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4)_4
어린 나이에 비해 높은 성취를 생각하면 자만심에 까불거릴 법 도 한데 장인으로서의 사리분별 은 제대로 할 줄 안다.
“그럼 이대로 올리면 된다는 게 지?”
“그거야 전문가들이 더 잘 알겠 죠.”
“그렇구먼. 귀하는 따로 추가할 것 없겠나?”
일부러 찾아서 더하려거든 왜 없겠느냐마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손을 대면 이것에 대한 관리에도 직접 신경을 써야 한 다.
일감이 늘어나는 것도 늘어나는 것이지만, 책임과 비례하는 권리 를 가져오는 게 마땅치가 않았 다.
“없습니다. 정 부족하면 나중에 다시 올려도 되는 거구요.”
“그러함세. 그러면 말 나온 김 에 손 좀 써 보실 텐가?”
“지금 바로요?”
“점심은 먹고 해야지. 큰일하는 데 빈속에 할 수야 있나.”
진인이 허허 웃으니 태식도 마 주 피식거렸다.
“전자 사장님은 안 불러도 돼 요?”
“부르는 게 낫겠나?”
“그래도 처음 일 배분한 게 그 쪽이잖아요.”
“알겠네. 내 연락하지.” 진인은 석우에게 연락함과 동시 에 위성 안착 준비를 고지했다.
“식사는 나가서 할까?”
“여기 구내식당 있지 않아요?”
“ 있지.”
“그럼 거기 가서 먹죠.”
“그러려거든 지금 가야 할 걸 세. 늦으면 앉을 자리도 없어.”
둘은 12시를 넉넉히 앞두고 식 당으로 갔다.
태식은 뷔페를 온 것도 아니면 서 식당에 있는 음식을 두루 살 펴봤다.
그게 학교 급식 살펴보는 학부 형의 모습과 다름이 없다.
진인은 태식의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역시 자신의 생각이 옳다 느끼곤 한다.
물론 하도 싫다는 소리를 들어 서 그것을 입 밖에 내진 않는다.
“시간이 좀 남겠구먼.’’
“적당히 산책이나 하죠.”
태식은 국과심 이곳저곳 설렁설 렁 걸어 다니며 살펴봤다.
확실히 최고의 심계 관련 기관 이라 그런가 아이템과 시료의 보 유 상태가 살펴보기 흡족한 정도 였다.
정부가 헌터 세력을 견제한다고 삽질을 하고 있던 것에 비하면 국과심의 연구 성과는 생각보다 뛰어난 수준이었다.
“소감이 어떠한가?”
“딱히 소감이랄 거 있습니까?”
“감상은 있지 않겠나.”
“내가 오지랖 부리지 않아도 나 름 잘 돌아가겠구나〜 하는. 뭐 그런 정도죠.”
“하여도 그 오지랖 멈출 생각 마시게. 귀하의 작은 관심이 큰 변혁을 만들어 내고 있네.”
“공치사는 됐습니다.”
태식은 손을 설레설레 저었다.
흡연장도 잘되었고 휴게 시설도 좋다.
헬스장과 수영장 외에도 각종 운동 시설이 있는 것만 봐도 직 원 복지에 퍽 신경을 쓰는 티가 난다.
그중에서도 육아 시설이 잘되어
있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공공 기관이라고 알량한 명예 한 줌 얹어 주곤 쥐어짜나 싶었 는데 그렇진 않은 모양이다.
승주가 평생직장으로 삼아도 나 쁘지 않을 성싶다.
“이제 들어가죠.”
태식은 제법 가벼운 마음으로 연구실로 돌아갔다.
연구원들이 자리를 채울 때쯤 석우가 도착했다.
“예정에 없는 스케줄이 너무 잦 죠?”
“하하하, 그렇지 않습니다. 일정 보다야 공정률이 중요한 것 아니 겠습니까.”
석우는 태식의 웃는 얼굴에 마 주 웃으며 인사했다.
일이 틀어지는 것 없이 흘러가 얼굴 붉힐 일도 없다.
“전국에 통신망 까는 작업은 어 때요? 잘되고 있어요?”
“신경 써 주신 덕분에 차질 없 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주 유 의미한 진척을 보이고 있는 중입 니다.”
석우는 근심 없이 말했다.
태식과 함께 일하게 되면서 가 장 편하고 좋은 것이 정신 사납 게 하는 각종 규제와 딴지가 사 라졌다는 것이다.
태식 이전에도 대호의 위상이 이 나라를 대호 공화국이라 불리 게 할 정도였다곤 하나, 그 위상 이 높은 만큼 적 또한 많았다.
대호를 두들겨 주가를 올리고 싶어 하는 정치인들이 수두룩했 고 정부 기관들도 괜한 분란 거 리 만드는 것을 피하고 싶어 대 호에게는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도 했었다.
물론 그때도 그런 장애물들을 걷어 내며 큰 보폭으로 전진한 것은 맞다만 오늘의 상황과 차이 가 있는 것 또한 분명하다.
지금은 장애물을 건너는 게 아 니라 장애물이 없는 수준이다.
딴죽을 거는 곳도 없고 제재를 가하려 하지도 않는다.
어긴 절차와 법률만 따져도 두 손으로 헤아리지 못할 정도인데 그것을 걸고넘어지는 사람이 아 무도 없다.
수호단과 진인이 함께 옆에 서 서 버텨 주는 덕이고 제약할 수 없을 정도의 기술과 혁신 아이템 을 보유한 덕분이다.
그 모든 게 태식에게서 나온다.
그러니 그 앞에서 근심할 게 없 다. 있는 근심도 해결될 테니 말 이다.
“전국 통신망은 98%의 안정성 을 확보한 상태이고 지금은 그 통신망을 기반으로 드론 데이터 를 수집하는 중입니다.”
“진척이 빠른 편인 거죠?”
“물론입니다. 다른 기업과의 수 년 격차를 단 몇 주 만에 따라잡 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신 소재 배터리 기술이 접목되어 큰 효과를 보았습니다.”
마력전지를 말하는 것이다.
대기 중에 다크매터 농도가 진 해지면서 마력전지의 자가 충전 효율이 상승했다.
전자 장비 부분에서는 이보다 더 큰 호재가 없을 정도의 호재 다.
“버그캠에 대한 기술 파악도 상 당 부분 완료한 상태이니 조만간 그 결실을 보실 수 있을 겁니 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더니 지금 까지 빈틈없이 진행해 오셨네 요.”
“차려진 밥상 맛있게 먹기만 했 을 뿐입니다.”
석우는 진심으로 대답했다.
정말 잘 깔린 밥상을 맛있게 먹 었을 뿐이다.
처음 이린이 태식을 언급하며 보인 그 막대한 신뢰가 선뜻 이 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정도 거 한 상을 받으면 원수라고 해도 친구로 지낼 수 있을 정도다.
“그럼 상 하나 더 차려 드릴 테 니, 이것도 잘 소화시켜 주세요. 내가 직접 관리하자니 몸뚱이가 모자라서 요.”
“예. 일임해 주신다면 제 일처 럼 빈틈없이 관리하겠습니다.”
태식이 원하는 바가 그것이다.
가져가길 원한다.
그래서 콩고물을 좀 털어 먹든, 알아서 밥그릇 좀 챙겨 먹든, 별 반 말 하지 않는 것이다.
권리를 가져가는 만큼 책임 또 한 가져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 다.
물론 간혹가다 먹고 배 쨀 생각 으로 처먹는 자들이 있기도 하다 만, 그런 사람이 꼬일 정도로 허 술하진 않다.
“그럼 시작하죠. 준비됐나요?”
“예. 준비되었습니다.”
태식은 인공위성을 아공간 안으 로 갈무리했다.
그러곤 순간 이동으로 첫 번째 도약을 했다.
태식은 대기권을 벗어난 우주에 서 모습을 드러냈다.
저궤도 권역이다.
인공위성을 안착시킬 목표는 가 장 먼 정지궤도다. 완벽한 우주 공간의 영역이다.
쏟아지는 다크매터의 힘을 받으 면 그곳까지 도달하는 어렵지 않 게 가능하리라 느껴진다.
하지만 직접 발을 내어 나서기 두려운 감정이 든다.
우주 공간에 대한 공포심이 아 니다.
지구를 벗어난다는 공포심도 아 니다.
태식에겐 저 먼 우주가 무한한 에너지의 바다로 느껴진다.
그래서 두렵다.
그 무한한 에너지에 반응할까, 하여 그것에 취하게 될까.
안 그래도 신경 쓰이는 일 잡다 하게 많은데, 넘치는 힘을 손에 쥐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채 힘을 쓸까 봐.
일곱 개의 검을 손에 쥐고 거침 없는 멸마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눈에 거슬리는 잡다한 것들은 반 성 없이 쓸어버릴까 봐.
태식은 그것이 걱정되어 스스로 를 다잡았다.
“아이고, 취하네. 취해.”
태식은 일부러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며 파이프를 물었다.
진한 담뱃잎을 꾹꾹 눌러 담아 입에 물고는 깊은 숨 몇 번 들이 켜고 나서야 아공간에 담아 온 인공위성을 꺼냈다. 어차피 우주 공간이니 힘을 받 아 뻗어 내기는 쉽다.
중요한 것은 정확성이지 출력이 아님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힘 조절을 한다.
조금만 힘을 끌어올려도 온몸이 터질 듯이 다크매터가 빨려 든 다.
이미 우주 에너지에 몸이 반응 한 기억이 있는 탓이다.
태식 담배 연기 뻑뻑 피워 가며 조심스럽게 위성을 밀어냈다.
우주 쓰레기에 피격될 위험은 고려하지 않는다. 승주가 만들어 둔 방어 설비가 제 몫을 해 줄 것이다.
태식은 제법 오랜 집중 끝에 위 성을 목표한 궤도에 안착시켰다.
귓가에는 환호성 없는 탄성이 맴돌았다.
자신들이 이룬 성과에 대한 감 상이 아닌 누군가의 절대적인 힘 에 대한 감상이기 때문이다.
그 점은 조금 아쉬웠다.
자유로운 로켓 기술 개발 권한 을 가지게 되면 우리의 연구진도 자력으로 위성을 쏘아 올리게 되 는 날이 올까?
물론 그럴 것이라 믿는다. 그만 한 열정과 자부심이 있는 인재들 이고 실력 또한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석학들이잖나.
“고생하셨네. 알고 보는데도 놀 랍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