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5)_3
아니, 그것은 이미 그다음의 문 제다.
이 사념을 보라.
손아귀에서 피어나는 강력한 사 념은 갈람이 태어났던 그때 그 기운과 다름이 없다.
“너 같은 무지렁이가 뭘 알까! 무식하고 무지하니 공부할 생각 없이 이리 날뛰는 거지! 네 알량 한 힘이 너를 강하게 만들지언정 너를 돋보이게 할 순 없을 것이 다!”
“그래, 더 짖어라. 뽑아 올려 주 마. 네 본성이 어디에 있는지. 그 것이 무엇을 불러내는지. 내가 뽑아 올려 주겠다.”
태식의 어둠이 일대의 힘을 끌 어온다.
그 힘이 어둠으로 치환되어 독 사의 혓바닥을 타고 목구멍 안으 로 흘러들어 간다.
“네 사상은 비루하고, 네 의식 은 얄팍하니 그 인생 참으로 가 볍구나!”
“더, 더 짖어 봐라.”
“네 눈을 보면 안다. 누구 하나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주제. 그 리하여 자신 또한 의심하는 주 제. 그런 주제에 무슨 신념을 세 우고, 무슨 뜻을 관철할까. 착각 하지 마라, 애송아. 너 같은 인간 은 지천에 널리고 널렸어.”
그녀의 눈이 검게 번들거린다.
마족의 눈이다.
음산하게 피어오르는 음성 또한 마족의 것이고, 움츠렸던 어깨가 곧게 서는 것 또한 마족의 힘이 었다.
“나는 죄 없음에 당당하다! 그 러니 누가 나에게 죄를 물을까! 누가 나를 심판할까!”
메마른 혓바닥을 날름거릴 때 마다 검은 사기가 울컥울컥 토해 진다.
“사기로 말미암아 응집한 마기 여, 비루한 껍질을 벗고 너의 오 만을 있는 그대로 만개하라. 나 는 모든 마의 권속자이며 령의 주인이다.” 태식의 목소리가 지엄한 군주의 것이 되어 떨어진다.
“크어억. 크억. 크어억.”
목구멍을 타고 들어갔던 어둠이 울컥울컥 솟구쳐 나왔다.
그 기운은 이미 태식의 손을 거 친 어둠이 아니다.
고유한 사념과 사기를 가진 마 력이며 마기이다.
“비루한 인간의 몸에 숨어 령주 를 기만치 말지어다.”
“쿨럭. 크억. 나, 나는. 나는
“내 앞에 그 오만을 오롯이 비 출지어다!”
태식의 손이 끝내 콱 움켜쥐어 졌다.
생기 잃은 가죽은 힘없이 허물 어져 그 흔적만 남기었고 그 자 리에 곧게 솟은 뿔을 치켜든 오 만의 군주가 헌신했다.
“ 멸절자……
“네가 나올 줄 알았다.”
“왜 당신이-!”
바토리는 어둠으로 일렁거리는 태식을 피해 뒤로 뒷걸음질 쳤 다.
그런데 그 시선이 혼란스럽다.
뒤돌아 도망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덤벼드는 것도 아니다.
바토리는 마구 흔들리는 눈동자 로 검게 일렁거리는 태식을 보았 다.
“대체…… 어떻게……
혼란스러워하는 바토리를 두고 태식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 조소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 기 자신을 향한 것이다.
“당신, 당신이 날 헌신시킨 거 야? 강마 의식을……. 왜?”
“강마가 아니라 퇴마다.”
“거짓말하지 마! 그렇지 않고서 야 내가 당신에게 이런 동질감을 느낄 리가 없잖아!”
“강마와 퇴마의 차이는 힘의 근 원으로 나누는 게 아니야. 숭배 와 처단으로 나누는 것이지.”
태식의 검은 손이 허공을 스쳐 나온다.
“도미니 오……
“ 알아보는구나.”
“그러지 마. 나는 긍지 높은 군 주이자 11대장군의 일좌야. 그런 저급 마졸들 부리는 개목걸이를 채우려 하지 마!”
“짖지 마라. 내 앞에 너희는 존 귀함이 없다.”
격한 감정으로 이르는 말이 아 니다.
그것이 답이고 불변토록 세운 뜻이기에 그저 법치처럼 내뱉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어. 당신은 대체 무엇이지? 멸마의 칼을 든 자일 텐데. 마왕님은? 나의 왕은 어디 에 있는 거야? 그분께서 이처럼 무도한 오만을 좌시하실 리가 없 어!”
태식은 무심히 도미니오를 뻗었 다.
도미니오는 먹이를 움켜쥐는 그 물처럼 퍼져 바토리를 움켜쥐었 다.
“왕이시어! 여기 허락받지 못한 오만을 행하는 자가 있습니다! 그 권능으로 이 질서를 바로잡아 주옵소서!”
바토리는 기도하듯 소리쳤다. 하지만 답신이 있을 수 없다.
전해지지조차 못함이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왜 목소리가……. 설마 마왕께서-.”
“짖지 말라 하였다. 듣기 싫은 소리다.”
도미니오가 바토리의 목을 움켜 쥔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설마……. 마의 권좌에 오를 “그까짓 게 뭐라고-.” 태식은 피식 웃었다. 도미니오 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촤르르르.
도미니오가 바토리의 목을 움켜 쥐고 입을 틀어막았다.
도미니오의 칼날은 바토리의 온 몸을 뒤덮으며 침식해 들어갔다.
“저항하지 마라. 의미 없다.”
그 힘의 근원인 뿔마저 침식을 완성하고 나면 군주라는 위명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저 쓰 기 좋은 도구로 남을 뿐이다.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 태식이 검을 비틀어 뽑아 올렸 다. 바토리의 육신은 검붉은 재 가 되어 흩어지고 곧은 뿔 하나 만 남아 검 끝에 달려 나왔다.
검에서 뻗어 나온 기운이 태식 이 뿜어낸 어둠을 타고 흘러넘쳤 다.
너울지는 바다에 쏟아진 기름이 파도에 따라 넘실거리는 것처럼.
도미니오에 의해 발현되는 바토 리의 기운은 태식의 어둠을 타고 끝없이 뻗어 나갔다. 하나, 둘, 기운에 강하게 동조하 는 의식들이 잡혀 온다.
그렇게 잡힌 의식 중에는 무의 식의 벽을 거두고 완전한 동질감 으로 바토리의 기운을 받아들이 는 이도 있었다.
그런 자들에겐 하나같이 어둠을 심었다.
어둠의 영역이 확장되면 확장될 수록 동조가 느껴지는 의식이 많 아진다.
마구 쏟아지는 정보를 받아 내 는 것처럼 머릿속이 뜨겁다.
하지만 그보다 가슴이 더 부글 거린다.
태식은 의식 연결이 열린 모든 이들에게 어둠을 심었다.
그 수가 천이 되는 건 순식간이 었고 만 단위를 넘기는 것도 그 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둠의 영역이 서울을 넘어설 때쯤에는 십만 단위를 육박해 갔 다.
“크흠!”
태식은 콧김 한 번 푹 내쉬었 다.
예전 생각하면 이 정도 의식 확 장은 그리 큰일도 아니다.
홀로 국가 단위를 감당했던 태 식이다.
굳어 있던 몸도 지난 몇 가지 일들도 전부 풀렸다.
더군다나 지금은 끊임없는 힘의 근원까지 알고 있다.
아직 한참 여유롭다.
태식은 도미니오를 손에 든 채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빛이 역행하듯 솟아오른 태식은 거대한 다크매터 줄기를 단번에 휘감았다.
그리고 그것을 도미니오를 통해 휘두른다.
어둠은 화산재가 뿜어져 나가듯 한반도를 뒤덮었다.
의식 동질화 또한 무수한 별이 쏟아지는 것처럼 몰아닥쳤다.
태식은 그 모든 의식을 전부 수 용했다.
그 감정의 흐름이 기운의 연결 을 이룬다.
태식이란 연결 고리로 한데 뭉 친 오만의 기운이 합치되고 있었 다.
태식은 그것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오만의 합치가 점점 더 공고해 진다.
도미니오가 움켜쥔 바토리의 뿔 에 그 합치의 기운이 빨려 들어 간다.
같은 근원을 가진 기운이니 하 나로 합쳐지는 것에 그 어떠한 걸림이 없다.
이대로 두면 예전 갈람이 그랬 던 것처럼, 바토리 또한 강대한 힘으로 헌신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헌신과 함께 웅크리 고 있던 마물의 씨앗 또한 순식 간에 개화되어 먹잇감을 찾으려 날뛸 게 뻔하다.
새벽의 습격 때도 나쁘지 않은 대비를 했다.
지금은 그보다 더 철저한 대비 가 되어 있다.
하지만 그때완 다른 변수 또한 존재한다.
방법이 없으면 모를까, 방법이 있는데 괜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 는 없다.
그저 쓰레기를 먼저 본 김에 치 우듯, 먼저 닥쳐왔으니 해결하면 그만이다.
해결할 능력이 없지 않으니 말 이다.
태식은 오만의 합치가 밀려드는 바토리의 뿔에 자신의 기운과 사 념을 밀어 넣었다.
태식의 사념이 합치된 오만에 융합된다. 아니, 융합되는 것을 넘어 물들이고 있다.
“너의 오만을 용인할 자 누구인 가. 너의 오만을 허락할 자 누구 인가!”
태식이 도미니오를 휘둘렀다.
풀려난 바토리의 뿔이 허공을 핑그르르 선회하더니 검은 기운 을 뿜어냈다.
공장의 매연처럼 뿜어지던 연기 는 얼마 안 가 뭉클뭉클 뭉쳐지 더니, 이내 인간의 형태로 완성 되었다.
“령주시여……
바토리가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들어 태식을 바라봤다.
“미천한 권속이 령의 주인을 뵈 옵나이다.”
태식은 덤덤히 그 경외의 시선 을 받아 냈다.
선행의 값 (4)
“권좌에 오르신 령주께 신 바토 리 끊이지 않는 찬미를 올리겠나 이다.”
바토리는 무심한 태식의 눈초리 에 다시금 어깨를 움츠리며 고개 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맥이 탁 풀린다.
부글거리던 아랫배도 이제 좀 괜찮다.
“파하-. 오밤중에 뭐 하고 있냐 또.”
태식은 숨 거칠게 푹 내쉬며 소 파에 털썩 엉덩이를 붙였다.
습관처럼 담배를 입에 문다.
등받이에 목 깊이 기대며 천장 을 향해 검은 연기를 뿜어낸다.
“에휴- 이젠 하다 하다……
태식의 무심한 시선이 바토리에 게 닿는다.
바토리는 송구함에 어찌할지 몰 라 몸을 더 수그렸다.
태식의 힘을 근원으로 헌신한 바토리는 태식의 명령에 거역할 수 없다.
그것은 그녀가 일찍이 마왕에게 거역할 수 없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권좌에 오르신 왕이시……
“닥쳐 인마. 내가 왜 니 왕이 냐.”
딱히 손을 내젓거나 하지 않는 다. 가벼운 핀잔에도 바토리는 잔뜩 목을 움츠리며 몸을 떨었 다.
그 머리 위의 뿔이 흑요석같이 반짝인다.
그 뿔에 깃든 힘이 자신을 근원 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거두어들 이는 것도 자신의 의지대로다.
태식은 슬쩍 그 힘을 당겨 봤 다.
“크윽. 끼야아악-!”
물에 드리워 둔 찌를 튕기듯, 낚싯대 살짝 톡 튕겨 내는 느낌 뿐이었음에도 바토리는 머리를 부여 쥐며 바닥을 뒹굴었다.
“부, 부디 용서를-!”
바토리는 덜렁거리는 뿔을 감싸 쥐며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마족의 위계가 어떻게 그리 철 저한가 싶었는데, 이 정도의 힘 의 위계라면 절대적이나 다름이 없다.
태식은 혹시 이것도 될까 싶어 어둠 한 줄기 흘려보내 줬다.
그 가는 어둠이 바토리의 뿔을 감싸니 금세 피가 멎고 상처가 아물었다.
거기에 조금 더 힘을 가해 봤 다.
미세하나마 뿔이 자라는 게 느 껴 졌다.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을 뿐 아 니라 힘의 크기까지 마음대로 늘 려 줄 수 있다.
이러니 그 어떤 마족이 마왕을 거스를 수 있을까.
자신은 왕족이니 귀족이니, 원 로원까지 견제를 해야 했고 부하 들마저 들이박는 놈들이 있었었 다.
그에 반해 마왕군에서는 자살 공격을 명령해도 한 치 망설임 없이 목숨을 내던지는 놈들 투성 이였다.
“히야- 이런 식이구만. 마왕놈 이거, 아주 살 만했었겠네.”
태식은 바토리를 물끄러미 내려 봤다.
굳이 지금 당장 참할 필요가 있 을까 싶다.
아그니가 그렇고 마몬이 그렇 듯, 이 녀석도 쓰기 좋은 검이자 도구이다.
출중하며 배신이 불가능한 도구 고 치우고자 하면 간단히 치울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더욱이 마족이다.
어르고 달랠 필요 없고 설명하 고 이해시킬 필요 없다.
무언가 챙겨 줄 필요도 없고 이 따금 신경 써 줄 필요도 없다.
이 얼마나 쓰기 좋은 칼인가.
“ 야.”
“예. 권좌에 오르신……
“그런 헛소리는 좀 하지 말고.
그냥 령주쯤으로 해라.”
“예, 령주시여.”
“자, 받아라.”
태식은 좌표를 찍어 둔 어둠의 본류를 바토리에게 건넸다.
“이것은…… 양식이옵니까?”
“양식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너 먹으라고 찍어 주는 줄 아냐?”
“죄송합니다. 령주님의 뜻을 헤 아리지 못하였습니다.”
“인간의 죄는 이미 알고 있을 테고, 통념적인 법의 개념이라면 쉽게 공부할 수 있을 거라 여긴 다.”
“예. 익히라 하시면 무엇이든 익히겠습니다.”
부림받겠다는 자세는 나무랄 바 없이 완벽하다.
쓰기 좋은 도구이니 잘 가용할 수 있는 만큼 가용하면 더욱 좋 을 것이다.
“내가 준 표식들을 훑어 정도에 반하는 자들을 추려 내라.”
“정도에 반하는 자들이라 하심
O……”
“네가 보기에 달콤한 인간이라 하면 되겠네.”
태식은 순간 자신이 한 말이 조 금 껄끄러웠다만 이미 뱉어 낸 것이었다.
그리고 개 먹이로 줘도 시원찮 은 놈들이 판을 치는데, 마족 먹 이로 준들 별반 큰 차이 있을까 싶다.
“감사한 마음으로 가용토록 하 겠습니다.”
“먹으라곤 안 했다. 추려 놓기 만 해. 확인은 내가 할 테니까.”
“……예. 명 받듭니다.”
바토리는 그대로 어둠으로 녹아 사라졌다.
전에도 저런 능력이 있었나 싶 다.
분명 없었다. 로아에서는 형체 를 흩어 사라지는 식이었다.
가만 생각해 보면 그것이 마왕 의 술식과 비슷한 면모가 있음이 다.
그렇다면 지금 저 모습은 자신 의 기술에 영향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
자신을 근원으로 바토리가 탄생 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부정해서도 안 된다.
자신의 손에서 마가 태어났음을 말이다.
“지운다고 지워지냐〜. 빛이 있 으면 어둠도 있는 거지.”
태식은 슬리퍼 툭툭 털어 내고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총 모금액 중 5%만이 피해 당사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 인되었습니다. 그 외의 금액에 대해서는 증빙이 이루어지지 않 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의견 들어 보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하는 취지 라곤 하지만 이렇게 일이 불거진 이상 한 번쯤 재정비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공금에 대 한 증빙은 대학교 동아리에서도 철저하게 지켜지는 것 아닙니까. 음료수 하나 사 먹어도 영수증에 명목 서류를 준비해야 되는 데…… 이건 뭐 눈 먼 돈 쓰는 격이니.
-교수님 의견처럼 어느 정도의 정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행까지 이어지고 있던 관행과 관습을 단번에 제도적 시 스템으로 집어넣으려 하다 보면 아무래도 너무 가혹한 처사가 될 수 있습니다. 회계적인 부분에서 전문 인력을 초빙하는 데에서 오 는 지출 증가 또한 고려해야 할 부분이고요.
“가혹하기는, 지랄하고 자빠졌 네 진짜. 저 새끼들도 분명 돈 처먹은 놈들일 거야. 안 그래 아 들‘?”
미주는 캔 맥주를 벌컥벌컥 들 이켰다.
“저런 놈들도 다 털어 봐야 해. 콩고물 얻어먹은 게 있으니 저러 지. 기부금 받은 거 어디에 썼는 지 증빙해라. 이것처럼 간단한 문제가 어디 있다고. 기업에선 지들이 일해서 번 돈도 다 증빙 을 하는데.”
-그리고 부정적 시선이 너무 과할 경우 아무래도 순수한 봉사 의 마음을 저해할 우려도 큽니 다. 운영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 던 것은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 만, 지금까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낸 것은 우리 사 회가 그 공으로서 인정해 줘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혓바닥 긴 거 봐라. 뭐 켕기는 게 있으니 저렇게 혓바닥이 길 지. 저런 것들 믿고 기부를 했으 니.”
“엄마도 기부한 거 있어?”
“왜 없어. 반상회에서 했지.”
“그래?”
“어! 반상회 와서 좋은 일 하는 거라고 좀 도와 달라 하잖아. 피 해자들 처지가 안됐기도 하고 좋 은 일이라 했지. 그런데 이거 순 앵벌이랑 뭐가 달라. 쌍팔년도도 아니고 이게 웬일이야 그래.”
미주는 지금까지 마신 걸론 성 이 풀리지 않는지 새로 한 캔을 쥐었다.
“이놈의 나라는 도둑놈이 많아 도 너〜무 많아. 나라에 돈이 없 는 게 아니라니까. 저딴 식으로 지들끼리 다 해 처먹으니 돈이 없지. 어휴. 저승사자는 뭐 하나 몰라. 저런 것들 안 잡아 가고.”
“응? 잡아가라고?”
“어? 뭐‘?”
“아-. 아니에요. 마저 보셔요.”
태식은 슬그머니 부엌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그렇다고 방에 들어가진 않는 다.
미주가 술이 과해 잠들면 방으 로 옮겨 줘야 하니 말이다.
살구는 슬쩍 태식을 보곤 냉장 고를 뒤적여 마른안주와 캔 맥주 를 챙겨 줬다.
그러곤 다시 미주 옆으로 가서 앉는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피해자 를 위한 기부금을 개인이 마음대 로 사용하는 건 엄연한 사적 유 용이고 횡령입니다. 법리에 맞게 처벌을 받아야지요.
-봉사 단체가 왜 봉사 단체입 니까. 스스로 나선 마음으로 행 하는 단체입니다. 전문 인력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회계상의 실 수이자 시스템의 미비일 뿐입니 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다 무관 심했던 문제에 대해 먼저 나서서 선행을 한 것인데, 그에 대한 작 은 성의 표현 정도로 한 번쯤은 너그러이 넘어가 줄 법도 하지 않습니까.
-이보세요! 아무리 편을 들어도 좀 들 만한 이유로 들어야죠! 불 법이라고요 불법!
-과가 없다는 게 아니라, 공도 있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지금 그렇게 유용된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간 정황까 지……!
-자, 박 교수님, 조금 진정하시 고요. 금일 토론 주제에서 벗어 난 영역까지 언급하는 것은 자칫 논지가 흐려질까 염려되는 부분 입니다.
-흠흠. 너무 억지를 부리지 않 습니까, 너무.
-억지라니요. 선행은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성적으로만 재단할 게 아니라 감성적으로도 어느 정도는 판단 을 해 줘야 하지 않냐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