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4)_9
“그래서? 히로뽕 파는 놈들은 그냥 두자고?”
“그건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 서요.”
“야, 빵우야.”
“예, 형님.”
“형님 말고 사장님.”
“예, 사장님.”
“내가 그런 것도 생각 못 했을 거 같냐?”
“아, 저…… 죄송합니다. 주제넘 었습니다.”
“ 일어나.”
방우는 슬쩍 일어났다.
“할 말 더 없지?”
“예, 없습니다.”
“그럼 움직여.”
“ 예.”
뒤돌아 나가는 방우의 등은 퍽 심란해 보였다.
“방우야, 그게 무슨 소리냐?”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방우를 맞이한 장춘의 안색은 제법 불편했다.
“요즘 서울 마약판이 심상치가 않던데. 이것도 니가 연결된 거 냐?”
“예 형님. 저도 그 판에 있었습 니다.”
짜악-.
장춘은 대뜸 방우의 따귀를 후 려 쳤다.
“혀, 형님……
방우는 어안이 벙벙하여 부풀어 오른 볼을 부여잡고 장춘을 바라 봤다.
“너, 이 새끼야. 네가 누구 사람 이야. 우리 철권파야, 아니면 전 당포야!”
“왜, 왜 이러십니까.”
“왜 이러냐고? 왜 이러냐고! 그 걸 몰라서 물어!”
“정말 몰라서 묻는 것입니다.” 아마 그때부터였다. 장춘은 방 우가 병원에서 난리를 피웠을 때 부터,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 고 느꼈다.
그리고 방우가 정말 팔뚝 살을 벗겨 가며 문신을 지웠을 때는 이놈이 뭐에 홀려도 단단히 홀렸 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한번 잘 타일러 볼 생각 이었다.
진탕 마시며 회포도 풀고, 그래 보려고 했다. 그런데 오질 않았 다.
전당포로 간 것은 박 사장이 남 겨 둔 프로그램을 가져오는 것이 었는데, 프로그램은 고사하고 딱 히 연락도 제대로 하질 않았다.
사무실에 오지도 않고, 전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놈이 마음이 완전히 떠났구 나.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걸 알면 나한테 말을 해 야지! 왜 나한테 말 안 했냐. 나 한테 말을 했어야지!”
“우리는 정통 건달 아닙니까. 그런 약쟁이 새끼들 조지는 게
뭐 큰일입니까.”
“우리나 구분하는 거지, 남들이 보면 다 똑같은 깡패들이다. 동 종업자가 피를 보는 상황이면, 나한테 그 정도는 보고해야 할 거 아냐. 그 사람이 말하지 말라 고 그랬냐? 그래서 입 닫고 있었 냐? 그래 놓고 지금 나한테 와서 고향 동생들 팔아넘기자고 말하 는 거냐?”
“형님, 팔아넘기자고 한 게 아 닙니다. 조직 개편하자는 의미에 서 이야기한 것입니다. 어차피 우리 목적은 전국 제패 아니었습 니까. 형님도 그래서 처음에 대 호에서 일을 준다고 했을 때 받 은 것 아닙니까.”
짜악-!
또 한 번 따귀가 올라붙었다.
“터진 주둥이라고 아무렇게나 싸질러! 내가 너 그렇게 가르쳤 어!”
방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형님. 사장님이 하려고 하는 것은 거스를 수가 없습니다. 거 기에 대호가 움직이고, S급 헌터 도 같이 움직입니다. 이거, 저희 가 안 한다고 해서 될 게 아닙니 다. 기회 줄 때 해야 합니다.”
“너, 이 새끼!”
장춘은 방우의 멱살을 움켜쥐었 다.
“너, 그래서 내 조카도 팔아넘 길 거냐?”
“예? 형님 조카요? 설마……
설마가 그 설마다.
“그래 이 새끼야. 가루 좀 팔아 서 용돈 만지는 애 있다. 먹고사 는 게 그거 하나라, 소일거리로 하는 놈 하나 있어.” 방우의 눈동자가 핑핑 돌았다.
정말 소일거리만 하는 녀석이라 면 말을 안 꺼내면 그만이다. 숨 겨주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구태여 언급을 한 것 은 장춘이 순진해서가, 솔직해서 가 아니다.
“형님, 저희 정통 건달 아니었 습니까? 형님이 그랬지 않습니 까. 김두한처럼, 장군의 아들처 럼. 쪽팔린 짓 하지 말고 주먹으 로 세상 한번 휘어잡아 보자고. 저, 그 말 믿고 지금까지 따라왔 습니다.”
“누가 아니래. 내가 쪽팔린 짓 했냐? 그런데 가족이잖아, 이 새 끼야. 그럼 가족을 팔아?”
방우는 슬픈 얼굴이 되었다.
지금까지 가족이라고 여겼던 장 춘이, 조직을 떠나더라도 언제나 형님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 던 장춘이 갑자기 멀게 느껴졌 다.
“형님, 왜 그걸 저한테 말씀 안 하셨습니까. 왜 저한테 지금까지 한 번도 조카 이야기를 하지 않 으셨습니까?”
“이 건방진 새끼야. 내가 그런 것까지 너한테 미주알고주알 다 떠들어야 하냐.”
예전 같았으면 묻지 않고 혼자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물어야겠다.
“형님. 그 조카가 정말 소일거 리만 하는 겁니까? 정말 용돈 벌 이만 하는 겁니까?”
“이 새끼야!”
쩌억-!
눈빛이 건방졌던 것일까. 장춘 은 검붉게 달아오른 손으로 방우 의 얼굴을 후려쳤다.
그 한 방에 입안이 다 터져 나 갔다.
“야, 이 새끼야!”
퍽!
“이 건방진 새끼야! 내가 늑대 새끼를 키웠어, 늑대 새끼를. 이 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어. 내가 병신이지. 내가 등신이야!”
장춘은 제 가슴을 쿵쿵 치며 방 을 나갔다.
그 행동은 답답함 보다는 면피 에 더 가까웠다.
혼자 남은 방우는 자리에서 일 어나지 못했다. 딱히 아파서 그 런 것은 아니었다.
“유성아, 어제 몇 시까지 마셨 냐?”
태식은 출근하자마자 유성에게 물었다.
어제저녁 유성에게 갑자기 연락 이 왔다. 방우가 웬일로 자신에 게 술을 마시자고 했다고, 그런 데 목소리가 좀 힘들어 보였다 고.
“새벽 세 시까지 마셨습니다.”
“그렇게 오래 마시진 않았네. 그런데 왜 그랬다는데?”
“아무래도 조직에서 조금 문제 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조금?”
“아, 조금 많이요. 뭔 일인지 보 스한테 얼굴을 맞았나 보더라고 요.”
“보스? 장춘이?”
“예. 장춘 형님이라고 했습니 다.”
“그럼 얼굴 다 터졌을 텐데.”
“예, 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병원을 가 보라고 해도 안 간다 고 하더라고요. 뭐, 형님한테 맞 은 거는 병원 가는 게 아니라 나.”
“그놈이 여우 짓을 해도 속은 곰이야, 곰. 어울리지도 않는 옷 을 입고 있는 거지.” 태식은 사람의 천성과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다만 그것이 변한다고 느껴지는 것은 살아온 환경, 경험, 사회화 에 따라 그에 맞는 성격이 더해 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태식이 볼 때, 방우는 그런 성 격이 더해진 것으로 보였다.
본래라면 어울리지 않을 성격이 말이다.
“사장님. 설마……
“설마, 뭐?”
“설마 이런 것도 다 예상하신 겁니까?”
“이걸 뭐 예상까지 해야 하냐? 당연한 거지. 정통 건달이니 뭐 니, 기본적으로 근본이 양아치인 것들이 모여 있는 집단인데 연결 이 안 되어 있을 수가 없잖아.”
“그럼 방우는……
“어울리지도 않는 곳에 있는 거 라니까. 도검 소지 허가증 들고 다니는 건달이 건달이냐?”
“하하, 저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했습니다. 그럼 제가 은근히 가 서 좀 도와줄까요? 사장님 뜻이 사실은 이렇다, 살짝 귀띔도 주 고요.”
태식은 유성을 물끄러미 쳐다봤 다. 미궁에 들여보낸 게 확실히 효과가 좋다.
“아닌 게 아니라, 너무 힘들어 하더라고요. 울려고 하는 걸 참 는데, 왜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사람이 오장육부에서부터 울분이 치솟아 올라오는 거요. 중간에서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괜히 가서 허튼소리 하지 마 라. 그걸 감내해야 하는 거다. 그 놈이 지금까지 해 놓은 게 있는 데 쉽게 털어지겠어? 스스로 털 어야지. 그래야 고추장을 담든 된장을 담든, 아니면 아예 다른 걸 담든. 그래야, 뭘 새로 담지.”
태식은 아직 반이나 남은 담배 를 비벼 껐다.
여우같은 곰 (2)
마이린으로부터 리스트가 완성 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태식은 이린의 호텔 사무실로 갔다.
“부르시면 제가 갔을 텐데요.”
“다니기 편한 사람이 움직이는 게 빠르죠.”
“식사는 하셨어요?”
“아직요.”
“그럼 뭐 드실래요? 이제 여름 이라 호텔 메뉴 중에 보양식 라 인 점검하는 중이거든요. 해신탕 도 있고, 용봉탕도 있어요.”
이린은 왠지 모르게 조금 텐션 이 올라가 있는 듯 보였다.
“뭐, 기분 좋은 일 있어요?”
“네? 왜요?”
“목소리가 기분이 좋아 보여서 요.”
“당연히 좋죠. 일이 잘돼 가고 있는걸요.”
마이린은 반사적으로 태블릿을 집어 들려 했다. 그러다 다시 내 려온다.
“아아, 그래서 뭐 드시겠어요? 6년근 인삼을 넣고 곤 백봉 오골 계 탕도 있는데.”
기어코 점심을 먹여야겠다는 투 다.
“그러면 그걸로 주세요. 이런 호텔 음식은 얼마나 맛있나 한번 먹어 보죠.”
마이린는 수화기를 들고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은 미리 준비라도 되어 있던 것처럼 순식간에 차려 졌다.
고급 놋그릇과 도자기 그릇에 세팅되어 나온 요리는 그야말로 임금님 수라상 같았다.
“이거 너무 기획된 것 같은데 요?”
“어머머, 뭐가요?”
“이 음식요. 이렇게 생각하면 자의식 과잉인가요?”
“후훗, 태식 씨 드시라고 준비 한 거 맞아요. 의도되었든 아니 든 회사 차원에서 덕을 봤으니까 요.”
“무슨 덕을?”
“정말 이렇다니까.”
마이린은 역시나 그럴 줄 알았 다는 듯이 혼자 킥킥거렸다.
“ 뭔데요?”
“뉴스도 안 보세요?”
“보기야 보죠.”
“대호생명 주식이 엄청 올랐어 요.”
“뭐 그런 걸 가지고.”
“정말 엄청 놀랐다니까요. 매일 상종가예요. 그것 때문에 민우가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있고요. 자기만 잘하면 된다나. 나이 먹 더니 조금 철이 들긴 들었나 봐 요.”
이린은 주식이 오른 것보다 막 냇동생의 변화가 더 반가워 보였 다.
“그건 좀 좋은 일 같네요. 먹죠, 잘 먹을게요.”
“여기요, 조금 더 드세요. 저한 테는 양이 많아요.”
이린은 넓적다리 하나 크게 뜯 어 태식이 그릇으로 옮겼다. 그 것에서 멈추지 않고 전복과 낙지 까지 태식의 그릇으로 들어갔다.
“아이고, 누가 보면 우리 엄만 줄 알겠네.”
“저한테는 양이 많아서 그래요. 태식 씨 많이 드세요.”
선을 그어 사양하기에는 이린의 표정이 정말 미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그 런 표정 말이다.
“어때요? 먹을 만해요? 태식 씨 취향이 음식 본연의 맛이 느껴지 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서 웬만 하면 재료의 향을 남기려고 했거 든요.”
“아휴, 사장님. 너무 그러니까 부담스러워서 먹지를 못하겠네.”
“저번에 드린 호텔 이용권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으셨잖아요. 그 렇다고 돈이나 주식으로 드린다 고 해도 어림도 없고.”
“주식요? 돈은 그렇다 하는데, 주식은 조금 땡기네.”
“아 그러세요?”
“줄 거면 주식으로 줘요.”
“이왕이면 전자 주식이 좋죠?”
“어디 거든. 골고루 담아 줘도 좋고. 아, 내 이름으로 달라는 건 아니고, 나중에 아영이 이름으로 줘요.”
“아영이요?”
“아영이까지는 몰라요?”
“누군데요?”
“내 호구조사는 전부 한 줄 알 았더니.”
“아이, 참-.”
“내 조카예요.”
“ 조카요?”
이린은 그럴 리 없다는 눈치다.
“털어 보기는 털어 보셨나 보구 만.”
“그거는 아직 태식 씨를 알기 전에 그랬던 거구요. 지금은 안 그래요. 그때 이후로 한 번도 그 런 적 없어요.”
이린은 양손으로 손사래를 치며 극구 부인했다. 이렇든 저렇든 상관없다.
“나랑 가장 친한 형네 딸이에 요. 나한테도 아빠라고 부르는 조카예요. 내가 그 형한테 술을 좀 많이 얻어먹었거든요.”
“아아〜 네, 이해했어요. 선물인 거죠?”
“네, 이번 아영이 돌잔치 때 변 변히 해 준 게 없거든요. 다음 생일 때는 삼촌 노릇 좀 해 보려 고요.”
이린은 빙긋이 웃었다.
그 삼촌 노릇, 이미 톡톡히 하 고 있으면서 이런다.
식사를 내가고 이린은 커피와 재떨이를 태식 앞에 놓았다.
태식은 부담스러운 것 없이 만 족스러운 식사 후의 달콤한 루틴 을 즐겼다.
“리스트는 수기로 작성했어요. 이런 거는 워낙 민감해서 전산상 의 데이터도 남기지 않거든요.”
그녀의 말대로 리스트는 손으로 적은 것이었다. 글자체가 바르다.
“누가 쓴 거예요?”
“오빠가요.”
“생각보다 글씨를 잘 쓰네요.”
“할머니한테 배웠거든요. 저희 삼남매는 다 글씨는 제법 잘 써 요. 서예도요.”
할머니에 대한 말을 할 때마다 이린에게선 평소보다 더 진한 감 정이 느껴진다. 항상 그랬다.
태식은 보고서를 훑었다.
여야는 물론이고 군소 정당까지 전부 아우르는 의원들의 이름이 망라되어 있었다.
그들의 경력과 신상명세 그리고 지금까지 저지른 범죄 이력, 지 금 저지르고 있는 불법적인 일 들, 받아먹은 돈과 받아먹은 로 비들.
정말이지 신상을 탈탈 털어놓은 신상명세였다.
그중에 대호와 선이 닿아 있는 이들은 그것까지 전부 표시되어 있었다.
“큰 사장님이 정말 큰 결심 했 네요.”
태식도 이 장부가 가지고 있는 파급력은 알고 있다. 이 중 하나 만 터져도 바로 게이트다.
이것이 대호의 검이자 방패다. 그걸 내놓은 것이다.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까지는 내놓지 못했을 거 예요.”
“좋은 결정 하셨다고 전해 줘 요. 그런데 조금 미진하네요.”
“뭐가 부족한가요? 가지고 있는 정보는 정말 하나도 빠짐없이 다 기입한 거예요. 아버지께서 그러 라고 한 거라, 오빠도 어기지 못 했을 거예요.”
“정보에 관한 것 말고요. 활용 가능성에 대한 코멘트가 없네
요.”
“활용 가능성이라고 하시면 “이런 놈들은 편하게 보내 주면 안 돼요. 내가 그 인간은 터진 주둥이로 뱉어 내는 말에 단번에 뚜껑을 열려서 그렇게 했는데, 사실은 써먹는 게 맞는 거죠. 처 음에도 그럴 의도였고요.”
마왕군을 상대할 때 든 습관이 자 경험으로 터득한 승리 전술이 다.
전장에서도 간첩을 두는 것과 이간계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태식은 그걸 상당히 좋아한다.
정말 효율적이라서, 그래서 피 를 흘리지 않고 전쟁에서 승리하 게 하는 전략이라 그렇다.
“이 중에 저희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은 지금 상황에서도 가용 할 힘이 돼요.”
“그래요? 당적이나 대외적인 이 미지에 상관없이 대호의 조건을 들어줄 수 있을 정도인가요?”
“그 정도까지는 제가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어요. 이쪽은 오 빠의 분야라서요. 뭐하면 오빠한 테 지금 넘어오라고 할까요?”
“기업 총수님을 그렇게 오라 가 라 하면 되나요. 굳이 그렇게까 지는 괜찮아요. 맥만 통하면 되 는 거죠.”
태식은 잠시 골몰하다 흐음-입을 열었다.
“아아, 잠시만요.”
마이린은 녹음기를 켜려다 아차 하고는 펜과 노트를 가져 왔다.
“말씀하세요.”
“굳이 뭘 받아 적어요.”
“정확한 워딩을 남겨 놔야 혼동 이 없는걸요.”
좋은 태도다. 지적할 필욘 없다.
“내가 원하는 건 법적인 절차 때문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일이 없도록 하는 거예요. VIP 이동할 때 신호등을 미리 다 조작해 두 잖아요. 그런 것처럼, 뭘 하기 전 에 법적으로 초록 불이 싹 들어 와 있어야 일이 신경이 안 쓰여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