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4)_3
“별일 없지?”
“네. 항상 별일 없어요.”
“너도 별일 없지?”
“네, 저도요.”
별일 없다 하니 됐다.
태식은 커피 한 잔 타 옥상으로 올랐다.
제니는 굳이 따라붙지 않았다.
태식은 홀로 아침 조회를 했다. 혼자 한다고 딱히 적적하거나 외 롭진 않다.
일상적인 루틴일 뿐이다.
편히 담배 연기 녹이는데, 연기 가 흩어지지 않고 한쪽으로 뭉쳐 든다.
태식은 푸르르 입술을 털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연기 속에서 진인이 걸어 나왔 다.
“아침부터 찾아오셨네요.”
“이왕 일할 것 일찍 처리하면 좋지 않나.”
“리그 관련 일이에요?”
“아닐세. 인공위성이 완성되었 네.”
“그건 전자 사장님하고 한 이야 기인데 영감님한테서 말씀이 나 오네요.”
“아무리 대호 사장이라고 한들 우주항공에 관련된 일을 마음대 로 주무를 수 있을 거라 보는가? 힘 부쳐하기에 내가 한 손 거들 었네.”
진인은 짧아진 수염을 전처럼 쓸어내렸다.
새벽의 습격 때 반쯤 타들어 갔 던 수염이 이제는 어색함 없이 자리가 잡혔다.
“그럼 발사 준비까지 다 되어 있는 건가요?”
“발사 준비를 하면 안 되지, 꼬 리 잡히려고. 귀하가 첩보 위성 을 만들라 하지 않았나.”
딱히 첩보 위성까지라고 말하진 않았다.
다만 히드라가 사용하는 레이저 요격 위성을 탐색할 수 있게끔 하라고는 했었다.
“영감님이 살 좀 더 붙인 느낌 인데요.”
“그야 가서 보면 아는 일이지. 가세.”
진인이 안개의 길을 권했다.
태식은 담뱃불 툭툭 튕기며 돌 아섰다.
“보시게?”
“그냥 가면 어떻게 해요. 가게 에 말을 해 주고 가야지.”
“거 목소리만 전해도 될걸.”
태식은 제니의 얼굴을 대면하곤 외근이라 말했다.
요즘은 가게에 있는 것보다 없 는 시간이 더 많다.
제니는 일상이 그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시죠.”
“출발하겠네.”
태식은 진인이 안내하는 대로 자리를 이동했다.
숨겨진 지하 벙커 같은 곳으로 갈 줄 알았더니 도착한 곳은 국 립과학심계 연구원이 었다.
“여기 국과심 아니에요?”
“맞네. 여기에 준비를 해 놨어.”
진인은 복잡한 인증 절차를 모 두 건너뛰고 인공위성이 있는 연 구실로 이동했다.
적은 수의 연구원들이 설명해 줘도 이해 못 할 전산 작업들을 진행 중이었다.
그들은 실내로 뿌연 안개 뭉치 가 들어와 있음에도 크게 의식하 지 않았다.
익숙한 눈치다.
“발사에 대한 것은 귀하가 도와 준다는 말을 믿고 아예 고려하지 않았네. 프로토 타입으로 만들어 놨던 것을 수배하여 보완한 것이 지.”
“그러면 발사 예정이 있던 물건 이 아닌 거네요?”
“그건 그대로 항공우주국에 있 네. 미국 발사 업체에 의뢰를 하 게 되면 아무래도 정보가 넘어갈 수밖에 없어. 그래서 내가 이렇 게 하자고 했네. 우리는 우리의 강점이 있는데 우리 방식대로 해 야 하지 않겠나.”
진인은 인공위성을 살펴보라는 듯이 손짓했다.
기계 장비가 주였지만 소소하게 아이템이 섞여 있는 게 눈에 들 어왔다.
위성의 내구성과 안정성을 보완 하는 역할의 아이템들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템의 구성이 매 우 눈에 익다.
“혹시 이거 승주가 만졌어요?
“바로 알아보는구먼.”
요 며칠 가게에 안 온다 했더니 여기로 출근 도장을 찍었나 보 다.
“안 그래도 혹사 하는 애한테 이런 거 던져 주면 어떻게 해 요.”
“뛸 듯이 좋아하던데.”
“당연히 그랬겠죠. 어린애 꼬셔 서 이러기에요?”
“일방적으로 착취한 것 아니네. 노동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기 로 했어.”
“무슨 대가요?”
“갖은 기계 설비들을 원하더군. 특정 분야에 치중되지 않고 전방 위적으로 요구하기에, 그리해 주 겠다고 하였네. 이는 내가 약속 한 게 아니라 국과심에서 한 것 이야. 서로 윈윈되는 협약 아닌 가.”
“이 녀석 이거 진짜 하려나 보 네.”
승주는 비공정을 만들고 싶어 한다.
가장 중요한 뼈대와 동력원은 이미 부유체로 실현되어 있으니 그 위에 옷만 입히면 된다는 생 각이다.
내부 설비가 현대 기술로 보완 된다면 당장 조향 시스템 정도만 추가해도 쓸 만한 비공정의 모양 은 갖출 것이다.
“혹시 승주 여기에 있어요?”
“아마 그러지 싶은데, 찾으려거 든 나보다야 귀하가 빠르지 않 나.”
태식은 승주의 좌표를 확인했 다. 아니나 다를까 멀지 않은 곳 에서 그 위치가 확인되었다.
아무래도 방금 출근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태식은 승주늘 낚아채 왔다.
“으잇. 사, 사장님.”
“이 녀석 진짜. 너 며칠째야?” 안 그래도 광대가 나올 정도로 살이 빠진 녀석이 더 홀쭉해졌 다.
“며, 며칠 안 됐어요.”
“며칠째야 이 녀석아.”
“사, 삼 일? 그, 그 정도요.”
“영감님, 얘 그냥 두면 일하다 죽어요.”
“어허허. 귀하가 있는데 그럴 리가 있나.”
“아직 뼈도 다 안 굳은 애잖아 요. 머리만 좋고 절제력이 빵점 이라 정신 못 차린다고요. 너 잠 좀 자라고 했지.”
“자, 잤어요. 여기 숙소도 있고 다 있는걸요.”
승주가 목을 움츠린다. 그 목에 걸린 아이디카드엔 선임연구원이 란 직책이 들어가 있다.
“선임연구원?”
“아, 이거요? 임시로 신분 카드 하나 받았어요.”
승주는 어색한 표정의 증명사진 이 박힌 아이디카드를 들어 보였 다.
어딜 봐도 임시 표시는 없었다. 하기야, 국과심 원장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어떻게든 잡고 싶 은 인재일 것이다.
본래 수호단 소속이니 신분에 대한 공증 또한 확실하다.
거기에 승주를 높이 사는 것으 로 수호단과의 관계도 더욱 긴밀 하게 진척시킬 수 있다.
본래 유성과의 관계가 있으니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승주의 얼굴엔 활력이 가득하다.
하늘을 꿈꾸며 달리기를 하던 타조가 너른 날개를 가진 모양새 랄까.
“ 야.”
“죄, 죄송해요. 그런데 진짜 몸 관리는 하고 있어요. 건강검진도 며칠 전에 받았구요.”
승주는 목을 잔뜩 움츠리며 말 했다.
태식은 피식 웃었다.
“즐겁냐‘?”
“네?”
“즐겁냐고. 얼굴에 아주 신나 죽겠다고 쓰여 있네.”
“히이-. 네. 제가 준비해 달라 는 거 다 해 주거든요. 진짜 비 공정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요.”
승주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국가의 동량이 될 인재이긴 하 다.
승주가 돈을 목적으로 재능을 활용하는 게 아닌 이상, 국과심 은 가장 좋은 정착지라고 할 수 있다.
국과심이니만큼 대학 관련된 학 위나 논문도 걱정할 게 없을 것 이다.
“그래, 이 정도면 좋지 뭐. 너 유성이한테 잘해라.”
“그거야 당연하죠. 지금도 인사 잘하는걸요.”
“더 잘해. 더. 친형처럼 잘해.”
“네, 그럴게요. 히이-.”
승주는 별 깊은 뜻 생각하지 않 고 태식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러니 별 깊게 생각하지 않고 실천할 것이다.
“그럼 가서 일 봐라.”
“넵!”
승주는 경례로 인사하곤 연구실 을 가로질렀다.
승주에게 흰 가운이 다소 어색 하긴 했지만 국과심과는 어색함 이 없었다.
태식은 나쁘지 않다 여겼다.
정착 (2)
“그보다 위성은 어떠한가? 하자 는 없는가?”
“승주가 봤으면 제가 손볼 곳도 딱히 없습니다. 전자적인 기술은 봐도 모르고요.”
거창한 상급 술식은 들어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승주가 손에 익을 정도로 활용한 기술들만 들 어가 있다.
아무래도 부담이 큰 물건이니만 큼 모험보단 안정성에 치중한 티 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