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_4
태식은 그들을 배웅하기 위해 가게 아래로 내려갔다.
웬걸, 떼거리로 몰려와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감사 인사 올립니다!”
어쩜 눈치도 없어라. 혜정이 어 깨를 파르르 떨었다.
태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럼 잘 들어가요. 형, 다음에 놀러 와. 신기한 거 많이 보여 줄게.”
“그래그래. 미안하다, 야.”
“애가 우는 건데 왜 형이 미안 해. 들어가.”
용주는 혜정의 어깨를 꼭 안으 며 좁은 거리를 가로질렀다.
이미 태식의 미간은 잔뜩 찌푸 려진 상태다.
“니들 뭐냐?”
태식은 커다란 상자를 두고 물 었다.
“아, 안마 의자입니다. 형님 쉬 실 때 좋으실 것 같아서……
“올 거면 새끼야. 전화나 하고 오든가. 건달 새끼가 남의 업장 들락날락하면서 예의가 없어.”
“죄송합니다, 형님.”
“ 어휴.”
태식은 혀를 차며 가게로 들어 갔다.
방우는 비 맞은 개 꼴로 태식을 쫓아 들어갔다.
“사장님, 이분이 손님입니까?”
마침 가게로 내려와 있던 유성 이 방우를 위아래로 훑었다.
태식은 또 짜증이 났다.
혜정은 상상력이 풍부하다.
그 풍부한 상상력으로 동화 작 가 일을 하는 것이지만, 그 풍부 한 상상력이 걱정도 풍부하게 만 든다.
용주가 했던 자신이 돈을 많이 번다는 말이 맴돈다.
혜정이 그 말과 방우를 어떤 식 으로 연결 지을까 싶다.
괜히 자신 때문에 용주까지 엮 이는 게 아닌지, 아영이에 대한 것까지 걱정하는 건 아닌지.
“어후-!”
태식은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혜정의 성격을 뻔히 알고 있으니 마음이 달래지질 않는다.
“야, 깡패. 니들은 꼭 그렇게 깡 패라고 티를 내야 하냐? 문신을 도배했으면 옷이나 좀 얌전히 입 고 다니든가. 니 눈에는 정말 그 배바지가 멋있어 보여서 입고 다 니는 거냐?”
“죄송합니다, 형님.”
“죄송하고 나발이고. 난 니가 참 계륵이다. 하는 짓은 여우 같 은 게 두고 쓸 만한데, 이럴 땐 참 그래.”
“죄송합니다.”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날려 버리 면 그만이다.
이렇게 다다다 잔소리를 하는 이유는 방우가 여우 같았기 때문 이다.
늑대는 곁에 못 둬도 여우는 둘 만하니까.
기질이 드세고 튀는 놈들이 안 풀리면 결국 저리 가는 것인데, 일을 하다 보면 그렇게 드센 놈 들을 써야 하는 경우가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다.
로아에서도 태식은 흉악범을 긁 어모아 요긴하게 써먹곤 했었다. 어떻게 쓴 다고 해도 비난이 따 라붙질 않아서 정말 요긴하게 쓸 수 있어서 말이다.
“문신은 그냥 뒤판이나 하면 될 걸, 뭔 지랄 났다고 긴 팔까지 따냐고. 그렇게 위화감 조성하고 다녀야 속이 풀려?”
“죄송합니다, 형님.”
“왜 전신에 도배를 했냐고 인 마. 니 얼굴만 봐도 충분히 건달 인데, 뭐가 모자라서.”
“이게, 문신은 사실 뒤판까지만 땄었습니다. 그런데 형님도 아시 다시피 이레즈미가 원래 기원이 일본 소방관이나 이런 위험한 일 하는 사람들이 호신의 개념으 로……
“풋.”
가만히 말을 듣고 있던 유성이 피식 웃었다.
“사장님, 깡패가 대는 핑계치고 는 좀 조악한 것 같습니다.”
“이 자식, 원래 도검소지증 들 고 다니는 놈이야.”
“예?”
“좀 이상한 놈•이라고.”
“아•••••• 예.”
“그래서 뭐, 인마. 호신부로 전 신에 둘둘 둘렀다고?”
“예, 특형이 생기고 나서 그렇 게 했습니다.”
“그럼 얼마 안 된 거잖아. 애 있을 한 거네?”
“예. 아무래도 제가 가장이 라……
“그럼 자식아 소매는 놈 남겨 두던가. 너, 학부형으로 학교 가 서도 건달 티 낼 거냐? 건달 티 내면서 우리 애 건드리면 다 조 져 버린다고 그럴 거냐?”
“그거야……
“눈앞만 보지 말고 좀 멀리 보 고 살자. 하는 짓 보면 똘똘한 놈 같은데 왜 그렇게 했지?”
“죄송합니다.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서 다니겠습니다.”
태식이 한마디씩 할 때마다 고 개가 숙여지더니 이젠 아주 무릎 에 닿을 정도다.
“죄송합니다, 형님. 저 때문에 지인분께 괜히 오해받게 했습니 다.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꼭 만 회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하지 마, 아무것도 하지 마. 형 수는 우리 엄마랑 달라. 심장 떨 린다고 격투기 시합도 못 보는 사람이야.”
“죄송합니다. 제가 살아온 인생 이 이래 가지고……
태식이 손을 더듬거렸다. 방우 는 그 와중에도 잽싸게 담배를 꺼냈다. 거의 모로 반사 수준이 다.
쩔쩔 매는 걸 보면 당장만 면피 하려는 건 아니다. 반성하는 티 가 나긴 한다.
“여우 같은 놈■이 왜 어울리지도 않는 늑대 탈은 뒤집어써 가지 고. 쯧.”
태식은 단숨에 담배를 태워 버 렸다.
“그래서, 왜 왔다고?”
“감사 인사 드리려고 왔습니 다.”
“뜬금없이 무슨 감사? 감사받을 일도 없는데.”
“그, 대호 통해서 저희에게 큰 일감 밀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태식은 방우가 하는 말을 금방 이해했다.
“아이템 매입?”
“ 예.”
“거기도 어지간히 손이 없나 보 네. 하기야, 그랬으면 애당초 너 네랑 엮이지도 않았겠지. 그래서 안마 의자 들고 온 거냐?”
“예, 형님 쉬실 때 편히 쉬시라 고 제일 좋은 놈으로다가 챙겼습 니다……
“허이구, 잘한다. 그래, 잘해.”
잘한다를 연발할 때마다 방우의 고개는 푹푹 꺾였다.
“어휴-. 그래서 얼마 줬냐?”
“얼마 안 줬습니다.”
“두 번 묻게 할래? 얼마 줬냐 고.”
“670만 원 줬습니다. 그래도 30 만 원 청구 할인도 받고, 영수증 이벤트 해서 백화점 상품권도 20만 원 받았습니다.”
방우는 증거랍시고 지갑에서 상 품권을 꺼내 보였다. 지갑엔 여 전히 도검소지증이 꽂혀 있다.
“풋.”
유성이 또 피식 웃었다. 방우의 귓불이 붉게 달아올랐다.
“유성아, 넌 사람 진지하게 말 하는데 왜 계속 피식거려.”
“아……. 죄송합니다.”
“마감이나 해.”
“예.”
유성은 괜히 빗자루를 들고 먼 지 없는 비질을 시작했다.
“빵우.”
“예, 형님.”
“너, 나한테 형님 소리 하지 마.
그게 근원이야, 근원.”
“그럼 어떻게 부르면 되겠습니 까‘?”
“그냥 사장님이라고 해.”
“예, 사장님.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인마, 저런 부피 큰 걸 사 올 거면 전화를 해서 물어보 든가.”
“서프라이즈……
“뭐?”
“그러니까 깜짝 선물로 드리려 고……
“푸흣-
비질하던 유성이 또 참지 못하 고 피식거렸다.
“유성이 너, 귀 안 닫어.”
“죄송합니다, 사장님.”
“방우, 넌 진짜-.”
태식이 담배를 물었다. 방우는 그 와중에도 반사적으로 라이터 를 들이밀었다.
“치워, 인마.”
“죄송합니다.”
“죄송은-. 죄송하면 죄송할 짓 을 하질 말던가.”
“죄송합니다.”
“됐고. 그 큰 걸 여기 어디 두 냐. 그것도 장사하는 업장에. 준 비할 거면 미리 물어보던가. 하 기사 그러면 서프라이즈가 안 되 지, 이 여우 같은 곰탱아.”
“그럼 반품시키고 다른 거로 준 비하겠습니다, 형님.”
“됐어. 그래도 사 온 성의가 있 는데, 저건 그냥 집으로 보내 줘. 우리 마마님 쓰시면 좋아하겠네. 그러고 보니까 너 우리 엄마한테 세탁비 안 줬잖아. 이걸로 퉁 쳐.”
“아…… 예, 알겠습니다. 형님. 그럼 지금 바로 댁으로 가져다 놓겠습니다.”
“지금 바로는, 인마. 내가 한 말 귓등으로 들었어? 아파트 단지에 깡패인 거 티 내면서 다니려고? 부녀회에 소문 금방 퍼져, 이 자 식아.”
“아…… 그러면 나중에 배달부 사서 배달부 통해서 보내겠습니 다.”
“그래. 그건 됐으니까 가 봐라.”
“뭐가 예야. 선물 주러 왔다며. 볼일 다 본 거 아니냐?”
“……예, 죄송합니다. 이만 물러 가겠습니다.”
방우는 할 말도 다 못하고 뒤돌 아 물러났다.
그 모습은 토끼에게 속은 자라 의 뒷모습과 똑 닮아 있었다.
밥이나 먹어 (2)
방우는 혼자 자작을 하며 술을 비웠다.
복어회를 안주로 깔아 놨다만 젓가락은 움직이질 않는다.
“그래도 형님께서 따뜻한 분이 지……
분명 난처한 상황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태식은 자신을 내치지 않았다.
쫓아 버리려거든 쫓아 버릴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았다.
모른 척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홧김에 쥐어박을 수도 있는 것 인데 그러지도 않았다.
엮이기 싫으니 찾아오지 말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러지도 않았 일을 빼앗지도 않았고,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방우는 태식이 한 말 들이 그저 그런 화풀이처럼 여겨 지지 않았다.
하나같이 맞는 말이었다.
위화감 조성하고 다니는 게 딱 히 자랑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 고, 학부형으로 가서 자랑스럽게 말할 만한 직업인 것도 아니다.
사실 직업란에 자영업자라고 적 긴 했었다.
“형님 말이 틀린 게 하나 없어. 괜히 긴팔까지 따 가지고……
그때는 정말 호신부의 개념으로 등판에만 있던 문신을 늘린 것이 다.
어디 건달이라고 해서 칼 맞는 거 안 무섭겠나.
특형이 생기고 나서는 사시미 수준이 아니라 정말 검을 들고 싸우는 지경이 되었다.
까딱했다간 팔다리 잘려 나가는 건 예삿일도 아니었고, 실제로 사람이 양단되어 죽는 것도 직접 목격했다.
그 광경을 본 후에 영 겁이 나 서 문신을 한 것이다.
자신을 다잡는 의미였고, 사실 위협용이기도 했다.
심계 안에서는 조금만 시비가 붙어도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이라서 말이다.
그러자니 딱히 멋있다거나 자랑 스러운 흔적은 아니었다.
“그래. 형님 말이 백번 맞는 말 이긴 해.”
병을 더 비운 방우는 마지막 한 병은 병나발로 벌컥벌컥 들이켰 다.
방우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형님, 많이 드셨습니다.”
“거, 새끼야! 부축은!”
방우는 자신을 부축하려는 부하 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흐느 적거리며 겨우 자동차 뒷좌석에 몸을 걸친다.
“형님, 댁으로 모시겠습니다.”
“거기 말고.”
“예? 그럼 어디로 모실까요?”
“병원으로, 병원으로 가자.”
차는 조직과 연결되어 있는 병 원으로 갔다.
의사를 만나는데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다.
“오랜만에 찾아왔습니다. 시비 라도 있었습니까?”
“그건 아니고. 보쇼, 선생. 나, 문신 좀 지웁시다.”
“예? 문신을 지워요? 왜요?”
“왜요는 무슨. 내가 내 몸에 있 는 문신 지우겠다는데.”
방우는 웃통을 훌떡 벗었다.
온몸이 빈틈없이 빼곡하다.
“이런 문신은 여간해서 못 지워 요. 지운다고 해도 흉터도 많이 남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전체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밖 으로 티는 안 나야 할 거 아뇨!”
방우는 책상을 주먹으로 쾅 내 리 쳤다.
“아니, 그걸 나한테 말해서 어 쩌자는 겁니까. 문신은 사장님이 해 놓고.”
“그러니까 내 말은! 최소한 티 를 안 내야 할 때는 티를 안 나 게 해야 하지 않냐 이거요! 시술 로 안 되면 수술로 하던가! 껍질 을 확 걷어 내면 될 거 아니오!” 쾅쾅-! 다시 또 책상을 두드린 다.
의사 선생의 인상이 대번 찌푸 려졌다.
“이 양반이 술을 먹으면 곱게 먹을 것이지.”
그는 단번에 장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사장님. 아니, 별일이 아니 라. 지금 지 사장님이 와서 문신 을 지운다고 껍질을 벗겨 달라는 데, 사업체에 무슨 일 있습니 까?”
-방우가 지금 거기 있소?
“그렇다니까요. 바꿔 드립니 까?”
-아니오, 내가 지금 가겠소.
장춘은 금세 병원으로 달려왔 다.
태식에게 갔던 방우가 병원에 있다고 하니 걱정이 크게 된 탓 이다.
“티가 안 나야 할 거 아니냐고! 티가 안 나야!”
“환자분,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거,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는 구먼. 자꾸 이런 식으면 도훈 형 님께 언질드립니다.”
“하쇼! 거, 하는 김에 경찰도 부르지 왜!”
“너, 인마!”
“형님!”
“너, 이 새끼야. 여기서 왜 행패 야, 행패가!”
방우를 돌려 세운 장춘은 그대 로 방우의 따귀를 후려쳤다.
짜악-!
소리는 여간 큰 게 아니었다.
진절머리를 내던 간호사들도 깜 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뜰 정도 였으니 말이다.
“이 새끼가 술을 처먹었으면 곱 게 처먹을 것이지! 니가 동네 삼 류 양아치냐! 조폭 깡패 새끼 야!”
“그럼 아닙니까? 우리가 조폭 깡패지, 아닙니까?”
“이 새끼가 뭘 잘했다고!”
장춘은 방우의 목을 휘감아 다 시 한번 따귀를 후려쳤다.
쩌억-. 가죽 뜯기는 소리가 났 다.
장춘의 주먹이 검게 물들어 있 다. 철권으로 후려쳤으니 그 얼 굴이 성치 못하다.
방우의 얼굴은 죄다 터져 피범 벅이 되었다.
“왜 때립니까! 형님은 안 때리 는데, 형님은 왜 때립니까! 나도 자식이 있고 나이가 있는데! 형 님은 자기 지인 앞에서도 내 편 을 들어주던데! 형님은 왜 날 때 립니까!”
“이놈이 진짜 미쳤나. 뭐라는 거야?”
“내가 형님이랑 함께한 세월이 얼만데! 나, 그냥 확 문신 다 지 워 버릴랍니다. 다 지워 버릴랍 니다!”
“의사 선생, 이 자식 혹시 약 했소?”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그 쪽이 더 잘 알지.”
“이 자식 진짜. 이놈, 안정제 있 으면 좀 맞춰서 눕혀 주시고. 도 훈 형님한테는 오늘 일 좀 함구 합시다.”
“뭐, 그래야죠. 우리 같은 소시 민이 무슨 깡이 있다고.”
“거, 비꼬지 마시고. 여, 간호사 선생들. 다 같이 고생했는데 오 늘 밤에 한우나 좀 궈 드쇼.”
장춘은 지갑에서 현금을 뭉텅이 로 꺼내 프런트에 올려놨다.
그러곤 방우의 뒷목을 잡고는 주사실로 끌고 갔다.
주사를 맞은 후에야 방우는 잠 에 곯아떨어졌다.
“얼굴 상처는 어떻게 할까요?”
“됐수다. 우리야 이런 거 침 바 르면 낫지, 뭘.”
장춘은 혀만 쯧쯧 차고 말았다.
“아들, 아침 먹을 거야?”
미주는 일요일 아침을 준비하기 전에 꼭 태식에게 먹을지 말지를 물어본다.
늦잠 자길 좋아하는 태식이니 일요일이라도 편히 늦잠을 자라 는 뜻이다.
물론 밖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해 주는 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