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4)_9
“충분히 좋지. 입장료 받아도 되겠구만.”
태식의 칭찬에도 봉춘의 표정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다.
“그런데 말이에요. 그냥 저애들 밖으로 돌려보내는 건…… 아니 에요.”
“왜 말을 하다 말아? 돌려보냈 으면 좋겠어?”
“아니요. 그냥 그건 뻔한 욕심 같아서요. 돌아갈 곳이 있으면 벌써 돌아갔겠죠.”
“그래. 여기까지 밀려왔다고 생 각하는 하는 아이들이야. 당장은 나가라고 하고 싶지 않다.”
“네. 아무리 좋은 이유 붙인다 고 해도 쫓겨난다고 생각할 거예 요. 입장 모르는 꼰대가 이상적 인 생각만 한다고 할 거고요. 그 냥 그대로 두는 게 가장 좋은 거 라고 봐요.”
“그래도 마냥 가만두면 되냐. 공부 시킬 건 시켜야지.”
“학교 공부요?”
“이미 세상에 나온 애들한테 다 시 학교로 가라고 해 봐야 적응 할까 싶다만……. 검정고시 정도 는 보게 해 줘야 될 거 아니야.”
“으으으, 학교는 진짜……
“왜‘?”
“학교 다닐 때 좋은 기억이 정 말 하나도 없어서요. 학교는 진 짜…… 맹수 우리에 빠져 있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땐 정말 어떻 게 버텼나 모르겠어요.”
“성질 나쁜 놈들은 이미 한번 걸러 냈어. 네가 걱정하는 일은 안 일어날 거라고 본다. 그리고 내가 그거 그냥 두고 보겠냐.”
“사람 여럿 있으면 무조건 계급 나뉘잖아요. 차라리 진짜로 직급 이든 뭐든 나뉘어 있는 게 낫지. 어후-.”
“학교라는 시스템 자체가 싫은 거냐?”
“조금…… 그런 것 같아요. 물 론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라고 생 각해요. 그런데 저애들도 조금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느낌이죠. 아니, 뭐. 그렇다고 사 장님 하시는 일에 반대한다는 건 아니고요.”
“말이 긴 거 보니까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드나 보네.”
“아니에요, 아니에요. 제가 뭐라 고 마음에 들고 안 들고 그래 요.”
봉춘은 너스레 떠는 것 없이 잔 잔히 말했다.
그것은 체념의 어조에 더 가깝 다. 그만큼 신경 쓰고 있다는 뜻 이기도 하다.
“그렇게 신경 쓰이냐?”
봉춘이 태식을 물끄러미 쳐다본 다.
“왜?”
“당연히 걱정되지 않을까요. 저 보다 훨씬 어린 애들인데요.”
“시선 처리가 좀 이상한데. 그 걱정의 근원이 나한테 있는 것 같다?”
“아니라고는 말씀 못 드리죠.”
봉춘은 입술을 삐죽거렸다.
“야이—!”
태식은 봉춘의 귓불을 잡았다.
“아야야-. 이거 봐요. 바로 손 부터 나오잖아요. 폭력 반대!”
“어쭈-.”
“진짜루요. 저는 그렇다고 해도, 쟤들은 아직 괜찮잖아요. 저처럼 오해받을 일 한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뭐? 너처럼은 다루지 말라고?”
“뭐, 그렇죠.”
“누가 들으면 아주 복날 개 잡 듯 잡은 줄 알겠네.”
“그럴 꼴이 된 적은 몇 번 있 죠. 죽다 살아난 적이.”
“뭐 인마?”
“틀린 말 한 건……
봉춘은 녀석답지 않게 지근거렸 다.
자신의 손에서 나오는 작품에 고집을 부릴 때의 완고함과는 다 르지만 이 또한 고집이다.
“ 파하하하하.”
그래서 태식은 크게 웃었다.
“그렇게 신경 쓰이면 네가 직접 하든가.”
“네? 제가요?”
“그래. 말만 그렇게 하지 말고. 마음에 안 들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직접 해야지.”
“제가 해도 돼요?”
“안 될 건 뭔데?”
“ 저는……
“너는 뭐?”
“저는…… 그러니까……
“뭐 인마.”
“좋은 어른이 아니잖아요.”
“누군들 좋은 어른이냐. 아니, 누군들 좋은 사람이야? 사람들 다, 사람 봐 가면서 좋은 사람이 고 나쁜 사람이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한텐 잘하려고 하고, 싫어하 는 사람한텐 나쁘게 군다고. 사 람들 대부분이 다. 그러니까 좋 은 어른 그런 거 따지지 말고, 네가 저 아이들을 좋아하는지,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그걸 따져 봐.”
태식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좋아한다기보다, 그냥 신경 쓰 여서요. 제가 겪은 것 같은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래 그럼 네가 해 봐. 마침 잘됐네. 건물주도 너니까, 명분도 좋잖아. 키다리 아저씨 재단같 이.”
“그런 거라면…….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긴 해요.”
“그래, 그럼 네가 해라. 대신 선 생들은 내가 대호 쪽에 이야기해 서 섭외해 줄게.”
“수업은 꼭 해야 되는 거죠? 검 정고시라도 봐야 되니까……
“왜? 싫어?”
“뭔갈 가르치고 싶지 않아서 요.”
가르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저 아이들이 어떠한 가르침을 주 입당하길 원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배우면 좋긴 한데요. 그 런데 당장 뭔가 하는 것보다는,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냥, 잘 지낸다는 기분 있잖아요.”
“잘 지낸다는 기분? 어떤 기분 이면 잘 지낸다는 기분일 것 같 은데?”
“하루가 불안하지 않는 기분요. 초조하지 않고. 불안하지 않고. 걱정하지 않고. 그냥 오늘 하루 생활하는데 편안한 기분요. 그런 것 먼저 느끼게 해 주고 싶어 요.”
심신의 안정과 안식이 먼저라는 의미다.
몸과 정신이 고달픈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다.
태식의 의도와 다르지 않다.
태식은 저 아이들이 지금의 선 을 넘지 않기를 바란다.
하여, 이미 선을 넘겨 방우의 합숙소로 건너간 아이들처럼 되 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내가 너무 마음만 급했나 보 다. 네 말이 맞네. 일단 안정부터 필요하지.”
괜히 살구 생각이 난다. 살구한 테도 너무 뭔가 해라, 뭐든 배워 라, 집에만 있지 말라 닦달한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살구의 표정이 전과 달 리 밝아지고 있으니 굳이 자책할 건 아니라 넘긴다.
“후훗. 그래, 네 말이 정답이다. 마음 쓰는 거 보니 나보다 네가 낫겠다.”
“그럼 정말 제가 해요?”
“그래. 네가 해. 가르치려 들지 말고, 따뜻함이 있다는 것만 알 려 줘. 그렇게 기운 차리고 나면 배움이 고파지겠지. 미래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될 거고.”
“히이-. 그럼 진짜 제가 해요.”
그것이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한들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더 공감하고 더 마음 쓰 는 사람이 더 정성 쏟으면 되는 일이다.
“그래. 네가 해.”
태식은 그렇게 결정했다.
도망친 자리의 낙원 (3)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안 늦고 들어왔네.”
“응. 오늘은 딱히 일이 없어서.”
태식의 퇴근에 시간을 확인한 미주는 소파에서 일어나며 앞치 마를 둘렀다.
옆에 있던 살구도 함께 일어난 다.
살구는 잘 때가 아니면 제 방에 혼자 있는 적이 없다.
말이 그다지 없는 살구는 미주 옆에 그냥 앉아 있는다.
처음에는 미주도 그것이 다소 어색하여 이런 저런 말을 걸어 보기도 했지만 그 대화가 편히 이어진다는 느낌이 없었다.
괜히 말하기 힘들어하는 애한테 캐묻는 것 같은 느낌이 있잖나.
그런 느낌을 받은 이후부터는 차라리 자신이 어색한 것을 참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어색하기야 살구도 마찬가지로 어색할 테니 말이다.
그랬던 것이 지금은 별다를 것 없이 편안하다.
굳이 가족들이 한자리 모여 있 다고 해서 연신 하하호호 떠들지 않는 것처럼.
미주는 집에 있을 때면 항상 자 신의 시야에 걸려 있는 살구를 의식하지 않았다.
그리고 살구도 이제는 조심스러 운 투가 많이 사라졌다.
혹여나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그런 불안감 말이다.
그래서 편하다.
둘이 함께 자리를 메우고 있는 거실을 보면 어딘지 솜뭉치가 밀 도 있게 들어차 있는 기분이다.
태식은 수저를 놓으며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살구야.”
“네.”
“내일 뭐 해?”
“내일 딱히 없는데요.”
“그러면 놀이공원 갈래?”
“놀이공원요?”
살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미 주를 쳐다봤다.
“왜 마마님을 보시나, 묻기는 내가 물었는데.”
“아, 아니요. 오빠랑 저랑 둘이 만 가요?”
“마마님도 같이 가야지. 가족이 가는 건데.”
“너 속없는 소리 하는 거 다 들 켰어.”
미주는 바지락 듬뿍 넣은 된장 찌개를 올리며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