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1)_6
“그럼 지금은요?”
“지금은 다른 일 하러 가는 거 고.”
“어떤 일인데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분야 지. 너 수생식물도 다룬 적 있 냐‘?”
“맹그로브 같은 거라면요.”
“해초류는?”
“한 번도 해 본 적 없어요.”
“그럼 이번 기회에 한번 해 보 자.”
“혹시 바다로 들어가는 거예 요?”
“어. 바다로 간다.”
“바다는 지금 오염돼서 몬스터 물고기가 나온다고 하지 않았어 요? 사람들이 그러던데요.”
“맞아.”
봉춘은 영 내키지 않는다는 표 정이다. 그래도 못 하겠다고 불 평은 하지 않는다. 태식이 한 번씩 훈련 아닌 훈련 을 해 주고 나면 확실히 실력이 몰라보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상승한 실력은 창작적인 부분에서 크게 도움 되 는 바가 분명했다.
더욱이 이번 같은 경우는 지금 까지 경험하지 못한 바다 식물을 다룬다고 하니 흥미가 돌 만하 다.
“그런데 바다 식물이면 산호초 같은 것도 다룰 수 있는 건가요? 그러면 인어공주 쇼 같은 거 할 때 쓸 만할 것 같은데요.”
“산호초? 산호초가 식물이든 가?”
“식물 아니에요? 초자가 들어가 잖아요.”
“그거 풀 초 자가 아닐 텐데.”
“그래요?”
“가서 해봐. 해 보면 알겠지.”
태식은 봉춘의 어깨를 잡곤 바 로 바닷속으로 이동했다.
봉춘은 순간 밀려드는 바닷물에 숨을 집어삼켰다.
“숨 쉬어도 돼.”
“파하-. 깜짝 놀랐어요.”
봉춘은 일정 거리 이상 밀려오 지 못하는 바닷물에 손을 뻗어 봤다.
그 차가운 촉감이 그대로 만져 진다.
“되는대로 움직여 봐.”
봉춘은 어리숙하게 되묻는 것 없이 주변으로 힘을 뻗었다.
자신의 힘에 교감하는 식물을 골라내 성장을 촉진시킨다.
일대의 해초류가 무성하게 자라 났다.
힘을 쓰는 데 제약이 없다.
“불편한 느낌은 없고?”
“불편하다기보다는 조금 무거운 느낌이에요. 물속이라 그런가 요?”
수압은 이미 태식이 배제시켜 놨으니 해당 사항이 없다.
봉춘이 느끼는 압력은 풍부한 다크매터로부터 오는 것이다.
“힘쓰기는 더 좋지 않아?”
“네. 그런 것 같기는 해요. 해초 라서 더 빨리 자라는 건가요?”
“다크매터 농도가 대기보다 풍 부해서 그런 거다.”
“그러면 바다가 오염된 게 사실 이네요.”
“오염으로만 단정 지을 건 아니 다. 새로운 생태계가 펼쳐지는 거로 이해해도 되잖아.”
“그건 그러네요.”
봉춘은 그 이상 심각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 그저 말똥거리는 눈으로 태식을 볼 뿐이다. 태식은 아공간에서 나무 상자를 하나 꺼냈다.
크기는 일반적인 여행 가방 정 도였는데, 내용물은 들어 있지 않은 상자였다.
태식은 그 상자를 해저 바닥에 푹 눌러 박아 넣었다.
그러곤 포션 여러 병을 상자로 흘러가도록 했다.
“힘 좀 써 봐.”
“네? 상자에요?”
“어.”
“살아 있는 나무인 거죠?”
“살리고 있는 과정인 거지. 생 장시키는 느낌으로 힘써 봐.”
“ 네.”
태식이 시키는 일에 고됨은 있 어도 불가능은 없었다.
봉춘은 의심 없이 능력을 발현 했다.
좀처럼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다. 그런데 나무 상자로 포션이 빨려들어 가는 것은 분명 눈에 들어왔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바짝 말라 있던 나뭇결에서 새 순이 쏙쏙 돋아났다.
“됐다. 됐어요! 느낌 왔어요!”
봉춘은 손끝에 톡톡 걸리는 느 낌이 들자 대어를 낚아채는 것처 럼 확 끌어 올렸다.
그 순간 손톱만큼 자라난 새순 이 가래떡 뽑히는 것처럼 길게 뿜어져 나왔다.
“우왓-!”
봉춘은 그 모습이 꼭 문어다리 가 엉켜 오는 같아 뒤로 발을 빼 며 몸을 피했다.
“이, 이게 뭐예요?”
그저 놀라서 물은 것이니 마물 로 분류되는 식인식물이란 설명 을 붙여 줄 필요는 없다.
“여기에 해초들 엮어 봐.”
“해초를 엮어요? 미역 줄기를 감으면 된다는 거죠?”
“그래. 천 짜듯이 격자로 엮어.”
“아, 네. 해 볼게요.”
지금까지 힘으로 밀어붙이는 작 업이 많았다면 이번 것은 제법 미세한 손놀림이 필요한 작업이 다.
태식은 내심 연습할 시간이 어 느 정도는 필요할 거라 여겼는 데, 봉춘은 그 예상이 무색하게 단번에 성공했다.
올이 조금 튀는 곳이 있긴 하지 만 기능적으로는 전혀 지장이 없 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따로 연습할 필요 없겠다.”
태식은 힘을 거두었다. 오히려 봉춘이 아쉬운 눈치다.
“왜?”
“이대로 끝인 거 아니죠?”
“오늘은 맛만 본 거야.”
“그럼 나중에 크게 하는 거죠?”
“그렇지.”
“그러면 저 연습 좀 더해도 돼 요?”
“굳이 그러고 싶어?”
“네. 처음 느끼는 감각이라서요. 나중에 크게 할 때 서툴기 싫어 요.”
이번은 웬일인가 싶다만 가만 생각해 보면 나름의 장인 정신이 있는 녀석이다.
자기 일이라고 판단되는 일이면 굳이 등 떠밀지 않아도 알아서 최선을 다하는 성격인 것이다.
“그럼 일단 이 일대로 해조류 먼저 쫙 깔아 놔 봐.”
“어느 정도 범위로요?”
“어림잡아 반경 1킬로미터 정 도.”
“ 네.”
태식은 봉춘을 두고 주변 지형 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지형적으로 좀 파여 있는 구조 다. 괜히 안쪽으로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바위 따위는 미리 치워 두는 게 속편하다.
해저케이블 매설에 대한 고려는 크게 하지 않는다.
해당 분야에 대한 국내 기술력 이 일부러 신경 쓸 정도로 얕진 않기 때문이다.
태식은 봉춘을 두고 수면 위로 올라갔다.
군산 앞바다에서 꽤 서쪽으로 나와 있는 자리다.
거리로만 따지면 물론 한국이 더 가깝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 서 중국에서 닿지 못할 거리도 아니다.
시설의 중요도를 생각하면 극단 적인 외곽지라고 볼 수도 있겠지 만 전략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더 밖으로 빼지 못한 게 아쉬울 정 도다.
태식은 방위를 가늠하곤 몇 가 지 마법진을 연성해 하늘로 연결 되는 길을 이었다.
다크매터를 이끌어 오는 연성진 이다.
다크매터의 우주하강이 있는 덕 에 당초에 발전기를 만들려고 수 급한 오브를 쓰지 않아도 되게 생겼다.
물론 사용한다면 더 높은 출력 을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향상된 출력은 비단 전력을 생산하는 것만으로 국한 되진 않는다.
충분히 전략병기로서의 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감 당 가능한 사람이 딱히 없다는 것이다.
진인을 잘 가르친다면 가능이야 하겠지만, 그 손에 전략병기를 맡기는 게 온당한가에 대한 것은 꽤 심도 있는 고뇌가 필요한 일 이다.
‘공격용으론 아무래도 좀 그렇 지…….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 르는 건데.’
다시 생각해도 진인은 내키지 않는다.
쓸 수 있도록 기능을 만들어 둔 다면 그 이후에 걸어 두는 안전 장치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진인과 특무원의 능력을 생각하 면 그렇다.
“후우-.”
태식은 습관처럼 담배를 물었 다. 잘은 숨, 긴 숨 번갈아 내쉰 다.
복잡한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 사람 다루는 것을 생각하는 게 몇 배는 어렵다.
특히 그게 나름 성의를 보여야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유성이 놈■이 좀 약삭빠르면 한 번 붙여 볼 만도 하겠구만.” 유성 혼자는 모자란다. 거기에 방우를 더해도 마찬가지다.
유성의 부족함을 가장 잘 메꿔 줄 수 있는 사람을 꼽자면 만석 이라 할 수 있겠지만 만석은 혼 자 머리 쓰는 경향이 커서 좋지 못하다.
둘의 힘의 융합되면 융합될수록 유성의 자리를 알게 모르게 넘보 려 할 것이 뻔하다.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욕구는 만석의 본능에 가까운 것이라 의 도를 배제한다고 해도 무의식적 으로 그렇게 행동할 것임이 분명 하다.
그래도 당장은 이린이 좀 깜냥 이 된다는 게 다행이랄까.
기분 나쁘게 선을 넘기면 진인 으로서도 가만히 받고 넘기기 어 려울 텐데, 그런 것 없이 도리와 순리에 맞게 대처하면서도 지분 을 지키는 기술이 좋다.
지금도 그렇다.
금방 이린과의 대화를 끝내고 도와주러 온다 했던 진인이 아직 도 얼굴을 못 비치고 있지 않나.
-사장님? 사장님, 어디 가셨어 요? 저만 놓고 가신 거 아니죠? 사장님!
긴장한 봉춘의 목소리가 귓전에 들린다.
태식은 다시 봉춘에게 갔다.
지시한 대로 반경 일대에 해초 가 빼곡하게 자라 있었다.
“너만 두고 어디 갔을까 봐 그 렇게 겁을 내.”
“아휴, 깜짝 놀랐어요. 방금 눈 알이 네 개 달린 물고기가 지나 갔단 말이에요. 크기도 얼마나 컸는데요!”
“물고기 정도는 싸워 이길 수 있으면서 엄살이네.”
“아흐-. 그래도요. 저 생선은 징그러워서 잘 못 만지겠어요.”
봉춘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엄 살은 아니지 싶다.
그러고 보면 이 녀석이 딱히 싸 움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리고 약삭빠른 생각을 하는 편도 아니다.
태식은 잠시 봉춘을 가늠했다.
‘그래도 싸우려고 하면 또 나름 한가락 하기도 하고……. 고집도 있는 편이고……
흔히들 꼬장을 피운다고 하잖 나. 봉춘은 그런 기질이 좀 있다.
스스로와 타협하지 않는 장인 정신에서 기인하는 아집이다.
“야 봉춘아.”
“ 네?”
“너 인생의 목표가 뭐냐?”
“갑자기요?”
“그래, 갑자기.”
“당장은 페스티벌 잘 준비하는 거요.”
“그런 단기 목표 말고. 인생의 궁극적인 지향점 같은 것 말이 다.”
“그런 건 딱히 생각해 본 적 없 는데요. 그냥 오늘 하루 잘 살면 되지 않나요.”
단순하다면 단순한 녀석이다.
태식은 이 단순한 녀석을 복잡 한 사람들 사이에 끼워 넣기에 나쁘지 않다 여겼다.
꺼지지 않는 불 (3)
“안녕하십니까, 데일 카터라고 합니다. 만나 뵙기를 오랜 시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데일은 반가움 절반, 불쾌함 절 반 섞어 첫인사를 건넸다.
반가움은 차원 이동 기술에 대 한 반가움일 것이고 불쾌함은 오 랜 시간 기다림에 대한 불쾌함일 것이다.
태식은 그 반가움보다도 불쾌함 이 더 도드라지게 느껴졌다.
시간 약속을 한 것도 아닌 것을 먼저 들어와 기다려 놓고 불쾌함 을 티내는 것도 딱히 마음에 들 지 않는다.
“시간 없으니 이동하죠.”
그래서 태식은 손등 털 덥수룩 난 그의 악수를 받지 않았다.
“우리 팀 모두 함께 가야 합니 다.”
“몇 명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