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6)_11
“모든 인류의 유일한 왕이자, 영속되는 모든 악의 권주이며, 존재하는 모든 마의 령주시여-.”
“거창한 수식어 붙이지 말라고 몇 번 말하냐.”
태식의 핀잔에 자리에 모인 모 든 인사가 무릎을 꿇었다.
“감히 그럴 수 없는 이 신하의 불충을 부디 삼가 헤아려 주시옵 소서-!”
“헤아려 주옵소서-!”
목 놓아 외치는 읍소에 회랑이 쩌렁쩌렁 울린다.
그 파장이 어찌나 거센지, 인과 마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생명체 가 몸을 떨었다.
“그렇게 말을 해도 들어먹질 않 아. 이딴 환송식도 준비하지 말 라 했는데.”
태식은 한 손 가볍게 뿌리쳤다.
회랑의 인사들 대부분이 바람에 날린 낙엽처럼 쓸려 나갔다.
자리에 남은 이는 의회의 회장 둘뿐이었다.
인회와 마회로 양분된 의회의 대표들이다.
“모든 인류의 유일한 왕이자, 영속되는 모든 악의 권주……
“거 좀!”
인회장은 원로회 때의 꼬장꼬장 한 기조가 남아서 그런가 꼭 역 정을 내야 말을 듣는다.
“자꾸 그렇게 질척거리면 내가 마음 편히 넘어가겠냐.”
“하오나, 이계의 시간이 로아의 시간보다 열 갑절 빨리 흐르는 저, 모든 인류의 유일한 왕이 자……
“혼난다 진짜.”
“어흠흠. 부재하심에 일어날 일 들이 심히 걱정되옵니다.”
“뭐가 걱정이냐. 시스템 다 잘 구축해 줬잖아. 이제 마족이랑 치고받을 일도 없고.”
이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생 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까지 이어지던 사회를 무너 트리고 완전히 새로운 사회를 구 축하는 것은 단순한 체계의 문제 가 아닌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 람들의 인식의 문제다.
그리고 그 인식은 그 어떠한 시 스템으로도 쉽사리 바뀌지 않았 다.
그것을 해결할 수단은 오직 시 간이었다.
사회의 주축을 이루는 구성원이 바뀌기까지의 시간.
세대가 바뀌기 위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시간 말이다.
“하오나, 구세대의 망령들이 아 직 남아 있사온데, 그자들이 무 슨 계책을 취할지……
“그럼 그땐 마회하고 같이 해결 보면 되잖아. 갈람, 안 그러냐.”
“그 말씀 지당하십니다, 영원한 령주시여. 신 갈람 주어진 소임 에 한 치 흐트러짐 없이 임하겠 사옵니다.”
갈람은 더없는 충성심으로 부복 했다.
적일 때는 그렇게 꼬장꼬장 껄 끄러운 놈이 신하로 두니 이렇게 충직하다.
“길은 준비가 되었나이다. 영속 된 굴레의 종결자시여-. 언제든 길에 오르시옵소서.”
그림자에서 올라온 바토리가 고 개 숙여 읍했다.
“그래, 가자.”
“모든 인류의 유일한 왕이시어! 인류의 왕이시어! 부디 굽어 살 펴 주옵소서!”
인회장이 태식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늘어졌다.
“거 좀 알아서 해라. 이 정도 해 줬으면 됐잖냐. 뭘 더 해 달 라고 그래!”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없었다.
그러니까 영속되던 인마전쟁을 끝낸다거나.
인간과 마족의 사회를 통합시킨 다거나.
더 나아가 그 둘의 사회를 하나 로 융합시킨다거나 하는.
착취로서 통치하는 기득권 세력 을 갈아 내고, 시기로서 배신하 는 약자 또한 배제하는 것도.
더 나아가 강자는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함양의 기준으로 삼고 약 자는 강자의 배려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염치로 알도록 의식하게 한 것도.
그 모든 것들을 처음부터 의도 하여 계획대로 실행한 것은 아니 었다.
처음 시작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었다.
복수.
개인적인 복수.
아들을 죽이고 자신을 기만하여 전쟁터로 내몬 자들에 대한 지극 히 개인적인 복수 말이다.
그다음에 한 것은 이미 가슴에 묻은 이들에 대한 헌화였고, 그 다음은 허물어진 마왕성에 쿠션 이 꺼진 소파 하나 가져다 놓는 것이었다.
그랬는데 어디 개버릇 남 주겠 나.
그놈의 오지랖이 문제다.
눈에 거슬리고 하나씩 치우다 보니 또 여기까지 왔다.
그래도 이번은 괜한 자책으로 어설프게 하지 않았다.
태초부터 어그러진 마족과 인간 의 굴레를 바로잡을 수 있는 유 일한 존재가 자신이라는 분명한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될 수 없는 존재라는 의식 으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꼼꼼 하게 손봤다.
이제 자신이 없어도 시스템으로 현재의 체계가 유지될 것이다.
인간과 마족이 전장이 아닌 의 회에서, 칼과 마법이 아닌 논리 와 토론으로 합일을 이루는 것으 로 확인한 것이다.
“불민한 신하는 그저……
“됐어. 가. 내가 대체 얼마를 여 기서 붙잡히냐.”
태식은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 어지는 그를 탈탈 털어 냈다.
“유일한 왕이시여! 왕이시여-!”
“마회장은 뭐 하느냐. 시끄러운 인회장의 입을 닫지 않고!”
“명 받듭니다.”
갈람이 얼른 인회장의 입을 틀 어막았다.
태식은 그제야 회랑을 빠져나가 마법진 위에 올랐다.
“이봐-. 굳이 나까지 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태식의 어깨에서 작은 뿔과 한 쌍의 날개를 단 어린 마족이 고 개를 내밀었다.
“널 남겨 두면 무슨 사달 날 줄 알고.”
“이 보잘것없는 권위와 잘려 나 간 위상으로 무엇을 한다고-.”
“투덜거리지 마라. 그나마 있는 것도 뽑아내는 수가 있다.”
태식의 으름장에 데오메트는 입 을 합 다물며 그림자 속으로 몸 을 수그렸다.
“허튼짓하는 놈들 있으면 연락 해라.”
“예.”
태식은 검은 깃 하나 뽑아 바토 리에게 건네곤 마법진을 발동시 켰다.
파앗-.
짧은 빛의 깜빡임과 함께 풍경 이 변했다.
익숙하진 않지만 기억에 남아 있는 곳이다.
지구와 로아를 연결하는 마지막 필드다.
사람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아직 여기까지 오려거든 한 참 남았나 보다.
태식은 한 칸씩 필드를 건너뛰 었다.
“휘이이-.”
7층에 다다른 태식이 처음 마주 한 것은 하늘을 날고 있는 수많 은 비행선, 아니 비공정이었다.
그 비공정의 뱃머리엔 하나같이 SJ라는 이니셜이 선명했다.
“이 녀석 이거. 손 갈 필요 없 다 했지.”
벌써 어금니가 간질간질하다.
태식의 걸음이 조금 더 빨라졌 다.
6층은 거대한 정원으로만 구성 되어 있었다.
단순한 정원이 아닌 선열들에 대한 국립묘지였다.
온갖 꽃과 나무가 제각각 형상 을 만들어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누구의 손을 탄 것인지 알 만하 다.
5층을 넘어가니 거대한 경기장 이 한 필지 건너마다 들어서 있 다.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가 펄럭 이는 가운데 한국의 태극기가 당 당히 중심에 걸려 나부끼는 중이 다.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걱정을 했지 싶다.
3층과 4층 필드는 별다른 인위 적 조성이 없었다.
하지만 그 안에 수없이 많은 능 력자들이 나름의 활동을 하고 있 음이 보여진다.
자유 허용 필드로써 기능하는 중이다.
“반달섬은 좀 어떠려나……
이젠 반달섬이라 부를 수 없는 규모다.
2층 전역에 걸쳐 건물이 들어선 채다.
반듯한 도로가 깔렸고 그 도로 를 눈에 익숙한 자동차가 내달린 다.
물론 하늘에 떠 있는 비공정은 말할 것도 없다.
곳곳에 걸려 있는 페가수스 깃 발을 보건대, 수호단이 아닌 페 가수스의 기치로서의 영향력은 여전한 것 같다.
태식은 기억 속의 페가수스 본 청으로 갔다.
오래전 기억 속 그대로다.
그제야 태식은 로아와 지구의 시간 차이를 다시금 실감했다.
굳이 청장실을 들여다보진 않았 다.
그러지 않을 정도로 잘 운영되 고 있으니 말이다.
태식은 심계를 건너 서울로 나 갔다.
오랜만에 맡는 서울의 공기는 떠나올 때에 비해 더욱 맑았다.
황사는 고사하고 매연조차 없 다.
맑은 하늘 지붕으로 삼은 광화 문 광장에 사람들이 많다.
-존경하는 서울 시민 여러분, 시장 장만석, 여러분 앞에 인사 드립니다. 이번 군산 뉴욕 간 차 원공항 연결은 대한민국이 세계 의 중심이 되는 역사의 분기점이 라 여깁니다. 이에 자랑스러운 한국의 수도 서울이 세계의 수도 로 발돋움 하고자…….
무슨 행사인가 슬쩍 내려다보니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얼굴이 뻔 한 이야기를 하려나 보다.
“공기 좋구만.”
유성을 찾을 것 없고 이린을 찾 을 것도 없다.
진인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가 슴에 칼침 한번 거하게 놔 줬는 데 무슨 면목으로 찾을까. 기억에서 멀어진 얼굴들 보고 싶어 돌아온 것도 아니니 일일이 얼굴 비칠 것 없다고 본다.
그나마 집이랄까.
태식은 집 현관으로 들어섰다.
자신이 놓아둔 병정 인형은 그 자세 그대로 흐트러짐이 없었다.
“엄마, 나 왔어.”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미주의 고개가 갸우뚱 틀어진다.
“살구는?”
“뭐?”
“ 어?”
“뭐라고?”
“아니, 살구는 집에 없냐고.”
“너, 이노무 새끼야. 3년 만에 집에 들어와서 한다는 말이 그거 야?”
미주는 단번에 효자손을 치켜들 었다.
“누구 닮아서 그래! 누구 닮아 서!”
“누구긴 아빠지!”
“하여간 주둥이는!” 그 이름 앞에 아무리 많은 수식 어가 붙어도 미주의 효자손은 감 당이 되질 않는다.
태식은 얼른 걸음을 옮겼다.
기억은 오래 흘렀어도 몸에는 감각이 남았는지, 그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가게로 이어졌다.
푹 꺼진 소파가 있는 전당포 말 이다.
“어?”
카운터를 보고 있던 제니가 고 개를 갸웃하며 일어났다.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아니, 조금 살이 오른 것 정도 랄까.
“너 아직도 있었어?”
“사장님은 참…… 있어도 된다 고 했잖아요.”
“아니, 월급은?”
“월급은 됐고요. 홈 파티를 초 대해 주세요. 저 안 까먹었어요.”
제니는 3년 만의 재회에 어울리 지 않은 말을 툭 뱉어 냈다.
곱씹고 곱씹다 보니 남는 말이 그것뿐이었기 때문이다.
“아-. 뭐였지? 내가 뭐 해 준다 고 했었는데.”
“계란찜요.”
“아아-. 맞아. 계란찜.”
태식은 괜한 너스레를 떨며 리 모컨을 찾았다. 항상 있던 그 자 리에 그대로 있다.
가게가 너무 조용한 탓이다.
“그런데 당장은 좀 그래. 우리 마마님이 화가 많이 났거든.”
“기다릴 수 있어요. 잊지만 말 아 주신다면요.”
태식은 습관처럼 TV를 틀었다.
만석의 얼굴이 먼저 나온다.
채널을 틱틱 돌리니, 익숙한 얼 굴이 나왔다.
이번에도 딱히 변한 건 없었다. 굳이 찾자면 앳된 티가 사라졌달 까.
-지난 3년간, 전 세계에 걸쳐 많은 일이 있어났죠. 그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홍콩의 민의는 관심받지 못하고 스즈러져 갔습 니다. 이번에 개봉하는 3년의 기 록은 관심받기 좋아하던 연기자 이연지가 현장 르포 기자로 변해 가는 과정이자, 홍콩의 민의가 어떻게 스즈러져 갔는지 그리고 그들의 투쟁이 어떻게 이어져 갔 는지에 대한 가감 없는 기록입니 다.
“사장님, 제 말 들으셨죠?”
“어어. 들었어, 계란찜. 내친김 에 시간을 잡자. 다음 주 일요일 쯤 어때? 그쯤이면 우리 마마님 화 좀 풀리시겠지.”
“네. 언제든요.”
“그래그래.” 태식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매장 을 훑어봤다.
매대가 휑하다.
딱히 그게 신경 쓰이는 것은 아 니다.
그보다는 바리바리 챙겨 온 아 이템이 신경 쓰인달까.
이번에는 군용 아이템 말고 민 간 편의용으로도 이것저것 많이 챙겨 왔는데, 홈쇼핑 광고에도 아이템이 나오는 걸 보니 그다지 쓸모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태식은 챙겨 온 아이템을 우르 르 쏟아 냈다.
매대를 가득 채우고도 한참 남 는다.
“사장님, 진열장이 부족할 것 같은데요.”
“그러게. 반값에 떨이 쳐야지 뭐.”
“그럼 이벤트 공지라도 올릴까 요?”
“됐어, 뭘 그렇게까지 해. 반값 에 친다고 하면 알아서들 찾아오 겠지.”
태식은 소파에 털썩 앉았다.
삐그덕 몸이 푹 가라앉는다.
반값 전당포의 쿠션감 없는 소 파는 여전히 아늑했다.
작가 인사.
안녕하세요. 글쟁이 가홀 인사 드립니다.
우선 지금까지 함께해 주신 독 자님께 감사 인사 먼저 올립니 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죄송하단 말씀 또한 함 께 드립니다.
이야기를 하나씩 끝낼 때마다, 적어도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더 나은 글, 조금이라도 발전한 글을 쓰자 다짐하는데, 이번 작 은 제 욕심만 가득했던 글인 것 같습니다.
그저 함께해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하단 말씀밖에 드릴 말이 없 습니다.
어렵고 민감한 이야기를 불편하 지 않고 부드럽게 진행하고, 독 립된 이야기를 매끄럽게 연결하 여 풀어내는 것이 작가의 역량일 진대.
그에 참으로 미진했던 것 같습 니다.
스스로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 지 못한 채 과욕을 부린 탓이라 여깁니다.
또한 연재 말미에 있어 두 번의 휴재를 하였는데, 이 또한 약속 을 지키지 못한 점 참으로 부끄 럽습니다.
구구절절 말이 많은 것은 변명 거리를 찾는 탓인가 싶습니다.
다시 한번 독자님들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다음 작은 개인적인 욕심은 좀 더 덜어 내고, 좀 더 잘하고 좀 더 능숙한 소재로 찾 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작가 말을 말미암아 연재 내내 고생해 주신 담장 편집자님 께 진심 어린 감사를 보냅니다.
부디 모든 독자님들의 가정에 평화와 행복이 깃들길 기원하며 항상 건강하시길 소원하겠습니 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