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1)_11
“살 많이 올랐네요.”
“말을 잘 들어서……
그녀의 말대로 정말 순하게 말 을 듣지 않았다면 이리저리 핀잔 할 거리가 많은 말이었다.
물론 지나간 일을 두고 말 길게 늘일 필요는 없다.
태식은 홍시를 융합로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 녀석 집은 이제 여기가 될 겁니다.”
홍시는 좀처럼 그 안으로 들어 가려 하지 않았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이 응 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경계심은 얼마 가지 않았다.
항상 배가 고픈 녀석이 무한한 에너지의 근원을 무시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홍시는 금세 융합로 안으로 들 어갔다.
태식은 홍시의 제어구를 풀어 줬다.
그 순간 강력한 불길이 터져 나 왔다.
그리고 그에 맞춰 수십 겹의 마 법식이 동시에 발동되었다.
원소 제어식과 흡수식들이다.
모든 것을 살라 낼 기세로 화염 을 뿜어내던 홍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내뿜은 불길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인지했 다.
그것도 에너지가 손실된 상태의 불길이다.
힘을 내면 낼수록 의미 없이 손 해를 보는 구조인 것이다.
물론 다크매터가 무한히 공급되 고 있긴 하지만, 그 양이 큰 변 동 없이 일정했다.
순간적으로 일정 이상의 화력을 낼 수 없다면 헛손질인 셈이다.
홍시는 불길 조금 더 내뿜다가 이내 시들해졌는지 한쪽으로 몸 을 말았다. 그러곤 스르륵 불꽃 을 사그라트렸다.
“어, 어디 간 거예요? 설마 죽 은 건 아니죠?”
“원소 상태로 흩어진 거예요. 쉽게 설명하면 불씨 상태요. 평 소라면 저 상태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화마를 뿌리는 거죠.”
“그럼 저 안에서는 괜찮은 건가 요?”
“식을 뚫고 나갈 능력까진 못 돼요. 그리고 마법식이 화염이 아닌 전력을 생산하는 구조라 녀 석한텐 좋은 경쟁자를 곁에 두고 있는 형태죠.”
“그럼 안 좋은 거 아닌가요?”
“전기에서도 열은 나오잖아요. 딱히 사이가 좋은 건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끌리는 관계랄까요, 나쁘지 않아요. 결과적으론 편하 니까 저렇게 원소 형태로 흩어지 는 거예요.”
이린은 괜스레 가슴을 쓸어 내 렸다.
태식이 정이 많으면서도 손이 맵다는 것이 무의식 속에 단단히 틀어 박혀 있는 탓이다.
“그러면 사라지지는 않는 거 죠?”
“원소 그 자체라 지운다고 지워 지지도 않아요.”
“네, 알겠어요.”
이린은 다시 한번 확답을 듣고 서야 안심된 듯 고개를 끄덕였 다.
“단순히 위험해서 이 안에 넣어 둔 것만은 아니에요. 아그니가 저 안에 있음으로 어느 정도의 출력 제한이 생기겠지만, 그보다 높은 안정성을 얻을 수 있거든 요.”
“네. 그럴 거라고 생각하긴 했 어요. 열이 급격히 올랐을 때 열 을 흡수하는 역할인 거죠?”
“맞아요. 저 녀석은 좋아하는 화염 실컷 먹으니까 좋고, 나도 안정성이 올라가서 좋고. 서로 좋은 거죠.”
물론 최악의 경우는 아그니가 화염을 더해 융합로를 찢고 나오 는 것이다.
융합로는 융합로대로 터지고 아 그니는 아그니대로 현신하는 것 말이다.
그것을 알기에 바닷속에 넣어 둔 것 이다.
그리고 그 상황이 되기 전에 이 미 태식에게 신호가 가는 구조 다.
발전소 자체에 걸어 둔 경계 알 람에 이상이 생기더라도 홍시가 일정 이상의 힘을 발현하면 신호 가 오게 되어 있으니 2중으로 경 계 알람을 둔 것이나 다름없다.
“저 안에서도 사장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을 테니 걱정 마시고 요.”
“네. 종종 와서 보면 되죠. 홍시 야 안녕. 잘 지내. 멀지 않으니까 종종 와서 볼게.”
이린은 아쉬운 듯 손을 저었다.
그것에 대한 대답이라도 하는 듯, 융합로 안이 화르륵 붉게 달 아올랐다.
이린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등을 돌렸다.
태식은 함께 군산 현장으로 넘 어왔다.
“저 안에 홍시 있는 거 잊으면 안 돼요.”
“그럼요. 잊을 리가요.”
“잊지 말고 꼭 기억했다가, 무 슨 일 있으면 도와달라고 해요. 사장님 말은 잘 듣잖아요.”
“무슨 일…… 무슨 일인 거네
요.” “네, 그래도 손에 하나 쥔 게 있어야 말이 통할 테니까요.”
이린은 태식의 눈을 빤히 보았 다.
진인이 보냈던 그 시선과 같은 시선이다.
자신으로 하여금 누군가를 견제 시키는 것처럼 자신 또한 다른 누군가로 하여금 견제될 수 있음 을 인지한 눈 말이다.
다만 그 안에 약간의 서글픔이 녹아 있는 것은 차이가 난다.
태식은 딱히 그 서글픔을 궁금 해하지 않았다.
그 서글픔이 자신을 향해 있는 듯하여 그러한 것이고, 태식이 이린에게 원하는 것은 그러한 이 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볼일 다 봤으니 바쁜 사람 붙잡 고 쓸데없이 떠들 필요도 없고 말이다.
“그럼 저는 갑니다.”
“네, 들어가세요.”
태식은 가볍게 뒤돌았다.
“이제 좀 한유하니?”
미주는 간만에 저녁상에 앉은 태식을 두고 물었다.
“한가로울 건 없는데, 그냥저냥 급한 불은 끈 정도. 남의 집까지 불 끄러 다닐 건 아니니까.”
“그래, 남의 집은 남들이 알아 서 끄겠지. 오지랖도 그쯤 했으 면 됐어. 그 며칠 새 얼굴 상한 거 봐라 얘.”
그 정도 했다고 기력이 쇠할 것 도 아니고 얼굴이 상할 것도 아 니다.
그저 미주 눈에만 그리 보일 뿐 이다.
“그러게 말이야. 피부가 좀 까 슬까슬해진 것 같기도 하고.”
태식은 미주의 염려를 알기에 볼을 매만지며 맞장구를 쳐 줬 다.
“로션이라도 좀 바르고 다녀. 다 사다 놨잖아.”
“엄마가 사 온 거 전부 완전 아 저씨 냄새 나는 거잖아.”
“네 아빠 쓰는 거랑 똑같은 건 데 무슨 아저씨 냄새.”
“그러니까 아저씨 냄새지. 아빠 로션.”
“얘가, 그거 다 비싼 거야.”
이쯤 농담을 걸면 타박이 돌아 와야 되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말 꼬리가 올라붙질 않는다.
물끄러미 눈치를 보니 전과 달 리 걱정스러운 눈길이 쉬이 가시 질 않는다.
“알겠습니다요. 우리 마마님이 이렇게 잘생기게 낳아 줬는데 피
부 상하면 안 되지. 잘 바르고 다닐게.”
“그래, 오지랖 적당히 좀 피우 고. 온 세상 일 다 네 일인 것처 럼 좀.”
“누가 들으면 내가 무슨 세계 기구라도 차린 줄 알겠네. 그냥 눈앞에 보이는 것만 살살 치우는 거야.”
“눈에 띄는 것들마다 파르르 달 려드니까 문제지.”
“그건 엄마 닮아서 그런 거고.”
“어휴-. 꼭 그렇게 지 엄마 이 겨 먹으려고.”
“알았어, 알았어. 몸 사릴게. 몸 사리고 다닐게. 그럼 됐지?”
“ 에휴-.”
미주라고 눈감고 귀 막고 살지 않는다.
특히 자기 아들에 대한 것이라 면 보지 않는 듯해도 보고 있고 듣지 않는 듯해도 듣고 있음이 다.
드라마를 제일 먼저 틀어 놓던 미주가 어느샌가부터 뉴스와 시 사 프로그램 채널에서 리모컨을 내려놓은 것은 그렇게 태식을 보 고 듣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오이소박이가 맛 있네. 삼삼한 게 새로 한 거야?”
“살구가.”
“살구가? 살구야, 네가 했어?”
“네. 요리 교실에서 만든 거예 요.”
“요리 교실도 다녀?”
“네. 저도 요리하고 싶어서요.”
“엄마, 살구 지금 엄마 도와준 다고 그러는 거지?”
“왜 아니라니. 그냥 배우고 싶 은 거라고 그렇게 우기더라. 애 가 좀 애다워도 되는걸.”
미주의 핀잔 아닌 핀잔에 살구 는 배시시 웃었다.
그래도 분위기 전환이 된 덕에 웃는 기분으로 저녁 식사를 끝냈 다.
“분리수거 내놓으면 되지?”
태식은 둘이 테이블 정리를 하 는 사이 분리수거거리를 정리했 다.
“저도 같이 갈게요.” 살구가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들 고 나선다.
“그냥 올려. 한 명만 가면 되지 뭘.”
“물 떨어져요. 종이 젖으면 안 되잖아요.”
살구가 먼저 현관문을 나선다.
그 태도가 평소보다 적극적이 다.
용기를 내는 기운이 강하게 느 껴진다.
태식은 자신의 감각을 자극하는 이 기운이 살구의 특형임을 인식
했다.
소원 말이다.
살구는 소원하는 중이었다.
마스터키 (4)
태식은 계속 살구의 목소리를 들어 주고 싶다는 기분을 느꼈 다.
자신의 감정이 아니다.
태식이 그것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살구에게서 피어오르는 힘 의 파동을 바로 옆에서 느끼기 때문이다.
그 힘이 그대로 자신에게 쏟아 져 오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보고 가지만 온 신경이 자신에게 온다.
그 힘이 얕지 않다.
이것은 살구의 염원이 그만큼 큰 것일까, 아니면 농도가 진해 진 다크매터의 영향일까.
전자든 후자든.
태식은 살구가 별일 아닌 것으 로 이리 힘을 빼고 있는 것이 달 갑지 않았다.
운이 좋은 것인지, 가까운 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바로 도착했 다.
태식은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실■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섰 다.
밀폐된 공간이라 그런가 살구의 기운이 더 강하게 쏟아진다.
“살구야.”
“네?”
“ 도와줄까?”
“아, 아니에요. 무겁지도 않아 요.”
살구는 음식물 봉투를 옆으로 숨겼다.
“그거 말고. 뭐든.”
태식은 다시 물었다.
살•구는 그제야 태식의 뜻을 이 해하곤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집에만 데려다 놓고 너무 신경을 못 써 줬지?”
살구는 입술만 잘근거렸다.
띵—.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해가 내려앉은 단지는 이렇다하 게 오가는 사람 없이 적적하다.
듬성듬성 있는 가로등은 빛바랜 황색이다.
살구는 종종 걸음으로 먼저 뛰 어갔다.
괜히 먼저 아는 척을 했나 싶다 만 저렇게 티를 내는데 모르는 척하고 기다리는 것도 속 앓게 하는 일이다.
태식은 분리수거 간단히 내어 놓곤 단지 입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살구야, 아이스크림 먹자.” 태식은 대꾸를 들을 것도 없이 입구의 슈퍼로 향했다.
살구는 병아리 걸음으로 태식 뒤를 쫓았다.
태식은 한 봉지 가득 아이스크 림을 챙겼다.
“먹고 들어가자.”
“노, 녹지 않을까요?”
“녹을 리가.”
태식은 아이스크림 가득 든 봉 지를 아공간으로 넣었다.
“됐지?”
“ 네.”
이제는 아이들이 찾지 않는 놀 이터 앞 정자에 엉덩이를 걸쳤 다.
태식은 굳이 더 채근하지 않았 다.
운은 띄워 놨으니 시간을 주면 되는 일이다.
“저, 오빠.”
아이스크림이 녹아 한 방울씩 떨어질 때쯤, 살구는 입을 열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