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_7
“누나, 아니지? 그때도 나한테 일 주고서 나가라고 했잖아.”
“민우야, 이번은 아니야. 못 믿 겠으면 나랑 같이 무궁원에 가 자. 거기서 약속해. 그러면 믿을 래?”
“응, 그러면 믿을래.”
이린은 석우가 보는 앞에서 일 정을 수정했다.
“아버지, 그러면 이대로 진행해 도 될까요? 단계마다 보고는 드 릴게요.”
“굳이 찾아와서 보고할 거 없 다. 알려면 다 아는 거. 알아서 해라.”
“그럼 지금 회의한 내용은 그 사람한테 전달해도 될까요?”
“허허, 허허허. 그래, 그것도 너 알아서 해라.”
“네, 그렇게 할게요. 그 사람도 굳이 보고는 하지 말라고 하는 데, 그래도 알고 있어야 하니까 요.”
이린은 얼른 회의한 자료를 챙 겼다. 괜히 급하다.
마대호는 그런 딸의 모습이 퍽 즐거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잡초 뽑기 ⑴
“엄마, 아들 출근합니다.”
“그래, 잘 다녀와라.”
현관에서 태식은 현관에 놓여 있는 병정 인형을 습관처럼 살폈 다.
마법진의 방향과 병정 인형의 방향이 틀어지면 안 된다.
몇 번 강조를 해서 그런가 방향 의 틀어짐은 없었다.
현관을 나서려던 태식은 잠시 멈칫했다.
뭔가 모자란 것 같다.
아공간을 뒤적거린 태식은 병정 인형을 두 세트 더 꺼냈다.
“엄마, 이거 베란다하고 보일러 실에 둘 테니까 건드리면 안 돼 요.”
“뭔데.”
“현관에 있는 병정 인형요.”
“너 그거 뭔데 자꾸 두는 거 니?”
“무인 경비 시스템 같은 거예 요. 그러니까 건드리면 안 돼요.”
미주는 괜스레 걱정스러운 얼굴 이 되었다.
“뭘 하고 다니길래 그렇게 많은 경비 시스템이 필요해?”
“좋은 일 하고 다니지. 내가 무 슨 죄짓고 다닐까 봐. 그래도 경 찰 오면 문 열어 주지 말고 나한 테 먼저 연락해.”
“경찰? 경찰이 올 짓을 했어?”
“살다 보면 말이 안 통하는 것 들이 있잖아. 말로 해서 안 되는 것들. 어쩌겠어, 두들겨야지.”
태식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손 을 휘휘 저었다.
미주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 다. 그저 방우 같은 녀석 하나 더 걸렸구나, 그 정도로 생각했 다.
집을 나가려던 태식은 다시 멈 춰 서더니, 아공간에서 목걸이를 하나 꺼냈다. 거기에 반지, 팔찌, 귀걸이까지.
“엄마, 나갈 때 이것 중의 하나 는 꼭 착용하고 나가요. 아무거 나 상관없으니까.”
“뭐가 거창하다, 얘.”
“꼭요. 괜히 걱정시키지 말고 요.”
“내가 네 걱정을 시키니? 네가 내 걱정을 시키지.”
태식은 헤헤 웃었다.
“그럼 다녀올게요.”
“늦으면 전화하고.”
태식은 지하철로 향했다. 오늘
도 지하철을 타 볼까 해서 말이 다. 개찰구 앞에 선 태식은 가만 히 멈춰 섰다.
“사람 더럽게 많네.”
역시 귀찮다. 감성보다는 귀찮 음이 더 무겁다.
태식은 화장실로 간 후 가게로 점프했다.
“사장님, 출근하셨습니까.”
“유성이는?”
“아마 지금 심계에 들어가 있을 겁니다.”
“거기 왜 들어갔어?”
“사장님께서 어제 똥개보고 상 선을 잡아 오라고 하지 않았습니 까. 상선이 벌써 소문을 듣고 심 계로 도망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성이 같이 갔습니다.”
태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 다. 담배 한 대 피우자는 뜻이다.
“커피 드시겠습니까?”
“믹스 커피도 괜찮고.”
“유성이 더치라고 하는 커피 원 액 내려 놨다고 했습니다. 드신 다고 하면 찬물에 타서 드리라고 했습니다.”
“허이구, 꼼꼼하네.”
태식은 피식 웃으며 옥상으로 올라갔다. 방우는 냉큼 커피 두 잔 타서 태식을 쫓았다.
하늘은 여전히 맑다. 핸드폰으 로 미세먼지 지도를 보면 서해는 아직도 검붉은색이다.
“사장님, 그런데 어째 뉴스가 하나도 안 나옵니다.”
“기다리는 뉴스라도 있어?”
“서울 한복판에서 그 난리를 쳐 놨는데 뉴스가 안 나오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겠습니까?”
“대호에서 어련히 알아서 했을 까.”
“하기야 그렇겠죠.”
“그렇지, 일을 잘하는 사람이니 까. 그건 그렇고 장 사장은 연락 없냐?”
“하운드 때문에 그러시죠? 수배 를 내렸으면 하루 정도는 걸리 죠. 이르면 오늘이나, 늦으면 내 일 정도 연락 오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제가 먼저 연락해 봅니 까?”
“그래, 해 봐라. 한국놈들은 원 래 진상을 피워야 일이 빨라.” 방우는 냉큼 핸드폰을 꺼내 장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거, 장 사장님. 우리 사장님께 서 일을 시키신 지가 언젠데 아 직도 연락이 없어요?”
라고 시작한 통화는 방우의 일 방적인 진상으로 끝이 났다.
“오늘 중으로 찾아온다고 했습 니다.”
“그럼 리스트는 어느 정도 있는 거네.”
“예, 인원 소집해서 찾아온다고 했습니다.”
“됐다, 그럼. 그냥 내가 간다.”
“직접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일이 연결된 게 많아서, 빨리 하고 치우는 게 속 편하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 혼자 가게 보고 있겠습니다.”
태식은 만석의 가게로 갔다.
전당포 거리의 명물 마그마전당 포다.
마그마전당포는 오픈 시간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많은 점원이 손님들을 마주하느 라 바쁘다. 태식에게 눈길을 보 내는 사람은 딱히 없다.
태식은 개의치 않고 카운터로 갔다.
“사장님 좀 봅시다. 반값전당포 에서 왔다고 하면 알 겁니다.”
종업원은 별다른 기색이 없었 다. 만석이 딱히 떠벌리지는 않 은 모양이다.
“사전에 약속되어 있으신 겁니 까?”
“약속되어 있습니다.”
“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잠시 후 만석이 어기적거리며 걸어 나왔다. 이마에 주름이 잔 뜩 잡혀 있는 게 불편한 기색이 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별실로 가 시죠.”
별실로 안내된 태식은 소파에 푹 꺼져 앉았다.
“어째 표정이 불편하다?”
“아닙니다. 딱히 그렇지 않습니 다.”
“내 눈에는 불편해 보이는데?”
“그런 거 아닙니다.”
“아니, 내 눈에 불편해 보인다 고.”
태식은 강짜를 놓았다. 만석은 유성과 방우와 다르다.
한 번 날 잡고 두들기는 게 아 니라 수시로 쪼아야 하는 타입이 다.
“그렇게 보셨다면 죄송합니다.”
만석은 못 이기는 척 고개를 숙 였다.
“죄송하다는 소리 하지 말고. 왜 불편하냐고.” 태식은 여전히 웃는 얼굴이다. 하지만 만석은 태식이 빙빙 돌리 는 손가락에서 눈을 떼지 못했 다.
전에도 그러다가 어둠에 휩싸였 으니 말이다.
“업장에 찾아오셔서, 그게 조금 그랬습니다.”
“내가 오면 안 되는 곳으로 온 거냐?”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가족 경영이라 가게에 아들도 있 고 조카도 있습니다.” 무슨 소린지는 이해한다.
“내가 너한테 굽실거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너를 막 대하는 것 도 아닌데. 상당히 거슬린다.”
“다음부터는 조심하겠습니다.”
“표정 풀어.”
“예, 아하하하.”
만석은 어색하게 웃었다. 어떻 게 봐도 어색한 표정이다.
“아까 지 사장과 통화하긴 했는 데, 이렇게 직접 오셨습니까? 지 사장이 전달하지 않았습니까?”
“기다리기 지루해서. 물어볼 것 도 있고.”
“네, 말씀하십시오.”
“심계에서 나오는 물건, 마약으 로 제조되는 게 있냐?”
“일반적인 대마초나 담뱃잎 같 은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꽤 있습니다.”
“그 정도 말고. 그것보다 더 센 종류.”
“얼추 알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는 알지 못합니다. 원래 마약 만 드는 놈들이 제조 공정을 들킬까 봐 재료를 딱 떨어지게 사지 않 습니다. 아예 안 들어가는 재료 를 사기도 하고요.”
“재료는 상관없어. 내가 원하는 건 그걸 만드는 기술자야.”
“그건 더 알수 없죠. 그런 놈들 이 어디 자기 얼굴 밝히고 다니 겠습니까.”
“그래도 꼬리는 잡을수 있을거 아냐.”
“그거야 그렇긴 하지만……. 품 이 많이들 걸릴 겁니다. 그러다 보면 꼬리가 잡힌 지 알 거고 냉 큼 숨어 버리겠죠.”
“그건 내가 알아서 할 문제니까 리스트나 내놔.”
고압적으로 명령한다. 타협의 여지 거래의 여지도 줄 생각이 없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엇 에 사용하려고 그러십니까.”
“한국에 마약 뿌리는 놈들 좀 잡으려고.”
“범위가 한국인 것입니까? 너무 큰일인데요.”
“일단 해 보는 거지.”
“한국이 마약 청정국이라 하는 데, 그건 모르는 사람들 이야기 고 한때는 동아시아 최대의 마약 생산국이었습니다. 그때 그 뽕쟁 이들이 다 죽지 않았고 그때 중 독된 사람들도 다 죽은 게 아닙 니다.”
태식은 마약에 대해서 잘 안다. 하지만 그것은 전쟁터에서의 마 약, 이세계에서의 마약이지 한국 의 마약이 아니다.
평범한 삶을 살았던 태식에게 그것은 전혀 상관없는 세계의 일 이었으니 말이다.
“그 정도야? 우리나라가 그렇게 마약을 많이 했어?”
“지금이라고 다를 거 없습니다. 클럽에서 뽕 빨고, 연예인은 피 부과 가서 우유주사 맞고, 유학 갔다 하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마약 파티나 하고.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돈 있는 집 자식 중에 유학 가서 대마 한 번 안 펴 본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어째 많이 안다?”
“돈이 도는 바닥이니 약도 돌지 않겠습니까. 그냥 술자리 있는 곳에 있으면 다 귀에 걸립니다.”
“그 정도로 흔한 이야기다?”
“그럼요. 마약 거래가 어디 음 습한 데서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 다. 뭐,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클럽 가서도 쉽게 구하려거든 구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만석은 정말 별것 아니라는 듯,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이야기했 다.
“그런데 이런 분야는 저한테 물 을 게 아니라 지 사장한테 물어 보십시오, 더 잘 알 겁니다.”
“그놈은 약 안 한다던데.”
“에이-. 그래도 건달인데 아주 관련 없으려고요. 직접 안 해도 한 다리 걸치면 다 있겠죠.”
태식은 턱을 쓸었다. 듣고 보니 그렇다.
정통 건달 어쩌고 하지만, 건달 은 건달이다.
철권파에서 직접 운영하지는 않 는다고 해도 한 다리 건너면 분 명 마약 범죄자들이 있을 것이 다.
태식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시작을 안 했으면 모를까, 시작 했으니 어떤 방식으로든 끝은 봐 야 한다. 물론 태식은 발본색원 을 선호한다.
“그래 이건 넘어가고, 하운드들 은 언제 오냐?”
“일정은 점심때까지 오라고 했 는데, 시간을 정확하게 지킬지는 모르겠습니다.”
“리스트 우선 보자.”
태식은 리스트를 받았다. 리스 트의 분류 기준은 장만석이 정한 그간의 거래 실적이다.
“일단 부지런한 사람들 우선으 로 실력이 뛰어난 능력자를 우선 추리고, 실력에 상관없이 거래 실적이 좋은 사람들을 추렸습니 다.”
“알았다. 우선 오는 사람부터 방으로 넣어라.”
“직접 면담을 하실 생각입니 까?”
“귀찮게 무슨 면담까지. 그냥 한번 거르는 거지.”
태식은 그대로 별실에 있으면서 한 명씩 도착하는 하운드를 살폈 다.
가장 먼저 간파의 진으로 살펴 결격이 있는 자들은 빗금을 그었 다.
특형은 딱히 관심을 두지 않는 다.
특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진짜 중요한 것은 다크매터에 대한 순 응도다.
다크매터를 더 많이, 더 능숙하 게 다룰 수 있다면 그 어떠한 특 성이라 하여도 높은 능력을 보일 수 있다.
태식은 다크매터에 대한 순응 정도로 잠재력을 파악하여 예상 발전도를 체크했다.
그렇게 추리고 나니 얼추 열세 명 정도가 남았다.
모집에 응한 인원이 50명가량인 것을 생각하면 많이 추리기도 추 린 것이지만, 고위 능력자가 50 명이나 모인 것부터가 만석의 입 김이 상당하다는 증거이기도 했 다.
태식은 그렇게 추린 리스트를 들고 마이린을 찾아갔다.
마이린은 반색하며 태식을 맞이 했다.
“안 그래도 제가 먼저 연락드리 고 찾아가려고 했는데요.”
“누가 되었든 만났으면 된 거 죠.”
태식은 준비한 리스트를 오다 주운 것처럼 건네줬다.
“이게 뭔데요?”
“포션 분석해서 나온 성분들을 채집하려면 쓸 만한 인원들이 필 요할 거잖아요.”
“아-. 감사해요. 이건 생각도 안 하고 있었어요. 계속 폭풍처 럼 일이 벌어져서……. 미리 신 경 써 줘서 고마워요.”
“나 좋으려고 하는 일입니다.”
그저 웃는다.
“저도 말씀드릴 게 있어요.”
이린은 녹음기를 꺼냈다. 전에 봤던 그 녹음기다.
“이번엔 또 누군데요?”
태식의 미간이 잔뜩 좁혀진다. 또 큰일이 일어날 것처럼 말이 다. 이린은 얼른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이번 건 제가 아버지에게 한 프레젠테이 션 녹음 내용이에요.”
태식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냥 간추려서 말하면 될 걸 녹음까지 해 왔어요?”
“간추리는 건 그만큼 누락이 있 잖아요. 토씨 하나 숨길 생각이 없는걸요.”
“그런 의도라면 이미 충분합니 다. 이건 들은 거로 할게요.”
“혹시 귀찮아서 그러는 건가 요?”
“네, 당연히 귀찮죠. 누가 이런 걸 일일이 다 들어요. CCTV 돌 려 보는 것도 아니고.”
핀잔 아닌 핀잔에 마이린은 혀 를 빼물었다.
“그냥 간추려 주세요.”
“네.”
마이린은 계획했던 후속 조치들 을 태식에게 설명했다. 태식은 한 단계 한 단계마다 고개를 끄 덕였다.
거창한 칭찬은 없다.
단지 주먹만 내밀었다.
“일 잘하죠?”
이린은 싱긋이 웃으며 물었다.
“아무렴요.”
태식도 싱긋이 웃어 줬다.
잡초 뽑기 (2)
“이야, 정말 어떻게 뉴스 한 줄 이 안 나오네.”
태식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지상파에서는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고, 인터넷 뉴스로도 강남 클럽에서 있었던 난투극만 조금 다루어졌을 뿐 마약에 대한 것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아직 경찰 쪽으로 마약 사범들 이 넘겨지지 않아서 그렇다.
언론의 포화를 당하면 경찰은 실적을 내야 하니, 대호에서 마 약 사범을 넘겨받기 전까진 보도 가 나가지 않는 게 좋다.
물론 석우가 그런 식으로 협상 했을 것이다.
검찰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 안에 허물이 있으니 말이다.
이현이 준비한 여자들이 갈 곳 은 홍영기였다.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인 만큼 검찰 내부에도 그와 선이 닿아 있는 자들이 많다.
배가 고파서 라면 하나 훔친 것 도 문제로 삼으면 문제가 되고, 사람을 죽인 것도 문제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된다. 그게 검 찰이 가진 힘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번에도 자신 들의 힘을 자신들에게 맞게 사용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