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9)_6
존은 그저 신의 이름을 빗대어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는 것일 뿐 이다.
그 신념이 자신의 조국만을 이 롭게 함이 아닌, 인류 전체를 이 롭게 한다는 점에서는 응할 만하 나, 아직은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뜻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당장 은 어려워요.”
“기다리겠소.”
눈동자의 생기가 처음보다 더 진해졌다.
괜히 활력을 더해 준 건가 싶은 우려가 들 정도다.
“너무 열정적이지 않았으면 합 니다.”
“나는 구태여 열정적이었던 적 이 없소.”
“후우우-. 조금 대화가 막히는 건 인정하시죠? 좋은 말로 풀어 하기 힘드니까 그냥 직접적으로 말할게요. 괜히 혼자 들쑤시지 마십시오.”
존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이런 무례를 처음 당해 본 것일 까?
별로 의식하고 싶지 않다.
“아직 조사 중입니다. 갑작스러 운 돌발 상황이 내포되어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바로 알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내륙에서 대비를 하라는 뜻이었지, 불확실한 위험 을 감수하란 의도가 아니었어 요.”
“알겠소, 조심하겠소.”
존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영 찜찜하다. 그것이 수 긍의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존의 태도는 진인이 불편한 기 색으로 수긍하는 것과는 본질적 으로 다르다.
“내륙만 방비 잘하면 해저는 천 천히 대비해도 됩니다. 당분간은 저놈들이 갑자기 쏟아져 나올 일 은 없어요.”
“알겠다 하였소.”
존은 다소 딱딱하게 말했다. 기 분이 상했나 보다.
더 해 봐야 싸움이고 의미 없는 논쟁이다.
“길이 같으면 같이 가는 거고 아니면 따로 가는 겁니다.”
태식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 했다.
“충분히 이해하오.”
존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 다.
태식은 지이잉거리는 모터 소리 가 버겁게 들려, 먼저 자리를 파 했다.
“주요 국가 조직에 데이터는 보내 놓았네. 당장 내일부터 무 슨 일이 벌어질지 불안하구먼.”
“너무 걱정 마세요. 일단 미국 은 우리한테 시비 걸 것 같진 않 으니까요.”
“그러한가?”
“예. 조금 마찰이 있긴 했는데, 말귀 못 알아먹을 사람은 아닌 것 같았거든요.”
“알겠네. 미국만 편을 들어 줘 도 한결 낫지. 그건 그렇고 당장 추가적인 정보 요청이 많이 들어 오고 있는데 그것은 어찌할 텐 가‘?”
“일단 취합해서, 한 번에 처리 해야죠.”
“알겠네. 그러면 요청 취합해 놓으라 하겠네.”
“네, 고생하셨어요.” 태식은 어두운 밤 멀어져 가는 두루미를 배웅하곤 침대에 누웠 다.
좀처럼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한다.
매번 있는 일이니 대수로울 게 없다.
생각할 것도 많으니, 전전반측 몸을 뒤척이는 게 지루하지도 않 다.
그러길 한참, 깊은 새벽녘. 두우웅-.
태식은 하늘이 우는 걸 느꼈다.
들어 먹질 않네 (3)
태식은 바로 일어나 하늘로 올 랐다.
시간은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이다. 힘을 쓰는 데 주저함이 없 다.
태식은 단번에 어둠을 뿌려 그 림자와 동화했다.
그러곤 신중히 사위를 살핀다. 강한 마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후우-.”
태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 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 고 놀란다더니, 갈람이 자라 역 할 정도는 했나 보다.
“오밤중에 또 뭐냐 이게.”
당장 느껴지는 마기가 없으니 일단의 걱정은 가셨지만, 그렇다 고 찜찜함까지 털어 낸 건 아니 다.
분명 하늘이 울었다.
공간을 가득 메운 대기가 큰 충 격의 파동에 파르르 떨쳐 운 것 이다.
그리고 그 흔적까지 분명하다.
서울 하늘을 흐르고 있는 다크 매터의 흐름이 물에 푼 잉크처럼 흩어져 버린 것이다.
이 분명한 흔적까지 직접 확인 했으니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그 냥 넘어갈 수가 없다.
태식은 우선 대호병원으로 갔 다.
외상 센터와 연결되어 있는 특 수 질병 센터에 유성이 있다.
조용히 입원실을 본다. 옅은 취 침등이 켜져 있다.
자고 있으면 괜스레 깨울 것 없 다 싶었는데, 인기척을 느낀 유 성이 문을 열고 나왔다.
“사장님, 안 그래도 연락을 드 려야 하나 했습니다.”
유성은 선잠을 자다 방금 일어 난 기색이다.
입원한 부인과 있느라 병원이 집이나 다름이 없다.
“너도 느꼈지?”
“별것 아닌가 싶었는데, 본부에 서 긴급 연락이 왔습니다.”
유성은 긴급 호출 메시지를 보 여 줬다.
국내 전역에 설치한 경보기가 전부 파동 감지를 했다는 내용이 었다.
“일단 군에는 정보 전달하였고 수호단은 경계 태세를 격상시켜 놨습니다. 혹시 습격이 있는 것 입니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경보기 에서도 파동만 잡힌 거잖아?”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일단 본부로 가자. 정확한 건 나도 봐야 알아.”
태식은 유성과 함께 수호단 본 부로 이동했다.
24시간 운영되는 지휘 통제실은 그 특유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느 껴졌다.
“신호 감지 데이터 시간 별로 전부 띄워 봐.”
커다란 스크린에 경보기 설치 현황과 함께 경보 시간이 주르륵 올라왔다.
“시간순으로 정리해.”
스크린상에 시간순으로 그라데 이션이 입혀졌다.
“북동쪽에서부터 경보가 먼저 발령되었습니다.”
서울이 발원지가 아니라는 결론 이다.
국내는 직접 전부 훑었으니 국 내에서 일어난 것도 아니다.
“일단 경계는 계속하고 있어.”
태식은 그림자에 녹아 있던 그 대로 이동해 동해 최북단으로 나 왔다.
그곳에서 다시금 기감을 넓혀 탐색을 했다.
특별히 걸리는 게 없다.
그렇다면 더 먼 곳이다.
파동의 발원지가 국외이면서도 이 정도 영향을 줄 만한 힘의 크 기라면 지금 당장 예측할 수 있 는 한 가지밖에 없다.
해저호.
우주에서 떨어진 다크매터가 고 여 있는 해저호에서 어떠한 반응 이 일어난 게 분명하다.
그리고 지금 태식이 달려온 경 로의 확장 선상에 그 해저호가 두 개나 있다.
하나는 러시아의 캄차카반도 안 쪽에 있는 오호츠크해고, 다른 하나는 그 연장선 그대로 러시아 본토 너머 있는 동시베리아해다.
그 두 바다 모두 러시아의 영해 이고 러시아 역시 심해호의 정보 를 전달한 국가 중 하나였다.
태식은 오호츠크해의 심해호 상 공으로 이동했다.
파도가 거친 것 빼고는 달리 이 상 징후가 없다.
그런데 바닷속 깊이 거대한 물 체가 있는 게 느껴졌다.
태식은 가늠할 것도 없이 해저 로 내려갔다.
‘알려 준 지 얼마나 됐다고 태식은 시야를 가득 메우는 잠 수함을 보았다.
그런데 잠수함치고는 너무 크다 싶다.
이렇게 큰 게 진짜 잠수함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태식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잠수함을 지나쳐 해저호를 확인 했다.
해저호가 부글거리는 것 이외에 는 큰 변화가 없다.
아니, 그 부글거리는 것부터가 큰 변화라면 변화인 게 맞다.
분명 방금 전의 파동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태식은 일단 수면으로 향했다. 역시 잠수함이 다시 한번 눈에 걸린다.
상공으로 올라온 태식은 유성에 게 음성을 보냈다.
“유성아, 들리냐.”
-예, 사장님. 뭔가 찾으셨습니 까?
“일단 보고 있다. 그런데 잠수 함이 원래 엄청 크냐?”
– 잠수함요?
“어. 러시아제 잠수함을 봤는데, 크기가 너무 크다 싶네. 최소한 100미터는 넘어 보여.”
-잠수함이 그렇게 크면 핵잠수 함 아닙니까?
“ 핵잠수함?”
-예, 맞는 것 같습니다. 지금 찾아봤는데, 핵잠수함이 원자로 가 들어가야 해서 덩치가 크다고 합니다. 러시아도 핵잠수함을 가 지고 있으니 맞을 겁니다.
태식은 순간 원자로가 터지면 핵폭발이 일어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몸을 움직 였다.
북동쪽으로 더 나아간 북시베리 아해 상공에서 거칠게 요동치는 바다를 내려다봤다. 성난 파도가 빌딩이라도 집어삼 킬 듯이 너울거린다.
이상한 일이다.
바람이 하늘에서 수면으로 내려 꽂히고 있는 상황이니 그 높은 파도가 더 없이 이상하다.
그리고 소용돌이가 있다. 하수 구로 물 빠지듯, 바다 한가운데 에 커다란 소용돌이가 돌고 있 다.
뭐하나 맞지 않는 현상들이다.
태식은 즉시 바닷속으로 들어갔 다.
그 순간 확실히 잘못되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바닷속이 다크매터로 가득하다.
그리 깊지 않은 바다였음에도 그 농도가 서울 하늘보다 진했 다.
수심을 낮추면 낮출수록 그 농 도가 올라간다.
이 정도 다크매터의 농도라면 심해 깊은 곳에 있는 마물이 수 면까지 올라올 가능성도 없지 않 다.
‘안 좋은 예감은 빗나가질 않 아……
아니나 다를까, 태식은 떼를 지 어 상승하는 마물 무리를 마주했 다.
흉물스러운 이빨이 달린 이중 턱을 뻗어 가며 밀려드는 모습은 어떻게 보아도 사람의 피와 살을 축내는 마물의 그것이었다.
파즉-!
길게 끌 것 없다.
태식은 강한 방전으로 마물을 모두 태워 버리곤 심도를 더욱 낮췄다.
아무리 살펴도 잠수함이라 할 만한 물체가 잡히지 않는다.
보내지 않은 게 아닐 것이다.
태식은 해저 밑바닥에서 그 증 거를 확인했다.
이리저리 뜯겨 나간 잠수함이 있었다.
저 안의 승조원들이 어찌 되었 을지는 자명하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동정심이 들지 않는다.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온 신 경을 빼앗긴 탓이다.
분명 점도 있게 고여 있었을 다 크매터가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아니, 단순한 솟구침이라 표현 할 수준을 넘어섰다.
이것은 분출이고, 분화다.
흡사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다크매터가 퍼져 가고 있었다.
태식은 멸마갑을 두르고 몇 중 의 방어막을 연성한 후 그 분화 의 중심으로 향했다.
한걸음 내딛을수록 충격이 강해 진다.
분화구라 할 만한 입구까지는 진입이 가능했지만, 더 깊은 심 부까지는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 았다.
태식은 뒤로 살짝 발을 튕겨 분 화 밖으로 벗어났다.
뚫고 들어가는 것은 한 발 한 발 이를 악물어야 했는데, 돌아 나오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고여 있던 다크매터만 다 뿜어 내고 나면 끝나는 걸까……
그렇다고 해도 그 끝이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과 상관없이 해저호 와 연결되어 있는 해저지류가 영 향을 받은 게 눈에 띄었다.
낮게 가라앉아 무겁게 흘러야 할 지류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 는 것처럼 다크매터 줄기가 퍼져 나오고 있었다.
태식은 스산한 느낌에 지류를 흡수해 그 성질을 살폈다.
기존의 무겁고 농밀하게 떨어져 내리던 하강의 기운과는 분명 다 르다.
이전보다 더 가벼워졌고 옅어졌 다.
상승의 기운이다. 이 상승의 성질은 낮게 가라앉 아 해저의 지류가 되지 않고 수 면 위까지 퍼져 올라가게 될 것 이다.
태식은 상승의 아지랑이를 따라 천천히 몸을 띄웠다.
그것은 일정 수위까지 상승하다 이내 힘을 더하지 못하고 물에 희석된 잉크처럼 바닷물로 녹아 내렸다.
전혀 안심되는 상황이 아니다.
희석되었다고 해서 그 기운이 사라진 게 아니다.
바다의 기운이 아무리 크다 한 들, 우주에서 떨어지는 다크매터 보다 클 수는 없다.
“파하-. 하아-. 하아아-.”
수면 위로 올라온 태식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속이 답답하다.
“보시게!”
진인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 다.
“어디 있었나? 도저히 잡히지가 않아서 한참 찾았네.” 태식은 젖은 손을 털며 담배를 물었다.
답답한 속 까쓸한 연기로 한번 쑥 걸러 냈다.
그제야 좀 숨이 트이는 것 같 다.
“영감님, 주의 사항 일러 주지 않았습니까? 괜히 건드리지 말라 고, 추가 정보도 다 주겠다고.”
“했지. 귀하가 그리해 준다 하 였는데, 내가 왜 그런 말을 누락 시키나.”
“그렇죠. 영감님이 그랬을 리가 없을 거예요.”
“그보다 뭐가 어떻게 된 것인 가? 러시아에서 무슨 사달을 낸 게야?”
“핵잠수함이 부서져 있었어요. 먼저 들쑤신 것인지, 아니면 사 고인지……
“핵잠수함이라 했지? 그렇다면 누가 되었든 책임자가 있을 것이 네. 내가 알아봄세.”
“됐습니다. 이제 와서 그게 무 슨 소용이겠어요.”
태식은 날아가려던 진인을 말려 세웠다.
“진위 파악은 해야 될 것 아닌 가.”
“그런다고 책임을 물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물리려거든 왜 못 물리나? 받 아 내려거든 어떻게든 받아 낼 수 있는 것을.”
태식은 절반 남은 담배를 한숨 에 태워 버렸다.
“열통 터져서 그래요, 열통 터 져서. 누가 했는지 알게 되면 고 의든 아니든, 말로 타이르고 못 넘어갈 것 같아서요.”
태식은 긴 호흡으로 화를 눌렀 다.
“그리고 지금은 일단 상황 파악 이 먼저예요.”
“내가 도와줄 게 있는가?”
“아니에요. 여긴 혼자 볼게요.”
진인은 태식을 혼자 두는 게 나 을 성싶어 군말 없이 자리를 피 했다.
“해도 좀 적당히 하지. 정보 공 유까지 다 해 준다고 했는데, 뭐 한다고 이렇게 들쑤셔서 일을 키 워.”
태식은 어금니 까득 깨물곤 다 시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단순한 탐사 목적이었고 민간 용 잠수정을 섭외하는 것보단 군 용을 쓰는 게 더 빨라 해군 잠수 함을 보냈다고 하더군.”
진인은 러시아 측에서 받아 온 정보를 읊었다.
“탐색 중에 해저 마물로부터 잠 수함이 공격받아, 어쩔 수 없이 대응을 하는 중에 미사일을 발사 하게 되었고 그 여파로 인해 해 저호가 분출했다는 게 의견이네 만……
진인은 신뢰도가 전혀 없는 어 투로 말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