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6)_3
“여하튼 나갔다가 올게요.”
“멀리 가지 말고.”
“멀리안 가요.”
“멀리 가지 말라고!”
“나한테 먼 곳이 어딨다고!”
잔소리를 피해 도망친 태식은 무인도로 건너뛰었다.
짙은 안개 속에 허둥대고 있는 사람들이 한 움큼이다.
“오셨는가.”
먼저 도착해 있던 진인이 태식 을 맞이했다.
“그냥 안개만 깔아 두시지. 매 번 늦게까지 있을 필요 없어요.”
“늙은이 할 일도 없는데 소일거 리 하는 셈이지. 여기 풍광이 좋 아서 있을 만해.”
아래쪽으로는 넓은 대양이 펼쳐 져 있고 위쪽으로는 홀리 랜드의 높은 사령탑이 눈에 들어온다.
전방으로 멀리 시선을 보내면 진한 검보라색의 다크매터 기둥 이 눈에 띈다.
일반인의 눈으론 볼 수 없는 풍 경이지만 진인의 눈에도 태식의 눈에도 더없이 선명하다.
“아래쪽으로 시선을 두면 고즈 넉한 바다고 위로 시선을 두면 휘황찬란한 도시가 보이고, 저 멀리 시선을 두면 건너 세계인 듯한 풍광이 보이잖나. 그리고 이렇게 가까운 곳을 보고 있으면 보람을 느끼고.”
진인이 수염을 쓸어내리며 안개 를 조절했다.
안개 속을 헤매던 사람들이 출 구를 찾은 쥐처럼 그 앞으로 쏟 아져 나왔다.
“일하기 좋게 몰아 놨으니 손보 시게.”
진인은 그리 말하고 한 발 뒤로 물러났다.
태식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섰 다.
그간 반복한 일이라 손에 익을 대로 익었다.
거기에 처음보다 수도 줄어들었 으니 더 간단하다.
태식은 발 한 번 굴러 어둠을 뿌렸다.
흰 안개가 검게 물든다. 그림자
가 가득 드리운 안개 속에서 네 명의 마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령주께 인사드립니다.”
바살롬, 바토리, 디지레이와 마 몬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부복했 다.
“흐허허 허.”
진인은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괜히 태식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자의로 해석하지 아니하였고, 욕심내지 아니 하였으며, 뜻을 헤아려 명에 임하였습니다.” 디지레이가 대표로 고하였고 모 두 함께 등을 보이며 뒤돌았다.
태식은 도미니오를 꺼내 내려 그었다.
권속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억지 로 침식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권속들이 태식의 기운을 받아들이려 아우성을 치는 수준 이다.
넷은 태식의 힘을 받아 권능을 발현했다. 숙주들의 의식에 자신 의 의식을 엮어 종마로 삼았다.
엮어 든 의식은 태식이 만들어 준 의식의 방으로 정리해 넣는 다.
그 수가 몇백씩은 된다.
본래라면 이렇게 많은 종마를 부릴 수 없지만, 태식이 의식을 분리해 준 덕에 수월히 가능했 다.
의식의 방이 커질수록 정신적으 로 부하가 걸리는 것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와 비례하여 육신의 풍요로움이 늘어난다.
“령주의 은총을 받았나이다.”
“물러가라.” 넷은 태식의 한마디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뒷일도 내가 하면 어떻겠나?”
다음 일은 종마가 된 이들을 자 시 본래의 자리로 돌려보내는 것 이다.
“제가 해도 되는데요.”
“우리도 나름 마킹을 해 놔야 하지 않나 싶어서 말이야.”
의식이 연결되어 있기에 표식은 이미 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다.
그뿐 아니라 일거수일투족 전부 실시간으로 감시되고 있다고 해 도 틀리지 않다.
진인이 하는 말은 기능적으로 따르자면 이중으로 일하는 것이 다.
딱히 이원화할 필요가 없는 일 이니 다만, 그럼에도 태식은 고 개를 끄덕였다.
“그러세요.”
“고맙네.”
“이전에 있던 명부도 넘겨드려 요? 가지고 있으신가?”
“변동 사항이 적용되지는 않았 네. 귀하가 직접 전달할 것까진 없고 허락만 해 준다면 알아서 조치하겠네.”
“그럼 그렇게 하세요.”
견제 기구라고 생각하진 않는 다. 특무원은 태식의 권속들을 견제할 실질적인 능력이 없다.
그 힘이 태식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 탓이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외부적 인 기록은 진행되어야 한다 여긴 다.
그것이 주시의 시선이 되기 때 문이다.
관심을 가지고 노려봐야 한다. 알아서 잘하겠거니 믿고 있지 말 고 수시로 들춰 보며 관심을 두 고 있음을 투영해야 한다.
그래도 딴생각을 할 놈들은 딴 생각을 하겠지만, 적어도 대놓고 허튼짓은 하지 못한다.
“그런데 민간인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하지 마시고요. 저는 특무원이 민간인 사찰까지 하는 건 바라지 않습니다.”
“흐음……. 민간이기 이전에 범 죄자들이지 않나.”
“범죄자는 민간인 아닙니까. 특 무원이 할 건 아니죠.”
태식은 다시금 선을 그었다.
“알겠네. 그러함세.”
“그리고 마킹하는 김에 갈아 끼 울 준비도 좀 해 주시고요.”
“갈아 끼워?”
“이런 놈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태식은 눈앞에 있는 자들을 두 고 말했다.
자신의 여러 욕구를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사정이 어떻듯 쳐다 보지 않을 인간들이다.
지금까지 저지른 일들이 신고되 지 않고 넘어갔거나, 크게 불거 지지 않았을 뿐이지 문제로 삼아 법정에 세운다고 하면 하나 같이 교도소에 들어가도 남을 자들이 었다.
“귀하의 손에 쥐여진 이들인데 굳이 교체를 하란 말이지?”
“제가 잡고 있는 거랑 무슨 상 관이에요. 자꾸 착각하시네. 쓰레 기를 치우자는 거지 시스템을 장 악하자는 게 아닙니다. 자꾸 그 러시면 베르딜레 꺼냅니다.”
태식은 일전에 언급했던 신봉의 군주를 다시 입 밖에 냈다. 신봉 자인 진인을 통해 현신되는 마족 의 이름이다.
진인은 민망함에 어허허 웃었 다.
“숙지하고 있음이네. 내 어디 귀하를 거스른 적이 있던가.”
말뿐인 협박이 잘 통했나 보다.
“흐흠. 그래, 대체 인력을 수배 하면 되는 게지?”
“특무원 인원들 밀어 넣으란 게 아니에요. 당사자들도 알지 못하 게 환경을 만들어서 자질이 좋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올 라갈 수 있도록. 가능하잖아요.”
여러 번 했던 것이다.
특히 어떠한 조직에 내부자를 심을 때 주로 활용하는 방법이 다.
“그런 것이라면 손에 익은 일이 네. 차질 없이 진행하겠네.”
진인이 손가락을 튕겼다. 멀리 서 대기하고 있던 특무원이 모습 을 드러내며 다가왔다.
우선 태식에게 먼저 고개를 깊 게 숙인다.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그들은 조용히 사람들을 이끌고 물러났다.
“혹시나 해서 한마디 더 하는 건데, 특무원인 거 티 내지 마세 요. 다리 걸쳐 두실 생각도 하지 마시고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그 자리에 오르면 변할 수도 있지 않겠나. 적당히 규제를 둬 봄 직 도 하다 여기네만.”
“쓰레기로 변하면 수색에 걸려 서 여기로 흘러오겠죠.”
그러면 다시 종마로 삼아 대체 인원이 올 때까지 역할을 유지하 게 해 두면 된다.
“우리는 사회의 여과기 역할만 하면 돼요. 수족관 안에 있는 물 고기나 수초에는 관심을 두지 말 자고요.”
“나야 맑은 물이 좀 더 길게 유 지되면 좋지 않나 해서 하는 말 이었네.”
“그건 영감님 역할이 아닙니 다〜.”
태식이 말은 길게 늘리며 시선 을 돌렸다.
그만 가란 뜻이다.
진인은 큼큼 헛기침을 했다.
마족의 제물로 쓰겠다는 협박을 할 때보다 지금의 길게 늘린 말 한마디가 더 가슴팍을 후비는 것 같았다.
느낌뿐이 아니라 실제로 통증이 있다.
진인은 태식이 의도적으로 자신 에게 위압을 가하진 않았다고 여 겼다.
그 정도는 보면 안다.
태식의 몸에서 기운이 사방으로 뻗치고 있을 뿐 자신을 저격해서 노리진 않는다.
단지 기분이 좀 언짢은 티가 밖 으로 새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그래서 걱정이다.
이전에는 그 기운이 이렇게까지 뻗치지 않았다.
그리고 밖으로 분출된다고 해도 그 안에 살기가 내포되어 있지 않았다.
아니, 살기 그 이상이다.
느껴지는 감각대로라면 죽음을 앞에 둔 아찔함이자 본능적인 공 포감이 었다.
아무리 훈계를 한다 하여도 죽 음의 기운으로 훈계를 할까.
“이보시게. 헌데 괜찮은 게지?”
“더 할 말 있으세요?”
“아니, 내 할 말이 있는 게 아 니라 귀하가 괜찮은가 해서.”
“제가 왜요?”
태식이 뒤돌았다. 검은 안광이 은은히 흐른다.
주변이 어두워 그리 보이는 것 이 아니다.
“기운이 너무 뻗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진인이 태식의 눈을 가리켰다.
“아-.”
태식은 아차 하며 눈을 몇 번 깜빡였다.
은은히 흘러나오던 검은 안광이 툭 끊겨 흩어졌다.
“요즘 화가 많아져서 그런가, 한 번씩 이러네요.”
“괜찮은 겐가?”
“별일 아니에요. 의식을 한 번 씩 연결해야 되니까 보기 싫은 것도 봐야 되잖아요. 그러다 보 면 짜증도 좀 나는 거고.”
“그렇구먼……
“일감 줄어들면 이럴 일도 없어 요. 그러니 그렇게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알겠네. 내 그리 알지.” 진인의 걱정이 쉬이 가시질 않 는다. 그래서 그런가 가야 할 사 람이 발을 떼지 못한다.
“그럼 다음에 뵙죠.”
태식은 그 걱정이 싫어 먼저 자 리를 떴다.
바로 집으로 향하진 않는다.
미주가 괜한 걱정을 하는 것도 평소와 달린 탁해진 눈빛을 보았 기 때문이다.
속을 좀 풀고 가야 한다.
태식은 바로 한걸음 거리의 홀 리 랜드로 갔다.
사령탑 위에 올라서 발아래를 내려 본다.
“이 녀석도 손이 크다니까.”
구조물 하나하나 봉춘이 작정하 고 신경 쓴 느낌이 물씬 든다.
특히 마음 편히 쉴 수 없고 배 부르게 먹을 것 없는 아이들의 심정을 가장 크게 신경 썼다.
거대한 나무의 옹이가 방이 되 고 두꺼운 나뭇잎이 침대이자 이 불이 된다.
아무 곳이나 누워도 비바람 피 하기 충분하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과실이 열 려 있다.
종류도 종류지만 그 양은 바닥 에 굴러다닐 정도로 많다.
배를 채우고 영양을 충당하기에 부족하지 않고 맛으로 먹어도 즐 기기 좋은 과실이 많다.
의복은 해결하지 못해도 잠자리 와 먹거리는 해결되었으니 에덴 동산이란 별칭이 영 뜬금없지는 않다.
저승사자가 내려다보는 곳에 에 덴동산을 만들어 둔 게 좀 어색 하지만, 적어도 당장 내일을 걱 정하지 않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 고 있자면 그 정도 어색함은 아 무렴 상관 없지 싶다.
“종오! 너 아직도 취미 조사서 안 냈더라? 人} 준다고 해도 협조 를 안 하니!”
그 에덴동산의 관리인이 목청을 돋는다.
“일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 슨 취미예요.”
“네 나이가 몇인데 힘들어 죽 어.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놀 기 운은 다 있더라. 하고 싶은 거 없어? 웬만한 건 다 되는 거 봐 서 알잖아. 기타도 들어왔고 피 아노도 이번 주 내로 들어올 거 야.”
일부러 취미를 묻는다. 뭐든 상 관없다.
좋아하고 관심 있는 취미 생활 을 찾다 보면 그 과정에서 재능 과 적성이 발현되기 마련이다.
장래 희망이니 진로 확인서 같 은 것을 내놓으라 할 게 아니라, 취미 생활을 하는 것으로 적성 을, 재능을 먼저 확인해 주려 함 이다.
“그리고 저번에 자전거 받았잖 아요.”
“그건 교통수단이잖니. 하고 싶 은 거 없어?”
“네. 없어요. 뭐가 좋은지도 모 르겠고.”
그녀는 종오의 툴툴거림이 비협 조적인 태도라 여기지 않았다.
그 모른다는 말이 있는 그대로 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경험해 본 것이 너무 적고 그나 마도 너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당장 알고 있는 직업을 대 보라고 하면 스무 개 나 넘길 수 있을까 싶다.
“그래 그럼 일단 신청서는 가지 고 있어. 나중에 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 편히 가지고 와.”
“저기요, 이모.”
“왜?”
“그런데 왜 이렇게 잘해 줘요? 우리가 불쌍해서 그래요?”
“얘 좀 봐. 너는 꽃이 불쌍해서 가꾸니?”
“그럼요?”
“꽃이라 가꾸는 거지.”
“그냥 어려서 잘해 주는 거라고 요?”
“그게 뭐 이상해?”
“ 이상하잖아요.”
“나는 안 이상해. 그러니까 허 튼소리 말고 하고 싶은 거나 생 각해 봐.”
그녀는 그리 말하고 다른 아이 를 찾아 자리를 옮겼다.
종오는 쩝 입맛을 다시며 신청 서를 내려다보다 잘 접어 한쪽 틈에 넣어 뒀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봉춘이가 준비한 땅에 이린이 좋은 관리인을 가져다 두었다.
둘 다 맥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 니 굳이 꼬투리를 잡아 잔소리를 하진 않아도 될 듯했다.
태식은 자신이 신경 써야 할 리 스트에 줄 하나를 그었다.
체계 (5)
태식은 아래로 향하던 시선을 거두어 더 먼 방향으로 보냈다.
홀리 랜드 전역에 걸쳐 수많은 건물들이 올라가는 중이다.
리조트 건물 중에 빠른 곳은 이 미 완성이 되어 개장을 앞두고 있는 곳도 있고 현지인을 상대로 한 사무실 건물은 벌써 공실 없 이 들어차 있다.
오다니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한 국인이 6할 정도 되고 나머지 4 할 정도는 외국인들이다.
그중에서도 조선족과 중국인들 의 수가 가장 많다.
일부러 쥐몰이하듯 몰아왔으니 많은 게 당연하다.
차이나타운처럼 변해 버릴까 하 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
공권력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 는 터라, 마음에 안 들면 헐어 버리면 그만이다.
그리고 당분간은 계속해서 돈이 들어가야 할 상황이다.
벌어들인 돈이 밖으로 나가려거 든 한참 남았다.
그즈음 되면 방우의 조직이 대 부분의 이권을 관리하게 될 것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