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1)_9
태식은 봉춘을 돌려보냈다.
사방으로 짙게 깔린 어둠이 가 득하다.
어둠을 발현하기 좋은 시간이 다.
이미 들어갈 집이 완성되었으니 시간을 끌 건 없다.
태식은 어둠으로 다크매터를 끌 어와 모든 마법식을 가동시켰다.
잔잔하던 바다가 크게 너울진다 싶더니 공간이 휘어진 것처럼 수 면이 움푹 꺼졌다.
다크매터가 응집되어 떨어지는 것만으로 일어나는 반응이다.
태식은 그 막대한 힘을 뭉쳐 수 천 겹의 연잎 속에 꺼지지 않는 불을 피워 냈다.
화르르륵 피어오른 불빛은 여러 마법식에 영향을 받아 둥근 구체 로 갈무리되었다.
일정 반경으로 시공간이 일그러 질 정도의 에너지다.
“이만하면 잘 나왔지.”
태식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그 불기 한 톨 당겨 와 담뱃불을 붙였다.
“쓰으읍 후우-. 달구만.”
태식은 어둠 속에서 일렁거리는 불빛을 두고 길게 연기를 머금었 다.
“사장님께 먼저 보여 드리는 겁 니다.”
석우는 황홀경에 빠져 태식의 말을 바로 듣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빛나는 구체가 흡 사 손에 닿을 곳에 태양이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태식은 말을 더하기보단 잠시 그의 감상을 기다려줬다.
“인공 태양 기술입니까?”
석우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 르며 물었다.
그가 이토록 감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것이 가지는 영향력 과 파급력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결과물이 잘 나오긴 했죠. 당장은 그렇게 이름 붙여 도 딴죽 거는 사람은 없을 겁니 다.”
“아아, 그야말로 오파츠군요. 세 상의 변혁을 불러올 오파츠입니 다.”
“아직은 반쪽짜리일 뿐이죠. 만 들어 둔 것 활용을 해야 하지 않 겠어요? 그 역할, 사장님이 해 주셨으면 합니다.”
“동생이 아니라 저에게 일임하 는 것입니까?”
“바쁘잖아요. 그리고 전자 기기 쪽은 사장님이 전문이기도 하고 요.” 태식은 전자 기기와 전기 기기 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말했 다.
석우도 그것의 차이를 지적하지 않는다.
기업인으로서 이만한 기회를 두 고 뒤로 물러난다면 기업인이라 할 수 없다.
“예, 총력을 다해 가용 가능토 록 하겠습니다. 우선 전력공사와 협의하여……
“공기업으로는 가지 말고요.”
“그렇습니까?”
“네. 이만한 물건이면 군침 돌 잖아요. 어떻게든 콩고물 좀 덜 어 먹으려고 할 거예요. 아직은 이르니까 괜히 신경 쓸 일 더 만 들 필요 없어요.”
“그러면 프로젝트 지역 내수용 으로만 준비하면 된다는 말씀입 니까?”
“네, 우선은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향후 관리에 대한 것도 사장님께 부탁 좀 드릴게요.”
석우는 짐짓 놀란 표정으로 눈 을 깜빡였다.
왜 자신인지 이해를 못 하는 투 다.
건설 시공을 하는 것과 관리는 염연히 다른 영역이다.
이건 책임과 함께 권한 또한 넘 겨주겠다는 뜻이다.
“대호에게 일임하시는 것이라면 동생이 더 가까운 것 아닙니까? 혹시……
“혹시 뭐요?”
“동생이 이사님 눈 밖에 날 행 동이라도……
“아하하하, 역시 가족밖에 없네 요. 바로 동생 걱정 먼저 해 주 고.”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엄청난 오파츠를 저에게 일임할 이유가 없지 싶습니다.”
석우는 진심 가득한 걱정을 담 아 물었다.
그것에서 평소의 불안감 또한 느껴진다.
대호에서 하는 모든 것에 태식 이 걸려 있다는 불안감 말이다.
실상 그렇다.
지금의 대호는 태식의 결정에 따라 그룹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는 구조가 되었다. 이미 너무도 많은 일을 벌여 놨 고 저질렀으며 동조했다.
여기서 태식이 빠지는 순간 그 모든 것의 책임은 대호의 것이 되어 버린다.
태식은 석우의 그 불안감이 싫 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불안은 신중함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것 아니니까 걱정 마세 요.”
“진정 그렇습니까?”
쉽사리 염려가 가시지 않는 모
양이다.
태식은 환히 웃어 보였다. 연기 는 아니다.
중년의 오라비가 머리 굵은 동 생 걱정을 하는 모습이, 그냥 그 것대로 반가웠을 뿐이다.
“네. 부피가 좀 있는 물건이라 권한을 쪼개 놓으려고 그러는 거 예요. 혼자 감당하긴 좀 버거운 물건이잖아요.”
“그런 뜻이라면 알겠습니다.”
“동생분한테도 권한이 일부 갈 테니까, 나중에 확인해 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석우는 그제야 안심한 듯 고개 를 끄덕였다.
불안감이 가시고 나니 다시 금 세 희망과 설렘으로 가득한 얼굴 이 된다.
최고급 식재료를 마주한 요리사 의 얼굴과도 비슷하다.
석우라면 이 책임과 권한을 포 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적임자다.
‘자, 한 명은 됐고.’ 태식은 다음 적임자를 가늠했 다.
마스터키 (2)
“보시다시피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힘들이 시계 방향으로 늘어 서는 것입니다. 이 흐름이 흐트 러지면 과부하 옵니다.”
“과부하가 오면 어떻게 되나?”
“일반적으로는 폭발이죠.”
태식의 말에 진인은 고개를 끄 덕였다.
“그렇지, 과부하는 일반적으로 폭발이지……
“기왕 만드는 거라 일부러 출력 은 최대치로 했습니다. 안전장치 는 몇 중으로 하긴 했지만, 사람 일 모르는 거니까. 조심은 해야 죠.”
다크매터 발전소를 만드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
블랙홀이나 순간 이동과 같은 고등급 마법식은 하나도 들어가 지 않는 탓이다.
출력을 논외로 친다면 지금과 같은 원리의 발전소는 원로원의 하급 마법사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출력 을 고려할 시 문제가 커진다.
고등급 마법식은 이미 그 자체 로 무결점을 가진 식으로 완성되 어 있기에 제대로 발동되기만 한 다면 위험성이 없다.
반면 여러 식을 엮어 사용하면 그 개별의 식들이 엮여 있는 모 든 교차점이 결함의 지점이 될 수 있다.
그런 개념에서 본다면 현재의 발전소는 수천 개의 결함 포인트 를 가지고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이다.
“1호기를 운영하면서 최대한 많 은 데이터를 뽑아 놔야 할 겁니 다. 그게 좋은 데이터든 부정적 인 데이터든, 많이 쌓으면 쌓을 수록 다음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그야 지당한 말씀이지. 한데, 내 혹시나 해서 묻네만 최악의 상황이라 가정하고 폭발이 일어 나면 어찌 되나? 원자력발전소 같은 경우는 폭발보다도 방사능 유출 같은 경우가 더 심각하지 않나. 그런 문제들 말이네. 미리 알아야 나름 준비를 하지 않겠 나?”
“지금 억지로 다크매터의 방향 을 틀어 놨잖아요. 이게 오래되 면 될수록 이 흐름이 고착되거든 요. 원래 흐름으로 되돌아가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시간은 꽤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그렇다면 만약 문제가 발생했 을 시엔 소모는 못 하고 연료만 계속 공급되는 것이로구먼. 그러 다 연료통이 넘치기도 할 것이 고.”
“그렇긴 한데 이미 바다가 오염 되어 있는 마당이라 새로운 문제 가 발생될 건 아니고요. 조심해 야 될 건 폭발이죠.”
“그에 대한 대비는 되어 있는 것인가?”
“그건 전에 봤잖아요.”
“아, 중국 쪽으로 레이저 포 같 은 것이 발사되는 것 말이지?”
“네.”
“나는 그것이 유사시 사용할 공 격 장치인 줄 알았네만.”
“전혀 아니에요. 과부화된 에너 지를 방출하는 안전장치에요.”
“흐음, 그렇구먼……
고민하는 투다. 그 속이 뻔하다.
“공격식으로 사용하려고 하지 마세요. 출력을 최대치로 올려 둔 거라 문제 생기면 수습하기 힘들어요.”
태식은 일부러 약간의 엄살을 더해 말했다.
“괜히 문제 생겨서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되지. 이 발전 소야말로 나라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데, 아무렴 그렇고말고.”
나라의 보물.
국보라 칭함이다.
부국을 이루게 해 줄 수 있는 오파츠니 보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긴 하다.
“내 한편 드는 생각이네만, 이 런 발전소가 많아져 우리나라의 전력 생산이 자급된다면 국력이 크게 신장될 수 있을 것이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이것은 예측이 아니라 제안에 가깝다.
어서 빨리 이런 발전소를 보급 하자는 제안 말이다.
“영감님 마음은 알겠는데, 1호 기잖아요. 실운용 해 가면서 보 완해 나가야죠.”
“암, 그렇지. 첫술에 배부를 생 각하면 일이 그르치는 법이지.”
진인은 금 두꺼비를 품에 쥔 것 처럼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니 급히 가실 생각 마시고 우선은 꼭꼭 씹어 소화시킬 생각 먼저 하세요.”
“알다마다. 하면 운용 인력으로 특무원을 좀 가용해도 되겠나? 이 발전소에 대한 기술이야말로 국가의 동량이 되는 기술일 텐 데, 관련 인력은 많으면 많을수 록 좋지 않겠나.”
진인이라면 당연이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이것을 전쟁 병기로 사용하고자 하는 것은 별개다.
그 이전에 본분의 가치만으로도 보물로 여기고 그 존재를 영속시 키기 위해 노력할 것임에 의심이 없다.
또한 말 그대로 보물처럼 소중 히 여길 것이다.
단지 이 기체뿐 아니라 이것과 관련된 모든 정보와 지식 또한 마찬가지다.
특무원이라는 특수 조직을 운영 했던 그가 보물을 지키는 방법은 여타의 다른 기관들이 사용하는 방법보다 특수할 것이며 확실할 것이다.
그렇기에 진인 또한 적임자다.
“그렇게 하세요. 대신 중추 인 원들은 사람 가려 뽑아야 되는 거 아시죠?”
“그걸 말이라고. 되놈들이 우리 나라 기술 훔쳐 가는 꼴을 내 한 두 번 본 줄 아나? 사기업에까지 오지랖 피울 건 마땅찮아 잠자코 있었을 뿐이지 그걸 몰라서 눈감 고 있었던 게 아니었네. 한데 여 기는 어림도 없지. 쥐새끼 같은 놈들은 얼씬도 못 함이야.”
진인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발전소의 기술을 빼내기 위한 산 업스파이는 발을 들이지 못할 것 이며, 그 어떠한 정치적 술수 또 한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리고 회계 쪽도 좀 알아요?”
“회계? 기업회계 말인가?”
“네. 돈 돌아가는 거요.”
“잘은 몰라도 대충 재무제표 볼 정도는 아네만. 왜 그러시나?”
“특무원 중에는요?”
“우리 직원들이야 잘하지. 아무 리 위장이라고 해도 해외에서 기 업 경영하던 친구들일세.”
“그러면 재무 쪽으로는 신경 좀 써 주세요.”
“경영관리 쪽은 대호에서 담당 하는 것 아니었나?”
“맞아요.”
“그럼에도 내가 장부를 들여다 보란 말인가?”
“ 네.”
태식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인의 표정이 복잡해진다.
그의 입술이 일자로 다물어지는 것은 태식이 자신으로 하여금 대 호의 경영관리를 견제하려 함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호로 하여금 자신을 견제할 수도 있다는 뜻 아니겠 나.
태식의 의중을 읽은 진인은 이 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알겠네, 내 그러함세. 한데, 이 익을 보지 못하게 하라 함인가?”
“이익은 봐야죠. 그래야 재투자 를 할 테니까요.”
“하면? 대호로 돈이 흘러가지 못하게 하라는 겐가?”
“대호에서 돈을 빼 가진 않을 거예요. 다만, 일을 하다 보면 분 명 크게 포상해야 되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아니면 부관들이 알 아서 챙기려고 하거나. 돈이 많 이 들어오면 알게 모르게 눈 먼 돈도 많이 나갈 겁니다. 그거 잡 으란 거예요.”
“그러면 감사과 같은 것이로구 먼.”
“그렇게 보셔도 됩니다.”
진인이 감사를 한다면 내부에 있을 도둑놈 또한 잡아낼 수 있 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대호가 직접 자 기 직원에게 칼을 들이대는 것에 비해 나은 그림이다.
“알겠네. 내 그러하지.”
“좋습니다. 그럼 앞으로 잘 부 탁드릴게요.”
“부탁이랄 것 있나, 당연히 하 는 게지.”
태식은 자리를 마치고 일어나려 했다. 그런 태식을 진인이 붙잡 는다.
“보시게.”
“하실 말씀 남았어요?”
“내 귀하의 의중에 서운함이나 의문을 품는 게 아니니 곡해하지 마시고 들어 주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