 편히 뱉었다.
하지만 이린은 그 말이 왠지 가 슴을 콕콕 찌르는 것 같았다. 그 것이 태식의 인생 지론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장 필요한 것은 얻었 잖아요.”
“네. 그러네요. 그러면 지금 진 행하고 있는 위성 프로젝트는 어 떻게 하죠? 이대로 보류할까요?”
“일단 한번 보죠.”
“그래요.”
이린은 바로 석우와의 자리를 만들었다.
석우의 얼굴도 피곤함이 역력했 다. 이리저리 시달리는 게 많은 가 보다.
“고생 많으세요.”
“하하, 고생이랄 것까진 없습니 다. 다 국민을 위해서 하는 일이 죠.”
상투적인 말이다. 그런데 진실 이기도 하다.
항공우주 분야는 대호가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분야니 말이 다.
“진전은 어떠세요?”
“항공우주국과의 공조는 이루어 졌습니다. 일정에 당기기 위해 발사체 섭외를 하는 중입니다.”
“쉬지 않은 눈치네요?”
“실상 민간 기업 중에는 제트스 페이스사 한 곳뿐이라, 열심히 조율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그런 데 일정을 당기려거든, 무게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해서요. 이 부분에 대해 고심하는 중입니 다.”
“무게를 줄이면 성능이 많이 떨 어지나요?”
“그렇다기보다는 설계를 다시 해야 합니다.”
“얼마 정도 나온다고 하는데 요?”
“4개월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 다.”
“그러면 일정 기다리는 시간이 나, 재설계 시간이나 그게 그거 네요.”
태식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 다.
석우에 대한 질책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불만 족이다.
태식이 처음 위성에 대한 필요 성을 언급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까지 오래 걸릴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정부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위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발사 일정도 5개월 후로 계획이 잡혀 있었던 터라 위성 자체에 대한 검증은 막바지나 다 름없었다.
대호와 정부가 함께 손을 더해 총력을 다한다면 획기적인 시간 단축을 예상했었다.
“기존의 계획대로 위성을 완성 하면 6주 내에 가능하겠지만, 결 국은 발사체가 문제입니다. 이 부분에선 조금 더 총력을 기울여 보겠습니다.”
어차피 해리스를 통해 대응 전 력을 마련하긴 했다.
너무 급하게 조일 필요 없는 일 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 에 보이는 것을 무시하고 지나갈 것도 아니다.
“발사체 말이에요. 무게를 줄이 라는 거 보면 크기는 문제인 건 아니죠?”
“예. 크기는 딱히 문제 되지 않 았습니다.”
“그러면 그냥 내가 밀어주면 되 는 거 아니에요?”
“ 예?”
“어차피 핵심은 출력이 부족하 다는 거잖아요. 내가 그 출력 더 해 준다고요.”
태식의 쉬운 반문에 석우는 마 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
준동 (3)
“제가 답을 드리는 것보단 항공 우주국의 연구원들에게 묻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순간적으로 중력을 역 전시켜 주는 방법도 있긴 한 데…… 이것도 전문가가 검토하 는 게 정확하겠죠?”
“예. 연결해 드립니까?”
태식은 손사래를 쳤다.
“그쪽까지 손 태우고 싶지 않네 요. 발사체 출력 문제는 계산 한 번 해 주시고, 그보다 위성에 다 른 기능 하나 더하고 싶거든요. 주변에 있는 위성을 탐색하는 기 능요.”
“위성 탐색요? 그 기능이 꼭 필 요한 것입니까?”
태식은 히드라의 레이저 요격 위성에 대한 설명을 해 줬다.
“그 위성이 한국 상공에 있을 거예요. 찾았으면 합니다.”
“그것도 지시 하달하겠습니다.” 석우는 군말 없이 대답했다.
이 부분은 석우 또한 조예가 없 는 분야니 그저 말을 옮기는 역 할에 충실한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태도가 겸 손하다.
태식은 이럴 때면 이따금 자신 이 이렇게 존경받을 사람인가 싶 은 기분이 들곤 한다.
“그리고 인터넷 말이에요. 전국 에 빠짐없이 통신망을 깔 수 있 나요?”
“격오지 소통 때문에 말씀하시 는 겁니까?”
“시가지로 한정시켜 대비할 사 안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수호 단에 가방만 한 무전기를 보급하 는 것도 맞지 않고요.”
군용 무전기를 보급하는 것이 뭐 어렵겠냐만은, 문제는 그에 따른 운용병까지 함께 둬야 한다 는 것이다.
특형 능력자와 호흡을 맞추는 데 일반인을 둘 순 없으니 같은 능력자로 무전기 운용병을 배정 해야 된다는 건데, 그건 그것대 로 어색한 일이다.
“된다고만 하면 무전기를 쓰는 것보다야 중앙 통신체계로 모든 통신망을 묶어 두는 게 낫잖아 요.”
“물론입니다. 안 그래도 드론 이슈 때문에 차세대 통신망을 확 충하는 중이었습니다.”
“개발이 아니라 확충요?”
“예. 전 세계적으로 자율 주행 이슈 때문에 통신망의 진일보는 아주 중요한 과제입니다. 다행스 럽게도 그 부분에서는 대호전자 의 기술력이 선도적인 위치에 있 습니다.”
“하하하, 겸손이 과하시네요. 다 행스러운 게 아니라 자랑스러운 일이죠. 그러면 이미 통신망은 깔리는 중이라고 봐도 되겠네 요?”
“주요 도시는 이미 확충되었고 현재는 소도시를 중심으로 확장 중입니다. 산간 지역까지 추가 확장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수호단 전부가 함께 사 용할 수 있는 통신 채널을 구축 할수있는 거죠?”
물론 지금도 그와 같은 지휘 시 스템은 구축되어 있다.
다만 태식이 말하는 것은 지형 지물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지역에 상관없는 통신 시스템을 말함이 다.
“그렇습니다. 설치가 완료되면 통신 설비가 파손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 어디든 빈틈없이 송수 신이 가능할 것입니다.”
태식은 반가운 마음에 어깨를 들썩였다.
현시점에서도 몬스터 습격에 대 해서 도심에 대한 대비는 크게 걱정할 게 없다.
문제는 격오지다.
몬스터가 깊은 산중에서 생겨날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
산줄기를 따라 점조직으로 생성 된 몬스터가 하나로 뭉쳐 작은 마을을 습격한다면 손쓸 방도 없 이 쓸려 나갈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도심에서 발생한 몬스터 무리가 산중으로 도망칠 수도 있 는 일이다.
우리나라에 산을 끼지 않은 도 시는 거의 없으니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경우다.
국토의 많은 면적이 산중으로 뒤덮여 있는 만큼 숨어들기로 작 정하고 숨어들면 여간한 병력으 론 찾기 쉽지 않다.
소탕 작전을 하기 위해서도 전 국토를 커버하는 통신망은 필수 적이다.
“그런데 원래 같으면 굳이 설치 하지 않아도 되는 곳까지 확장하 는 거죠?”
“그거야 그렇긴 합니다만, 미래 지향적인 태도에선 설치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공익적인 게 아니라요?”
“예. 지금이야 배달 드론이 지 상형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궁극 적으로는 비행형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어차피 준비해야 되는 일이니, 시기가 맞물렸을 때 준 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조금 어폐가 있는 말이다.
아직 지상형 드론도 상용화를 못 시킨 상황인데, 언제 비행형 드론이 나올 줄 알고 벌써 막대 한 투자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