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3)_10
“왜, 벌써 나가게?”
“응. 나는 할 만큼 했어.”
사우나를 할 만큼 한 것보다도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평범한 주말을 볼 만큼 봤다는 게 더 속 을 편케 한다.
“그럼 더 놀다 오셔요. 나는 먼 저 나갑니다.”
태식은 자리를 건너 호텔 집무 실로 넘어왔다.
서 관리사가 출근하지 않았으니 인기척이 없는 게 당연하다.
그래도 은은한 아로마 향은 배 여 있는 그대로 여전하다.
다 마신 바나나우유 병은 쓰레 기통으로 휙 던져 두곤 공부방 안으로 들어간다. 몸에 기운 빼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
베올의 뇌와 의식을 연결하곤 의식을 무한히 확장시킨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악의에 가득 찬 목소리도 많고 단순한 쾌락을 좇는 목소리도 말 할 것 없다.
익명성이란 가림막이 있기에 표 출되는 내면은, 지켜야 할 게 많 은 사회에서 억눌린 감정의 크기 만큼이나 날것이었다.
그래서 염려하지 않는다. 분노 할 뿐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 다.
이젠 연안에서도 어렵지 않게 변이된 물고기가 잡히고 있는 상 황임에도 사람들은 큰 걱정을 하 지 않는다.
이럴 거면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나 싶기도 하지만, 이 모습 을 원해 호들갑을 떤 것이기도 하다.
호들갑을 떨어서 해안 초소를 깔아 두었으니 그 해안 초소를 보며 눈에 보이는 대비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고 부유체로 오가는 군용 헬기를 보 며 상상도 못 할 준비를 해 나가 고 있구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돈이 돈다.
시장으로 흘러나오는 돈의 출처 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 다.
그저 전보다 경기가 좋아지니 답답한 속 좀 몇 숨 시원하게 달 래면 그만이다.
서해안을 타고 이루어지고 있는 대규모 공사는 뭐 하나 잡음 없 고 문제없는 게 없다.
하지만 그 문제를 물고 늘어지 며 재를 뿌리려 하는 사람 또한 없다.
그곳에도 돈이 충분히 뿌려진 탓이리라.
그리고 의도대로 모여들고 있 다.
넉넉하게 푼 떡밥에 붕어 떼가 모여들 듯, 돈 냄새를 맡은 이들 이 서해로 모여들고 있다.
태생부터가 불법인 홀리 랜드에 거리낌 없이 발을 들여놓는 이들 은 그 정도 위험 정도는 크게 개 의치 않는 이들일 것이다.
그러니 방우가 그림 가득한 가 슴팍을 내보이며 건네는 악수 또 한 별 거리낌 없이 잡을 것이다.
“이쯤이면 뭐-.”
태식은 휘파람을 불며 밖으로 나왔다.
곱게 개인 수건으로 땀을 훔친 다.
불가마에 들어가 앉아 있던 것 보다 이게 더 몸이 풀린다.
원하는 대로 그림이 나와 줘서 속이 더 시원한 덕이기도 할 것 이다.
태식은 이리저리 흡족한 마음으 로 소파에 앉았다.
말끔히 정리되어 있는 재떨이는 괜히 흐트러트리고 싶지 않아 아 공간 살짝 열어 두고 담배를 문 다.
“후우우—.”
맑은 연기 내뿜으며 직접 정리 해야 될 것을 가늠해 본다.
오지랖이 병이라 뭐든 눈길이 안 가겠느냐마는, 그중에서도 에 스퍼 리그에 대한 것은 주의 깊 게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당장 팀장급들이 에스퍼 리그에 대한 제안을 수락했다고 한들, 그것은 반협박에 가까운 상황이 었다.
물론 상부에 보고는 하겠지만, 그 상부의 입장은 직접 경험한 당사자들과 상당한 온도 차이를 낼 것이다.
적잖은 국가를 복속시킬 게 아 니라면, 강제로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기보다는 자의로 선 택하는 게 더 좋도록 유도하는 게 낫다.
“조금 귀찮아도 나중 일 생각하 면 그게 백번 낫지.”
저들이 원하는 건 심계의 땅이 자, 자원이며 초능력이다.
암흑중독에 대한 위험성을 모르 지 않을 텐데도 일반인을 밀어 넣는 것은, 게오르그 파동으로 인해 암흑중독에 걸리는 것과 다 크매터 노출로 인해 특형이 생겨 나는 것이 비슷한 비율이기 때문 이다.
심계의 영토를 먹이로 내어주면 저들은 치열한 아귀다툼으로 흘 려야 할 피보다 적은 양의 피는 얼마든지 감수하려 할 것이다.
물론 변수가 아주 없겠냐마는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 다.
로아에서도 그랬으니 말이다.
유성을 부를까 싶다만, 주말이 니 그냥 두기로 하고 심계로 넘 어가려는 찰나, 유성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사장님, 쉬시는데 죄송합니다. 당장 보고드리고 여쭐 만한 일이 있어서 급히 연락드렸습니다.
“ 뭔데?”
-박상호 장군이라고 아시지 않 습니까? 홀리 랜드에 주둔 중인 장군요.
물론 잘 아는 이름이었다.
혁명과 쿠데타 사이 (2)
“니가 그러고도 대한민국 군인 이라고 할 수 있냐! 그러고도 내 새끼라고 할 수 있냐고 이 자식 아!”
박 소장의 군홧발이 김 대령의 정강이를 후려 찼다.
“크윽! 죄송합니다!”
“죄송한 걸 아는 놈■이 받아 처 먹을 게 없어서 범죄자 새끼들 돈을 받아 처먹어!”
퍽!
그 주먹 또한 사정없이 가슴에 꽂힌다.
“시정하겠습니다!”
김 대령은 주먹질마다 숨이 턱 턱 끊기는 것을 참아 가며 잘못 을 빌었다.
“이대로 한두 고비만 넘기면 별 을 달걸! 육사 출신이 뭐가 아쉬 워서 그런 돈을 받아 처먹냐는 말이야!”
그럼에도 박 소장의 화는 풀릴 길 없이 거칠어지기만 했다.
가슴을 때리던 주먹이 어깨로 올라왔다가 얼굴로 다다르는 것 은 손 몇 번 오갈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까마득히 예전 일이긴 했지만, 한때는 이런 일이 일상이었던 시 절이 있었으니 말이다.
“진급 간당간당한 놈들이야 퇴 직금 삼았다 치면 된다지만 너는 뭐냐고 이 새끼야! 내 손발 중에 썩지 않은 게 없어!” 박 소장은 울화와 배신감으로 버무려진 고함을 내질렀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밀어주고 당겨 주며 여기까지 함께 온 후배이다.
사리분별을 못하지도 않고 눈치 가 없는 것도 아니다.
“판단력이 없는 놈도 아니잖아. 지금까지 허튼짓 한 번 안 하더 니, 왜 이제 와서 그딴 돈을 주 워 먹었냔 말이야!”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시정하지 말고 보고를 해! 보 고를! 왜 처먹었냐고!”
“그게……. 저한테 직접적으로 보낸 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별 뜻 없이 한 주먹 챙겼습니 다.”
처음 시작은 간단한 인사다. 용 돈이라고 해도 좋다.
소위라고 해 봐야 20대고 중위 라고 해도 30줄에 걸쳐 있다.
그 정도 나이면 아들뻘 잡을 사 람 많다.
하물며 이제 갓 스무 살 넘은 일반 병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용돈이다.
슬쩍 스치며 5만 원짜리 두어 장.
아들 생각나서 주는 거라 하며 냉큼 찔러 넣으면 얼떨결에 손에 쥐기 십상이다.
그리고 한번 손에 들어온 돈을 내다 버릴 사람은 그리 많지 않 다.
그렇게 병사 한둘이 서넛이 되 고, 서넛이 네댓이 되면 쉬이 소 문이 돌게 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용돈 아저 씨니, 산타클로스니, 별명이 붙는 다.
몸은 가만히 있어도 눈빛에서 아는 척을 하면 그때부턴 액수를 올린다.
병사 혼자로서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까지.
많이 쓸 것도 없다.
돈 100만 원 정도만 쥐여 줘도 웬 떡이냐 하기보단 자신의 근무 때 위병소라도 열어 달라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밤잠을 설칠 테니 말이다.
그러면 100만 원 받은 것을 대 충 50만 원으로 줄여서 보고를 하더라도 보고는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직접 보낸 돈이 아니면?”
“기부금이라고 했습니다. 치안 유지를 해 주는 덕에 돈이 잘 돌 아서 보내는 부대 운용비라고 하 였습니다.”
“그 돈이 건설사들이 보낸 돈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 본 거냐?”
“하, 하지만 건설사 이름은 꺼 내지도 않았습니다.”
“그걸 누가 처음부터 꺼내!”
“그렇지만 건설사가 준다고 하 면 굳이 왜 이미 얼굴이 알려진 범죄자를 통해 전달을 하겠습니 까? 규모 되는 건설사면 그런 일 만 전문으로 하는 인력이 다 있 을 텐데요.”
말대꾸가 길어진다.
묻는 말에 대답하는 개념이 아 니다.
마음속에 억울함이 있으니 말이 길어지는 것이다.
박 소장은 김 대령이 더 이상 자신을 유일한 동아줄로 여기지 않음을 느껴 버렸다.
그러니 울화를 토해 냈던 그 시 선 또한 차게 식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끝까지 눈 먼 돈이라서 먹었다는 거냐? 널 찾지 않을 돈 이라서?”
“지금 이곳에 돈다발 한 뭉치씩 안 들고 있는 사람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뿐 아니라 기자 들도 말입니다. 돈이 모래처럼 깔려 있는 판입니다. 모래밭을 지나다 보면 모래 알갱이가 묻는 거야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 않습 니까.”
“이런 게 문제 되면 모래 알갱 이 가지고 터는 게 아니라 모래 밭에 들어간 걸로 터는 거다. 실 망스러운 놈아.”
어느샌가부터 찾아볼 수 없었던 군기가 오늘에서는 정말 눈곱만 큼도 보이지 않는다.
“처음부터 말렸구만. 처음부터 말렸어.”
박 소장은 그것이 주머니 두둑 하게 채웠기 때문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진짜 이유는 이렇다 할 것 없이 평화롭기 때문이고, 길게 유지해 야 할 긴장을 초장에 잔뜩 끌어 썼기 때문이다.
유서까지 쓰고 비장한 각오로 출병을 나선 것인데 총구를 겨눠 야 할 적이 존재하지 않았다.
웃는 얼굴로 찾아와 먹을 것을 내어주고 편의를 봐줬다.
멋모르는 초병의 포박에 당해 주고 포상휴가를 챙겨 주라 하는 이가 어떻게 목숨 걸고 싸울 적 이라 할까.
그때부터 긴장이 확 풀어졌다.
오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느슨 해졌고 돈맛까지 보더니 이건 휴 가를 나온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판이다.
있으나 마나 하다.
퍼뜩 든 생각이 그것이다.
아니, 오히려 있는 게 독이다.
그렇다면 병력을 빼야 할까?
그것도 늦었다.
김 대령에게 말한 것처럼 이곳 은 모래밭이다.
나중 문제가 불거지면 모래 묻 은 것을 문책하는 게 아니라 모 래밭에 있었던 것 자체를 트집 잡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해야 할 것은 판을 뒤집는 것이다.
“지금 당장 전 지휘관 소집한 다. 실시.”
“실시!”
박 소장은 전 지휘관을 소집하 여 홀리 랜드 입구에 대한 봉쇄
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범죄자 마을에 대한 점거 및 범죄자 체포 작전에 돌 입하겠다.”
작전 설명 따위는 할 게 없다.
지리라면 이미 빠삭하고 알아야 할 얼굴들도 웬만큼은 다 알고 있다.
얼굴엔 위장을 하고 철모를 쓴 채 총구를 겨누면 되는 일이다.
일단 잡아들이고 돈의 출처를 찾아야 한다.
적어도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인지는 알아야 찍혀 나가더라 도 혼자 찍혀 나가진 않는다.
박 소장은 직접 병력을 지휘하 며 적 본거지를 향했다.
겨우 움집 모인 촌락이었던 것 이 어느새 빌라촌이 되어 있다.
그 규모만 보면 군부대를 훨씬 상회한다.
“특형으로 저항하는 자에겐 지 체 없는 실사격을 허가한다.”
박 소장은 주먹을 말아 쥐며 명 령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옳고 그름 을 지금 당장 결론 낼 순 없다.
하지만 그대로 있다 모래에 파 묻히는 것보다 낫고, 모래 먼지 가득 휩싸인 채 돌아가는 것보다 도 낫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아직은 부하들이 자신의 명령을 곧이곧대로 들을 때이니 말이다.
옅은 긴장감과 함께 총성을 기 다리던 박 소장은 총성보다 먼저 전화벨 소리를 들어야 했다.
“예, 사령관님. 전화받았습니 다.”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고 해?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 까?”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고 하냐고!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모 르겠습니다.”
-내가 지금 다 보고 들으면서 하는 이야기야. 당장 병력 철수 시켜!
“사령관님, 단지 범죄자를 소탕 하는 일일 뿐입니다.”
-사리 분별 못 하나! 범죄자라 하여도 이 나라 국민이야! 군인 이 국민에게 총을 겨누게 되어 있나!
“자세한 보고는 작전 종료 후에 직접 찾아뵙고 올리도록 하겠습 니다. 지금 소탕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철수해! 명령이야! 경찰이 하면 될 일을 왜 군이 나 서겠다고 지랄이야!
“사령관님! 초능력을 가진 탈옥 수를 잡는 일입니다!”
-그러면 수호단이 하면 될 일 이잖나! 더 험한 말 나오기 전에 철수해. 안 그러면 나부터 감당 해야 될 거야.
대답을 하기도 전에 통화가 끊 어졌다.
설명이 붙어 있긴 했지만 고함 과 명령의 농도가 더 짙었다.
그렇기에 그 설명은 가져다 붙 이기 좋은 명분일 뿐 진짜 이유 라고 볼 수 없다.
대체 얼마나 좋은 라인을 깔아 뒀길래 이렇게 빠를까 싶다.
그리고 이렇게 빠르고 강한 라 인은 대체로 끈끈하고 튼튼하기 마련이다.
“이미 글러 먹은 판이다.”
이게 함정이라면 이미 빠져나갈 수 없게 걸려 버린 함정이다.
박 소장은 철수 명령을 내렸다.
철수하여 돌아오는 특전사들의 눈매는 위장이 무색할 정도로 부 드러웠다.
“사단장님……
보고를 하려던 지휘관의 말을 자르며 검은 봉고 한 대가 그 앞 에 섰다.
“안녕하십니까. 여기 홀리 랜드 건설 총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사람입니다.”
살집 두둑한 인상이 영락없이 만두가게 사장님 같다.
옆에 달고 온 덩치들이 아니었 으면 분명 그렇게 봤을 것이다.
“불철주야 이 나라의 안보를 위 해 큰 노고를 해 주시는 사단장 님 및 국군 장병분들께 항상 감 사한 마음 가지고 있습니다.”
“허튼소리 마시오.”
“하하하하, 보기 언짢으시다 하 니 얼른 인사만 하고 가겠습니 다. 이렇게 장군님께서 직접 먼 길 오셨는데 거마비 정도는 인사 를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금 다발 꽉꽉 눌러 담은 종이상자가 박 소장 앞에 차곡차곡 쌓였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거마비입니다, 거마비. 기름값 은 하셔야지요.”
“별 거지 같은 꼴을 다 보는 군.”
박 소장은 허탈함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차에 올라탔다.
그러곤 그대로 철수 명령을 내 렸다.
“이건 여기 그대로 두겠습니다. 제가 두는 것이니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못 가지고 갈 겁니다! 오 직 장병분들만 가지고 가실 수 있습니다! 언제든 가지고 가십시 오!”
목청껏 외치는 소리가 대놓고 약을 올리는 듯하다.
지휘봉을 부여 쥔 손이 파르르 떨린다.
부대까지 얼마 되지 않는 거리 를 이동하는 동안 박 소장의 머 릿속은 오만가지 생각들로 가득 들어찼다.
그중에서도 유독 도드라져 눈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검 은 깃털이었다.
저승사자가 주고 간 그 깃털 말 이다.
소속, 직책, 이름. 이렇게 세 가 지만 쓰라고 했던 그 깃털.
노트도 잉크도 필요 없이 허공 에 끄적거리기만 해도 된다고 했 던 그 깃털.
그 효과가 무엇이라고 까지 설 명해 주진 않았지만 알 수 있을 것 같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것이 다.
아니면 하룻밤 사이 바보 천치 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적잖은 사람이 그리되 었던 것처럼 말이다.
부대에 도착한 박 소장은 관사 로 들어가 검은 깃털을 찾았다. 화가 머리꼭지까지 올라 뭔가 가릴 틈이 없었다.
박 소장은 허공에 홀리 랜드 건 설 총회와 회장이란 단어를 적었 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이름을 적 으려 하는데 펜이 우뚝 멈추었 다.
“이름을 못 들었다.”
회장이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보통 자신을 소개하는 자리라면 이름을 말하지 않나?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 다.
“이런 젠장!”
박 소장은 깃털 펜을 내던졌다.
그것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너울너울 날아 눈높이에 서 부유했다.
그것 또한 자신을 약 올리는 것 같다.
“놀아나고 있구만. 놀아나고 있 어.”
박 소장은 뜨거운 물 한 잔 가 득 받아 눈 딱 감고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다.
입과 식도가 타는 것 같다.
“크으으흠!”
고통으로 잡생각을 날려버린 그는 몇 번이고 숨을 고르며 생 각을 정리했다.
그리하여 그가 선택한 곳은 수 호단이 었다.
“박상호 장군이 검은 깃털을 가 지고 저를 찾아왔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