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5)_6
태식의 손에 잡힌 혓바닥이 딱 딱하게 굳어 갔다.
“으읍, 억. 어업!”
김현식은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 려 발버둥 쳤다.
그 바람에 굳어 버린 혓바닥이 뚝 부러졌다.
“크으읍.”
반사적으로 혀를 움켜쥐지만 피 는 나오지 않는다.
시멘트처럼 굳어 버렸다.
태식을 노려보며 눈알을 굴리던 김현식은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유리창을 깨트리며 뛰쳐나갔지 만, 그 앞은 짙게 깔린 어둠만 가득했다.
츠스스一.
김현식은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림자이기에 소리가 없고 냄새 도 없다.
뱀의 눈으로 봐도 어둠과 구분 되지 않는다.
“이놈은 시간 오래 잡아먹었 네.”
태식은 툭툭 손을 털고 다음 목 표를 설정했다.
오늘 내에 다 치우려거든 부지 런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늘어질 때 마음 편히 늘어지려 거든 할 때 확실히 해야 하지 않 나.
태식은 다시 그림자로 녹아들었 다.
그저그런 희극 (1)
짙은 어둠 속으로 깊이 떨어진 다.
빛이 들어올 수 없는 어둠의 공 간이며, 그림자만이 숨 쉴 수 있 는 무허의 공간이기도 하다.
공간 속의 시간을 갈라내어 비 집고 들어가는 아공간과는 다른 태식의 공간이다.
“마귀야. 까마귀! 주인님 왔는데 내다 보지도 않냐?”
어둠 속에서 낸 음성은 독특한 파형을 만들며 퍼져 나갔다.
그 파형이 온 어둠을 출렁인다.
“소리치지 마라. 소리치지 않아 도 다 들린다.”
잔잔하면서도 날카로운 파형이 태식의 목소리를 가르며 다가왔 온통 검은색이라 그 경계가 구 분되지 않는 맹금.
하늘에서부터 내리는 어둠의 왕 은 전설 속에 나오는 신조의 모 습 그대로다.
“보낸 거 잘 받았냐?”
“잘 받았다. 먹을만 하더군.”
“먹었어?”
“먹었다. 공양 한 것 아닌가?”
“딱히 그런건 아닌데, 얼마나 먹었는데?”
“내장 조금.”
“몇 명이나?”
“아직 한 마리밖에 안 먹었다.”
“그래. 미리 말을 안한 내 잘못 이지.”
“왜 그러나, 전마병으로 만들 재료인가?”
“전마병은 아니고. 여하간 죽은 건 아니지? 죽지만 않았으면 상 관없고.”
“팔딱거리고 있을 거다.”
태식은 크로우의 일렁거리는 어 둠 날개를 쓸어 내렸다.
크로우는 흔적없이 날아 자신의 둥지로 안내했다.
끄아아악-거리는 비명과 패닉에 빠진 절규가 뒤엉켜있다.
“봐라. 아직 신선하다.”
“내장 조금이 아닌데?”
“얼마 먹지 않았다.”
“먹은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배를 다 갈라 놨구만. 이러면 죽 지. 죽으면 안 되는데.”
태식은 숨을 헐떡이는 그들에게 급히 응급 처치를 했다.
크로우는 윤곽 없는 얼굴로 태 식을 바라봤다.
“전마병의 재료가 아니라 하지 않았나.”
“전마병은 아니지만 쓸 곳은 있 어.”
“전마병이 아닌데도 가용할 역 할이 있다고?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정말 특출난 재능이겠 군.”
“말이라고. 나라 말아먹는 쪽으 로는 아주 출중한 놈들이지.”
“오호라, 그렇다면 첩자로 양성 할 생각이구나. 나라를 허무는 데는 첩자 보내 내부에서부터 무 너뜨리는 게 가장 효율적이지.”
크로우는 순수한 어둠의 눈으로 그들을 살폈다.
간파의 진 자체가 크로우의 술 법에서 따온 것이다.
“하나같이 좋은 자질들이다. 아 무렴, 전마병으로 만들기에는 아 까운 인재들이군.”
“그렇지? 난 놈들이야.”
“잘만 키운다면 능히 나라를 거 꾸러트릴 첩자가 될 수 있겠다. 어떻게 이런 재능들을 이 정도나 모아 온 거냐? 아니, 그보다 드 디어 테메테데오스와 끝을 낼 결 심을 한 거구나.” 테메테데오스. 태식의 대척점에 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던 제국의 이름이다.
물론 지금은 상관없는 이야기 다.
“이곳에 테메테데오스는 없어.”
“벌써 멸망시킨 거냐? 하기야 너는 언제고 그 이기적인 왕가를 주살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었 지.”
“아니. 테메테데오스는 상관없 는 이야기라고. 여기는 로아가 아니야. 여기는 지구야.”
“지구?” “응. 내가 말했었잖아, 나의 고 향. 지구.”
“또 다른 로아를 말하는 거구 나. 그러면 그때의 파동이 그것 이었나?”
“어느 거?”
“내가 잠들기 전에 굉장한 파동 이 한번 요동쳤었다. 갑자기 졸 려서 둥지에 그대로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지구로 넘어올 때의 여파를 말 함이다.
태식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 다.
“맞을 거야. 그만한 힘을 받은 건 그때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군. 그렇다면 너는 결국 모든 걸 이룬 거구나. 축하한다.”
빛마저 흡수하는 어둠이기에, 크로우의 몸은 윤곽이 없다.
그럼에도 태식은 크로우가 웃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태식도 그 어둠 자체이기 때문 이다.
“그다지 축하받을 일은 아니다 만, 네가 해 주는 축하니까 받도 록 할게.”
“요람을 떠난 자가 요람으로 돌 아오는 것은 언제나 축하받을 일 이다.”
“그래그래, 고마워.”
태식에게 이곳이 요람이듯, 크 로우에게는 태식이 요람이다.
“좋다. 그래서 너의 요람을 더 럽히는 자들이 누구인가? 또 한 번 일곱 검을 뽑아 들고 어둠의 날개를 펼치는 것인가? 나는 충 분히 잠을 잤다. 만전이다.”
“야, 야, 마귀야. 너무 갔어. 여 기는 그러면 큰일 나.”
“그러한가?”
“그렇지. 나의 요람은 공정한 법리가 살아 있는…… 어휴, 거 짓말은 못 하겠다야. 여기도 썩 을 만큼 썩었지. 사실 로아와 다 르지 않다고 생각해.”
“하하하하.”
크로우는 크게 웃었다. 어둠이 요동친다.
“언제고 말하라. 나는 너와 함 께하는 것이 즐겁다.”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봐. 여 기는 마족도 없고 마왕도 없거 든. 아, 네 사촌 하나 있긴 했는 데.”
“사촌? 나는 어둠의 본신이다. 내가 이리 존재하는데 또 다른 어둠이 존재 할 수는 없다.”
“같은 정령계면 사촌이지 왜. 아그니 말이야.”
태식은 아그니를 운운하며 킥킥 웃었다.
“아그니? 아그니가 너의 요람에 있단 말인가? 놈은 강대한가? 어 둠을 펼쳐라. 가서 놈을 멸하자.” 크로우는 아그니를 싫어한다.
어둠을 거두는 불인 만큼 성질 자체가 상극이라 그렇기도 하다
“걱정하지 마. 이곳에 아그니는 모닥불 수준이었거든. 내가 냉큼 잡아서 목줄을 채워 놨지.”
“그것참 다행이다.”
오랜만의 해우는 이 정도면 됐 다.
더 이야기하다 보면 꺼내고 싶 지 않은 기억들이 떠오를 것이 다.
그리고 그 기억은 무뎌졌던, 아 니, 무디게 만들어 놓은 감각을 일깨울 것이다.
태식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자, 그래서 여하튼 그래. 네가 현신할 일은 없을 거야. 걱정할 것도 없고.”
“그렇다면 저들은 왜 공양한 것 인가? 공양도 아니고 전마병도 아니면 무엇이냐.”
“정신교육이 좀 필요한 인간들 이라. 너가 그런 건 잘하잖아.”
“그럼 결국 전마병을 만들겠단 소리인가? 헷갈리게 하는군. 정 확하게 말해라. 목적이 뭐냐?”
“전마병은 정신 개조고. 정신교 육 정도. 전마병으로 가기 전 단 계 정도. 머릿속을 순수하게 지 우는 단계쯤. 그쯤 말이야.”
“크하하하하, 이제 이해했다. 빈 껍질을 만들어 놓고 언제고 필요 할 때 편히 사용하기 위함이구 나.”
항상 전쟁만을 보아 왔던 크로 우에게 평화는 받아들여지지 않 는 어색함이다.
“그래, 그렇다고 하자. 그 정 도.”
“옳다. 나는 네가 준비하는 것 이 좋다.”
“그럼 부탁한다.”
“그래, 내가 좋은 재료로 만들 어 놓겠다.”
크로우는 이런 것에 특출하다. 그리고 그 방식은 상당히 전투적 이다.
“끼아아아아—.”
크로우의 외침이 파동 친다.
바닥을 뒹굴던 이들은 동공이 풀린 채 멍하니 자리에서 일어나 줄을 섰다.
저들은 어둠속에 있으니 어둠 그 자체인 크로우를 거역할 방법 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곳에서 새로 태어나게 될 것이다.
“끄아아암〜 잘 잤다.” 태식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 다.
오늘은 정말 찌뿌둥한 것 없이 꿀잠을 잤다.
“웬일로 깨우기 전에 일어났 어?”
“오늘 눈이 번쩍 떠지네.”
“허이구, 엄마가 복권이라도 하 나 사야겠네.”
“그러시든가. 당첨되면 나 맛있 는 거 사 줘야 해.”
“언제는 맛있는 거 안 해 줬니? 나와 밥 먹어.”
오늘 아침은 삼치구이다.
미주는 생선을 구울 때 꼭 전분 을 입혀서 튀기듯이 굽는다.
그러면 겉은 바삭한 튀김옷이 입혀지고 속은 촉촉함이 유지된 다.
가시 바르는 게 귀찮아서 밖에 서는 좀처럼 생선구이를 먹지 않 는 태식도 미주가 해 주는 생선 구이는 잘 먹는다.
“어제는 밤늦게 들어오더니, 무 슨 일 있었어?”
“그냥 야근한 거지, 뭐.”
“요즘 부쩍 야근이 많아. 직원 도 구했다면서. 장사가 잘되나 봐.”
“그냥저냥 하는 거지, 뭐.”
“그냥저냥 하지 말고 열심히 해. 일이 잘됐을 때 느끼는 보람 이 얼마나 큰데.”
“그럼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보람찬데. 좀 귀찮아서 그렇지.”
태식은 순식간에 삼치 두 마리 뼈를 발라 놓고 가게로 출근했 다.
“사장님, 나오셨습니까.” 방우와 유성이 함께 인사를 건 넸다.
“그래, 좋은 아침이다.”
다 같이 출근했으면 일과를 시 작하기 전에 아침 티타임을 가진 다. 물론 담배가 주고 차가 부다.
이제는 하루 루틴이다.
“사장님, 오늘 뭐 좋으신 일 있 으십니까?”
“왜?”
“표정이 좋아 보여서요.”
“그러냐? 간만에 잠을 좀 푹 잤 거든.”
“평소에 잠을 잘 못 주무십니 까? 항상 잘 주무시는 줄 알았는 데요.”
“야, 평소에 잠을 잘 자면 맨날 그렇게 늘어져 있겠냐.”
“아아, 그럼 그게 불면증 때문 에 그러신 거였구나.”
방우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표정 이었다.
“사장님, 혹시 침대 뭐 쓰십니 까? 라텍스 침대가 진짜 좋습니 다. 저도 허리 아파 가지고 이것 저것 많이 써 봤는데, 천연 라텍 스 침대만 한 게 없습니다. 뭐 하면 제가 쓰는 거랑 같은 거로 하나 넣어 드릴까요?”
“됐다, 인마. 사장이 직원한테 선물 받냐.”
“사장님 덕에 큰돈도 만졌는데, 겨우 침대 하나 무슨 상관입니 까.”
“됐다고 인마.”
태식은 넌더리를 냈다. 그만 받 아도 충분하다.
“사장님, 오늘 외근 일정 있으 십니까?”
“오늘은 딱히 없는데, 왜?”
“일정 파악해야 해서 그냥 물어 본 겁니다.”
“요 며칠 일을 너무 빡세게 했 어. 한 일주일은 쉬어야겠다. 번 잡하게 하지 마.”
“예, 사장님. 그런데 제가 아침 부터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요.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뭔데?”
“이거 혹시 사장님께서 하신 겁 니까?”
유성이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긴급이다. 지금 뭔가 국가 소 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 같 다.]
라는 제목의 글은 밤사이 3,000 개가 넘는 추천과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사정상 인증은 못 한다.
그냥 영감님들 뒤에서 똥 닦아 주는 시다바리 정도라고 알아봐 라.
지금 우리 영감님이 새벽에 갑 자기 연락이 끊겼다.
분명히 내가 가게 앞을 지키고 있었고, 가게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는데, 그냥 가게 안에서 사 라지셨다.
이게 우리 영감님만 그러면 이 렇게 호들갑을 떨 것도 아닌데, 다른 사무실에서도 밤사이 갑자 기 영감님이 사라졌다는 말이 나 오더라.
오늘 아침 일찍 파악해 보니까 한두 명이 아니더라.
기자들도 다 냄새 맡은 거 같은 데, 아무리 봐도 엠바고거든.
근데 난 솔직히 이거 엠바고 걸 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십수 명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는데, 이런 중요한 사실을 대한민국 국민들 도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본다.
누군가의 테러가 아니면 이게 뭐겠냐.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이 강해지는 것을 껄끄러워 하는 주변국들이라면 그 누구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히 중국이. 나는 중국이 의심 스럽다.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중국이 그동안 지속해서 시비를 걸었던 게 있거든.
그런데 그걸 우리는 묵혀 버렸 고. 사실 이건 일부러 묵혔다고 하기는 조금 애매한 거지만…….
여하간 알고는 있어라.
우리나라 지금 생각보다 더 위
험할 수 있다.]
-인증 없으면 뭐다?
사정상 인증 못 한다고 했다. 가볍게 생각하지 마라.
L헛소리 지어내지 마라. 니가 진짜 보좌관이면 엠바고 걸린 일 을 여기다 이렇게 떠들겠냐.
진짜 큰일이라고 생각해서 나 름의 사명감으로 말한 거다.
L그렇게 큰일이면 얼굴 까고 방송을 하든가. 왜? 그 리스크는 지기 어려울 정도의 일인갑지? 그러면 딱히 큰일도 아니겠네.
느시비 걸지 마라.
-쓰니야, 그런데 이게 진짜면 숨긴다고 숨겨지는 거냐? 그리고 진짜라고 해도 중국은 아닐 거 같은데? 중국이 아무리 막나간다 고 해도 이런 미친 짓을 해? 차 라리 북한이면 몰라.
L자세히는 설명 못한다. 내 주 관이다. 걸러 들어라. 하지만 사 라진 건 사실이다.
-이걸 진짜면 진짜 큰일이고 가짜면 쓰니가 큰일인 거 같은 데.
L내가 큰일 날 건 없다.
누왜 큰일 날 게 없어. 니가 정 신병이란 건데 큰일이지. 병원 가서 약 타 먹어. 요즘은 정신과 가는 거 허물 아니라더라.
느시비 걸지 마라.
“말도 안 되는 주장이긴 한데, 글쓴이가 너무 진지하게 정색을 해서요.”
“그래서?”
“있을 수도 있는 일일지도 모르 겠다……라고 생각을 하다 보 니……
“내가 떠올랐다?”
“네.”
“크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