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4)_11
느껴지는 기운만 해도 그렇다.
팀장급이나 소장급이라 해도 될 수준이다.
그럼에도 직접 일선 근무로 순 찰을 돌며 사진까지 찍어 준다.
업무로서 지시하고자 한다면 지 시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에 이렇다 할 불만 없이 자긍심 넘치는 태도는 강제 적인 규정으로 만들 수 없는 부 분이다.
그것은 그뿐 아니라 다른 수호 단원들도 비슷했다.
‘이렇게 만들기 쉽지 않은데. 잘 하고 있구먼.’
이 모든 것을 유성이 만든 것은 아니겠지만, 그의 손이 거치지 않았을 리는 없다.
그리고 이런 대응 업무에 관한 불만 사항을 듣는 것도 최종적으 로는 유성의 몫이다.
저들의 보람에서 그 모든 것들 이 잘 해결되고 있음이 느껴진 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호단이 가지 는 신뢰와 믿음, 희생의 이미지 가 주요하다.
그러한 이미지를 만든 장본인 또한 유성이다.
태식은 그런 이미지를 자신이 짠 판으로 만들어졌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다.
유성이 페가수스로서 정직하게 헌터 일을 했을 때부터.
그때부터 차곡차곡 쌓인 행실들 이 지금 이 지지의 근간이다.
“오빠, 오빠.”
“어. 어어.”
“우리 사파리 먼저 가요.”
살구는 태식과 미주를 양손에 잡고 이끌었다.
선글라스가 얼굴을 가리고 있어 도 활짝 웃고 있는 게 보인다.
즐거움이 역력하다.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
사자가 포효하는 것을 보며 어 린아이처럼 박수를 칠 줄도 몰랐 고 암컷 호랑이를 올라타는 수컷 호랑이를 보며 고개를 돌릴지도 몰랐다.
살구는 잠깐인 놀이기구 타고자 긴 줄을 기다리는 것에도 즐거워 했다.
별것 없는 피에로의 마임 연기 에도 눈을 반짝였고 장난감을 파 는 매대 직원의 장난감 시험에도 한참 눈길을 줬다.
그리고 그 옆에 미주가 있다.
작은 것에도 함께 웃고, 별것 아닌 것도 함께 본다.
그리고 종알종알 떠드는 게 있 으면 추임새를 넣으며 들어 준 다.
태식은 한 발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 봤다.
문뜩,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이 겹쳐 보인다.
그때도 미주는 그러했다.
어린 아들의 반복되는 말에도 매번 맞장구를 쳐 주었고 시시콜 콜한 농담에도 격하게 반응해 줬 었다.
그러고 보면 지금이라고 딱히 다르지도 않다.
‘이것도 맞지.’
괜히 로아에서의 기억이 따라붙 는다.
태식은 그때, 놀이공원이 아닌 전쟁터를 갔다.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를 가르쳤고 투지와 살의 가 들끓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여 줬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필요한 교 육이라고 여겼다.
다만 너무 일찍부터 닦달했나 싶긴 하다.
물려주고 싶은 게 많아서 그랬 었나 보다.
“오빠 관람차 타요! 관람차!”
“어, 그래. 가자.”
태식은 자신이 항상 정답일 수 없음을 생각하며 가족과 함께 걸 었다.
도망친 자리의 낙원 (4)
“놀이공원을 만들어 놨네요……
홀리 랜드를 방문한 이린은 생 각지 못한 모습에 말을 길게 늘 였다.
“그러게요……
태식도 말을 늘인다.
며칠 만에 찾아왔더니 이런 모 습이다.
이린이 표현한 그대로 놀이공원 같은 모습 말이다.
꽃으로 채워진 정원을 기본으로 가시넝쿨로 만들어진 미로가 있 었고, 그것을 배경으로 올라가 있는 건물들은 하나같이 놀이공 원에 어울릴 법한 과장된 건물들 이었다.
그것들 전부 나무로 엮어 짜 놓 았으니 당장 나뭇잎 옷을 입은 요정 몇이 날아온다고 해도 이상 하지 않을 분위기다.
그래서 그런가 사신의 형상을 만들어 둔 사령탑까지 놀이공원 의 귀신의 집처럼 느껴질 정도 다.
“어쩐지 의욕적이다 했더니, 일 을 이렇게 벌여 놨네요.”
“작가적인 상상력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다고 봐요.”
“그걸 떠나서 이게 아이들한테 긍정적인 지가 중요하잖아요.”
봉춘에게 일임한다고 했지만 신 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봉춘의 미숙함을 알고 자신의 미숙함을 안다.
그리고 때때로 어떠한 미숙함은 노력의 정도와 무관하게 나쁜 결 과를 만든다.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더욱 큰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잘못된 지휘관이 수천, 수만의 병사를 사지로 몰아넣는 것처럼 말이다.
“적어도 삭막하고 어두운 주거 환경보다는 좋겠죠. 2차 성징이 끝난 남자 아이들 같은 경우라면 조금 유치하게 느낄 수도 있긴 하겠지만, 이런 분위기를 정신적 으로 못 견뎌 하는 것만 아니라 면 크게 문제는 없을 거예요.”
태식은 이린과 함께 지상으로 내려갔다.
“이 녀석 이거 또 묘한 곳에 장 인 정신 발휘해 놨네.”
“스토리를 입혀 놨네요.”
길을 장식하는 벽면의 조형물들 이 길을 따라 이야기가 흘러가는 식으로 만들어 놨다.
등장인물들의 묘사가 세심하다.
손끝은 물론이고 눈꼬리마저 살 아 있다.
고작해야 손 한 뼘 정도 되는 크■기에 표정까지 살려 놨다.
“실력이 처음 봤을 때보다 정말 많이 늘었네요. 일취월장이란 말 이 딱 맞을 정도로요.”
“일취월장이 아니라 주객전도겠 죠.”
“주객전도요?”
“그렇잖아요. 원래 목적은 청소 년 복지인데, 조형물에 욕심내고 있었으니.”
딱히 나무라는 투는 아니었다.
“시스템이 중요한 건데, 여기 이렇게 심력을 쏟아 내고 있으니 시스템까지 짜진 못할 거라고 봅 니다. 녀석 말이, 너무 공부 먼저 시키지 말고 그냥 좀 놀려 주자 는데……
“태식 씨의 이해에는 부합되지 않겠네요.”
“처음엔 조금 그랬는데, 생각 고쳐먹어도 될까 싶어서요.”
“뭔가 계기가 있나요?”
“아무리 난리가 났다고 한들, 전쟁 통인 건 아니니까요. 저번 주에 놀이공원 갔다가 왔는데 사
람 많더라고요. 애들도 많고, 어 른들도 많고. 가족도 많고.”
“저희 공원이요?”
“네. 유토랜드요. 사파리도 봤 죠. 실버라고 했나. 예쁘기만 하 고 싸움 못한다는 백호.”
“아, 네, 네 맞아요.”
“그래도 암놈들한테 인기는 꽤 많던데요. 잘생겨서 그런가.”
“아무리 싸움을 못해도 호랑이 무리에서는 대장인걸요.”
“뭐 여하튼, 덕분에 아주 화기 애애한 사파리 구경이 되었죠.”
“즐거웠겠네요.”
“네. 즐겁더라고요.”
태식은 휘이 주변을 돌아봤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과는 또 기분이 다르다.
이 속에 있으니 동화 속 이야기 의 중심에 서 있는 기분이다.
전체적인 구도를 보자면 입구에 서부터 사령탑으로 이야기가 진 행된다.
용사들이 모여 마왕 성의 마왕 을 무찌르러 가는 모험의 여정이 었다.
그러자니 사신의 형상이 마왕 성의 마왕이 되어 버렸다.
이 녀석이 알고 그런 것인지 모 르고 그런 것인지 피식 웃음이 난다.
“놀리자는 게 목적이니 선생님 은 필요 없다 하는데, 그래도 들 어 줄 사람은 필요하지 싶어서 요.”
“그럼요. 학교 수업을 가르치는 사람만이 꼭 선생님은 아니니까 요. 솔직히 요즘은 인터넷 수업 이 워낙 잘되어 있어서 일반 학 교 선생님의 역할이 더 어려워 졌다고 봐야죠.”
“그래요?”
“그렇죠. 거기에 인터넷에 검색 하면 뭐든 나오는 세상이니, 선 생님이 하는 말이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검색해서 잡아내고 그러잖아요. 물론 존경하는 선생 님껜 그러진 않겠지만요.”
“여하튼, 아이들이 존경으로 따 르고 의지할 수 있는 멘토 같은 사람이 선생으로 있었으면 싶어 서요. 지식을 가르쳐 주는 사람 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아 니다, 이것도 결국 가르치는 거 네.”
“경청하고 이해하는 사람. 교과 서적으로 공부한 분석으로 이해 한 척하는 상담사가 아니라, 마 음으로 공감하는 올바른 어른. 대충 비슷할까요?”
“아, 맞아요. 그런 사람이 선생 님으로 있으면서 감화시키면 어 떨까 싶거든요.”
“그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긴 한데, 사실 가장 어려운 방법이 기도 하죠. 일단 그런 선생님을 모시는 것부터가 어렵거든요. 돈 으로 구할 수 있는 인재상이 아 니라서요.”
“그래도 대호잖아요. 지금 하고 있는 프로그램들 중에 그런 선생 님 없어요?”
“ 있죠.”
이린은 확인해 봐야 한다 하지 않았고 찾아본다 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태식이 원하는 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내부 사정이 이러쿵저러쿵 미주알고주 알 떠들 게 없다.
그저 실행하면 된다.
“저는 그런데 굳이 선생님이란 직책으로 있을 필요는 없다고 봐 요.”
“왜요?”
“보통 어른에 대한 반발심을 가 진 아이들은 선생이라는 직책 자 체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도 하 거든요. 그리고 존경으로써 깨달 음과 함양을 얻는 것은 굳이 선 생님이 아니어도 되고요.”
“그래서 사장님 생각은 어떤데 요‘?”
“으음〜. 관리인분들? 이랄까요. 가르치고 이끄는 어른보단 가만 히 기댈 수 있는 어른이 더 좋을 거라고 봐요.”
“그래요. 그런 쪽은 나보다야 사장님 생각이 나을 테니까. 그 런 식이면 봉춘이도 별 불만 없 을 거고.”
“네. 바로 모집해서 말씀드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