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1)_4
서해 팀장은 무슨 죄진 사람처 럼 화들짝 놀랐다.
이마에 식은땀까지 송골송골이 다.
“진짜 무슨 일 있어요?”
“저, 그게. 그게 말씀을 드리자 면……. 저희가 최대한 원인 분 석을 하고 있는 중이긴 합니다 만……
태식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진 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사님.”
“죄송하지 말고 무슨 사고 쳤는 지나 말해 봐요.”
“아무래도 위상변환기에 조금 문제가 생긴 듯하여서……
“뭐 만졌어요?”
“점검 차원에서 조금 만지긴 했 지만 특이할 만하게 만진 것은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믿어 주십 시오.”
위험 감지 신호를 달아 뒀었는 데, 지금까지 딱히 경고가 들어 왔던 적은 없었다.
“알았어요, 알았어. 일단 보죠.”
태식은 직접 위상변환기를 살펴 봤다.
건전지 다 닳은 장난감처럼 오 락가락하는 중이다.
“딱히 손상 같은 게 전혀 없는 데, 이렇게 출력이 안 나와 서……
“아이고. 우리 팀장님 마음고생 이 심하셨겠네. 이거 별거 아니 에요.”
“그, 그렇습니까?”
“과전압 방지 같은 기능이라고 보면 될 거에요.”
우주에서 내려오는 다크매터가 퍼지는 바람에 대기 중 다크매터 의 농도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 다.
처음 서해에 위상변환기를 설치 했을 때와는 분명 그 농도와 밀 도가 다르다.
위상변환기의 다크매터 흡수값 을 변경하지 않았으니 이전보다 과한 에너지가 흡수되는 것이다.
“농도 변한 거 때문에 흡수치 조절해 줘야 되는 건데, 이건 내 가 깜빡했네요. 무소식이 희소식 이라고 서해팀에서 워낙 말끔히 일을 수행하니까, 아예 잊고 있 었지 뭐예요.”
“그런 것이었습니까? 휴유우-. 저는 정말 큰일이 난줄 알 고……
태식에게야 그리 큰 물건이 아 니지만 저들에게는 무려 오파츠 다.
요 며칠간은 다리가 후들거려 잠도 제대로 못 잤을 성싶다.
“식만 조금 수정해 주면 되는 거니까—.”
태식은 그 자리에서 간단히 식 을 수정했다.
그리 오래 걸리는 작업도 아니 었다.
“봐요, 별거 아니죠.”
태식은 빙긋이 웃으며 파우치를 꺼내 줬다.
“이, 이것 무엇입니까?”
“성과급?”
“성과급요? 저희가 딱히 한 게……
“우리 팀 전체적으로 뿌리는 거 니까 그냥 받으세요.”
“아, 예.”
“한 10억 드리면 되나?”
“너, 너무 많습니다.”
“그럼 남는 건 고독함에 대한 값이라 치세요. 바다 한가운데에 서 근무하는 게 쉬운 건 아니잖 아요.”
태식은 괜한 인사 받을 것도 없 이 파우치만 툭툭 챙겨 주고 자 리를 나왔다.
제법 쌓여 있었던 파우치가 이 제야 좀 줄어든 티가 난다.
“돈 쓰기 시작하니까 줄줄 새는 구먼.”
태식은 기분 좋게 웃어 보이곤 군산 앞바다로 나갔다.
새만금 방조제에서 한 걸음만 뛰면 닿을 자리다.
“이미 자리 잡고 있는 항구도 있으니 밖에다 짓는 게 낫겠지.”
얼추 자리를 가늠하고 지형을 살핀다.
힘으로 뽑아 올리는 것이니만큼 웬만하면 수심이 낮은 곳이 편한 게 사실이다.
그리고 암반층으로 되어 있어야 기초가 튼튼하다.
거대한 물류 항만까지 계획하고 있으니 그 하중을 생각하면 레드 캐슬보다 좀 더 신경을 써야 한 다.
“이쯤하면 대충 공항 자리 견적 은 나오겠네.”
당장 삽을 뜰 건 아니다.
이왕이면 투자자의 눈을 홀려 놔야 기분 좋다 하지 않겠나.
태식은 얼추 시간을 가늠했다.
“미국이면 지금 시간이……
생각하기 귀찮다. 계산하고 있 는 틈이 직접 가는 게 빠르다.
태식은 존의 좌표를 값으로 잡 고 공간을 건너뛰었다.
철컥-.
차라라락.
공간을 넘어가자마자 기관단총 장전하는 소리가 피아노 합주처 럼 울려 퍼진다.
수많은 붉은 점이 가슴팍에 꽃 혀 있다.
“이동 감지 기술을 벌써 개발했 습니까? 하여간 기술 좋아, 진짜 외계인 고문하고 있나 보네. 하 하하.”
“지금이 웃을 상황입니까? 상호 간의 매너를 지킬 것을 강하게 경고합니다.”
경호팀장이 총구를 내리지 않고 태식에게 경고했다.
“아니, 마족도 따지면 외계인이 라. 진짜 고문을 하고 있나 싶어 서. 하하하, 실없는 소리 했나?”
“긴장하십시오!”
호통과 함께 총부리가 가슴에 닿을 듯했다.
태식의 눈이 가늘어지기 직전이 다.
위이잉-. 약한 진동음이 그 긴장감을 파 고든다.
“물러들 나.”
작은 목소리에 스르륵 붉은 점 이 사라진다.
“연락을 하지 않고.”
“주님의 목소리가 연락하고 내 려오진 않잖아요.”
“이보시오. 농이 지나치오.”
“농담이라니. 직접 보면 농담처 럼 안 보일 텐데요.”
태식은 존에게 손을 내밀었다.
“같이 가실래요?”
“의장님, 안 됩니다. 의도를 알 수 없습니다.”
“의장님은 저기 어디 덩치만 큰 겁쟁이랑은 다르것 같은데.”
“흘흘흘, 그럽시다. 길이 같은데 가지 못할 이유가 없소.”
존은 어렵사리 손을 뻗었다.
태식은 그 손을 잡곤 군산 앞바 다로 돌아왔다.
“자, 바다가 갈라지고 땅이 솟 아오를 겁니다.” 태식은 존을 옆에 두고 미리 준 비한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천지가 진동하고 대기가 떨쳐 운다.
태식의 말처럼 바다가 갈라지고 땅이 솟아올랐다.
존은 굳은 얼굴로 그 광경을 지 켜봤다.
촤아아아아-.
솟구쳐 올랐던 파도가 떨어지며 새로운 땅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떻습니까?”
“천지 창조로군……
“하하하하, 그럴 거라고 생각했 습니다. 자.”
태식은 손을 쭉 내밀었다.
존은 그 손을 잡으려 했다.
“아니, 손이 아니라.”
“손이 아니라?”
“돈을 주셔야죠, 돈을. 천지창조 를 보셨는데, 그에 걸맞은 돈 말 이에요.”
태식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장난기는 없었다.
꺼지지 않는 불 (1)
담배 한 대 편히 피울 시간도 없이 뛰어다닌 며칠이었다.
최우선으로 제주도를 기점으로 한 남부 방어선을 완벽히 틀어막 았고 차선으로 진인이 진행 중인 해안 방어선에 대한 감수를 했 다.
동해를 먼저 둘러친 후 서해를 작업할 때는 감수보다 부유체를 만드는 것으로 비중을 옮겼다.
부유체를 만드는 것 자체는 크 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것 들 전부를 하나의 조직으로 엮고 해안 방어 라인과 연동시키는 것 은 손이 제법 많이 가는 일이었 다.
“이만하면 급한 불은 끈 셈이 지.”
진인은 퍽 흡족한 투로 말했다.
삼면의 해안선에 빈틈없는 방비 를 해 놓았다.
지금 당장 완벽한 철옹성이라 장담할 순 없지만, 빈틈을 전부 메워 뒀다는 것만 해도 분명 유 의미한 성과였다.
“제대로 운영만 되면 대응 시간 은 충분히 벌어 줄 수 있을 거라 고 봅니다.”
태식의 객관적인 평가 또한 그 러 했다.
태식이 상정한 그 충분한 대응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탓이다.
마물의 공세가 시작되면 직접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내륙으로 경보기만 더 빽빽하 게 들어차면 조기 대응 체계는 완벽하게 잡힌다고 봐도 되는 게 지?”
“그전에 운용 인력도 제대로 확 충되어야죠. 지금은 인력이 많이 비어요.”
“운용병이야 걱정 마시게. 적당 히 운만 띄웠는데도 쌍수 들고 환영하지 뭔가.”
“어디서요?”
“어디긴, 파란 집이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그들에게 그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문제다.
세금을 더 걷어 가든, 규제를 늘려 시장을 죽이든.
국제 유가 파동 같은 불가항력 적인 문제로 경기 침체가 일어난 다고 해도 국민들은 그런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정부가 잘했든 못했든 나 살기 팍팍해지면 핸들 잡고 있는 사람 들이 잘못한 것이다.
그래서 현 정부에 대한 평가 또 한 많이 박하다.
그들이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차 치하고 연일 터지는 대형 사건 때문에 한국이란 나라의 위험도 가 상승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그대로 경제 지표에 반영되었다.
“꽤 적극적인가 보네요?”
“경기가 많이 안 좋잖나, 지지 율도 많이 떨어지고. 돈을 풀고 싶은데 마땅한 수단이 없었나 보 더군. 국가 방위를 위한다는 명 분이니 얼마나 좋아. 거기에 취 업률까지 신경 쓸 수 있고.”
“이걸 이쁘다고 해야 할지, 약 삭빠르다고 해야 할지〜.”
“언제는 귀하가 정치하는 자들 예뻐했던가? 그저 손이 없어 살 려 두는 자들 아닌가?”
“손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더 좋 은 시스템이 마땅히 없어서 뜯어 고치질 못하는 거죠. 그래서, 어 느 정도 규모로 생각한다는데 요‘?”
“운만 띄웠는데도 추경 예산을 30조 정도로 잡겠다고 하더구먼. 그 돈이면 얼추 잡아도 100만 명 정도는 가용되지 않겠나?”
“100만요?”
너무 많다는 생각만 퍼뜩 든다.
“너무 많아요. 소화 못 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어디 앉아 있을 자리도 안 오겠지. 그 래도 당장 10만 명 정도 충원하 는 건 제법 괜챃지 않나? 해안선 을 따라 경계 초소를 운영하는 정도로 말일세.”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그게 마냥 나쁘지만도 않다는 느낌이 다.
병력을 양성하는 개념에서가 아 니라 내수를 안정화한다는 개념 에서 보면 말이다.
“보시게, 별로인가?”
“아니요. 생각해 보니까 그냥 그대로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 을 것 같아서요.”
“그대로 해?”
“네, 100만 명요. 돈을 뿌리긴 해야 되는데, 그냥 뿌릴 수는 없 잖아요. 가만히 세워 두기만 한 다고 해도 일단은 일을 하긴 하 는 거니까……. 괜찮은 명분이긴 하겠네요.”
“그러니까 귀하의 말은 진짜로
100만 명을 뽑자는 말인 게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돈이 좀 돌아야 경기가 살지 않겠어요?”
“그야 그렇긴 하네만……. 그 사람들 뽑아 놓고 일 없이 놀리 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 아닌가? 나라 곳간 축내는 일이 될 수도 있네. 필요한 만큼 찬찬히 늘리 는 게 낫다고 보네만.”
진인은 걱정을 담아 말했다. 무 엇을 걱정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 다.
그의 목표가 부국강병인 만큼 부국을 이룸에 있어 예민해 하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이게 말로 풀어 하려면 설명이 또 길고. 그냥 가서 보실래요?”
“이미 그림이 나와 있는 겐가?”
“해안 경계는 얼추 끝났으니까
태식은 주변을 휘 둘러보며 말 했다.
“가시죠.”
그리곤 진인과 함께 군산 앞바 다로 이동했다.
그 일대가 흙먼지로 가득하다.
수십 대의 덤프트럭이 줄이어 오가고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중장비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신규 이전하는 외상 센터의 건 설공사가 아니다.
그건 아직 인가가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