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5)_4
“저 자식부터 혓바닥을 뽑아야 겠네. 봐라 살구야. 저런 놈들도 TV 나온다. 이 험한 세상 살아 가려거든 항상 정신 똑바로 차리 고 살아야 해. 특히 지 입으로 자기 착하다는 놈, 돈에 관심 없 다는 놈, 그런 놈들 조심해. 그런 놈들이 가장 나쁘고 가장 돈 밝 히는 것들이야.”
“네, 아주머니.”
“이 엄마도 계꾼한데 돈 뜯겼었 잖니. 그년이 터진 주둥이로는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라는 등. 잡으려고 애쓸 수록 도망가는 게 돈이라는 등. 어휴, 가증스러운 것. 나한테 친 절하게 대하는 것부터 의심해야 돼. 이유 없이 친절하게 대하는 것들부터. 세상이 그렇게 아름다 운 게 아니라니까.”
미주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다 다다 말을 쏟아 냈다.
살구는 그 말 신경 쓰지 않으며 배시시 웃을 뿐이다.
“엄마.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 가 돼‘?”
“네가 왜?”
“나도 살구한테 이유 없이 잘해 주잖아.”
“너! 얘한테 무슨 흑심 있니?”
“무슨 소리야? 고작 맥주 먹고 취했어?”
“너 그거 범죄다. 엄마가 아무 리 며느리 보고 싶다고 해도, 살 구는 안 돼. 얘는 이미 딸이야, 딸. 가족! 알아?”
“와-. 우리 마마님 앉은 자리에 서 사람 이상한 놈 만드네.”
“너 우리 딸 털끝 하나 건드리 기만 해! 아주 아들이고 뭐고 없 어!”
미주는 살구를 콱 끌어안으며 볼을 비볐다.
“으그그.”
살구는 미주는 밀어내지 않고 잘게 바동거렸다.
“우리 살구, 엄마가 지켜 줄게? 나쁜 놈들이 허튼 소리 하면 이 엄마한테 다 말해. 엄마가 왕년 에 좀 날렸어. 헛소리하는 것들 전부 옥수수를 털어 줄 테니까.”
“아이고-. 마마님 오늘 열이 바 짝 오르셨나 보네. 살구야 안 되 겠다. 도망가자.”
태식이 미주의 품에서 살구를 쏙 빼냈다.
“너!”
“왜!”
“살구 잘 데리고 다녀!”
“어련히 알아서 할까.”
“그 사이비 놈들 다 잡아들일 수 있잖아! 이 정신머리 없는 놈 아-!”
“왜 또 불똥이 그렇게 튀어.”
살구를 신으로 추앙했던 성모회 의 잔존 세력은 아직도 존재한 다.
그들은 실존하는 기적을 보았기 에 믿음에 흔들림이 없고, 그렇 기에 지금도 믿음을 유지해 가는 중이다.
그리고 작금의 세태가 그들의 행동에 좋은 동기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언뜻 보면 세상이 망해 가는 징 조들로 가득 차 있으니 말이다.
“살구가 그거 때문에 밖에도 잘 못 나가는데, 뻔히 아는 녀석이.”
“죄진 게 있어야 뭘 하지. 그냥 다 잡아 조지는 줄 아네. 그만하 고 들어가셔요.”
태식이 미주를 둥실 띄워 올렸 다.
“놔! 깐 건 다 비워야 할 거 아 니야!”
미주는 손에 쥔 캔 맥주를 단번 에 비웠다.
볼까지 단번에 붉어진다.
“일을 할 거면 마무리까지 확실 하게 지어 놔야지 돼잖아. 밖에 나가 놀라고 하려거든 나가 놀 수 있게 만들어 주고 그래야지.”
“아이 아주머니. 저 괜찮아요. 그 사람들은 저한테 나쁘게 안 했어요. 그 사람들도 다 속은 사 람들인걸요.”
“너는 그게 탈이야. 너〜무 착 해. 너무. 그러니 어떻게 그냥 둬.”
미주가 다시 살구를 끌어안으려 한다.
태식이 살구를 당겨 올까 미주 를 밀어낼까 고민하던 사이, 살 구가 먼저 미주에 품에 폭 안겼 다.
“저는 지금이 너무너무 좋아 요.”
“앞으로도 더 좋을 거야. 분명 더 좋을 거야. 그렇게 될 거고말 고.”
살구가 살살 안방 쪽으로 몸을 옮겼다.
방문까지 여는 건 살구의 몫이 었고 미주를 침대에 눕히는 건 태식의 몫이었다.
“엄마 취한 모습 처음 보지? 속 에 열이 많아서 그래. 네가 이해 해.”
“저 괜찮아요.”
“그래그래. 네가 어른이다.”
“아니요. 저 정말 괜찮아요.”
“뭐‘?”
“아까 아주머니께서 했던 말씀 요. 이유 없이 도와주는 거요.” 태식이 파하하 웃었다.
“난 또 뭐라고. 살구야. 나 너 이유 없이 도와주는 거 아니야.”
“네? 그, 그럼요?”
“당연히 이유 있지. 알량한 내 만족감. 내가 좀 뻔뻔한 놈이라, 주제에 오지랖 부리고 혼자 만족 하고 그러거든.”
“하우-. 놀랐잖아요!”
“그럼 뭐 아무 이유 없이 도와 주는 줄 알았냐. 내가 무슨 성인 군자도 아니고.” 태식은 히죽 웃으며 살구의 방 을 열어 줬다.
“장단 맞추느라 수고했다. 들어 가서 쉬어.”
“오빠는요?”
“나? 나도 내 몫 좀 챙기러 가 야지. 저런 놈들도 선행에 대한 값이라는데, 나라고 못 받을 거 없잖아.”
“네.”
살구가 내놓은 마른안주를 정리 하려 한다.
“둬, 갔다가 와서 먹을 거야.”
“아, 네.”
살구는 억지로 등을 떠밀어야 제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곤 바 로 기도를 한다.
태식은 애정 가득 담긴 기도를 배웅 삼아 현관을 나섰다.
체계 ⑴
태식은 서해의 한 무인도로 향 했다.
과거 염전주들이 염전 노예를 처리하고 바다에 던져 넣으면 해 류를 따라 흐르다 도착하는 곳이 이 섬이다.
지금도 해류가 도는 곳 주변을 잘 찾아보면 사람 뼈 한두 개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이 섬에는 사기 가 짙다.
염원을 가진 혼령들이 깃든 땅 이라 그렇다.
“오셨는가.”
태식을 마주한 진인이 수염을 쓸어내리며 인사했다.
섬을 가득 메우고 있는 안개는 그의 솜씨다.
“오래 기다리셨나요.”
“아닐세, 나도 금방 왔네. 어서 들게. 준비는 해 놓았네.” 진인은 사위를 가득 메운 안개 를 휘적휘적 가르며 앞으로 나아 갔다.
저 너풀거리는 소매 끝이 보이 지 않으면 그때는 길 잃은 것이 라 봐도 된다.
안개 미궁 속에 갇혀 버리는 것 이다.
물론 태식이야 힘으로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진 인이 길을 열어 주지 않는 이상 영원히 그 속을 헤맬 수밖에 없 다.
“살려 주세요! 거기 아무도 없 어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누가 있 으면 저 좀 도와주세요.”
“누가 이딴 장난질을 해 놨어! 내가 누군지 알아! 내 한마디면 경찰청장까지 움직일 수 있어! 어쭙잖은 능력자 같은데 시건방 떨지 말고 당장 나와!”
“이러는 목적이라도 있을 거 아 닙니까! 원하는 게 돈이오? 돈이 란 얼마든지 줄 테니까 얼굴이라 도 좀 비치란 말입니다!” 누군가는 두려움에 몸을 떨고, 또 누군가는 성난 목소리로 고함 을 친다.
미궁 안에 잡아다 둔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기 달랐지만, 그들 중 그 누구도 자신의 잘못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염 두하지 않았다.
“조사는 다 된 거죠?”
“물론이지.”
“시간 며칠 더 드려도 되는데.”
“특무원에서 했네. 충분함세.”
바토리가 1차로 인원을 추렸고
그렇게 추린 인원들에 대한 조사 는 특무원으로 배당되었다.
그리고 그 조사 결과에서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부정이 있는 이 들이 지금 이 미궁 안에 있는 것 이다.
“직접 살펴보면 단번에 알 걸 세. 하나같이 말종 같은 것들이 지.”
진인은 수집된 정보를 기억의 이미지로 건네줬다.
태식은 바로 그 기억을 읽어들 였다.
어쩌면 이리도 예상한 그대로인 지.
사회 저변에서 나름 이름 있는 자들이라 그런가 뻔뻔하기가 극 에 달해 있다.
특히 그중에 가장 토악질 올라 오는 놈은 위력에 의한 강간을 일삼은 목사였다.
교회를 안 다니는 태식에겐 생 소한 이름이었지만, 서울 바닥에 서 이름 대면 알 만한 사람은 들 어 봤다 할 만한 대형 교회의 목 사다.
태식은 목사를 꺼내 왔다.
“흠흠, 이제야 얼굴을 좀 보이 는구먼. 성령으로 길을 인도해 줄 터이니 죄를 고하고 회개하십 시오.”
“내 죄는 회개로 사면받을 정도 가 아니라서 말이야. 그보다 너 는 어때? 신도들 강간한 건 합의 잘 봤나?”
“합의라니! 나는 그런 적 없 소!”
“신도들이랑 말고. 니가 믿는 신이랑 회개하고 용서받았냐고.”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죄를 짓지 않았는데 무슨 회개!”
“강간 피해자가 임신을 했고, 유전자 검사를 하면 뻔히 나올 텐데 잡아떼겠다는 거냐?”
태식의 그림자에서 어둠이 뭉글 뭉글 피어오른다.
“성령으로 잉태한 것이오! 내가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성령을 전 달해 주었고 그것으로 잉태한 것 이란 말이오!”
정말 자신이 신의 대리인이라도 된 양 떠든다. 그 음성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뻔뻔하고 오만 하다.
“그래그래. 좋아, 합격. 이 정도 는 돼야지.”
태식은 그 목사를 다시 안개 속 에 던져 놓곤 다음 사람을 꺼내 왔다.
강남 소재 치과 전문 병원의 젊 은 병원장이다.
“내가 누군지 알아!”
“몰라 인마.”
더 들어 볼 것도 없다.
태식은 그를 안개 속으로 돌려 보냈다.
그다음은 빌딩을 여러 채 소유 하고 있는 건물주다.
딱히 사회적 파장을 가지고 영 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은 아니었 다.
그런데 인성이 개차반이다.
특히 아파트 경비원을 대하는 태도가 일제시대 종놈 대하듯이 했다.
“이 인간 마누라는 안 잡아 왔 어요? 하는 짓 보아하니 뻔할 것 같은데.”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아 두었 네만. 잡아 올까?”
“ 에휴-.”
태식은 담배 한 대 태우며 속을 달랬다.
어차피 쓰레기 치운다는 개념인 것, 한번에 쓸어내면 시원하긴 하다.
하지만 마음에 안 든다고 성질 대로 다 잡아들일 거면 지금까지 해 온 분류는 아무 의미 없게 된 다.
일부러 절차를 두는 것이 나름 의 반성이니 충동적으로 분류 외 의 상황을 만들어선 안 된다.
언젠 충동적이지 않았냐 하겠지 만은 그렇기에 정신머리 있을 때 는 최대한 지키려 한다.
“일일이 훑어 봐야 화만 더 나 겠네요.”
“귀하가 한 번 더 확인한다 하 면 하는 것이네만, 특무원에서 철저히 확인하여 조치한 것이네. 크게 틀린 일 없을 게야.”
태식은 쉬이 고개를 주억거렸 다.
지금 여기 있는 인원들 전부를 일일이 살필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샘플 확인하듯 한둘만 꺼 내 상태를 본 것일 뿐이다.
그리고 어차피 계획된 작업을 하려거든 그 기억의 편린들을 살 피게 될 것이다.
태식은 진인의 안개에 어둠을 흘려 넣었다.
뿌연 안개가 검게 물들어 간다.
진인의 안개 또한 접촉한 사람 들의 의식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 는 기능이 있다.
태식의 기억 읽기나 의식 간섭 에 비하면 분명 한두 단계 낮은 기술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차별되는 기능 을 가진다. 그것은 안정성이다.
태식은 진인의 안개를 기반으로 저들의 의식에 간섭했다.
전마병으로 만들 것이다.
어차피 이럴 거면 지금까지 참 아 온 게 무슨 의미가 있냐 싶겠 다만, 이전과 지금은 분명 상황 이 다르다.
수많은 주력 인사들을 단순 알 고리즘밖에 수행 못 하는 전마병 으로 만들 경우 사회 저변에서의 시스템 붕괴가 우려되는 게 사실 이다.
예전에는 그런 시스템 붕괴를 여유로우면서도 완벽하게 대응할 체계가 없었지만 지금은 크게 걱 정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
쏟아지는 다크매터로 인해 본인 의 힘이 증가한 것도 이유고 유 성이나 만석과 같은 주변인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게 늘어난 것 도 이유다.
물론 이린과 진인처럼 처음부터 큰 영향력을 가진 이들이 유기적 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가장 결정 적인 이유는 기능적으로든 성능 적으로든 참으로 쓰기 좋은 도구 가 새로 생겼다는 것이다.
“바토리.”
“예. 령주시여.”
태식의 부름에 바토리가 그림자 에서 솟아올라 부복했다.
진인은 그런 바토리를 지그시 쳐다봤다.
태식에게 새로운 심부름꾼이, 그것도 아주 충성심 높고 출중한 심부름꾼이 생겼으니 자연히 눈 이 간다.
“외국 이름을 쓰길래, 외국인인 줄 알았더니……
시체처럼 창백한 피부는 논외로 치더라도 머리에 솟아 있는 흑요 석 같은 뿔은 아무리 눈을 비비 고 다시 봐도 장신구 따위로 보 이지 않았다.
“의식을 점거하라.” “예.”
바토리는 태식이 먼저 내어 준 안개 속 어둠의 길에 자신의 마 기를 조심스럽게 더했다.
바토리는 자신의 기운이 태식이 깔아 준 길 밖으로 나가 안개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신중 히 했다.
진인의 안개가 저들의 이지를 보호하는 완충 역할을 하는 것을 단번에 알아본 탓이다.
일반적으로 마종이나 권속을 만 드는 과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심하고 배려 있는 작업 이다.
그 어색함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해 작업 속도가 느리다.
바토리는 태식의 질책이 이어질 까 비지땀을 흘리며 작업에 집중 했다.
그에 반해 태식은 별반 짜증스 러운 투 없이 느긋했다.
“보시게. 내 좀 물어도 되는 가?”
진인이 목소리 낮춰 태식에게 말을 걸었다.
“예. 말씀하세요.”
“지금 하는 것이 내 보기에는 꼭두각시 술법인 듯헌데……
이리저리 변형을 했다 해도 기 본은 전마병을 만드는 기술이니 옳게 본 것이다.
“바로 알아보시네요. 그래도 꼭 두각시보다는 능동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거예요.”
“허면, 저자에게 관리를 맡기는 것인가?”
진인이 눈짓으로 바토리를 가리 켰다.
“네. 시스템적으로 맞겠다 싶어 서요.”
모든 전마병의 의식을 바토리와 연결시켜 둘 것이다.
의식에 부하가 많이 걸리는 일 이다.
그리고 전마병들의 기억이 본래 의식에 혼재되어 기억 착란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다.
물론 의식이 연결된 전마병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부담 도 늘어난다.
“그렇구먼……
“아무래도 소프트한 점거 상태 로 만드는 거라 억제 능력은 조 금 떨어진다고 볼 수 있거든요. 처음 하는 거니 관리자를 붙여 둬야죠.”
“그 뜻은 알겠네. 귀하가 다 의 도가 있어서 이리 하는 것이겠 지. 한데 내 아무리 보아도 저자 가 사람으로 보이지가 않네. 내 가 맞게 본 것인가?”
“에이-. 눈치채셨으면 된 거지 그걸 또 그렇게 콕 짚어 묻고 그 러세요.”
“마족인 게지?”
“특별한 것도 없잖아요. 마족 다루는 건 이미 아시면서.”
그렇긴 하지만 엄연히 본질이 다르다.
태식은 바토리를 숨기는 것이 오히려 더 특별 취급하고 스스로 켕기는 것 같아 편히 드러냈지만 그 감정에 아무런 동요가 없진 않다.
어찌 되었든 자신을 근원으로 하여 마족을, 그것도 대장군에 오른 고위 귀족을 현신시킨 것이 니 말이다.
“그야 알지만……. 저자는 지금 까지와 전혀 다른 느낌이 들어서 말일세.”
“쓰기 좋으니까 쓰는 거죠. 마 침 딱 쓸 데도 있고요.”
태식은 별 대수롭지 않게 말했 지만 진인의 시선은 좀처럼 거두 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어진다.
“거참, 얼굴 뚫리겠네. 왜요? 무 슨 말씀이 하고 싶은데요?”
“괜찮은 게지?”
“안 괜찮을 건 또 뭐라고요.”
“흠흠. 아니네, 알겠네. 귀하가 괜찮다 하면 괜찮은 게지. 내가 주제넘은 염려를 했네.”
진인이 뭔가 느꼈음이 전해진 다.
하지만 구태여 캐묻지 않는 것 은 그 스스로도 어떠한 정립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이리 비춰 주어 고맙네.”
“뭐가 또 고마워요.”
“허허허, 그저 고마운 감정이 들어 고맙다 한 거지. 깊은 의미 는 없네.”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태 식이 가진 어떠한 불안감을 감지 한 것이고, 그 불안감을 자신에 게 숨김없이 내비친 것에 대한 고마움이다.
진인의 걱정과 염려는 충분히 전해진다.
태식은 피식 웃었다.
“괜찮은 거죠?”
“귀하가 괜찮다 하지 않았나.
그러니 괜찮겠지.”
“그것 말고요.”
태식의 시선이 바토리를 가리킨 다.
“내가 괜찮다 마다 할 게 있나? 귀하가 효율 좋게 쓰겠다 하면 쓰는 거지.”
“그래요?”
“귀하가 곁에 누굴 두었든 휘둘 린 사람인가? 그럴 거였으면 지 금쯤 개국 준비를 하고 있었겠 지.”
진인은 허허 웃었다.
의심하지 않고 혐오스럽게 보지 도 않는다.
그 태도에 괜히 코끝이 시큰한 것은 로아에서 들들 볶였던 기억 이 크게 남은 탓이다.
“하하하. 그러게요. 그럴 거였으 면 일찌감치 영감님 바지사장 노 릇이나 하고 있었겠죠.”
“이보시게, 말을 해도 바지사장 이라니.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 았어. 신하가 군주를 옹립하는 마음으로……. 그래, 비유를 하자 면 정도전이 이성계를 추대하는 그런 느낌이었네.”
“정도전이 주장한 게 재상 정치 아니에요? 그러면 바지사장 맞잖 아요.”
태식의 입꼬리가 살랑살랑 흔들 린다.
진인인 어렵지 않게 태식이 농 담을 거는 것을 알아챘다.
“어허. 허허허허. 그래, 그래. 그 렇다 하시게. 내 귀하를 바지사 장으로 삼으려 했네. 허허허허.”
그러니 웃으면 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