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_11
“그렇죠. 하지만 홍영기를 처리 하면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어 요. 중국에서도 분위기를 봐가며 압박을 해야 소득이 있다고 생각 할 테니까요.”
“하기야, 정권이 뒤집힐 판인데 미세먼지가 어쩐다고 들어줄 상 황은 아니니까.”
“네, 정국을 혼란하게 만드는 거죠. 그 정도 시간이면 장마가 시작하고 편서풍이 한풀 꺾일 거 예요. 그때는 어차피 위상변환기 를 조금 쉬어도 되니까요.”
“그 다음은요? 궁극적인 해결을 말해 봐요. 그 정도는 생각하고 왔을 거 아니에요.”
“두 가지 안이에요. 하나는 중 국 공산당에 로비를 넣는 거예 요. 대호는 물론이고 바뀐 정권 차원에서 함께 진행하면 아주 효 과가 없진 않을 거예요.”
태식은 고개를 저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방향이다.
그리고 태식이 의도한 방향도 아니다.
“다른 하나는요?”
“다른 하나는 중국의 경제 종속 에서 벗어나는 거예요. 물론 완 벽히 벗어날 순 없겠죠. 하지만 의존도만 많이 낮춰도 지금처럼 막무가내로 휘둘리진 않을 거라 고 봐요.”
전자보다 후자가 태식이 원하는 답에 더 가깝다.
“사장님은 어느 쪽으로 하고 싶 어요?”
“둘 다 장단점이 있어요. 감정 적인 문제로 어느 하나를 결정하 기엔 쉽지 않은 문제죠. 하지만 저는 웬만하면 후자를 선택하고 싶어요. 물론 고단한 길이 되겠 지만, 지금 그래야만 해요.”
“지금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 나요?”
“대호는 전 세계에 휴민트가 있 다고 했죠. 세계 동향이 한국을 보는 눈이 곱지 않아요. 한국 때 문에 금의 가치가 곤두박질쳤으 니까요.”
미다스의 손으로 의해 생긴 막 대한 금.
일본이 지팡구라는 별명을 한국 에게 빼앗겼다며 그 특유의 열등 감을 표할 만큼, 단번에 한국은 금의 나라가 되었다.
사실 그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 다. 한국산 금만 제재하면 되니 말이다.
문제는 미다스의 손이었다. 한 국은 미다스의 손을 국제 사회에 내놓지 않았다.
한국은 공식적으로 미다스의 손 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지 만, 그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 았다.
금이 아직은 국제통화의 지위는 인정받고 있지만, 그 지위는 살 얼음판 위에 올려진 것이나 마찬 가지란 인식이 팽배했다. 사실상 명목상이다.
그 누구도 금에 투자하지 않게 되었고, 그 결과는 폭락에 폭락, 그야말로 대폭락이었다.
“그뿐 아니죠. 심계에서 나오는 오파츠들. 이것들이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어요. 어찌 보면 위상변환기가 그 이목을 전 부 끌어당긴 것일 수도 있죠. 생 각보다 너무 큰일을 저지른 거예 요.”
마이린의 목소리에서 긴장이 엿 보였다. 그녀는 이제야 이 일의 크기를 제대로 인지했나 보다.
“우린 기후를 움직이는 장치를 마음대로 사용한 거예요. 그리고 다른 열강들은 우리에게 그런 오 파츠가 더 많을 거라고 믿겠죠. 그리고 그것을 자국의 이익을 위 해 실전배치 했다고……. 그렇게 여길 거예요. 후우-. 생각해 보 니 정말 너무 큰일이네요.”
“그래서요? 한풀 꺾고 가겠어 요?”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지 금 꺾이면 언제 다시 일어나죠? 기세란 게 있잖아요. 지금은 밀 고 나가서 기세를 태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호가 그 기세를 태 울 수 있어요.”
기세가 꺾이면 전쟁은 그대로 끝난다. 얼기설기 가더라도, 삐걱 거리면서 가더라도 절대 기세가 멈춰선 안 된다.
마이린의 답은 태식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럼 준비는 어느 정도 진행됐 어요? 그 경제 종속에서 벗어나 는 플랜요.”
“이제 해야죠. 확실하게요.”
“이제 한다고요? 내가 준 거는 요?”
“네? 이번 건에 대해서 미리 주 신 게 있나요?”
태식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진짜 아무것도 안 했어요?”
“너무 그렇게 몰지 마세요. 당 장 어제 일어난 일인걸요……
“아니, 그거 말고. 포션 줬잖아 요. 그거 연구 안 했느냐고요.”
“그거는 연구하고 있어요. 암흑 중독에 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 고요.”
“그 말이 아니라. 다른 연구 안 했어요? 신약 연구.”
“네에?”
태식은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쳤다.
“암흑중독 치료를 연구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신약이 나올 거 아니에요. 그런 건 연구 안 했냐고요.”
“당연히 안 했죠.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렇다고 안 했을 리가 없을 텐데? 포션은 위상변환기랑 성격 이 다르잖아요. 한번 털어 봐요. 개인이든 팀이든 뭔가 해 둔 게 있을 거니까.”
마이린은 가만히 눈을 깜빡거렸 다. 그러다 짧은 탄성을 지었다.
“태식 씨, 혹시 처음부터 이럴 걸 알고 있었나요?”
“뭐를요?”
“처음부터 이렇게 될 거요. 중 국이 간섭하고, 그것 때문에 국 제 문제가 발생할 것이요.”
“너무 뻔한 거잖아요.”
“그럼 그것 때문에 포션도 넘겨 준 건가요?”
“그건 겸사겸사. 딱히 포션 아 니어도 수단이야 많으니까요. 그 런데 신약만큼 돈 벌기 좋은 게 없긴 하죠.”
“어쩜-. 정말 어쩜.”
“넓게 보고 가야 할 사령관이 이런 거 가지고 놀라면 안 되는 데.”
포석이 놓인 판 위에서 내려다 보기에 간단할 뿐이다. 판 안에 서 허우적대는 사람으로서는 가 질 수 없는 시야다.
“그럼 저, 앞으로 뭐 하면 돼 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알아 서 하면 되지.”
“부처님 손바닥에 손오공이 이 런 기분인 거죠? 어차피 손바닥 안이면 그냥 알려 줘요. 그대로 하게.”
“그럴 거면 내가 왜 사장님이랑 같이 일합니까? 알아서 하세요, 알아서.”
“그러면 신약 팔아서 돈 벌어 오면 되나요? 그 돈으로 내수 견 인하고?”
“잘 알면서.”
“휴우-. 민우가 가만히 있지 않 겠네요.”
“그런 것도 알아서 하시고요.”
“피이-. 알다가도 모르겠다니 까. 알았어요. 그러면 정부 쪽은 요? 국과심에서 움직이면 이러나 저러나 물러나지 않으려고 할 텐 데요.”
“게이트로 밀려고요?”
“네, 판이 어려울 때는 그냥 난 장을 피우는 게 답일 때도 있으 니까요.”
“흐음…… 그거 하면서 다른 것 까지 대비할 수 있겠어요?”
“어렵지만 해야죠.”
“차라리 지금 가진 패를 가지고 회유시키는 건 어때요?”
“홍영식 의원을요?”
“회유만 된다면 이중 스파이로 사용할 수 있잖아요. 그게 더 효 과적이지 않아요?”
“그거야 그렇긴 하지만……
“중간에 끼워 넣고 시간 벌이를 시키면 직접 고생하는 것보다야 나을 거고.”
“회유가 쉽지 않을 거예요. 차 라리 선수를 쳐서 잘라 버리는 게 낫다고 봐요.”
“전쟁이란 게 전선을 이원화시 키면 반드시 망하게 되어 있어 요. 더욱이 내부에서부터 공격당 하면 답이 없죠. 지극히 기본적 인 거니까 정석대로 가자고요.”
“흐음-. 태식 씨가 그렇다고 하 면 일단 준비는 해 볼게요.”
“사장님은 내수 견인만 신경 써 요. 그쪽은 내가 먼저 한번 볼게 요. 진짜 완전 스파이인지, 매국 노인지, 아니면 적당히 돈만 처 먹은 돼지 새끼인지. 직접 보고 걸러 봐야죠.”
“직접 보시게요? 자리를 마련할 까요?”
“그냥 제가 알아서 보면 됩니 다. 그래야 진짜를 보죠. 어디 있 는지만 알려 줘요.”
“알겠어요. 입수되는 대로 연락 드릴게요.”
대화가 끝났다. 마이린은 다소 곳이 일어나더니 괜히 두리번두 리번 눈치를 봤다.
“ 왜요?”
“저……
그러곤 살며시 주먹을 내밀었 다.
태식은 피식 웃으며 주먹을 맞 대 주었다.
자정을 넘긴 시간. 마이린에게 연락이 왔다.
홍영식이 궁정동 안가에서 바른 한국당 초선 의원들과 밀담을 나 눈다는 연락이다.
태식은 바로 해당 위치로 이동 했다.
어둠에 녹아내려 존재를 가리 고, 콜벳을 풀어 홍영식의 목소 리를 찾았다.
그는 술이 약간 된 듯, 목소리 가 높았다.
“우리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이끌어 가실 의원님들! 그러니까 이번 법안은 초록 불로다가 땅땅 켜 달라 이 말이야. 알아들 듣지 요?”
“하지만 그 안건 같은 경우 저 희 당내에서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라……
“맞습니다. 조선족 이주자에 대 한 시민권 취득 요건을 너무 완 화하면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 요 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거기에 베트남 혼인 여성에 대한 지원 또한 이권을 노린 브로커들의 배 를 불려 줄 수 있는 여지가 큽니 다. 지금도 이 문제가 적지 않은 데요.”
“거, 거, 정치를 대국적으로 봐 야지, 대국적으로. 우리 의원님 들, 잘 모르니 내가 정론을 가르 쳐 드리지. 우리 밥그릇에 뭐가 담겨야 한다고 생각들 하시나?”
“밥그릇에요?”
“그래, 우리가 뭘 먹고 사느냐 이거야. 우리의 주식이 뭐냐고!”
“그거야……. 국민의 혈세……
“이런, 이런, 이런! 이런 답답한 소리나 하고 있고! 잘 들으시게 들. 갈등이야, 갈등. 우리는 갈등 을 먹고살아. 전후엔 이념 갈등, 쌍팔년도엔 지역 갈등. 지금은 남녀 갈등. 그럼 다음 세대는 뭘 먹어야겠어?”
“무엇입니까?”
“바로 인종 갈등이지, 인종 갈 등. 안 그래도 출산율 바닥이라 인구 소멸이니 어쩌구 하니 명분 좋잖아. 조선족이고 동남아고 왕 창 받아들여서 시민권을 팍팍 퍼 주란 말이야. 그렇게 싹을 잘 심 으면 20년 후엔 인종 갈등이란 쌀밥이 밥그릇에 가득 찰 테니 까.”
그야말로 정론이라 홍영식의 목 소리는 아주 의기양양했다.
“이야-.”
그리고 태식은 분노를 넘어 감 탄을 금치 못했다.
“마왕도 울고 갈 놈이네. 마왕 도 울고 갈 놈■이야. 매국노가 뭐
야 이거. 아주 사탄 새끼구먼.” 태식은 어둠을 불러왔다.
밥그릇을 채우는 것 (4)
어둠을 입은 태식은 안가의 별 실로 들어갔다.
홍영식은 그런 태식을 알아보지 못했다.
어둠이 깔린 시간에 어둠으로 존재하니 인지하지 못하는 게 당 연하다.
“거기 병아리들.”
“누, 누가 불렀습니까?”
“저, 저, 저, 저기! 저기 귀, 신. 귀신이다!”
초선 의원 셋 중 하나가 일렁거 리는 어둠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 호들갑을 듣고 있을 기분도 아니다.
“사람이 말이야, 적당하란 게 있잖아. 그렇지?”
태식은 어둠을 펼쳤다.
끈적하고 밀도 높은 어둠이다.
그 어둠에 잠긴 이들은 몸을 허 우적거릴 뿐 감히 달아나지도 덤 벼들지도 못했다.
“나라 곳간 훔쳐 먹는 쥐새끼? 봐줄 수 있어. 곳간에 쥐가 안 들면 그게 곳간인가. 나라 땅 팔 아먹는 매국노? 봐주진 못한다 만, 이해는 해. 나라가 망해 가면 내 주둥이 풀칠이라도 하려는 게 사람 속성이지, 뭐. 어떻게 전부 가 독립투사겠어. 사람인데 말이 야.”
태식은 홍영식을 끌어왔다.
홍영식은 질펀하게 깔린 음식 위로 철푸덕 쓰러졌다.
다만 문제는 차오른 어둠이 그 보다 높다는 것이다.
어둠에 빠진 홍영식은 물에 빠 진 것처럼 버둥거렸다.
그럴 때마다 입과 코로 어둠이 스며 든다.
그는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했 다.
“그런데 이건 아니잖아. 이건 진짜 아니잖아. 이건 마족들이나 쓰던 수법이라고. 갈등을 키워 분열을 조장해? 밥그릇? 갈등을 처먹고 살아? 이게 내란 선동이 지!”
태식의 어둠이 홍영식의 머리를 파고들었다.
홍영식은 도마에 오른 활어처럼 파닥거렸다.
“썩었다 썩었다 했지만 진짜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고급 도자기에 플레이팅되어 나 온 요리들이 음식물 쓰레기가 되 어 홍영식을 덮쳤다.
“대가리에 이런 것만 들어찬 놈 들이 있는데 어떻게 나라가 잘되 겠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이 나 아지겠냐고. 갈등을 키우는 게 모내기냐, 이 썩어 빠진 새끼들 아.”
“사, 사, 살려 주십시오. 저희 그냥 부름을 받고 온 것일 뿐입 니다.”
“맞습니다. 저희가 뭐라고 원내 대표 말을 거절합니까.”
“그냥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해서 온 것일 뿐입니다.”
그 변명이 조악하기 짝이 없다.
“그거야 뽑아 보면 알겠지.” 태식은 홍영식의 머리로 밀어 넣은 어둠을 뽑아냈다. 홍영식의 기억이 함께 뽑혀 나온다.
바로 어제, 마이린을 만났던 가 까운 일부터 한 달 두 달 단위 로. 그러다 1년, 2년, 후르르 흘 러간 기억은 어느새 10년을 넘 어섰다.
태식은 영혼을 들어내듯 홍영식 의 기억을 뽑아냈다.
표가 되는 곳에만 쫓아다니는 인생, 표가 있는 곳에서만 고개 를 숙이는 작태, 이슈가 될 것 같은 사건만 변호하는 간사함.
딱히 무엇을 기대한 것은 아니 지만, 정말이지 기대할 것도 없 는 인간이었다.
모든 기억을 뽑아낸 태식은 빈 껍질이 된 홍영식을 그대로 내팽 개쳤다.
태식은 초선 의원들을 바라봤 다.
“저희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왔습니다! 정말입니다!”
“살려 주십시오! 살려주십시 오!”
“살려만 주신다면 오늘 당장 의 원직을 사퇴하겠습니다! 살려 주 십시오.”
눈물 콧물 범벅이다. 개중 하나 는 바지에 오줌을 지리기까지 했 다.
“사퇴하겠다고?”
“예. 사퇴하겠습니다. 당장 사퇴 하겠습니다.”
“그래 한 번 보자.”
태식은 그들에게 표식을 찍었 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람같이 살아라, 사람같이. 괴물이 되는 순간 나 같은 사냥꾼이 찾아오는
거다.”
그들은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형, 자?”
-야, 시간이 몇 신데. 지금 12 시도 넘었구만.
“자, 안 자.”
-자면 전화 받았겠냐.
“그럼 좀 나와. 한잔하자.”
-왜 무슨 일 있어?
“뭐, 꼭 무슨 있어야 한잔하나. 그냥 하는 거지.”
-어휴, 어딘데?
“형 집 앞.”
-알았어, 기다려. 금방 갈게.
용주는 정말 금방 내려왔다.
“형수는?”
“형수 같은 소리 하네. 형수 눈 치 볼 거였으면 부르질 말았어야 지. 멀리는 못 가고, 요 앞에 먹 태집 가자.”
몇 번 갔던 곳이다.
용주는 가게에 들어섬과 동시에 노가리, 먹태 세트에 은행 꼬치 를 주문했다.
“나는 맥주로 할 건데, 너는? 소주?”
“그냥 같이 소주 먹어. 아니면 소맥으로 하든가.”
“아, 야. 형 사정 좀 봐줘라.”
“주머니 사정은 봐줄게. 나머진 형이 동생 사정 좀 봐줘.”
“어휴, 별것도 아닌 일이기만 해 봐라, 너. 이모, 여기 생맥 두 개에 소주 한 병요.”
용주는 생맥주를 한 모금 후루 룩 하고는 빈 만큼 소주를 들이 부었다.
“결국 그렇게 먹을 거면서.”
“이렇게 먹으면 맥주 마시는 것 같아서 멘탈적으로 좀 괜찮아.”
“무슨 술도 플라시보로 먹어?”
“왜, 가짜 마약 먹고도 헬렐레 거린 연예인도 있잖아. 원효대사 가 봤으면 제자로 삼을 일이지.” “아이— 뭐라는 거야. 사람 진지 한 이야기하려는데.”
“진지하니까 인마. 니가 진지한 거랑 어울리냐?”
“그지? 내가 너무 진지했네, 이 거. 별 심각한 것도 아닌데.”
태식은 잔 하나를 가뿐히 비웠 다.
그뿐이다. 겪은 이야기를 딱히 하지 않았고 용주도 딱히 묻지 않았다.
용주는 그냥 옆에 있어 준다. 애써 위로하려 하지도 않고 문제 의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지도 않 는다. 그냥 있어 줄 뿐이다.
태식은 그래서 용주가 참 좋다.
“형, 내가 좀 오지랖이 넓잖아.”
“네 오지랖은 거의 뭐 태평양이 지.”
“그지? 내가 천성이 오지랖이 야. 암만 생각해도 이건 분명 엄 마 닮은 것 같아. 그지?”
“너네 어머님은 정이 많은 거 고. 너는 오지랖이고.”
“나도 정 많거든. 내가 아영이 얼마나 이뻐하는데.”
“우리 아영이는 그냥 이뻐. 우 리 아파트에 인물 났다고 벌써 소문 다 났어. 울 와이프가 아영 이랑 같이 나가서 아영이 예쁘단 소리를 다섯 번 이하로 들은 적 이 없어.”
“그렇지? 애기들은 그냥 이쁘게 크면 되는 거지?”
태식의 혀가 뻣뻣해졌다. 금세 발음으로 티가 난다.
“술 얼마 하지도 않았구만 벌써 맛탱이가 갔어. 너 지금 니가 무 슨 말 하는지는 아냐?” “아, 왜 몰라. 내가 우리 아영한 테 아름답고, 어, 좋은. 그런 대 한민국을 만들어 주겠다! 어. 내 가 그 말 하는 거잖아. 내 새끼 한텐 그렇게 못 해 줬으니까, 내 조카한테라도. 어. 알지? 나 강 태식이야. 마왕을 잡고 온 강태 식이라고.”
“알아, 인마. 너 마왕 잡고 온 거. 그러니까 하고 싶은 거 있으 면 그냥 해, 인마. 마왕을 잡고 왔으면 용사 아니냐. 용사가 하 는 일인데, 좋은 일이겠지. 무협 지를 봐도 그렇잖냐. 협객들은 기본적으로 다 오지랖퍼다. 오지 랖이 있어야 남들 도와주는 거 야.”
용주가 측은한 눈빛으로 태식의 잔을 채워 줬다.
“어어- 형 지금 나 불쌍하게 쳐다봐?”
“뭘 불쌍하게 쳐다봐. 자랑스럽 게 쳐다봤지.”
“그지? 그렇지?”
“그래, 인마. 나는 니가 존나 자 랑스러워.”
용주는 태식 앞에 엄지를 치켜
세워 줬다.
태식은 씨익 웃었다.
태식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 잡았다.
몸은 만독불침인데 취기는 영 소용이 없다. 취하려고 먹는 술 이라 그렇다.
그래서 더 잘 취한다. 오히려 몸이 취기를 흡수하니 말이다.
“어우, 머리야-.”
“웬일로 그렇게 술을 퍼마셨 어‘?”
방문을 열고 나가니 칼칼한 콩 나물국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꼭 무슨 일 있어야 먹나.”
“용주가 너 업고 오느라 아주 고생고생했더라. 적당히 퍼먹고 그 뭐시기, 도깨비놀음으로 건너 오지.”
“그럼 뭐 한다고 마셔. 취하려 고 먹는 거.”
“앉기나 해. 꿀물 먼저 마시고.” 미주는 콩나물국에 오징어 고명 을 올리고 수란을 더해 내주었 다.
“내가 진짜 복 받았다니까. 우 리 마마님 최고야.” “으이구! 말로만. 내가 언제까지 다 큰 아들놈 술국이나 끓여 주 고 있어야 하니?” “언제까지긴. 칼질 못 할 때까 지지.” “이눔이! 지 엄마 고생만 시키 려고. 얼른 좋은 여자 만나서 장 가를 들어야 할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