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5)_11
“네, 아빠.”
만수도 승주도 감정적으로 많이 누그러졌다. 이대로 끝날 일이다.
유성의 말이 딱히 틀린 것도 아 니고 승주가 되고 싶은 것도 헌 터다.
만수도 내심 만족하는 눈치이니 그냥 이대로 해결이 되면 되는 거다.
“승주, 넌 헌터 하면 안 된다.”
그런데 오지랖이 문제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헌 터가 되면 안 된다니요?”
태식의 한마디가 짐짓 화기애애 했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말 그대로야. 넌 헌터가 되어 봤자 고만고만한 수준에서 끝날 거다.”
“하지만 유성 님은 괜찮은 특형 이라고 했잖아요.”
승주는 이리 저리 흔들리는 눈 동자로 태식과 유성을 번갈아 쳐 다봤다.
“괜찮은 특형인 것도 맞아. 빠 르게 치고 올라가 간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그저 그런 수준까 지라면.”
태식은 일부러 더 냉정하게 말 했다.
내비게이터의 현실적인 한계가 거기까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성, 너 7층 다이브 할 때 파 티 구성이 어떻게 됐냐?”
“제가 딜탱을 보았고, 원거리 퓨어 딜러 두 명에 미들 서포터 하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총 네 명이었지.”
“네.”
“왜 네 명이었어?”
“그야……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 다.
“심계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극 단의 효율성을 찾을 수밖에 없 어. 체이싱 능력? 좋지. 그야말 로 길 찾기, 위험 감지, 포인트 감식에 특화된 능력이야. 하지만 전투력이 없다. 내비게이터는 전 투를 기본적인 신체 능력만으로 감당해야 한다. 이게 무슨 뜻인 지 이해가 안 되니?”
승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인정 하기 싫으니 대답이 나올 리 없 다.
“말해 봐. 헌터를 선망했으면 가상 파티 같은 것도 많이 짜 봤 을 거 아냐. 헌터 게임도 있지 않아? TCG 카드 게임 같은 거. 그런 것도 해 봤을 거 같은데.”
“승주야, 어른이 물어보면 대답 을 해야지.”
보다 못한 만수가 핀잔을 줬다. 승주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고단위 던전으로 갈수록 파티 에서 배제된다는 거겠죠. 하지만 게임에서는 6층에도 체이서를 파 티 구성으로 넣는걸요.”
“이놈아, 그건 게임이잖아.”
“유성 님, 체이서는 6층까지 올 라갈 수 없는 건가요? 지금 6층 에서 활동하는 헌터님들 파티에 는 체이서가 끼지 못하나요?”
“딱히 그런 게 아니긴 한데 “유성아, 솔직하게 말해줘. 진로 가 걸린 문제잖아.”
“초행길이 아니면 굳이 대동하 진 않기는 한다. 물론 함께 가는 경우가 아주 없는 건 아닌데, 그 런 내비게이터는 그만한 전투력 을 가진 사람이고.”
“그럼 저도 그런 전투력을 가지 면 되잖아요. 6층까지도, 7층까 지도 갈 수 있는 거잖아요. 그것 만 해도 1티어 아닌가요? 헌터 로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 잖아요.”
“7층이? 누가 7층에 끝 층이라 는데?”
“네‘?”
“7층 다음에 뭐가 또 있을 줄 알고?”
“하, 하지만……
말문이 막힌다. 승주는 태식이 가혹하다 여겨졌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계가 명확하다면 그 명확함을 제대로 집어주는 게 났다.
불가능한 꿈을 꿈이라고 부추기 는 것도 잔인한 짓이다.
그리고 승주의 경우 더 낳은 진 로가 있다.
“그리고 애당초 승주 네 능력은 체이싱이 아니야.”
“그럼요?”
“블러드 리더. 혈관사다.”
“혈관사요?”
“그래. 체이싱의 완벽한 상위 호환 능력이다. 체이싱이 평면의 다크매터를 조형할 수 있다면 혈 관사는 높이를 더한 입방체의 다 크매터를 조형할 수 있어. 다크 매터를 입체적으로 읽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승주는 제 아버지와 유성을 번 갈아 보았다.
둘 다 해 줄 답이 없다.
그들도 태식이 하는 말을 이해 하지 못하는 중이다.
“그러면 어찌 되었든 내비게이 터보다 더 좋은 거 아닌가요? 더 좋은 능력이라고 하셨잖아요.”
“전투 능력이 없는 건 똑같아. 그리고 안내의 영역에서 혈관사 가 체이서보다 딱히 더 월등한 것도 아니거든.”
아무리 뛰어난 혈관사라고 한들 전투 능력이 없는 이상 고위험 지역은 어차피 갈 수가 없다.
“네비게이터로서는 혈관사나 체 이서나 별반 차이가 없어.”
“그럼 저는 어떻게 해도 헌터가 될수 없는 건가요? 그러긴 싫어 요. 6층까지만이라고 한다면 6층 까지라도 갈 거예요.”
“말 끝까지 들어. 니가 체이서 라면 그냥 헌터를 하는 것도 그 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했을 거다. 하지만 혈관사는 아니야. 혈관사가 헌터를 하는 건 재능 낭비다.”
“그럼 뭘 해야 하는데요?”
“엔지니어.”
“엔지니어요? 기술자 말하는 거 죠? 아이템을 제작하거나 하 는……”
“맞아.” 승주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제가 되고 싶은 것은 헌터인데 요. 저는 아빠하고 같이 A급이 될 거예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태식의 어투는 더 냉정해졌다. 처음 물건을 팔러 왔을 때의 응
대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냉골이라 해도 될 정도다.
“무슨 의미가 있냐뇨. 아까 다 보셨잖아요. 다 보셔 놓고, 저한 테 왜 그러세요……
“현실을 이야기해 주는 거다. 네가 원하는 게 네 아버지 버스 태워 주는 거야? 버스 태워서 승 급시키는 거야?”
“아니, 꼭 그런 건 아니지 만……. 그래도 자식이 아빠를 도와주는 게 뭐가 나빠서요.”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야. 방 법이 틀렸다는 거지. 그 능력으 로 아이템을 만들어. 네 도움 없 이 아버지 혼자 다이브에 성공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서포팅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서 장비 로 지원해라. 그게 네가 업고 가 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 아니 냐?”
승주는 고개를 푹 숙였다.
훌쩍거리는 소리보다 바닥에 떨 어지는 눈물방울 소리가 더 크 다.
아버지를 위한다곤 하지만 그 감정 안에 멋진 헌터가 되고 싶 다는 욕심도 분명 있을 것이다.
멋진 헌터인 아버지를 보고 자 랐는데 그런 욕심이 왜 없겠나.
거기에 아버지와 함께 서고 싶 은 꿈도 있을 것이다.
아니, 그게 맞을 것이다.
아버지의 등을 보며, 나도 특형 이 생기면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서고 싶다, 하는 그런 꿈 말이다.
태식의 냉정한 조언이 승주에겐 그런 꿈을 접으라는 말처럼 들렸 을지도 모른다.
“사장님, 조언 감사합니다. 일단 오늘은 돌아가서 승주하고 찬찬 히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만수가 아들의 어깨를 감쌌다.
“저는 진심으로 위한 말이지만 분명 제 말이 거슬리는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걸러 들 으실 건 걸러 들으시고 정보로서 판단만 해 주세요.”
“그렇게까지 말씀 안 해 주셔도 됩니다. 사장님께서 좋은 분인 거야 일찍부터 알고 있습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 떤 것이 승주에게 더 좋은 길인 지 곰곰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승주야, 너 희 아버지 건재하셔. 굳이 네가 업으려 하지 않아도 충분히 강한 분이라고.” 부자는 고개를 꾸뻑 숙이곤 가 게를 나갔다.
가게 문이 닫히지 지금까지 피 웠던 난리가 아무 일도 아닌 것 마냥 사라진다.
“하아……. 또 오지랖 부렸다.”
태식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새식구 (2)
“아휴 사장님. 그게 어떻게 오 지랖입니까. 조언이죠. 제가 듣기 에도 사장님 말씀이 옳게 들렸습 니다.”
“맞습니다. 승주가 지금 감정적 으로 불안해서 경황이 없을 겁니 다.”
“됐다, 올라가자. 담배나 한 대 피워야겠다.”
태식은 터벅터벅 옥상으로 올라 갔다.
남의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이 렇게까지 강하게 말을 할 건 아 니었다.
승주의 특형이 혈관사인 걸 보 고 조금 흥분해 버린 탓이다.
“사장님, 여기 있습니다.”
방우가 담배를 내밀었다.
태식은 말없이 연기를 뿜었다.
‘말로만 지근거리는 거 제일 꼰 대 같은 짓인데.’
엄마한테 배운 거다.
명절날, 그 과를 가서 취업이 잘되겠냐, 유학을 가야 대기업에 들어간다더라와 같은 잔소리가 쏟아질 때면 미주는 학원이나 보 내주고 그런 소리하라며 쏘아붙 이곤 했다.
그러면서 태식에게 그랬다.
하등 도움 안 되는 오지랖 부리 는 사람 있으면 그 말 들어 학원 다니게 학원비 좀 달라고 말하라 고.
적어도 한국에서는 실제로 그랬 던 적이 없었지만, 로아에서는 아니었다.
정말 제대로 실천하고 다녔었 다.
“사장님, 괜찮으시면 요 앞에 꼼장어에 소주 한잔하실까요?”
눈치를 보던 방우가 먼저 물었 다.
“꼼장어?”
“두 블럭 넘어가면 꼼장어 굽는 노인이라고 있지 않습니까. 사장 님도 지나다가 냄새 좋다고 하셨 는데.”
“어어. 알지. 그런데 너네는 배 안 불러? 방금 밥 먹었는데.”
“밥배랑 술배랑 같습니까. 꼼장 어야 안주죠. 안주.”
“예. 사장님, 가서 한잔하시죠. 승주 녀석 어떻게 할지 이야기도 할 겸 해서요.”
“그래, 가자.”
날이 더워지니 해가 길어졌다.
2주 전만 해도 이 시간이면 가 로등이 켜질 시간이었는데 지금 은 아직이다.
“냄새 좋네.” 그 탓에 꼼장어를 굽는 연탄불 의 고즈넉함이 조금 덜하긴 했지 만, 냄새까지 덜하진 않았다.
“주인 할아버지가 딱 봐도 한 40년은 꼼장어만 구웠을 것 같 습니다.”
방우가 앞장서서 자리를 잡았 다. 협소한 가게는 장정 셋이 앉 기에 넉넉지 못했다.
태식은 그래도 괜찮았다.
“사장님, 여기 꼼장어 5인분에 소주 두 개 깔아 주세요.”
불 내음 은은히 풍기는 안주는 탱글탱글 존재감을 뽐냈고, 알싸 한 소주 향은 씁쓸한 입맛을 씻 어내기 알맞았다.
“사장님, 그런데 혈관사가 정확 하게 무엇입니까? 사장님께서 그 렇게 말씀 하실 정도면 분명 좋 은 특형이긴 하겠지만 저는 처음 들어봐서요.”
태식은 간단히 소리를 묶어 퍼 지게 못하게 한 후 입을 열었다.
“아이템마다 다크매터가 흐르잖 아. 아티팩트든 오파츠든 다들 고유한 다크매터를 가지고 있어. 아무리 복잡한 물건도 결국 다크 매터의 연산과 반복일 뿐이거든. 아이템에 얽혀 있는 다크매터의 기운을, 엔지니어들은 혈관이라 고 한다.”
“엔지니어들 사이의 은어였군 요.”
정확하게는 로아의 엔지니어들 이 쓰는 용어다. 유성이 모르는 게 당연하다.
“그 혈관을 정확하게 읽어 낼 수 있는 게 혈관사다. 체이싱하 고는 급이 다른 능력이야.”
“그러면 혈관사는 오파츠도 해 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무조건 된다는 건 아니지. 하 지만 혈관사는 그 경지까지 올라 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체이 서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어. 아 무리 잠재력이 높아도 체이서는 그 수준까지 못 올라가.”
“말씀대로라면 정말 엄청난 특 형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애가 탔지. 그 런 능력으로 한계가 명확한 헌터 를 한다고 하니까.”
“그러면 승주의 잠재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지금 수준에서 최상급 이라고 단정하긴 애매해. 그래도 현재 기준으로도 최소 중급 이상 은 된다.”
“그러면 노력 여하에 따라 상급 정도까진 올라갈 거고, 만약 더 큰 포텐셜이 있으면 최상급까지 도 될 수 있겠군요?”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그럴 수 있겠지.”
설명을 모두 들은 유성은 몇 번 이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엔지니어를 한다고 해 도 문제가 아주 없진 않겠습니 다.”
“그건 왜? 탄탄대로겠구먼.”
“깡패야. 나도 오늘에서야 사장 님께 혈관사라는 개념을 처음 들 었어. 다른 사람이라고 다르겠 냐? 승주가 엔지니어를 선택한다 고 해도 누가 승주를 가르쳐 주 냐? 솔직히 지금 엔지니어들은 헌터가 못 되는 낙오자들이라는 기조가 없지 않은데.”
심계에서 탈락한 이들.
육체적 부상이든, 능력적 한계 이든, 정신적 트라우마든, 여러 연유로 다이브와 헌팅을 포기한 이들.
그들이 그간의 경험과 가락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이템을 손질 하는 것 정도다.
헌팅을 할 때도 자가 수리와 튜 닝정도는 했으니 그 가락을 살리 는 거다.
거기서 노력하면 자기 이름 박 힌 아이템 제작이 가능한 엔지니 어가 되는 것이고 그마저도 안되 면 그냥 그저 그런 엔지니어가 되는 거다.
그게 차징을 할 수 없는 엔지니 어의 일반적인 위치다.
그래서 차징을 한다느니 어쩌니 사짜가 많은 이유다.
무시당하기 싫은 엔지니어들이 너도나도 차징 마스터를 사칭해 서 말이다.
“사장님, 그 꼬마 거두실 겁니 까?”
“거둬? 사람 거두는게 쉽냐.” 거둔다 함은 그 사람의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짓이다.
특히 승주와 같이 어린 아이라 면 말할 것도 없다.
방우와 유성이야 자신들이 쌓아 온 게 많으니 방향이 틀어진다 한들 색은 남아 있지만, 승주는 색까지도 전부 입혀질 것이다.
“사장님께서 오파츠 만드셨지 않습니까. 서해에 설치한 거요. 그때 제가 조수 역할을 하긴 했 지만, 아무래도 승주 같은 녀석 이 조수 역할을 해야 도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너 그거 글렀다. 내가 써먹으 려고 사람 거두냐?”
“아…….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진 아니고. 애가 너무 어려서. 모르겠다.”
방우가 얼른 태식의 잔에 술을 채웠다.
그 잔 속에 마빈이 보인다.
세상 제일가는 천재였다.
그런 녀석이 자신을 만나 평생 을 골방에서 보냈다.
마빈은 그게 행복했다고 말했지 만, 태식은 그 말마저 씁쓸했다.
“사장님, 그래도 방우 말이 영 틀리진 않는 것 같습니다. 원래 일도 현장 실습이 가장 중요한 데, 승주 입장에서 여기보다 더 좋은 현장이 어디 있겠습니까? 국과심도 사장님께는 안 되지 않 습니까.”
“일단 승주가 엔지니어를 한다 고 해야지, 그다음에 적성에도 맞아야 하고. 엔지니어가 한자리 에 궁뎅이 붙이고 몇 날 며칠씩 보내야 하는 거라, 능력을 떠나 서 적성에 안 맞으면 못 배긴 다.”
“적성이야 하다 보면 적응 되지 않겠습니까. 적성 따라 일하는 사람 몇 없지 않습니까.”
방우는 짐짓 아쉬운 듯했다. 승 주가 아쉬운 게 아니라 태식이 아쉬운 것이다.
태식의 말대로라면 정말 좋은 인재인데, 곁에 두고 쓰면 좋을 거란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제가 다시 한번 설득해 보겠습 니다. 저까지 같이 설득하면 엔 지니어를 선택하지 않을까요?” 그건 유성도 마찬가지인가 보
다.
“전당포에 들어온 아이템들 수 리만 잘해서 내보내도 한 달에 수천만 원씩은 벌 수 있을 겁니 다. 웬만한 헌터보다 벌이가 좋 습니다. 승주 상황이면 고려할만 할 겁니다.”
승주의 상황. 가정을 지탱하던 가장이 무너진 상황.
가지고 있던 자본과 인력을 잃 었고 건강마저 상실했다.
모르긴 몰라도 승주네의 가정 형편은 이전과 비교하지 못할 것 이다.
“일단 돈이 있어야 아버지 병원 비도 쓰고 재활도 하고 하죠. 당 장 생활비도 걸릴 거고요. 일단 현실적인 부분으로 설득해서 시 간을 버는 겁니다. 엔지니어가 된다고 해도 당분간은 기초 훈련 만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헌터 로 가든 엔지니어로 가든, 그거 야 그 후에 천천히 생각하게 하 면 되는 거죠.”
유성은 그 뒤로도 미주알고주알 많이 떠들었다.
잡다한 말은 들리지 않는다.
승주네의 가정 형편이 어려울 거란 말이 귀에 콱 박힌 탓이다.
“대학도 돈이 있어야 가지 않겠 습니까.”
“그래, 대학도 돈이 있어야 가 지. 돈이 있어야……
태식의 아버지는 마도로스다.
그런 아버지의 고생 덕에 태식 은 학자금 대출을 받는 것 없이 대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다른 친구 들을 볼 때면, 경제적 어려움이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지 절실히 느끼곤 했다.
“그렇죠! 저도 대학교 안 가고 바로 일한 게 가정 형편 때문이 었거든요. 승주도 아마 그런 생 각도 했을 거라고 봅니다. 차마 그것까진 아버지 앞에서 말 못 했겠지만요.”
“그래도 먼저 가서 설득할 건 없다.”
태식은 그렇게 잘라 말했다.
어른의 눈에 정답이 뻔히 보인 다고 해도, 일단은 아이의 선택 을 먼저 들어주는 게 옳다고 여 긴 탓이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고민이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승주는 바로 다음 날 점심에 가 게로 찾아왔다.
아버지와는 함께 오지 않았다. 혼자다.
“그래, 너는? 안녕했어? 지난밤 이 길었을 것 같은데.”
“네, 저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아빠랑도 화해했고요.”
표정이 제법 비장하다.
정말 많이 본 표정이다. 그러니 까 유성이 지었던 표정과 비슷한 표정이다.
“그래서 결정은 했어?”
“저…… 차징 마스터가 되기로 했어요.”
“차징 마스터?”
“네!”
승주는 갑자기 무릎을 꿇으려 했다.
태식은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튕 겼다.
“어어-.”
승주는 제 몸이 둥실 떠오르니 놀란 토끼 눈이 되어 허우적거렸 다.
“바닥에 꿀 발라 놨어? 왜 무릎 을 꿇어.”
“하, 하지만……
“괜찮으니까 그냥 편해 말해. 너한테 절 받아 봐야 좋은 거도 없거든.”
태식은 승주를 폭짤 띄워 소파 에 앉혔다.
그러곤 자신도 그 앞으로 가서 마주 앉아 줬다.
“그런데 왜 차징 마스터야? 내 가 너한테 권한 건 엔지니어였는 데.”
“사장님께 배우고 싶어요. 정말 곰곰이 생각했어요. 저, 최고가 되고 싶어요. 사장님께서 그러셨 죠. 체이서든 엔지니어든 전투력 이 없어서 결국은 파티에 배제된 다고요. 그 전투력까지 끌어올 수 있는, 그런 엔지니어가 될래 요. 아이템으로 떡칠을 해서라도 고단 파티에 소속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