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6)_10
태식은 그렇게 떨어져 나간 사 람들을 슬쩍 훑어봤다.
몸이 상한 이는 있어도 죽은 이 는 없다.
마를 걷어 내기 위해 휘두른 멸 마검이기에 그렇다.
멸마검의 검면으로 얼굴이 반사 된다.
흰자위가 보이지 않는 검은 눈 동자는 그렇다 한다만, 머리에 솟은 다섯 개의 뿔은 그냥 넘길 수가 없다.
태식은 검을 슬쩍 돌려 등 뒤를 비추었다.
“하나, 둘…… 여섯.”
세 쌍의 날개가 있다.
다섯의 뿔과 여섯의 날개. 마왕 의 상징이다.
“하하. 이거 붕 뜨는구만.”
힘이 충만하다. 넘쳐흐르다 못 해 힘이란 바다 안에서 헤엄치는 기분이다.
이전에도 이런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우주에서 였다.
하지만 그때완 분명 차이가 있 다.
어떠한 두려움도, 거부감도 없 다는 것이다.
몸이 이 힘에 온전히 적응해 있 다.
본래 자신의 것인 것처럼 한 치 의 거슬림도 없다.
가만히 있는데도 몸이 붕붕 뜬 다.
무엇이든 가능하며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아니, 실제로 가능하다.
“오라, 나의 권속들아.”
태식은 권속을 불렀다.
일찍이 깨워 일으킨 권속 다섯 이 태식의 어둠 속에서 나와 그 앞에 부복했다.
“진정한 마의 주인이시어-.”
“칭송 따위 듣자 한 게 아니 다.”
칭송은 듣기 싫다. 그 칭송이 크면 클수록 비방 또한 크니 말 이다.
태식의 말에 바토리는 입을 꾹 다물었다.
“길을 내려 주마. 마성을 걷어 오라.”
태식은 높게 치솟아 오르며 어 둠을 뿌렸다.
짖게 깔리는 어둠은 단번에 빛 을 가려내고 세상을 그림자로 물 들였다.
그 그림자는 금세 한반도를 물 들이고 바다를 넘었다.
국가 단위를 넘어선 영역에 힘 을 뿌리고 있음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우주에서 뻗어 내려오는 기운이 더 크다.
그리고 그림자로부터 흡수되는 마성 또한 상당했다.
힘이 더 큰 힘을 불러온다.
스스로의 의지대로 모든 것을 시련시킬 힘이다
그야말로 왕의 힘이며 오만의 결정체라 할 수 있을 힘이었다.
하지만 그 힘에 취하진 않는다. 예전처럼 중심이 흔들릴까 염려 되지도 않았다.
그것이 이 거대한 힘과 동화된 탓일 수 있고 이미 홍껏 취해 사 리분별을 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염려를 하는 것이, 아직 반추와 반성을 할 자 아가 남아 있다는 방증이다.
중심이 지켜지고 있으니 손에 들어온 도구를 가용할 수 있는 대로 가용하여 이루고자 하는 뜻 을 이루면 그만이다. 태식은 손에 든 검과 함께 양팔 을 넓게 펼쳤다.
그와 동시에 세 쌍의 날개 또한 활짝 뻗어 그 위용을 과시했다.
촤르르르-.
보이지 않은 속도로 창파검이 휘둘러진다.
수십, 수백 줄기의 공간을 갈라 수천 갈래의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멸마검의 검세를 흘려보낸다.
마성을 거둬들이는 것 이외의 다른 의지는 없다.
멸마검의 기운이 우주에서 떨어 져 지구를 감싸고 있는 다크매터 를 잠식해 간다.
수백, 수천만의 의식이 해일처 럼 밀려온다.
감당할 수 있을까란 걱정은 하 지 않는다.
지금까지 경험하고 쌓아 온 것 들이 있으니 능히 버텨 낼 수 있 다.
고오오오-.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귓전을 스치고 간다.
일정 간격을 두고 배회하는 전 투기의 모습이 먹잇감을 노리며 활강하는 매의 모습과 같다.
전투기뿐 아니라, 시가지를 조 여 오는 전차 부대도 눈에 들어 온다.
유기적으로 잘 움직인다. 흡족 한 일이다.
태식은 입꼬리 말아 올리며 전 자기를 방출했다.
쿠르르릉—.
밤하늘 천둥 울부짖는 듯 하늘 을 가르는 펄스 파동이 휘몰아쳤 다.
전투기는 빠르게 태식의 영역에 서 벗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미사일이 날아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심장이 울컥 요동 치는 것은 단순한 흥분 때문이 다.
전투 본연에 대한 흥분.
세계 순위권에 들어가는 군사 강국 군대의 전력이라면 싸워 볼 맛 나지 않나.
그 모든 불길을 손아귀에 잠재 워 발아래 떨어트리고 승리했을 때의 희열이 얼추 상상이 되는 일 아닌가.
“하하!”
태식은 파하 웃었다. 입꼬리가 바짝 올라가 있으니 그것은 스스 로에 대한 조소가 분명하다.
미사일과 함께 미사일이 발사된 발사 지역까지 궤적에 담고 있었 던 검을 빠르게 거두었다.
아직 잊고 있지 않다.
자신은 장렬히 최후를 맞이해야 할 악당이며, 영웅을 비춰 주기 위한 존재임을 말이다.
콰가가강-.
방어막을 때리는 미사일의 충격 이 울렁거리는 파장을 만들어 낸 다.
확실히 고등급 공격 마법에 준 하는 파괴력이다.
그리고 그 정확도가 놀라웠다.
반경 10미터를 벗어나지 않고 완벽한 살상 범위에서 선제 폭발 로 공격을 가해 온다.
그리고 많다.
하늘을 수놓으며 날아오는 미사 일 무리가 흡사 쏟아지는 유성우 를 보는 것 같다.
서울 영공에 이만한 미사일 공 격을 가할 수 있는 추진력과 의 사 결정 능력이라면 다른 위험이 있어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으리 라 생각된다.
흡족한 일이다.
그러니 흔쾌히 맞아 줄 만하다.
지축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어 둠이 내린 하늘이 열화와 빛으로 물든다.
그 거대한 파장은 밀도 높은 다 크매터라 하여도 찢어 내기 충분 했고 어설픈 방어막을 허무는 데 도 부족하지 않았다.
태식은 녹아 들어가는 손을 내 려다보며 웃었다.
저들의 공격이 통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싶다.
피라도 좀 흩뿌려야 할까, 아니 면 날개라도 하나 뜯어 내던져야 할까.
그 모든 게 좋다.
끝없는 힘을 받아들이고 있으니 날개 따위 전부 뜯어낸들 무슨 상관이랴.
“악으로 가득 찬 존재들아- 어 둠에서 일어나 빛으로 나아가리 라!”
태식은 절규하듯 고함을 토해 냈다.
흡사 고통에 몸부림치는 듯이 말이다.
그 부름에 반응한 마성이 단번 에 몸을 떨쳐 일으킨다.
새벽의 습격과는 비교할 수 없 는 규모다.
온 지구를 감싸고 있는 어둠은 변이된 채 대양을 누비고 있는 해수들을 자극했고 숨죽이고 웅 크리고 있던 마물들을 일깨웠다.
파도가 들이치듯 마물이 들이치 고 산사태가 일어난 듯 쏟아진 다.
그것들의 목표는 오롯이 마성 가득한 인간들이다.
지금 이 순간 맡은바 소임에서 철저히 준비한 이들은 유감없이 존재감을 표출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이 지나고 나면 사 욕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자 들은 권리에 준하지 못한 책임에 대한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진정-! 진정- 변해 버린 겐가! 진정 변해 버린 게냔 말이야!”
진인의 고함이 비통하게 울려 퍼진다.
다행히 그 비통함에 혼란스러움 은 없다.
소중한 존재가 이미 변해 버렸 고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인지 하고 받아들인 이후에 나오는 슬 픔의 감정이다.
“오라-. 뜻 없는 자여. 너의 자 의가 하잘 없는 망상임을 일깨워 주리라-.”
살의와 악의가 고스란히 담긴 마성을 유감없이 쏘아 냈다.
진인은 그 단발의 공격에 바닥 으로 떨어졌다.
가슴을 가르는 고통보다도 배신 당한 비통함이 더 클까.
아무쪼록 그러길 바란다.
그래야 특정한 일인을 왕으로 봉한다는 생각을 좀 거둬들이지 않겠나.
태식은 연이어 유성을 향해 검 을 뻗었다.
유성의 얼굴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로 가득했다.
“오라, 미숙한 자여.”
빙긋이 입꼬리를 올린다.
평소 짓던 미소와 딱히 다르지 않은 미소다.
“좋습니다. 좋아요! 가르쳐 준 대로, 배운 대로 하겠습니다!”
유성은 혈수본을 일으켰다.
수호단이 흘린 피와 마물이 흘 린 피까지 모두 뽑아 올려 온 하 늘을 핏빛으로 뒤덮는다.
기대한 것 이상이다.
압도될 만하고 찬양받을 만한 위용이다.
흡족하게 영웅으로 삼아 줄 만 하다.
이제 긁어 들인 마성을 회수하 여 소멸하면 극이 완성된다.
악당은 물러가고 남은 자들은 정직한 영웅을 중심으로 새로운 희망을 번영시킬 것이다.
괜찮은 엔딩이지 않나.
태식은 단숨에 마성을 회수했 다.
가늠할 수 없이 쏟아지는 추악 한 의식 속에서 가슴에 콱 틀어 박히는 의식이 한 줄기 있다.
끝없는 고독 속에서 유일한 안 식처가 되어 줬던 자신의 분신.
모든 것을 남겨 주려 했던 하나 뿐인 아들.
피워 보지도 못하고 사그라져 버린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가 또 한번 뜨거운 피를 쏟아 내며 차가운 땅에 몸을 뉘 인다.
그리고 그 순간 아이를 둘러싸 고 있는 것은 마족이 아닌 사람 이었다.
원로원의 법복을 입은, 왕가의 휘장을 두른, 기사의 갑옷을 입 으
그런 사람들이었다.
마의 기원 (7)
-보라, 인간의 악의를. 진정 순 수한 악의가 누구의 것인지. 공 포와 두려움으로 사육할 존재가 누구인지!
마왕의 목소리가 다시금 머릿속 에 울린다.
“크흣, 푸하하하하하.”
태식은 검은 숨을 토해 내며 웃 었다.
그러곤 아랑곳하지 않고 유성의 검을 받았다.
거대하게 부푼 악의는 순수한 피로 정화되듯 흩어졌다.
-환상으로 현혹함이 아니다. 보 라, 인간의 악의는 끊김 없이 영 속한다. 걷어 낸다 하여 걷어 낼 수 없는 영원의 샘과 같다.
그 와중에도 마왕의 목소리가 울린다. 제법 다급하고 퍽 초조 하다.
그러니 어찌 웃음이 나지 않을 까.
“아직 전투가 끝난 게 아니다! 남은 몬스터를 마지막 한 마리까 지 찾아 사살하라!”
열의에 찬 환호성을 일거에 통 제하는 위엄을 보라.
제법 잘 컸지 싶다.
특별한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지금의 권위를 평생토록 이어 갈 수 있을 거라 본다.
-억울하지 않은가. 너는 또 한 번 배신당했다. 스스로 이용되고 버려지길 바라는가. 진정한 영웅 이 이름 없이 지워지길 바라는 가.
태식은 권속을 불러들임과 함께 뻗어 낸 어둠을 걷어 냈다.
아직 지평선 끝에 걸려 있는 태 양이 붉은 노을로 유성의 등을 받쳐 준다.
더 끌 것 없다. 극은 끝났고 무 대는 막을 내릴 시간이다.
-진정한 권좌에 올라 오롯이 통치하라. 누구보다 적임이지 않 나.
“귀찮게 그런 짓을 왜 하냐. 나 는 오지랖만 부리는 게 좋지, 깔 아 준 멍석에서 춤추는 건 싫더 라.”
태식은 휘이 공간을 건너 심계 로 들어갔다. 부서진 공간의 틈 으로 그 힘의 결정들이 줄지어 딸려 들어간다.
-어디로 갈 것인가. 이곳은 너 의 고향이다. 고독만이 존재하는 곳에서 공감받을 수 없는 외로움 속에 살고자 하는가?
“쫑알쫑알 시끄럽네. 적어도 너 있으니까 심심하진 않겠다.” 창파검을 휘둘러 허물어진 공간 의 벽을 수복시키고 멸마검을 그 어 날개를 잘라 냈다.
-억울하지 않은가! 비통하지 않 느냔 말이다! 네 이름은 남겨지 지 않을 것이며, 기억되지 못할 것이다!
“거 이름 욕심 드럽게 많네.”
태식은 뿔을 뽑아내며 한 걸음 한 걸음 심계를 건너뛰었다.
공간의 축과 축을 넘어갈 때마 다 지구의 기운이 옅어짐과 함께 로아의 기운이 가까워짐이 느껴 진다.
이제 하나의 벽이 남았다.
이 벽을 넘으면 로아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만 남 아 있는 로아다.
-그렇구나. 좋다, 로아로 가자. 마가 탄생한 땅에서 네 뜻을 펼 치라.
“이놈 이거 아직도 파악이 안 되나 보네.”
태식은 마지막 남은 뿔은 꺾어 냈다.
끼에에엑 귀청을 찢으며 울려 퍼지는 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닌 어린 마귀의 것이었다.
뿔만 비대해 제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조그마한 마귀.
그 주제넘은 욕심과 욕망의 결 정이 그 뿔로 투영된다.
태식은 뿔을 잡아 들어 초라한 마귀에 눈을 맞췄다.
“내가 너냐 인마.”
“다를 게 없다 했다!”
“반말하지 말고. 어디 권속이 건방지게 말이야.” 태식은 그 뿔을 톡 꺾어 털어 버렸다.
처음 태어났을 때 그 모습처럼 힘없이 바닥을 긴다.
말없이 태식의 뒤를 따르던 바 토리가 애잔한 눈으로 태식을 바 라본다.
태식은 별것 없다는 듯이 고개 를 끄덕였다.
언젠간 팽할 개라도 당장 말을 잘 듣는다면 밥 정도는 튼실히 먹일 법하다.
바토리는 슬쩍 바닥을 허우적거 리는 마왕, 아니 어린 마물을 품 에 갈무리했다.
“나머진 알아서들 잘하겠지.”
벌여만 놓고 끝내지 못한 일이 수두룩하다만, 그것은 그것대로 공을 나누기 좋은 결실이 될 것 이다.
허투루 하는 사람들이 아니니 최소한 망치진 않을 테지.
태식은 한 걸음 남은 벽을 두고 담배 한 대 입에 물었다.
쓰으읍. 후우우-.
길게 내쉬는 숨은 가벼울 뿐이 다.
“이제 좀 다네.”
태식은 홀가분히 불똥 튕겨 내 곤 마지막 벽을 넘었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