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5)_4
“이름을 편히 부를 정도면 친분 도 두터운 거죠?”
“친분이라기보다는 굉장히 끈끈 한 상호 협력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죠.”
“그러면 방금 말한 건 그 사람 을 통하는 게 빠를 거예요. 알게 모르게 헌터들을 뒤에서 꽉 잡고 있나 보더라고요. 정치인들도 꽤 만날걸요?”
“정치인을요?”
“네. 헌터들 입장 대변을 많이 했을 거예요. 헌터들이 국가전매 수수료 때문에 편법으로 전당포 에 물건 매매하잖아요.”
“그렇죠.”
“그거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하 려고 했는데, 방어한 게 이 사람 이에요.”
“그래요?”
“전국 전당포 연합회 회장인 데 다가 헌터로서 이름으로 꽤 높았 나 봐요. 움직일 수 있는 표가 상당했나보더 라고요.”
이린이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 을 정도면 그 당시엔 꽤 시끌벅 적했었다는 뜻이다.
만석의 기질과 능력을 가늠해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싶 다.
전국 전당포 협회 협회장이고 언더마켓의 하운드들도 연이 닿 아 있다.
깡패와도 접점이 상당히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방우와도 편히 형 동생 하던 사이가 아니었나.
그 정도면 당락을 결정할 정도 의 표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 방하다.
그 능구렁이 같은 말주변을 생 각하면 초선 의원 정도는 멱살을 쥐고 흔들었을 거다.
처음 보는 순간부터 쓸 만하겠 다 싶더라니, 곁에 두길 잘했지 싶다.
“보자……. 그러면 나한테 전당 포 루트하고 헌터 루트가 다 있 는 건데……
만석과 유성이 있다.
하나는 명실상부한 전당포 협회 의 대표이고, 유성도 그 명성이 자자한 헌터다.
유성의 품이 좀 부족하다고 해 도 그 부족분 또한 만석이 매꿔 줄 수 있다.
“헌터 쪽 여론은 내가 움직일 수 있겠네요. 그러면 사장님이 국회만 맡아 주면 일이 쉽겠는데 요?”
마이린은 꽤 깊게 고민했다.
태식은 그녀가 내어 준 커피를 다 비울 때까지 그녀의 고민을 기다렸다.
“어려울 것 같아요.”
고개를 끄덕인다. 탓하지 않는 다. 대호가 안 되면 누구도 안 된다.
“ 이유는요?”
“아까 설명해 드린 것과 같은 이유예요. 국회에서는 헌터들이 힘이 정도 이상으로 강해지는 것 을 극도로 경계해요. 아직 자신 들이 장악하지 못했다고 여기는 거죠. 강력한 신권력이 생기는 걸 원하지 않을 거예요.”
“그 힘이 자신들이 부릴 수 있 다는 인식으로 속일 수 있잖아 요.”
“충분치 못해요. 그런 식이라면 이미 반절은 부리고 있거든요.”
기업을 이용한 삼각 로비를 말 함이다.
“국회에서도 기업들이 사적인 능력자 조직을 구성하는 것은 다 알고 있어요. 명백한 불법이죠. 하지만 그걸 트집 잡는 사람은 없어요.”
“어차피 로비를 통해 자신들도 그 힘을 가용하니까?”
“그것도 그거지만, 그로 인해 헌터들이 통합되지 않잖아요. 기 업 단위로 다 쪼개져 있으니까 요.”
“이야, 로비로 부릴 건 다 부리 면서 통합도 막는다? 누구 머리 에서 나왔는지 기똥찬 생각이네 요.”
“그게 저들의 일이잖아요. 이미 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헌터란 계층의 그림을 완성한 거나 다름 없어요. 이대로 흔들림 없이 고 착되길 바랄 거예요.”
“그 계층이 뭔데요?”
“돈만 보고 쫓아다니는 자본주 의의 노예요.”
이린은 가감 없이, 자신이 알고 있는 그대로를 말했다.
리스트 (2)
“그래서 헌터들을 기업에 종속 시키도록 두는 거예요. 기업은 이미 자신들이 휘두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놨으니까요.”
그렇지 않은 것은 오직 대호뿐 이다.
아무리 날고기는 굴지의 대기업 이라도 국가에서 찢어발기려 마 음먹고 칼질을 해 대기 시작하면 공중분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건 지금까지 역사가 증명한 다.
거대한 글로벌 기업이 하루아침 에 산산조각 났고 거대 그런 과 정에서 자살을 한 재벌 그룹의 직계 인사도 있었다.
전부 한때는 국내 서열 5위 안 에 드는 대기업들이었다.
“그러면 역시 대호뿐이네요. 그 나마 흔들리지 않을 조직이.”
“마냥 쉽지만은 않아요. 저희 오빠도 청문회 불려 나가고 구치 소에도 있고 그러잖아요.”
기억에 없는 걸 보면 자신이 로 아에 있을 때 일어난 일인가 보 다.
“로비를 그렇게 많이 해 놨는 데, 그걸 못 막아요?”
“전에 오빠가 말했듯이 대호는 로비를 빌미로 무언갈 요구하지 않거든요. 그 순간 청탁이 되니 까요. 그러면 언제가 고꾸라져 요.”
“큰 사장님이 이를 바득바득 갈 고 있겠는데요.”
“그렇진 않을 거예요.”
“그래요?”
“네. 복수하고자 하면 또 사달 이 나잖아요. 털어 낼 수 있으니 까, 털어 내지 못한다고 하여도 최소한 드러내지 않을 수 있어서 아버지께서 오빠한테 장부를 넘 겨준 거라고 봐요.”
태식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
받아먹을 건 그렇게 다 받아먹 어 놓고 어려울 때 손을 거들어 주지 않으면, 그게 배신과 뭐가 다를까.
대부분, 아니 모든 기업들이 그 걸 목적으로 로비를 하는 것일 테다.
어려울 때 도움을 받으려고. 일 이 안될 때 좀 풀어 달라고.
그런 목적일 것이다.
하기야, 그렇게 되면 그건 말 그대로 청탁이다.
“대호는 청탁을 하지 않는 다……. 규칙 같은 게 아니라, 마 음가짐에서부터 청탁이 아닌 거 네요.”
“네. 그렇게 배웠어요. 할머니께 요.”
“아아. 이옥정 여사님께? 그러 면 아버님도 그렇게 배우셨겠네 요?”
“그럼요. 할머니께서 저한테 머 리 굵은 놈 가리키려니 영 힘들 다〜 하며 하소연도 하셨는걸요.”
“회장님을 두고 그랬다는 거 죠?”
“네. 저한테야 아버지지만 할머 니한테는 아들인걸요. 저희 아버 지도 별수 없죠.”
“하하, 무서운 할머님이었나 보 네요.”
결국 이리 보면 지금의 대호를 만든 정신적 신념과 기조는 이옥 정 여사에게서 나온 거나 다름없 다.
“그럼 대충 돌아가는 판은 알겠 고. 그럼 별수 없네요.”
“어떻게 하시게요? 수가 있어 요?”
“판을 깨면 되죠.”
자기주장만 내세우던 왕정파, 귀족파와 원로원들. 그리고 그 외의 수많은 권력 집단. 그들은 수없이 서로를 적대하며 정쟁을 펼쳤지만, 자신들 이외의 누군가가 자신들의 울타리로 들 어오는 것을 철저히 배격했다.
그럴 때면 언제 싸웠냐는 듯이 합심하여 짓밟아 짓뭉개 놓았다.
그게 그들의 세상이었고, 태식 도 근본적으로는 그 세상 밖에서 온 외부인이나 다름이 없었다.
태식이 그들을 하나로 통합한 방법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무력. 압도적인 무력. 그리고 공 포.
당장 마왕군을 맞서 싸워야 하 는 상황에서 자신은 후방에 서겠 다며, 자신은 물자 지원만 하겠 다며, 궁둥이를 빼는 것들은 전 부 엉덩이를 뽑아 버렸다.
병사라고는 1만 명도 차출해 오 지 않아 놓고 주둥이로만 나불거 리는 것들은 주둥이를 뜯어 버렸 다.
그러니까 정리가 쉽더라.
그리고 그 공포에 대한 반발과 분노는 마족에게 돌려 버렸다.
물론 한국에는 마족이 없다.
“어차피 치울 놈들 치워야 되니 까, 일거양득이네요.”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로아의 국민들, 아니 사실 그들 은 국민보다 백성이란 말이 더 어울렸다.
귀족과 왕가는 신성함이 실존한 다 믿었으니 말이다.
로아의 백성들은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왕을, 어떻게 귀족을. 이 란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왕가와 귀족이 느끼는 공포의 원인을 마족 탓으로 돌려 야 했다.
여기는 아니다.
의원든, 재벌이든, 사회 지배층 이 죽을 죄를 지었다면 죽여도 된다.
손에 쥐고 있는 돈과 권력이 참 작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으로 참작이 된다면 더욱더 분노한다.
그렇기에 오히려 일이 더 편하 다.
“아, 리스트 말하는 거죠?” “네. 썩은 뿌리를 뽑아내면 그 만큼 자리가 남겠죠. 그렇게 전 부 갈아 끼우다 보면 판이 바뀌 지 않겠어요?”
“아아—. 다행이에요. 저는 태식 씨가 국회를 아예 해산시켜 버린 다는 줄 알고 긴장했지 뭐예요.”
이린은 오히려 한술 더 뜬다.
같이 손을 맞추는 사람이 이렇 다면 삐걱거릴 일이 뭐가 있겠 나.
준비는 이미 되어 있으니 움직 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사장님, 일 끝내고 돌아왔습니 다.”
방우는 원정을 나갔다 돌아온 장수처럼 태식에게 읍하였다.
“그래, 고생했다.”
방우의 얼굴에 못 보던 흉터가 생겼다.
약쟁이들은 도망가지 않고 싸운 다고 했던가.
얼굴이 저 정도면 다른 곳도 여 간 없을 것이다.
“많이 다쳤냐? 약에 취한 놈들 잡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딱히 제가 한 건 없습니다. 저 야 애들 풀어서 사람 찾는 것 정 도 했습니다.”
겸손 아닌 겸손이다. 그 겸손을 정정해 줄 것도 없다.
“뭐 먹고 싶냐? 오늘은 너 먹고 싶은 거로 먹자.”
“요 앞에 할매국밥 가서 국밥이 나 드시겠습니까?”
“나가자.”
셋은 할매국밥의 좌판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덩치가 가장 큰 방우가 끝자리 다.
“젊은 총각들 셋이서 열심히 하 는 거 보니까 보기가 좋구먼. 많 이들 먹어.”
할머니의 인심은 여전히 말뿐이 아니다.
“할매, 너무 많다. 이렇게 주면 남기나 해요?”
“장사꾼이 그럼 남으니까 팔지.
안 남는데 팔겠어.”
괜스레 핀잔 한 사발 같이 내놓 으신다.
국밥에 들어 있는 고기보다 더 많이 내줬으니, 이거야 수육 한 접시 시킨 꼴이다.
손주 놈들 보는 마음으로 내준 것이니 복스럽게 푹푹 퍼먹으면 그게 셈이다.
“으아, 배 터지겠네.”
“간만에 명치까지 먹었습니다.”
“국밥 한 그릇 가지고 호들갑 은. 돼지 반 마리씩은 먹어야지.” “소 한 마리도 아니고 돼지 반 마리요?”
“소 한 마리를 어떻게 먹어? 먹 을 수 있는 양으로 말을 해야 지.”
“그럼 돼지 반 마리는 드실 수 있습니까?”
“못 먹어?”
“못 먹지 않을까요?”
“힘들면 먹게 된다. 많이 힘들 면 더 많이 먹을 수 있어.”
태식은 웃음기 없이 말했다.
이럴 겨우 대부분 농담이 아닌 경험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일일이 궁금해하지 않기로 한 다. 그냥 대단했구나 하면 된다.
“사장님, 커피 아줌마 커피로 드시겠습니까?”
“아니, 길이 틀려. 대머리한테 가야 해.”
“대머리 여기 있는데요.”
유성이 방우를 가리키며 말했 퍽 떨어져 있었더니 같이 있어 서 좋은가 보다.
“맨질맨질한 대머리 말고, 주름 많은 대머리.”
“장 사장요? 뭐 문제 있습니 까?”
“미운 놈 떡 하나 주라는데, 떡 을 한 말째로 들이부어 줘 보려 고.”
태식은 틱틱 슬리퍼를 끌며 거 리를 가로질렀다.
이 역시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 되는 일이었다.
“강 사장님 오셨습니까. 귀빈실 로 가시죠.”
만석은 태식을 보자마자 귀빈실 로 안내했다. 깍듯한 듯하지만 다 자기 체면을 위한 행동이다.
태식은 등받이 깊이 등을 기대 었다.
“오늘은 무슨 용건으로 오셨습 니까?”
“손님 왔는데 차 한 잔 안 내 줘? 저번에 먹던 거 맛있던데.”
“알겠습니다.” 만석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용염 차를 내왔다.
태식이 일부러 그러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만석의 입장에서야 자신이 충분 히 예의를 다함에도 태식이 모나 게 구니 그게 못마땅한 것이다.
그리고 그게 문제다.
만약 유성과 방우였다면 자신의 기준으로 예의가 충분하다고 여 기지도 않았을 거고 못마땅함을 저런 식으로 표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전국구 협회장이던데, 그간 내 가 몰라봤어.”
“그냥 허울뿐인 협회장입니다.”
“니가 그러는 건 겸손이 아니라 은닉이야. 그거 가지고서 국회의 원들 만난다며.”
“만나는 게 아니라 불려 가는 겁니다.”
태식의 눈이 가늘어졌다.
“우리, 오랜만에 봤나?”
“그거야 입장에 따라 다르지 않 겠습니까?”
사람을 다루다 보면, 따끔하게 혼이 나도 그다지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때만 잠깐이고 다음에 보면 또 살살 간을 보면서 까부는, 그 런 부류.
성질이 단순 무식해서 들이받는 게 아니라, 다 알면서 모르는 척 계속 줄타기를 하는 부류.
“그래서 이렇게 개기나? 좀 맞 을래?”
이런 놈들은 매가 약이다.
딴 게 없다. 몽둥이찜질이 특효 약이다.
그 대상이 모사꾼이라면 더욱 그렇다.
모사꾼은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들이라서, 자신이 주목받고 있 다고 인식하면 의심 가는 행동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런 놈들은 내가 널 항 상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수틀 리면 언제든 두들겨 팰 것이라고 주지시켜 주면 된다.
지금이 그런 경우다.
태식은 어둠으로 만석을 집어삼 켰다.
차 한 잔 마시는 시간이면 딱 알맞다.
다시 꺼낸 만석은 두 눈이 퀭해 있었다.
“거, 사장님. 말로 하면 다 알아 듣는데 이런 것 좀 하지 마시 죠.”
“말을 듣고 알아먹을 생각 말 고, 말 꺼내기 전에 알아서 해. 눈치 빨라서 그런 거 되잖아.”
“후우우, 사람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장유유서가 있는데. 유교 나라에서 이래도 됩니까? 나이 대접은 좀 해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유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오 성하고 한음은 동갑이라 친구 먹 었냐? 대우 받고 싶으면 대우받 게 행동을 하든가.”
“제가 그렇게 잘못하는 건 또 뭡니까?”
만석은 하나하나 가르치거나 지 적하여 교정할 필요가 없다.
이미 머리가 굳을 대로 굳은 놈 이라 듣지 않을 거다.
그리고 앞에서만 말 듣는 척하 고 뒤에서 딴짓하면 그게 더 눈 에 거슬린다.
“됐다, 너 가르칠 생각 없어. 그 보다 너 국회의원 좀 나가라.”
“예? 국회의원요?”
“그래, 국회의원.”
“그게 무슨 동네 이장 선거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말씀하 십니까?”
“주머니에 돈 있겠다, 손에 쥐 고 있는 표도 있겠다. 그러면 국 회의원 나가야지.”
“비례대표도 아니고 출마를 하 라는 말씀이신 거 아닙니까.”
“출마해서 당당하게 당선이 돼 야 면이 살지. 그리고 비례대표 는 대부분 여자 먼저 주잖아.”
“이거 참…… 뭐부터 해야 할 지. 일단 알겠습니다. 까라면 까 야죠. 천천히 알아보겠습니다.”
“뭘 천천히야. 시간 없어.”
“다음 선거까지는 한참 남았는 데요?”
“조만간 보궐선거 열릴 거다. 종로로 해서 나가. 전당포 거리 있으니까 힘 모으기 쉽잖아.”
만석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보궐선거는 공석이 생긴 자리를 충원하려 열리는 선거다.
태식은 그런 선거를 두고 정확 하게 종로를 찍어 말한 것이다.
“뭔가 사전 준비가 되어 있는 겁니까?”
“그럼, 총도 안 주고 전쟁터 내 보낼까.”
“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어 느 당으로 출마하는 것입니까? 혹시 무소속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