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9)_5
특히나 주변에 우글거리는 승냥 이 같은 것들은 이때가 기회다 싶어 더 들고일어나지 않겠나.
아니면 저 멀리서 군침만 흘리 고 있던 이들이 뛰어들지도 모르 고 말이다.
“당장에 마물들이 쳐들어온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라 하지 않 았나? 그렇다면 저들이 얼마나 경각심을 가지고 대비에 집중하 겠나? 그러기보다는 이것을 빌미 삼아 우리의 자원을 노릴 가능성 이 더 크네.”
“그렇겠죠. 정부라는 게 결국 국익을 위해 움직이는 거니까요. 국가의 정부가 국익을 위해 행동 하는 건데 그걸 비겁하다 할 순 없다고 봐요.”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도 조국을 위한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네. 다 같이 불타는 마 당에 남에 집 불 끄러 갈 건 없 지 않나.”
태식은 진인의 말에 고개를 끄 덕였다.
아마 이렇게 말하겠거니 했는데 역시나 이렇게 말한다.
이 말을 듣고 싶었다.
실상 태식도 같은 생각이라서 말이다.
그리고 오지랖 피우기 좋아하는 가슴이 생각과 정반대로 나가고 싶어 한 탓이다.
“영감님 말을 들으니 가슴이 콕 콕 쑤시는 걸 보니 그렇게 하면 안 되겠네요.”
“보시게, 겨우 내수 잡았네. 자 네가 그리 고생해서 잡은 그 마 수 놈도 그저 자연현상이라며 속 여서 안정시킨 것 아닌가. 지금 까지 귀하가 이리저리 뛰어다닌 것도 민생 안정을 위한 것이잖 나.”
“맞죠,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당 장에 사람들 배고파서 굶어 죽으 면 전쟁 대비도 아무 의미 없 죠.”
“그걸 알면서 그러나? 저들에게 괜한 명분 주지 마시게. 우리나 라 경제 상황이 위태위태하네. 저들이 명분 가지고 경제제재를 가하면 버티기가 쉽지 않아.”
“그것 때문에 여러 가지 준비하 고 있잖아요. 서해 쪽에 빨리 삽 을 떠야죠.”
“불타는 집이 하나면 제집으로 불길 번지지 말라 하는 법이네. 다 같이 불이 번져야 불 끄느라 정신이 없는 게야.”
“영감님, 우리가 그렇게 하면 공산당이랑 뭐가 달라요?”
태식의 어투에 마침표가 찍혀 있다.
진인은 맥이 탁 풀려 허허 웃어 버렸다.
“허허, 정녕 공표할 텐가?”
“민간 공표까진 아니더라도 정 부에는 알려야죠. 그렇다고 바짓 가랑이 붙잡고 믿어 달라 할 건 아니고요. 믿으면 믿는 대로 공 조하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그것을 빌미로 우리의 자원을 탐하면?”
“그땐 싸워야죠. 당하고 가만히 있을 성격은 아니잖아요.”
태식은 진인의 헛헛함을 달래 주려 일부러 히죽 웃어 보였다.
“허어, 그러세. 귀하의 뜻이 결 국 그러하다면 어쩔 도리가 없 지.”
진인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정보 전달은 영감님이 해 주세요. 국정원 통해서 전달하면 모양이 좀 나오지 않겠어요?”
“그러겠네. 정보 전달은 언제쯤 할까? 시일을 두지 않을 참 같은 데?”
“이왕 할 것 빨리 알리고 대응 보는 게 낫겠죠. 혹시 모르잖아 요, 좋은 뜻으로 공조하자고 하 는 나라가 나올지.”
“세상 일이 귀하의 뜻대로 풀리 길 소원하겠네.”
진인은 헛헛한 마음 그대로 자 리를 떠났다.
“영감님 빈정 많이 상하셨나.”
태식은 담배 한 개비 빼 물었 다.
괜스레 옛 생각이 나서 말이다.
“길이 맞으면 같이 가는 것이 고, 다르면 따로 가면 되는 것이 고.”
목적지가 같으니 같이 가는 것 이지 다르면 굳이 같이 갈 이유 가 없다.
세상사 이치가 그런데 이 정도 의견 차이 가지고 서운할 것도 없음이다.
태식은 헛헛한 것 없이 담배 한 대 녹여 냈다.
태식은 하루 더 발품을 팔아 심 해 마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 다.
나름 방대하게 긁어모은 정보를 추리는 것은 제니의 몫이었다.
“일단 이렇게 정리했어요.”
제니는 정리한 극비 문서를 내 보였다.
미 정부 기관의 공증 마크가 찍 혀 있으니 확실히 무게감이 더해 진다.
“서식 빼고 내용만 따로 추린 파일도 있지?”
“네. 따로 저장하면 돼요.”
“그러면 그것만 파일로 담아서 주고. DCA서식으로 만든 건 그 대로 보고 올려.”
제니는 원본 파일 먼저 빼서 파 일로 넘겨줬다.
“파일은 보내 드렸고요, 문서 보고는 지금 바로 올리란 말씀이 세요?”
“응. 국장한테 주는 선물이니까 포장 잘해서 보내. 괜히 공용 폴 더에 올리지 말고.”
“네.”
제니는 국장의 개인 연락처로 보고서를 송부했다.
그리고 태식도 진인에게 파일을 보냈다.
“정리는 다 해 놨으니 그대로 국정원 마크만 찍어서 뿌리면 될 거예요. 해외 송부는 오늘 자정 넘겨서 해 주세요. 미국에도 보 내셔야 됩니다.”
진인의 반문이 없으니 짧은 당 부의 말로 통화가 끝났다.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금 전화벨 이 울린다.
발신자 표시가 되지 않는 번호 다. 해리스가 굳이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전화를 걸 필요가 없 다.
신호음이 몇 번 더 울리더니, 핸드폰 화면에 이미지가 송출된 다.
머리가 여럿 달린 뱀이었다.
들어 먹질 않네 (2)
히드라 문양이다.
어떻게 알았을까 싶다.
번호가 아니라, 자신이 히드라 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 을 말이다.
직접 확인한 것이니 도청의 여 지는 없다.
해리스가 직접 말한 것이라면 상관없다만, 그게 아니라면 말하 지 않아도 뽑아낼 기술이 있다는 뜻이다.
띠리리링-.
울리던 수화음이 꺼졌다.
“참을성 없네. 몇 번 울렸다고 끄나.”
번호를 모르니 다시 걸지를 못 한다. 해리스에게 전화를 걸까 하는데, 이번엔 가게 전화기가 요란을 피웠다.
제니가 받으려는 것을 제치고 먼저 수화기를 들었다.
-전달해 주신 정보는 잘 받았 습니다.
기계음이 섞여 있다. 자동 통역 기기를 사용한 티가 난다.
띠리리링-.
다시 핸드폰이 울린다. 해리스 에게서 온 전화다. 태식은 우선 그 전화를 묵음으로 돌렸다.
“확인이 빠르시네요.”
-잠시 시간 되겠습니까?
“사안이 사인이니 얼굴 보면서 이야기하는 게 낫겠죠. 어디로 갈까요?”
-잠시 기다려 주시면 안내원을 보내겠습니다.
통화는 짧게 끝났다.
태식은 해리스에게 전화를 걸었 다.
-진 요원을 통해 받은 정보 말 입니다. 진위 여부를 확인하려 합니다.
타이밍에 맞지 않는 딴소리다.
“제가 전부 확인한 것입니다. 상부 보고는 하셨습니까?”
-아직입니다. 이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청하고 싶습니다만, 가 능하겠습니까?
더 말할 게 없다.
“예. 정리되지 않은 원본 파일 로 전부 보내 드리죠.”
태식은 통화를 끝내곤 제니에게 눈짓했다.
제니의 표정이 다소 복잡했다.
“왜?”
“아니에요.”
“국장님 끈 떨어진 것 같아서?”
“제가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 각해요.”
“그래, 걱정할 일 아니지. 소속 이 나한테 왔는데.”
태식은 편히 웃어 주며 통화 내 용대로 자료를 보내 주라 했다.
그리고 그사이 히드라에서 보낸 요원이 도착했다.
예상했던 대로 이동 특형을 가 진 능력자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주한 미 군이 몇만 명씩 주둔하고 있는 데, 이런 인재 몇 명 추리지 못 했을까.
“안내하겠습니다.” 태식은 순순히 그 안내를 받아 이동했다.
비밀스러운 지하 벙커 같은 곳 으로 데리고 가나 싶었는데, 그 렇지 않다.
오히려 주변 풍광이 훤히 들어 오는 높은 산 위의 고성이었다.
주변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 다.
그런데 언뜻 보기에 성까지 오 는 길이 없다.
마땅한 길이 없는데 도로가 있 을 것도 아니다.
“취향 알 만하네.”
태식은 안내인을 따라 성안으로 들어갔다.
빛의 십자가가 먼저 태식을 반 겼다.
벽면을 메운 예수상 아래로 머 리가 여럿 달린 뱀이 똬리를 틀 고 있었고 그 수직 선상 아래 양 장을 차려입은 노인이 있다.
그는 전동 휠체어를 탄 채였다.
레버를 조작하는 손이 앙상하 다.
넓은 회랑에 지이잉 모터 돌아 가는 소리가 윙윙 울린다.
태식은 그가 먼저 다가오는 만 큼 너른 보폭으로 거리를 좁혔 다.
“얼굴을 보고 싶어 보자 하였 소. 존이라 하오.”
존은 손을 들어 악수를 청했다.
태식은 메마른 살결이 느껴지는 손을 부드럽게 잡아 악수했다.
존은 다시 휠체어를 돌려 예수 상 앞으로 갔다.
“옆에 서 주시오.” 경건한 태도보다 고압적이지 않 은 어투가 마음에 들었다.
태식이 그 옆에 섰다.
존은 고개를 깊이 숙이고 짧은 기도를 했다.
그 기도는 자신이 모시는 신에 게 새로운 인사를 소개하는 기도 였다.
시작이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존은 흔한 이름이오.”
“저도 그렇다고 알고 있어요.”
“누구든 존이 될 수 있소.” 존은 깊은 눈으로 태식을 보았 다. 그 뜻이 가늠이 되니 자연스 레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지금 저에게 이름을 권하는 겁 니까?”
“될 수 있음을 말했을 뿐이라 오.”
그는 의자가 비어 있는 테이블 공간에 자리했다.
그러곤 태식에게 옆자리를 권했 다.
태식은 그와 마주 보고 앉았다.
아무리 봐도 도에 넘치는 호의 다.
“해리스 국장을 통해 보낸 것이 당신에게 갔나 보군요.”
태식은 그의 몸을 살피며 물었 다. 그 안에서 긴급 전투 유지기 의 흔적이 잡힌다.
“그대 덕에 이렇게 바깥공기도 쐬고 있다오. 고맙게 생각하오.”
“거래였을 뿐입니다.”
태식은 존의 호감이 개인적인 감정인 듯하여 약간의 거리감을 두었다.
그 뉘앙스를 바로 파악했는지, 존은 쉽게 감정을 갈무리 했다.
“그러면 거래로서 다시 묻겠소. 그대가 요구한 신의 빛에 대한 대가로 존의 이름을 요구하는 바 이오.”
“잠깐만요. 내가 잘 이해가 안 되서 그러는데, 나를 히드라의 머리로 끼워 주겠다는 겁니까?”
“쉽게 이해한다면 그리 이해해 도 괜찮소.”
“내가 왜 미국 단체에 들어갑니 까. 엄연히 한국인인데.”
“모든 인류가 하나님의 손에서 빚어진 하나님의 자식이니 사회 적 굴레에 의미를 두지 않는 바 이오.”
“저 그리고 무교입니다.”
“믿음이 중요한 것은 실천을 부 르기 때문이오. 그렇기에 요는 믿음 그 자체가 아닌 실천이오. 그렇기에 이미 실천이 있다면 믿 음을 행하고 있음이오.”
“무교라니까요. 내가 행동하는 모든 것에 신을 의식하고 한 게 없는데 무슨 믿음이 있다고 합니 까. 끼워 맞추지 마십시오.”
“신은 인간의 믿음으로 생겨나 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오.”
“신을 떠나서 믿음이 없다니까 요.”
태식은 불편하여 손사래를 쳤 다.
이거야 길거리에서 포교 활동 당하는 기분이라서 말이다.
“그러하다면 그걸로 되었소. 가 는 길이 같다면 언제고 같이 걸 어가게 되는 법이오.”
그 말에 태식의 코끝이 찡긋했 다.
입버릇처럼 하던 말을 다른 사 람 입으로 들으니 기분이 좀 삼 삼하다.
그게 자신과 달리 엮어 내려는 용도로 쓰는 말이라 더 그런 것 같다.
“그만 됐습니다. 얼굴 봤고, 서 로 악감정 없으니 됐다고 봅니 다. 다른 용건 더 있습니까?”
존은 한쪽 손을 천천히 테이블 로 올렸다.
몸이 힘없이 파들거리면서도 허 리는 흐트러짐 없이 꼿꼿하다. 태식은 오히려 그게 계속 신경 쓰였다.
허리를 나눠 놓지 않은 허수아 비를 보는 것 같아서 말이다.
“잠깐만요. 가만히 있어 보세 요.”
태식은 긴급 전투 유지기의 세 팅값을 조율하고 추가로 다크매 터를 보충해 줬다.
출력이 늘어난 만큼 게오르그 파장 또한 증가한다.
괜히 파들거리는 노인네 암흑중 독이라도 걸리면 수술도 못 하고 갈까 싶어 호신부 한 장 추가로 붙여 줬다.
존은 그 와중 연신 잔잔히 미소 를 머금고 있었다.
“의미 부여하지 마십시오. A/S 같은 거니까. 한국 기업이 원래 A/S가 좋잖아요.”
“홀홀홀, 그렇소.”
존은 고개 몇 번 끄덕였다. 이 제 좀 달달 떨리는 것 없이 온전 하다.
“방금 말한 제안은 거절하는 걸 로 넘기고요. 방금 보낸 해저 마 물 때문에 호출하신 것 같은데, 인사 다 했으니 본 내용 진행하 죠.”
“그대가 보낸 정보에 대해선 의 심하지 않네. 다만 어떠한 가능 성을 확인해 보고 싶소.”
“어떤 가능성요?”
“일반적인 생명체를 마물로 만 드는 것이 해저에 고인 다크매터 라고 하였소.”
“네.”
“그리고 그대는 일전, 차원공항 을 이야기하며 다크매터를 에너 지원으로 하는 설비를 언급했었 소.”
“ 그랬죠.”
“그렇다면 이 두 가지를 연결할 수는 없는 것이오?”
존의 말은 해저에 고여 있는 다 크매터를 자원으로 하는 에너지 설비를 만들자는 뜻이었다.
“석유 시추하듯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 다.”
“우리는 인간을 달로 보냈소. 간단하지 않은 문제는 있어도 불 가능한 문제는 없다고 보오.”
“그야 그렇겠죠. 일단 그 안에 마물들 전부 소탕하고, 주변 영 역 둘러쳐서 방어 설비 갖추는 것 먼저 하면 되겠네요. 그다음 에는 해상에 발전기를 짓고, 어 떻게든 꾸역꾸역 심해 깊은 곳에 고여 있는 다크매터를 끄집어 올 려 오고요.”
“그리 간략하게 정리되는구려.”
존은 진지한 태도로 고개를 끄 덕였다.
“정말 간단하다 생각하세요?”
“항모 전단을 두면 소탕과 방어 가 한 번에 가능할 것이오. 해상 설비는 기존의 시추 설비를 두면 될 것이니, 나머지는 그대의 발 전 시설만 잘 올라가면 되겠소 만.”
태식은 존의 태도가 어딘지 익 숙하다 싶었다. 거리낌이 없는 게 말이다.
“해저케이블은 연결되어 있으니 발전된 전기에너지를 보내는 것 은 문제가 없을 것이오. 그대와 우리가 함께 한다면 충분히 가능 한 일이라고 보오.” 거침이 없다. 자신감 또한 마찬 가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오늘 저녁 침대 대신 관에 누워야 할 것 같 았던 노인의 열정이라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왜요?”
그래서 태식은 이유를 물었다.
“실천이오.”
“하나님이 그렇게 하라고 시켜 요?”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자식이 오. 형제가 형제를 살피는 것은 허물이 아니니, 나의 수고로움으 로 수많은 형제를 헐벗음에서 구 원할 수 있다면 실천하지 않는 것은 나태의 죄를 지음이오.”
태식은 입술을 꼭 다물곤 고개 를 끄덕였다.
존이 어떤 사람인지 알겠다.
독실한 신자의 느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