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4)_1
“이해합니다. 정직한 사람이 살 아가기에는 적이 너무 많은 곳이 죠.”
유성은 영화에서 들었을 법한 대사들을 주르륵 나열했다.
이 상황, 이 분위기라면 우습게 들리지는 않을 거라 여겼는데, 그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이렇게 뜻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니 이제야 동지를 만난 것 같습니다.”
“그러니 편히 말씀해 보십시오. 소장님의 길은 무엇입니까?”
“거창한 정의 실현이니 하는 뜬 구름 잡는 소리는 안 하겠습니 다. 다만, 정체도 알 수 없는 테 러 조직에 이 나라가 통째로 놀 아나는 꼴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 니까.”
유성은 그 말에 괜스레 가슴 한 편이 시큰했다.
여태 태식이 악당 소리 듣는 것 이 그러했고 이미 부처님 손바닥 위에 있는 박 소장의 바람이 별 의미 없이 느껴진 탓이기도 하 다.
“정부에선 조약을 맺고 협약을 했다 치지만, 선제공격을 당한 후에 맺는 조약은 그저 항복 문 서에 사인한 것밖에 안 됩니다.” “당시로선 많은 선택지가 없었 을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은요?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마음 대로 활개 치는 게 눈 뜨고 못 봐 줄 지경이지 않습니까. 벌써 군의 심층부까지 손을 뻗은 눈치 입니다. 이대로 군까지 야합하여 넘어가고 나면 이 나라의 운명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많은 것이 변하겠죠. 분명 많 은 것이 변할 것입니다.”
“단장님. 이왕 이리된 것, 내 허 심탄회하게 물어보겠습니다. 수 호단에서는 어떤 대응을 준비하 지 않습니까? 루오신의 가호를 받고 있는 단장님이라면 뭔가 수 가 있을 법도 하다 여겼습니다.”
유성은 잠시 대답을 멈추었다. 태식이 하는 것처럼 맥을 잠시 자르고 생각을 정리한다.
박 소장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 린 탓이다.
“장군님께서 궁금하신 것은 루 오신께서 그 저승사자를 상대할 수 있겠냐는 것이겠죠?”
“예. 맞습니다. 단장님이라면 아 실 것 아닙니까.”
유성은 차라리 솔직히 말하고 싶었다.
루오신과 저승사자가 같은 인물 이며 그 목적과 방향성은 어디까 지나 선에 있지 악에 있음이 아 니라고.
태식이 감수하는 오명과 악명들 이 달갑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태식의 뜻을 모르진 않 는다.
태식은 자신의 행위의 목적이 정당할지라도 그 과정이 악의적 임을 항상 염두한다.
그렇기에 영웅을 자처하지 않는 다.
“제가 관여할 수 없는 일입니 다.”
“관여할 수 없다니요. 단장님은 수호단의 단장이지 않습니까.”
“저는 루오신의 계시를 받는 자 이지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닙니다. 그리고 방금 말씀은 저에게도 편한 말은 아닙 니다.”
유성은 불쾌함을 점잖게 표현했 다.
박 소장의 얼굴이 민망함으로 붉어진다.
“하지만 장군님의 본의가 무엇 인지는 공감합니다. 걱정이겠죠.”
“누가 걱정되지 않겠습니까? 테 러리스트가 대놓고 활동하고 재 앙과 같은 자연재해가 하루가 멀 다 하고 벌어지는 마당인데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 연재해를 피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이곳이네요. 그 테러 조직의 영토.”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장군님도 사람들 하는 말은 들 으실 것 아닙니까.”
바다에서 몬스터가 창궐할 것이 고, 새벽의 습격과 같은 몬스터 공습이 벌어질 것이라는 등.
계속해서 상승하는 다크매터 농 도에 사람들은 그 말을 헛소문으 로 치부하지 않았다.
물론 능력 발현자들 또한 늘어 나고 있으니 몬스터에게 국토가 점령당할 걱정은 하지 않는다. 한국은 헌터 전력을 빼더라도 세계 순위권의 군사력을 가진 국 가였다.
그렇기에 생존을 걱정하는 사람 들은 많지 않다.
다만 재산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많다.
새로운 투자처, 자신의 부가 손 실되지 않을 안전한 땅에 목말라 한다.
“이곳으로 큰 투자들이 모이는 이유가 단순히 정경 유착이나 협 약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러면요?”
“그만큼 사람들에게 이곳이 투 자하기 좋다고 인식되었기 때문 이겠죠.”
“테러리스트가 불법으로 점거한 땅입니다.”
“스스로 만든 땅이라고 생각하 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보, 보십시오, 단장님. 지금 테 러리스트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 지요?”
유성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 다.
스스로 약간 흥분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다.
어떻게든 태식의 편을 들고 싶 었던 무의식 때문이다.
“현실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장 군님께서도 저를 찾으실 때 이상 을 찾자고 찾으신 건 아니시지 않습니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는 것입 니까?”
유성은 순간 그걸 왜 나한테 묻 냐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하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며 참는 다.
박 소장을 모자라거나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할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이런 경우를 왕왕 보 아 왔다.
누가 봐도 나름의 성과와 전적 이 있는 사람인데 어이없을 정도 로 허술하게 구는 경우 말이다.
자신이라고 다를 거 없다.
별 달은 장군마저도 쉽게 대하 지 못하는 자신 또한 태식 곁에 서는 아이스크림 심부름을 한다.
그러니 이는 박 소장이 부족한 게 아니라 그가 자신의 위상에 눌려 있다고 보면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 다음은 방향과 길 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그냥 내 옆에 있으라고…… 하 면 안 되겠지.’
자신은 태식이 아니다. 태식의 것을 보고 배웠지만 그처럼 해선 안 되며 될 수도 없다.
“제가 소장님에게 무엇을 하라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다만 위 치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수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깁 니다.”
“그런 교과서적인 답을 듣고자 단장님을 찾은 게 아닙니다.”
박 소장의 감정이 달아오른 게 느껴졌다.
“말씀드렸지요. 그자가 나에게 준 살생부라고요.”
박 소장은 검은 깃털을 다시금 내밀었다.
“예. 거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습 니다.”
“솔직히 이거 몇 번이고 쓰고 싶었습니다. 돼먹지 않은 놈들. 배에 기름만 채운 놈들. 목숨 걸 고 일하는 우리 장병들 우습게 아는 것들. 손쉽게 처리되나 한 번 보려고 했습니다.”
“자책하실 것 없습니다. 누구나 그 정도 생각은 할 수 있을 거라 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하다 보면 휩쓸립니다. 이미 이런 물건이 있는 걸 알았 는데, 아쉬울 때마다 이놈이 계 속 생각나지 않겠습니까.”
박 소장은 깃털을 내어 보이긴 하지만 그것을 유성에게 넘기진 않았다.
그건 일전에 만났을 때도 마찬 가지였다.
박 소장은 저 깃털을 욕심내고 있다.
이미 홀려 버린 것이다.
애써 중심을 잡고 있지만 마음 은 이미 기운 것이나 다름 없다.
“소장님, 저는 복잡한 생각은 잘 못 합니다. 그냥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을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단장님께 부탁하는 겁 니다. 단장님 말마따나 우리 서 로 맡은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 을 노력해 보자는 말입니다.”
“경청할 테니 말씀하세요.”
박 소장은 목이 타는지 다 식은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나는 군으로서 군의 전력을 저 해하는 결정이 무엇인지 알고 있 습니다. 그리고 그런 결정을 내 리는 이들이 누구이고 어떤 사사 로운 목적으로 그런 판단을 하는 지도요. 그리고 단장님은 체포권 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저에게 군 지휘관을 체포하란 말씀이십니까? 그에 대한 정보는 소장님이 제공하시고요?”
박 소장은 깊게 고개를 끄덕였 다.
“이 물건에 혹한 이상 나는 어 차피 배신자가 될 놈입니다. 하 지만 테러 조직에 가담한 배신자 는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는 쇄 신이고 뭐고 그 무엇도 이룰 수 없습니다. 단장님.”
박 소장이 유성의 손을 덥석 쥐 었다.
그의 격해진 감정이 전해진다.
“그간 단장님이 몸 아끼지 않고 국민들을 지켜 낸 것을 보았습니 다. 눈 귀 막고 있지 않는 이상 누군들 모르겠습니까. 젊은 애국 자의 헌신을 말입니다.”
“과찬입니다.”
“루오신이란 분의 사정은 내 자 세히 묻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돌아가는 판은 보면 둘의 영역 싸움이 있는 것 아닙니까? 저승 사자가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기 전에, 루오신의 영역이 더 넓어 져야 합니다. 그러니 단장님이 가져가십시오.”
그 마음이 가볍지 않다.
자신의 마음과 전혀 다르다.
박 소장의 간절함은 보이지 않 는 길 끝에 선 채로 뻗는 손과 같았다.
그 손을 잡아 주기는 너무도 쉽 다.
그럴 만한 능력도 있고 여유도 된다.
다만 내심 그 속이 불편한 것은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거짓으로 꾸며졌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유성은 피식 웃음이 나 왔다.
비웃음이 아닌 머쓱한 상황에 대한 조소였다.
“예, 소장님. 소장님의 뜻은 이 해했습니다.”
“이해하셨다는 것은 함께하신다 는 말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 까?”
“예. 함께하겠습니다.”
선택지가 없는 대답이었다.
불과 3일.
유성이 박 소장에게 몇 상자에 달하는 문건을 건네받기까지의 시간이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조사를 해서 수집할 수 있는 정보와 증거들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준비 하고 수집한 것들이라 봐야 한 다.
“이 양반 우직한 장승인 줄 알 았더니 그 속에 구렁이를 한 다 라쯤 키우고 있었네.”
태식은 수북이 쌓인 회의록을 들춰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이런 회의록을 외부로 반출할 정도라면 각 사단마다 자신의 사 람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시작의 날 이후로 창설된 특수 군 관련해서 여러 잡음이 많았나 봅니다. 방산 비리도 방산 비리 지만, 그 특수성 때문에 군 병력 을 사병화시키려 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는 느낌입니다.”
“그런 것보다 나는 부식으로 장 난질 치는 놈들이 더 짜증 나던 데.”
태식은 무게감 없이 말했다. 유 성이 너무 딱딱하게 굳어 있던 탓이다.
“병사들 부식 삥땅 치는 그런 놈들은 없어? 아니면 다친 애 병 원 안 보냈다거나 하는 놈들.”
“그런 건은…… 이번 조사 데이 터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굵직 한 비리 위주입니다.”
“거 장군님도 참, 억지로 끌려 은 아들들도 좀 챙기지. 생각이 지휘관은 지휘관이구만.”
태식은 피식 웃으며 문서들을 덮었다.
“이렇게 정보가 온 이상, 이 문 서들을 기반으로 은밀히 처리하 겠습니다.”
“야야. 무슨 큰일 날 소리 하고 있어.”
태식이 파하 숨을 토하며 웃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