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4)_8
“아니다. 임금이나 제대로 받게 해 준 것만 해도 잘 챙겨 준 거 지.”
다른 질 나쁜 가출 청소년들을 분리하여 격리해 둔 것도 미리 잘 조치해 둔 것이라 볼 수 있 다.
“지금이라도 한데 모아서 상담 이라도 진행해 보겠습니다. 원만 하게 조치가 될 것 같으면 할 수 있는 조치를 하겠습니다.”
“너네 얼굴 들이밀면 애들이 퍽 이나 쉽게 말하겠다.”
“그, 그거야 사람을 따로 불러 서……
“됐어. 그런 쪽이면 대호에 협 조 부탁하는 게 전문적일 거다. 이런 쪽으로는 이미 팀이 있을 거거든.”
“아……. 예. 그러면 저는 일단 인원 파악만 좀 해 놓겠습니다.”
태식은 쉬이 손짓하였고 방우는 꾸뻑 허리를 숙이곤 물러갔다.
태식의 경험에 따르면 부모를 잃은 아이들보다 부모에게 버림 받은 아이들의 상처가 더 깊고 컸다.
공포와 그리움이 어지럽게 뒤섞 인 감정을 마주하고 있자면 전쟁 후유증을 겪는 환자를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곤 했었다.
“도망친 곳에는 낙원이 없다 지……
낙원까진 바라지 않는다.
감히 자신이 뭐라고 누군가의 낙원을 자부할까.
그래도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는 곳 정도는.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해 생각 해 볼 수 있을 정도는.
그 정도 환경 정도는 만들어 볼 수 있음 직하다 여겼다.
도망친 자리의 낙원 (2)
태식은 사령탑에서 홀리 랜드를 내려다봤다.
사람이 많다.
처음 수십 명씩 모여 작은 움집 터나 닦아서 자리 잡고 있던 때 와는 비교할 수 없다.
상주인구가 천 단위를 넘어선 것은 기간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지만, 그 상승세는 눈에 띄게 가파르다.
유동 인구는 공사를 하면서 폭 증한 것인데, 유동 인구가 많아 질수록 상주인구 또한 늘어나게 될 것이다.
처음 이곳을 만들 때부터 이런 그림을 어느 정도는 생각했었다.
범죄자들을 빨아들여 모아 두는 공간으로서 라스베이거스나 마카 오 같은 개념을 떠올렸으니 말이 다.
하지만 그렇기에 보육 시설이나 교육 시설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홀리 랜 드의 목적성의 반대편에 있는 개 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되었다.
흘러들어 왔던, 밀려 들어왔던 아이들이 들어왔다.
아직은 돌봄이 필요한 어린아이 들까지 있다.
길게 드리워진 사령탑의 그림자 를 따라 태식의 어둠이 뻗어 나 간다.
일을 끝낸 아이들의 얼굴을 본 다.
언뜻 독하고 새침해 보이지만, 그보다 드센 어른들 틈바구니에 있으면 그저 물정 모르는 꼬맹이 들일 뿐이다.
“야, 일 끝났으면 알아서 정리 하고 청소도 해야 할 거 아니 냐.”
“네.”
“장비들도 좀 정리하고. 땀에 쩐 건 널어서 말리고, 기름때는 좀 닦아 놓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시 킨다거나, 직무상 명령받을 필요 없는 명령을 받는다.
사수인 것도 아니고 상급자인 것도 아니며 이렇다 하게 기술을 전수받는 것도 아님에도 말이다.
그저 부려 먹기 좋으니 부려 먹 는다.
보호받지 못하는 존재인 것을 알고 그리하는 것이다.
남들보다 늦게 일터를 나온 아 이들은 일급으로 지급되는 돈을 호주머니에 꼭 숨긴 채 숙소로 향한다.
마음 맞는 아이들 여럿이 모여 있는 숙소는 조악하고 열악하다.
그것은 시설적인 개념만이 아니 다.
너저분하고 정리되어 있지 못하 다.
모여 있는 아이들 모두가 어떠 한 것을 관리한다는 개념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다.
있는 거 대충 쓰고, 필요 없으 면 대충 처박아 둔다.
그 행동과 의식들이 자신의 삶 에도 투영되어 보인다.
관리라는 개념 없이 대충 소모 하며 써 버리는 삶이 되는 것이 다.
태식은 그런 눈동자를 많이 보 았다.
필연적으로 고아들을 만들 수밖 에 없는 전쟁이었기에, 수많은 전쟁고
0
}들을 보았다.
관리받지 못했고 무언가를 관리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은 당장의 눈앞밖에 그리지 못했다.
당장 먹을 게 없으니 먹을 것을 구해 일하고, 배가 부르면 그대 로 고된 몸 뉘여 버리는 삶.
그들은 전쟁터에서 태어나 전쟁 터로 향한다.
칼과 창을 쥐고 그 몸 하나 불 사르면 당장의 허기와 추위는 걷 어 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당장은 보지만 그보다 앞을 보 지 못한다.
보지 않는다. 어쩌면 보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과는 별개다.
미래는 준비하는 습관 자체가
들어 있지 않은 것이다.
절제 없는 삶이 지속하면 절제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좀 그렇지?”
태식은 옆의 봉춘에게 물었다.
봉춘은 태식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태식이 시선과 의식을 공유해 줬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저 아이들을 보며 무디게 아문 상처가 시큰거렸기 때문이 다.
딱 보면 안다.
굳이 그것을 면전에 대고 말하 는 사람은 잘 없지만, 누구든 첫 인상에 보면 느끼는 무언가가 있 다.
비루한 인상.
아무리 가도 주인공이 될 수 없 는 인상들.
봉춘은 태식이 보여 준 시선 속 아이들에게서 자신과 같은 외곽 선에 걸쳐 있다는 느낌을 받았 다.
“네. 많이 그러네요.” “얼마 되지도 않는 돈으로 자기 들끼리 방값 내고 밥값 내고 사 는 거 봐라.”
“그런데 막상 도와준다고 하면 싫다고 할걸요.”
“자존심 때문에?”
“자존심이랄까요, 아니면 고집? 아니면 더 비참해서. 그것도 아 니면 간섭받고 싶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고요. 세상에 공짜 없잖 아요.”
“그래 공짜 없지. 내가 너 부려 먹는 것처럼. 그래서 너는 싫었 냐?”
“처음에는 당연히 싫었죠. 갑자 기 찾아와서……
“지금 말이야 지금.”
“지금은 말할 거 있나요. 좋죠, 당연히 좋은 거죠.”
“그러니 어쩌겠냐. 손 좀 보태 자.”
“네.”
봉춘은 소매를 쓱쓱 걷어 올렸 다.
“그럼 일단 숙소 먼저 만들면 되죠?”
“그래야지.”
“그럼 반달섬에 한 것처럼 일반 숙소로 올릴게요.”
“그 정도.”
“자리는요?”
“사령탑의 그림자가 닿아 있는 곳으로 하자.”
봉춘은 소매를 걷을 것도 없이 넝쿨을 엮어 올렸다.
사령탑의 그림자가 드리운 자리 에 나무 넝쿨이 엮여 올라간다.
“그런데 이 건물만 혼자 너무 떨어져 있는 거 아닐까요?”
홀리 랜드의 건축물 대부분은 해안가를 따라 밀집해 있다.
사령탑이 올라 있는 섬 중앙부 는 감히 넘보는 사람이 없다.
저승사자이자 사신의 공간이란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씩 더 더해서 넣어야지.”
“그럼 이것저것 지어야 될 것 많겠네요.”
“지금 당장은 간단히 기술학교 정도만 하나 더 있으면 될 거
야.”
“지금 바로 올릴까요?”
“아직 기운 남아?”
“이 정도는 일도 아니죠.”
봉춘은 정말 일도 아니라는 듯 이 단번에 건물 한 동을 더 올렸 다.
이제는 순식간에 올리는 건물에 도 어떠한 조형이 들어간다.
지금까지 쌓은 여러 경험들이 그 몸에 녹아 있는 덕이다.
“화단에 꽃도 좀 심고. 이왕 하 는 거 정원도 좀 만들어 줄까 요‘?”
“굳이 그러고 싶어?”
“있으면 없는 것보다는 낫잖아 요.”
그 태도는 의욕적이지만 어투는 낮게 가라앉아 있다.
그 감정은 측은함이다. 동질감 일 수도 있고 지나간 자신의 과 거에 대한 아쉬움일 수도 있다.
“그럼 해 봐.”
봉춘은 쌈지처럼 챙겨 다니는 씨앗 주머니에서 갖은 씨앗을 풀 어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어려 조형물 의 형태로 피어난다.
마법처럼 만들어진 미로 정원은 본 건물과 어울리지 않게 과했 다.
어디 고급 휴양지나 궁전쯤에 딸려 있는 정원 모양새다.
“너무 과하지 않아?”
“이 정도 나쁘지 않잖아요.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요. 그리고 좋은 거 보면 좋은 기분 되잖아 요. 뭐, 쟤들이 이걸 좋아할진 모 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