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_1
“어허. 우리 마마님 큰일 날 소 리 하네. 술국 끓여 바칠 사람 필요해서 결혼을 하나?”
태식은 후루룩 후루룩 국물을 죄다 들이켜고는 다시 그릇을 내 밀었다.
미주는 국물을 가득 채워 돌려 줬다.
“그럼 나는 왜 너 술국 끓이고 있어?”
“그거야 엄마니까. 그리고 좋은 여자는 내가 좋은 남자일 때 만 나는 거지. 나는 좋은 놈■이 아니 라 좋은 여자 못 만나. 왜 괜히 남의 집 귀한 딸 데려다 고생시 켜.”
“주둥이 대, 주둥이. 누구 닮아 서 이렇게 말만 조잘조잘.”
“누구긴, 엄마나 아빠 둘 중 한 명 닮았겠지. 그런데 아빠는 말 이 없잖아. 그럼 누구겠어.”
“우리 아들, 아침부터 등짝을 맞고 싶어서 그러지?”
미주가 효자손을 치켜들었다. 태식은 바로 국그릇에 코를 박았
“아이고, 마마님. 닥치고 먹겠습 니다.”
태식은 한 냄비 해 둔 술국을 혼자 다 비웠다.
딱히 숙취 때문에 그러는 건 아 니다. 숙취야 날려 버리려거든 단숨에 날려 버릴 수 있다. 단지 맛있어서 그렇다.
미주의 술국은 그야말로 경지에 올라 있다.
마도로스인 아버지가 워낙 술을 좋아해서 말이다.
“오늘 출근할 거니?”
“출근해야지. 할 일 많아.”
“며칠 쉰다 싶더니 또 일이 많 아‘?”
“응. 내가 엄마 닮아서 오지랖 이 좀 넓잖아. 괜히 일 벌여서 일이 많아지네.”
“그건 네 아빠 닮은 거야.”
“엄마 아니고?”
“아니야, 아빠야. 아빠가 그렇게 어려운 사람 보면 그냥 지나가질 못하더라. 엄마가 니 아빠 처음 만난 것도 양아치들한테 시비 걸 린 거, 니 아빠가 도와줘서 그런 거잖니.”
“그랬어? 나는 처음 듣는데.”
“처음 말하니까 처음 듣지.”
“아-. 그러네. 하기야 내가 피 가 어디서 왔겠어.”
태식은 신발을 신으러 현관으로 갔다. 맨날 신던 슬리퍼가 없었 다.
“엄마, 내 신발 어디 갔어? 설 마 어제 벗어 놓고 온 거야?”
“니 신발은 신발장에 있고, 다 른 거 신고 가. 거기 꺼내 놨어.”
“뭐?”
“거기 있잖아.”
“이거?”
생긴 게 꼭 구두 뒷굽을 잘라서 슬리퍼처럼 만든 것 같다.
“이거 구두야 슬리퍼야?”
“블로퍼라고. 조은 엄마가 알려 줬어. 슬리퍼 아니면 안 신는다 니까 그런 것도 있다고.”
“이거 비싼 거야? 가죽 좋아 보 이는데.”
“그런 거 묻지 말고 그냥 좀 신 어.”
태식은 블로퍼를 신고는 현관 거울에 섰다. 신발은 편해서 그 럭저럭 좋았는데, 추리닝과는 역 시 어울리지 않는다.
“내게 더 편해. 내 것도 아디다 슨데.”
태식은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 내 신었다.
“이눔이 좀! 너 그렇게 입고 다 니면 누가 멋지다고 해!”
“아이고, 마마님. 소자, 외면보 다 내면이 더 멋진 남자이옵니 다.”
태식은 너스레를 떨며 발자국이 찍혀 있는 슬리퍼를 끌고 나갔 다.
문득 생각해 보니 현관을 나올 게 아니었다. 슬리퍼만 신고 가 게로 건너뛰면 되니 말이다.
현관을 나온 태식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냥 그러고 싶은 기분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잔 진동과 함께 내려가던 엘리 베이터가 멈춰 섰다.
여고생이 탔다.
“안녕하세요, 오빠.”
누군가 싶어 명찰을 보니 이조 은이라고 쓰여 있다.
“어, 조은아. 안녕.”
조은의 뒷목 언저리가 얽은 자 국이 있다. 암흑중독의 후유증이 다.
그나마 운이 좋아서 치료가 된 것이지, 그것이 아니었다면 유성 의 부인과 같은 신세였을 것이 다.
“안녕히 가세요.”
“그래, 잘 가.”
조은이는 뽀르르 달려갔다. 딱 히 친한 것은 아니라 같이 걸을 이유는 없다.
태식은 터덜터덜 걸어 지하철역 으로 갔다.
사람들이 빼곡하다. 이래서 지 하철을 안 탄다.
태식은 승강장 의자에 앉아 오 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누군가는 출근을, 누군가는 등 교를, 누군가는 등원하는 거겠지.
그들의 얼굴이 즐겁지가 않다.
출근길이 즐겁냐 묻는다면 그럴 리가 없다고 하겠다만, 이건 다 른 느낌이다.
태식은 이 감각을 잘 안다.
희망을 잃어버린 것이다.
희망이 사라진 세대다.
전쟁터에서 보았던 그 표정과 다르지 않다.
이토록 번영하고 이토록 부유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왜 희망을 잃어버린 것일까.
“어휴- 오지랖. 이놈의 오지 랖
태식은 훌훌 자리를 털고 일어 났다.
그러곤 조금도 한산해지지 않은 지하철 객차 안으로 들어갔다.
마석우 (1)
“사장님. 물건 사입 다 끝났습 니다. 이대로 대호로 보내면 되 겠습니까?”
방우는 빗금을 빼곡히 그은 리 스트를 가져와 내밀었다.
“잘했네. 보내.”
“예, 사장님. 그리고 돈이 3억 정도 남았는데요.”
“그거 너 해.”
“예-? 제가요? 이렇게 큰돈을 요‘?”
“일이 너한테 간 거잖아. 그럼 일한 사람 몫이지.”
태식은 별 대수롭지 않게 말했 다.
정말 대수롭지 않았기 때문이 다.
하지만 방우에겐 느낌이 달랐 다. 물론 조직 전체 규모로 보면 3억이란 금액이 그리 엄청난 크 기는 아니다.
하지만 방우의 수중으로 떨어지 는 돈으로 따지자면 확실히 많은 돈이다.
그리고 거둬 갈 수도 있는 돈이 었다. 거둬 간다고 해도 불만 가 지지 않을 돈이기도 했다.
조직은 으레 그러니까.
그래서 느낌이 참 이상했다.
“야, 깡패야. 겨우 3억 가지고 뭘 그렇게 놀라냐? 너네 조직 서 울 3대 조직이라며.”
“우리는 정통 조직이야. 물장사 만 해서 돈은 얼마 안 돼.”
“그러냐? 그럼 돈 되는 일은 뭔 데?”
“약, 여자, 도박. 이거 해야 돈 이지.”
“그런데 왜 너네는 안 해?”
“그런 거 하면 가오 상해. 족보 취급 못 받아.”
깡패 깡패 하는 유성의 어조엔 비하의 느낌이 딱히 없었고, 듣 는 깡패도 기분 나빠하지 않았 다.
유성과 방우는 취업 준비를 함 께 시작해서 동시에 취업뽀개기 를 성공한 스터디그룹 동료 같은 느낌이었다.
그 정도면 적당히 벽이 있으면 서도 적당히 끈끈하지 않겠나.
“그런데 사장님. 이 돈 진짜 제 가 가져도 되는 겁니까?”
“그러니까 밥이나 쏴라. 유성아, 오늘은 아주 배 터지게 먹자. 빵 우가 한 턱 쏜댄다.”
“예, 사장님. 뭐로 드시겠습니 까?”
“소고기 김밥.”
“아…… 소고기김밥이군요. 그 럼 저는 참치김밥 먹겠습니다.”
“사장님, 그냥 나가시죠. 이왕 드시는 거 참치 어떻습니까?”
“빵우, 자꾸 말 반복하게 한다. 소고기김밥 먹고 싶다니까. 어묵 국물 많이 얻어 오고.”
“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야, 냥꾼아. 같이 가자. 슈퍼 가서 사 이다 좀 사와.”
“그러든가. 사장님, 아이스크림 은 안 드시겠습니까?”
“니가 저번에 사다 논 거 아직 도 3층 냉장고에 있잖아.”
“배스킨 같은 걸로 人} 오려고 했죠.”
“그럼 짱 박아 둔 건 누가 먹 어.”
태식은 휘휘 손을 저었다.
“사람 한 명 을 거니까 1인분 더 해 가지고 와라.”
“예, 알겠습니다.”
태식은 장만석에게 전화를 걸었 다.
-예, 강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목소리가 유들유들한 게 아주 기름이 뚝뚝 떨어진다.
“점심 먹었어?”
-아직 안 먹었습니다.
“그럼 와서 같이 먹지.”
-예, 바로 가겠습니다.
만석은 방우와 유성이 돌아오기 전에 먼저 가게에 들어왔다.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 작은 거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뭔데?”
“용염차라고, 심계에서 나는 차 중에 그래도 세 손가락 안에 드 는 놈입니다. 소화에 좋고 정신 을 맑게 해 주는 효능이 있습니 다.”
“땡큐. 밥 먹고 한잔하면 되겠 네.”
마침 방우와 유성이 들어왔다. 그 둘은 만석을 불편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건 만석도 마찬가지였다.
“셋이 별로 안 친해? 친해지게 만들어 줘?”
“아, 아아. 아닙니다. 친합니다. 친하고말고요. 같이 사선을 넘긴 적도 있는데요. 릭 형, 그렇잖아. 우리 친하잖아.”
유성은 어색한 제스처로 팔뚝을 내밀었다.
만석은 어정쩡하게 팔뚝을 마주 대었다.
“그, 그렇지. 저희 친합니다.”
“그래, 같이 밥 먹는 사이잖아. 식구, 적어도 식구끼리 협력이 잘돼야 한다고. 나는 그렇게 생 각해.”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국물 식 겠습니다. 드시죠.”
“그래, 먹자.”
태식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는 같은 음식을 공유하길 고수했다.
식구가 달리 식구가 아니다.
같은 것을 같은 자리에서 먹는 다는 것은 사람을 가장 쉽게 동 조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다.
고전적이면서도 인류 공통일 뿐 아니라 이세계에서도 공통적이었 식사를 끝내고는 차든 담배든 술이든 함께 이어 간다.
그 자리에서 수많은 것들이 결 정되고 이행된다.
그다음의 보고와 회의는 그렇게 결정된 것들에 대한 진행에 불과 하다.
“장 사장. 아는 헌터들 좀 있 나?”
태식은 그가 가져온 용염차를 홀짝이며 물었다.
“헌터들요? 헌터들이라면 저보 다 유성이 더 많이 알지 않겠습 니까?”
“예, 사장님. 인력이 필요하신 거라면 저희 길드원들에게 한번 말해 보겠습니다.”
“너네는 다 헌터청에 등록되어 있잖아. 헌터 등록 안 된 능력자 들. 그렇다고 빵우같이 밖에 있 는 애들 말고.”
“하운드들을 찾으시는 겁니까?”
“그런 애들을 하운드라고 불 러?”
“예, 언더마켓에서는 헌터들을 쉽독이라고 하고, 헌터청에 등록 되지 않은 헌터들을 하운드라고 부릅니다. 하운드들도 스스로를 하운드라고 칭하고요.”
“호칭이야 어찌 되었든. 그래서 그 하운드들 좀 섭외할 수 있 나?”
“어느 정도 실력자를 말씀하시 는 겁니까?”
“너무 낮으면 안 되겠지. B급 이상들부터. 높으면 좋고.”
“S급을 바라시는 것입니까? 그 들은 철저하게 돈으로 움직이는 이들이라, 돈만 많이 준다면 적 지 않은 인원을 가용할 수 있을 겁니다.”
“하운드 중에도 S급이 꽤 많나 보네?”
“제가 아는 인물 중에는 일곱 정도 됩니다. 모르긴 몰라도 셋 은 더 있을 겁니다. 무협지에서 도 실력의 3할은 숨기라지 않습 니까. 심계 안은 그야말로 무림 이나 다를 바 없는 무법천지라서 말이죠.”
“릭 형. 하운드 중에 S급이 그 렇게 많다고?”
“왜, 이상하냐? 어디 하운드뿐 이겠어? 전당포 일하는 나도 그 정도 될 건데.”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전투력이 높으면 s급에 책정된다고 생각하 지만, 엄밀히 따지면 전투력보다 는 능력의 가치에 따라 책정되는 것에 가깝다.
전투력이 하나도 없어도 워프 게이트나 장거리 텔레포트 능력 자는 그 능력만으로 S급으로 분 류한다.
그 능력이 가진 파급과 유효성, 잠재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s급이라고 해서 반드 시 전투력이 강할 거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원래 빙산도 드러난 것보다 드 러나지 않은 게 큰 법이다. 뭐든 그렇잖아. 그렇지 않아?”
만석은 방우의 옆구리를 찔렀 다.
“세상일이 다 그렇지. 원래 바 퀴벌레도 한 마리 눈에 보이면 이미 백 마리가 있다잖아요.”
“비유가 좀 그렇다.”
“그래도 적절한 비유죠.”
“거, 잡담들 그만하고. 그래서, 몇 명이나 부를 수 있는데?”
“S급을 움직이려거든 기본 출장 비로 10억은 걸어야 할 겁니다.”
“그것도 네 이름 통해야 하는 거지?”
“예, 아무래도 그렇죠. 신뢰 관 계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으니까 요. 그런데 어떤 일 때문에 그런 지 여쭤도 될까요? 솔직히 하운 드들은 하나같이 제멋대로라서 다루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목적을 말씀해 주시면 조금 더 효율적인 대안을 제시해 드릴 수 도 있고 하니까요.”
“다루기가 힘들어? 왜?”
“그야 하운드들이니까요.”
“아니, 내가 왜 힘드냐고. 너나 힘들지.”
“아……. 설마 그들도 암흑공간 에 집어넣으실……
“그건 내가 알아서 하는 거고. 범죄자 놈들 사정 봐줄까.”
“범죄자요? 그들이 딱히 범죄를 저지른 건 없습니다.”
“무슨 소리야. 헌터청에 등록 안 하고 헌터 짓 하는 것부터가 범죄지. 따지고 보면 너나 나나, 유성이도 그렇고 방우는 말할 것 도 없고. 다 범죄자들 아니냐.”
“그거야 그렇긴 합니다만……
만석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뭔 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 였지만 태식이 그걸 들어줄 기색 이 아니었다.
“능력보다는 심계 다이브 잘하 는 인원으로 추려 봐. 일 열심히 하고 성실한 애들. 일만 잘하면 성과급도 충분히 챙겨 줄 수 있 을 거야.”
“그러면 목적은 시료 채취 정도 로 보면 되는 것입니까?”
“우선은. 아, 그리고 나쁜 놈들 은 없어? 이건 방우가 잘 알려 나?”
“어떤 나쁜 놈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말 그대로 나쁜 놈들. 강도나 살인하고 뭐 그런 놈들.”
“저는 그쪽이랑은 연관 없습니 다.”
방우가 손사래를 친다. 오히려 유성이 질문을 받았다.
“그런 쪽으론 제가 아는 길드가 하나 있습니다.”
“길드? 길드면 헌터청 등록되어 있겠네?”
“예, 슬레이어 길드라고, 사건 사고가 많은 길드인데도 버젓이 운영되는 길드입니다. 그만큼 뒷 배를 봐주는 이들이 있다는 뜻이 죠.”
“누가 그렇게 뒷배를 봐주나?”
“음…… 그러니까 이게 조금 복 잡한데, 삼각무역이랄까요. 돈은 기업에게 받고 심부름은 정치인 들 심부름을 해 준다고 들었습니 다. 저한테도 한번 그런 오퍼가 들어오기도 했었고요.”
“그래? 그건 처음 듣는 건데.”
태식은 바로 휴대폰을 꺼냈다. 이런 쪽은 더 빠삭한 사람이 있 다.
“예, 사장님. 내가 뭐 좀 궁금한 게 있어서요. 아니요, 직접 올 건 없고요. 지금 어딘데요? 아〜 그 래요? 그러면 제가 팀장실로 갈 게요. 팀장님도 좀 있으라고 하 고요. 예, 예. 금방 갑니다.”
“저, 누구……?” 장만석은 자라처럼 목을 쭉 뻗 으며 눈알을 굴렸다.
“너는 아직 일러. 쓸 만한 하운 드들 모아 오면 그때 가르쳐 줄 게.”
만석이 유성과 방우를 번갈아 봤다. 유성은 어깨를 으쓱했고 방우는 시선을 피했다.
“나는 외근하고 퇴근한다. 너네 도 적당히 영업하다 마감해.”
태식은 대호호텔로 넘어갔다.
마이린이 태식을 반갑게 맞이했 다.
“이렇게 직접 찾아 줘서 고마워 요.”
“고맙긴요. 아쉬운 놈이 우물 파는 거지.”
“그럼 일단 제 방으로 가실까 요?”
“그래요.”
직접 태식을 안내하는 이린의 표정은 처음 친구를 집으로 초대 한 아이 같았다.
“식사는 하셨어요? 룸서비스 시 켜도 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