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0)_4
허허 웃고 말았다.
하던 것 그대로 (4)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확실히 다 르다.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길드 와 조직도 이들에 미치지 못한 다.
로아에서의 경험까지 끌어와도 한 손가락 안에 든다.
수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이들 이 가진 기운은 한 치의 흐트러 짐이 없었다.
이것은 분명한 신봉이다.
신념이라 할 수도 있고 맹목이 라 표현해도 딱히 틀리지 않다.
“이거 원 부담스러워서 쳐다보 질 못하겠네. 다들 눈에 힘들 좀 빼요.”
태식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너스 레를 떨었다.
자신에게 향하는 그들의 시선에 서 어떠한 강렬한 신봉이 싹터 오름을 느꼈기 때문이다.
고대하고 있었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저들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넘어, 그 정보를 주무르는 이들 이다.
특무원은 태식의 존재를 인지하 고 있으며, 태식의 존재로 하여 금 어떠한 파급이 형성될 수 있 는지 또한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다.
설명하지 않고 대면하지 않았음 에도 말이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태식의 존재 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기대였 고 그 만남은 당연한 설렘이었 다.
“보시게, 그래도 첫 대면인데 소개는 좀 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기 싫다.
인사를 하면 어떠한 관계가 생 긴다. 그리고 지금 같은 상황이 라면 관계 이상의 유대가 만들어 질 가능성이 있다.
저들의 시선에 지금의 인사가 단순한 인사가 아닌 공식적인 의 식으로 비추어지는 탓이다.
“아휴, 됐어요. 또 얼마나 거창 하게 말씀을 하시려고. 자 자, 서 로 통성명 안 해도 알 만큼 아는 사이잖아요, 우리.”
“그렇습니다!”
두 번째 줄에 있는 누군가가 제 일 먼저 우렁차게 대답했다.
“만남을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다들 한마디씩 목청을 돋는다.
이거 분위기만 봐서는 이대로 서울로 진격을 하자 해도 될 판 이다.
어디를 점령해야 할지는 모르겠 지만 말이다.
그래서 태식은 다른 말을 꺼냈 다.
“누구 낚시 잘하는 사람?”
뜬금없는 소리다 싶어 눈을 깜 빡인다.
“밥 먹자고 불렀다니까요.”
태식은 아공간을 열어 숙영 장 비가 정리되어 있는 박스를 쏟아 냈다.
장교 막사에 들어가는 테이블, 의자 세트와 일반 병사용 식기 세트가 있다.
그리고 전투식량이 있다.
“전투식량만 까먹을 건 아니니 까.”
“제가 할 줄 압니다!”
“금방 잡을 수 있는 거죠?”
“물론입니다! 금방 잡아 오겠습 니다.”
그는 회색 재킷을 벗어 던지며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그림자가 금세 보이지 않는 다.
다른 이들은 눈치껏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했다.
자기들끼리 뭐라 뭐라 수근거린 다 싶더니, 누구는 모래를 솟구 쳐 벽을 세우고, 누구는 장막을 쳐 햇빛을 가렸다.
누구는 빛을 띄워 조명으로 삼 았고 또 누구는 꽃을 피워 분위 기를 더했다.
그사이 바다로 나간 이가 물고 기를 잡아왔다.
생선 이름을 외우고 다니는 건 아니라 무슨 물고기인지는 모른 다.
그런데 제법 귀한 고기를 잡아 온 모양이다. 저 뿌듯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말이다.
“칼 있는 사람? 회 좀 치자.”
회칼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없 어도 그에 준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제법 된다.
허공에 물고기를 띄워 두곤 맨 손으로 쓱쓱 쳐내는데 생선 살점 이 벚꽃잎 떨어지듯 흩날려 식판 위로 쌓여 갔다.
“어떠한가? 직접 보니 그리 꽉 막힌 치들은 아니지?”
“그러네요. 이렇게만 보면 그냥 회사 야유회 온 것 같은 느낌이 기도 하고요.”
“왜 아닌가, 다들 대외적으론 직장인인데.”
“그러니까 말이죠. 다들 먹고살 자고 직장 다니는 건데, 어떻게 저렇게 신념으로 똘똘 뭉쳐 놨을 까요.”
“나는 가볍게 말한 것인데, 그 렇게 핀잔주는 겐가?”
“핀잔은요 무슨. 영감님의 용인 술이 참으로 탁월하다 싶어서 말 하는 거죠.”
“그 용인술 영 형편없음이네. 정작 중요한 곳엔 전혀 힘을 못 쓰지 않나.”
진인은 별 욕심 없는 눈으로 태 식을 보았다.
욕심이 좀 빠져서 다행이다. 그 게 원인이 실망이든 포기든, 여 하간 그렇다.
“선생님, 준비 다 되었습니다. 회장님, 준비되었습니다.”
특무원이 태식을 회장이라 호칭 했다.
태식은 참 거창하단 생각이 들 었다만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그 호칭이 마음에 들었다기보다 는 그냥 대화를 이어 가기 싫은 탓이다.
말 한마디 걸어 주는 것만으로 도 괜한 의미 부여를 할까 싶어 서 말이다.
“밥 먹기 전에 간단히 하나 보 여 줄 게 있어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모두 수저를 내려놓고는 부동자세로 태식에게 집중했다.
이쯤 되면 진인이 따로 시간을 내서 정신교육을 시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태식은 퓌이 가는 숨 내쉬곤 입 을 닫았다.
말로 설명을 하느니 기억을 보 내 주는 게 속 편하지 싶다.
태식은 재구성한 마법진에 대한 설명과 그 운영법을 이미지화하 여 기억으로 전해 줬다.
특무원들은 그 기억 줄기를 의 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놀란 눈이 대부분이다.
누군가는 굳이 자리에서 일어나 바닷가를 내다보기도 하였다.
“먹읍시다.”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군대 온 줄 알겠네, 이거.”
차려 놓은 음식도 군용식량이라 그런가 느낌이 그렇다.
분명 맛도 신경 써서 만든 것이 긴 하지만 솔직히 태식은 질리도 록 먹은 음식이다.
그리고 많은 것이 연결되어 있 는 음식이기도 하다.
시간이 오래 흘렀고 로아가 아 니기도 하니 별 상관없을 줄 알 았는데 고소한 볶음밥 속에 피 냄새가 좀 섞여 있는 것 같은 느 낌이다.
태식은 포슬포슬한 볶음밥은 대 충 수저질 몇 번 하곤 푸짐하게 차려진 회에만 손을 보냈다.
대화 없는 식사는 금방 끝났다.
식구를 의미하는 식사가 아니라 인사를 위한 식사라서 그렇다.
최전선에 서 있을 저들이, 전선 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을 알기 에.
괜히 찜찜함으로 남는 일 있을 까 싶어 미리 해 두는 인사다.
“자, 다 먹었으면 파합시다.”
여럿이 손을 쓰니 정리 또한 손 쉽게 이루어졌다.
그것들을 아공간에 쓱 밀어 넣 으니 밥을 먹은 티가 나지도 않 을 정도로 말끔하다.
“연습 좀 필요하다고 생각되시 면 연습 몇 번 하셔도 되고요.”
태식은 재구축해 둔 마법진을 가리며 말했다. 진인은 못내 아 쉬운 표정이다.
“얼굴을 안 봤으면 몰라도, 이 리 봤으면 덕담이라도 한마디 해 주지 그러나.”
“됐습니다. 무서워서 어디 허튼 소리 하겠습니까?”
신도에겐 신의 가벼운 농담도 신의 계시처럼 들릴 수 있는 법 이다.
태식이 그대로 자리를 피하려 했다.
“감히 회장님께 질문 하나 드려 도 되겠습니까!”
시선은 감히 마주치지 못하면서 우렁찬 외침으로 손을 번쩍 들어 보인다.
태식은 그의 이름을 물을 생각 이 없다. 혹여 듣는다 하여도 기 억하지 않을 참이다.
그게 좀 모진가 싶어 질문이 뭔 지 들어는 볼까 싶다.
마음에 안 들면 대답은 안 해 주면 그만이다.
“뭡니까.”
“저는 노사님의 뜻에 감동하여 제 생의 가치를 그 뜻에서 찾고 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행해진 회장님의 행적을 좇으며 그 실천이 바로 그것이라 깨달았 습니다. 저희 모두 그 마음이 같 습니다! 부디 저희에게 어울리는 실천의 방향 한 말씀 내려 주시 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역시 들으나 마나 한 질문이긴 했다.
“그냥 하던 대로 하세요, 하던 대로. 지금까지 잘해 와 놓고 뭘.”
태식은 답변 툭 던져 두곤 자리 를 피했다.
제니는 살금살금 계단을 올라 조심스럽게 가게 문을 열었다.
혹시나 태식이 잠을 자고 있을 까 싶었는데, 역시나다.
어디든 손쉽게 다닐 능력 있으 니 출퇴근을 할 바에 가게에서 자자는 건 아닐 텐데, 굳이 왜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는지 싶다. 하지만 제니는 그런 궁금증과 호기심을 오래 가지고 가지 않는 다.
항상 무언가를 의심하고 조사하 고 탐색하는 것이 일이었던 제니 는, 일이 아닌 궁금증은 어지간 한 게 아니면 금세 옅어지곤 했 다.
태식에 대한 조사 임무는 없으 니 태식에 호기심 또한 끈질기게 이어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니는 조심스럽게 행거를 끌고 와 담요를 걸어 간이 장막을 만 들어 줬다.
그러곤 아침을 사 와야 하는 고 민을 잠시 했다.
어차피 소리가 날까 싶어 청소 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먹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사다 놓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이렇게 이른 아침 장사를 하는 곳은 김밥집 빼곤 거의 없다.
태식이 평소에도 잘 먹는 가게 니 망설임 없이 소고기김밥으로 사서 가게로 돌아갔다.
자고 있을 줄 알았던 태식이 커 피와 함께 담배를 태우는 중이었 다.
“아, 모닝땡. 늦는 줄 알았지.”
태식은 담배 연기를 한쪽으로 몰아 창밖으로 밀어냈다.
“아침 안 드셨을까 봐 사 왔어 요.”
제니는 김밥을 그 앞에 내밀었 다.
“혹시 냉장고에 사이다 있나?”
“아, 네.”
“없어도 괜찮아.”
“아니요, 사 올게요.”
제니는 다시 가게를 나서 작은 슈퍼로 들어갔다.
시키지도 않은 도시락 배달에 잔심부름을 하고 있는데도 딱히 뭐 하고 있나 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여기, 사이다요.”
“고마워. 안 그래도 배고팠는 데.”
“오늘도 밤새우셨어요?”
“어, 며칠 봐야 된다고 했잖아. 그래도 영감님이 손 좀 거들어 줘서 하루 이틀은 좀 줄겠더라 고.”
“ 네.”
“왜‘?”
“그냥 물어봤어요.”
“너는 아침 먹었어?”
“씨 리얼요.”
“밥을 먹어야지. 같이 먹어.”
“두 줄뿐인데요.”
“씨리얼 먹었다며. 반 줄 정도 는 흔쾌히 양보할 수 있어.”
태식은 실없이 웃으며 말했다.
제니는 그 말이 농담인지 진담 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젓가락도 하나만 받아 왔어 요.”
“탕비실에 젓가락 있잖아.”
농담이든 진담이든 자기 먹을 밥을 양보한다는 것은 나름 받을 만한 배려일 것이다.
“아, 먹기 싫은 거였나? 억지로 먹을 건 없고.”
“아니에요.”
제니는 젓가락을 챙겨 태식 옆 에 앉았다.
김밥 한 알 입에 넣고는 꼭꼭 씹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세 줄 사 올 걸 그랬지? 남아서 버리는 것도 아깝긴 한데, 모자란 것보단 차 라리 남는 게 낫더라. 안 그러면 먹는 손이 궁색해져.”
그런 것치고는 한 번에 두 알씩 집어 먹는다.
제니는 그런 태식을 빤히 쳐다 봤다. 별 의미는 없다.
“배고파서 그래. 어차피 내 몫 이잖아.”
“한 줄 더 사 올까요?”
“그렇게는 됐고. 어차피 나갈 참이라.”
조촐한 아침 식사를 끝낸 태식 은 다시 눕지 않고 일어났다.
“오늘도 전부 외근이세요?”
“어, 당분간은. 알잖아, 상황 어 떤지.”
“네.”
제니는 늘 그렇듯, 불만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태식은 빠듯한 일과의 첫 번째 일정을 시작했 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종범과의 면담이다.
“준비는?”
“여기 있습니다.”
종범은 준비한 인명첩을 가지고 왔다.
“이게 다 몇 명이야?”
“일단 이력서 받은 건 한 400 명쯤 됩니다.”
“엄청 뛰어다녔겠는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아하하하.”
종범은 별것 아닌 칭찬에 어금 니가 보일 정도로 크게 웃었다.
“힘자랑하고 다니는 놈들이 생 각하는 게 죄다 어리지 않습니 까. 살살 사발 좀 풀어 주니까 홀라당 다 넘어오지 뭡니까.”
“하기야, 타짜가 작업을 치는데 이 정도는 해 주셔야지.”
“타짜까지는 아닙니다. 그냥 그 옆에 바람잡이 정도 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이 정도 더 해 봐.”
태식은 인명첩을 툭 던져 놓으 며 말했다.
“이 정도 더요? 그러면 한 천 명 정도 맞춰 보겠습니다. 조금 많긴 하지만 여러 리그에 구단식 으로 운영된다 치면 소화는 될 겁니다. 선수 풀이야 크면 좋은 거죠.”
“굳이 수에 한정 두지 말고, 설 치고 다닌다 싶은 놈들은 죄다 긁어모아. 길바닥 돌아다니게 둬 봐야 사고나 치지.”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러면 관리 인원 모집도 상당수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돈 모자라?”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돈 모자라면 말하고, 그거 아 니면 알아서 진행해.”
“예, 사장님.”
종범은 넙죽 허리를 접었다.
“그리고 웬만하면 판 하나 빨리 짜 봐.”
“시합 말씀하시는 것이죠?”
“어. 개인전도 좋은데, 이왕이면 전에 말한 단체전 같은 식으로. 볼거리 풍성하게.”
“그거라면 이미 제가 기획을 다 해 놨습니다.”
종범이 준비해 둔 기획안을 내 보였다. 태식은 그것을 열어 보 지 않았다.
“하던 대로 했으면 다 잘했겠 지. 굳이 확인 안 할 테니까 자 신 있는 대로 해.”
“예, 사장님! 믿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스포츠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럼 수고하라고.”
알아서 잘하는 사람이니 말을 길게 할 필요가 없다.
태식은 인명첩을 챙겨 일어났 다.
수금을 하러 갈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