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5)_8
태식은 휘휘 손사래를 쳤다.
“그럴 필요 없어요.”
“그럼 말씀 주세요. 전달할게 요.”
마이린은 바로 펜과 메모지를 준비했다.
“아니요, 정보 교란할 필요 없 다고요.”
“괜찮을까요? 실종된 사실이 기 사로 나갈 텐데요.”
“돌려놓을 거니까요.” 태식은 리스트의 의원, 아니 범 죄자 놈들을 잡아들일 때부터 자 신의 손으로 처단할 생각이 없었 다.
그래서야 그놈들이 피해자로 기 억되지 않겠나.
사회적 말살을 당해도 모자란 놈들을 안타까운 피해자로 만들 수는 없다.
놈들이 벌인 범죄 사실을 드러 내고, 그것에 대한 처벌을 받게 만들 것이다.
“다시 돌려놓는다고요? 괜찮을 까요? 머릿수가 많잖아요. 그중 누구 한 명이라도 입을 열면 곤 란해질 텐데요. 태식 씨가 하는 일이면 괜한 걱정일 수도 있겠지 만요.”
“괜한 걱정인 것 맞아요.”
태식은 양손을 마주쳐 어둠을 열고는 강미영을 끄집어냈다.
강미영은 갓 교육대를 수료한 신병처럼 부동자세를 잡았다.
먼 곳을 보고 있는 시선이 초점 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태식 씨?”
“놀랐어요?”
“놀라진 않았어요. 갑자기 사람 튀어나오는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요. 그런데 조금……
“어떤데요? 많이 이상해요?”
“저는 뭔가 조치가 있다는 걸 알고 봐서 그런가, 넋이 나간 사 람처럼 보여요.”
“넋 나간 거 맞아요. 혼을 빼놨 거든요.”
“혼을 빼놨다고요? 은유적인 표 현인 거죠?”
“영혼을 빼놓은 건 아니고요. 자아를 망실시켜 놓은 거예요. 외관상으로 드러난 상처는 전혀 없으니까, 이대로 제자리에 가져 다 두면 되는 거죠.”
이린은 그게 그렇게 쉽게 해결 될 문제인가 싶었다.
그런데 또 막상 생각해보면 해 결이 될 것 같기도 했다.
여의도에서 먼저 나서서 틀어막 으려고 하는 중이니 말이다.
“이 사람들 기억도 없는 거죠?”
“기억은 있죠. 기억 있어야 평 소 하던 것처럼 행동할 거 아니 에요.”
“그러면 언제고 발설하면 어떻 게 하시려고요?”
“그 언제고가 안 오죠.”
“네?”
“죽을 때까지 이 상태라고요.”
“아••••♦•
이린은 그제야 수긍한 듯 고개 를 끄덕였다.
너그러울 때의 태식이 기억에 많이 남아서 그런가 단호할 때의 태식을 자꾸 깜빡한다.
“사장님은 그냥 심계의 특이 현 상일 것이다라는 쪽으로 양념만 좀 쳐 줘요. 그러면 여론도 자연 스럽게 그쪽으로 흘러가겠죠.”
“네, 그럴게요. 당에서도 어떻게 든 잠잠히 넘기고 싶어 하니까, 최대한 조용히 넘어가려고 할 거 예요.”
“하지만 이것들의 범죄 사실은 그대로 밝혀져야 되요. 몸에 밴 기억이 있어서 평소 대로 행동은 하겠지만 약삭빠른 생각은 못 할 거예요.” 전마병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가 진바 잠재력을 극한까지 끌어내 기 위해 이성을 잘라 내고 본성 을 극대화하는 지점이었다.
그 지점에서 멈춰 둔 것이다.
“본능에 충실한 상태라고 할수 있죠. 절제력은 떨어지고요.”
겸손을 모르는 자는 상황에 관 계없이 오만하게 굴 것이고, 여 자를 밝히는 자는 작은 자극에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반응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분명 사고를 치겠 군요.”
“그렇죠. 그걸 꼬투리로 잡아서 리스트에 있는 죄목으로 확장시 키세요. 찌라시로 돌려도 좋고요. 이미 소문이 돌아버린 정보면 기 자들도 기사를 낼 거예요.”
“네, 알겠어요.”
이린은 태식의 말•을 꼼꼼히 받 아 적었다.
“그리고 투 트랙으로 개인 의원 의 범죄를 국회의원 전체에 대한 자질 논란으로 확장시켜봐요. 그 래야 보궐선거 때 자질 안 되는 사람은 애당초 나올 엄두를 내지 못할 거예요.”
“보궐선거까지 분위기를 이어 가려면 긴 싸움이 되겠네요.”
“장작은 많잖아요. 한 번에 다 터트리지 말고 하나씩 릴레이로 터트리면 충분히 오래 갈 거예 요.”
이린은 잠시 고민했다. 가능한 지 불가능한지를 따지는 것이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케이블 방송 하나 잡고 길게 물어뜯어 볼게요.”
“너무 무리할 건 없어요. 정치 인에 대한 국민 여론이야 기본적 으로 안 좋으니까, 적당히 가도 금방 터질 겁니다.”
“네. 잘 진행해 볼게요.”
“그럼 이건 그렇게 정리하자고 요.”
태식은 김미영을 어둠 속으로 집어넣고, 다른 아공간을 뒤적거 렸다.
“그런데, 혹시 애완동물 좋아해 요?”
“애완동물요? 갑자기요?”
“갑자기는 아니고. 내가 주변을 다 돌아봐도 딱 사장님밖에 없어 서요.”
태식은 아그니를 꺼내 보였다.
손바닥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불꽃이 강아지의 모습으로 푸르 르 털었다.
“어머머머-! 이게 뭐예요?”
“아직 질문에 답을 못 들었는데 요. 애완동물 좋아해요?”
“말이라고요! 저희 집 사람들 다 동물 좋아해요. 특히 우리 아 버지가 강아지를 얼마나 좋아하 신다고요. 첫사랑을 처음 키운 페키니즈라고 하실 정도인걸요.”
“그래요? 동물 좋아하는 취향 같진 않아 보였는데.”
“에이, 누가 동물 좋아한다고 얼굴에 써 놓고 다니나요. 그럼 그것도 모르시죠? 우리 아버지가 진돗개협회도 직접 만들어서 운 영하셨고요, 세계축견연맹에 등 록도 시켰는걸요.”
“좋은일 하셨네요.”
“그뿐인가요. 유토랜드에 안내 견 학교 있거든요. 한국 최초이 자 유일의 안내견 학교예요. 그 것도 아버지가 만든거예요. 강아 지에 대한 에세이도 쓰셨고요.”
우다다다다 마구마구 쏟아진다.
어서 빨리 손에 든 그것을 내 앞으로 가지고 오라는 듯하다.
“아휴, 알았어요, 알았어. 아버 지 이야기는 그 정도면 충분해 요. 그래서 사장님은 애완동물 좋아한다고요?
“네, 우리 집에도 강아지 키워 요. 풍산개요. 아람이가 얼마나 잘 챙겨 주는데요.” 핸드폰을 꺼내는 게 사진까지 보여 줄 기세다.
그러고 보니 한번 뉴스에서 봤 던 기억이 난다.
이전 정권의 대통령 취임 때 대 호에서 풍산개 다섯 마리를 선물 했던 게 말이다.
“그래서 얘는 종이 뭐예요? 어 쩜 털이 이렇게 났지? 꼭 불꽃 같아요.”
이린이 만져 보려 손을 뻗는다. 태식은 얼른 손을 피했다.
“불꽃 맞아요. 데어요.”
“네?”
“강원도 산불 있잖아요, 그때 잡은 놈이에요. 헌터식 분류로 따지면 몬스터고, 엄밀히 따지면 불의 정령이에요.”
“그럼 설마 얘가 그 산불의 범 인인 거예요?”
“범인……까진 아니고. 태어났 다고 해야 하나? 뭐, 사실 이러 나저러나 지분은 어느 정도 가지 고 있긴 하죠. LPG 충전소하고 주유소를 터뜨려 먹었으니까요.”
“아아-. 그럼 그때 태식 씨가 싸운 화마가……
“네, 맞아요. 이놈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귀엽죠? 불꽃 모양이 꼭 호랑이 무늬 같 아요. 몸은 이렇게 작은데 발 큰 것 봐요. 얘 설마 젤리도 있어 요?”
“젤리요?”
“발바닥 젤리요.”
태식은 아그니를 뒤집어 발바닥 을 보았다.
잘 익은 홍시처럼 불그스름한 발바닥 패드가 붙어 있었다.
“있네? 하기야, 눈이나 혓바닥 도 있긴 하니까……
“꺄흐흐흐흐, 어떻게 저는 못 만져요? 태식 씨만 만질 수 있는 거예요?”
눈이 빛난다.
지금까지 마이린을 보면서 이렇 게 순수하게 빛나는 눈동자를 본 적 없지 싶다.
“지금은 기운을 많이 빼 놔서 괜찮긴 한데, 조심해서 만져야 해요. 자극 안 되게.”
“애기야, 안녕. 오해하지 마렴. 나는 너랑 인사하려는 거야. 친 해지고 싶어서 인사하는 거란 다.”
마이린은 모래성을 만지는 것처 럼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아그니는 저지레를 하지 않았 다.
“어머머머, 부드러운 것 봐. 실 크보다 더 부드러운 거 같아요.”
“기본적으로는 불꽃이라 매끄럽 긴 하겠죠. 손에 걸리는 게 없으 니까.”
“그럼, 얘 저 주시는 거예요?”
“선물로 가져온 건 아니었어요. 임무로 맡기려고 한 거였는 데……. 괜찮겠어요? 강아지가 아닌데요.”
“에이-. 키울 만하니까 저한테 주는 거 아니겠어요? 그리고 저 호랑이도 키워 봤는걸요.”
“호랑이요? 설마 호랑이를 집에 키워요?”
“꺄하하하, 태식 씨도 참. 여기 가 아랍인가요. 호랑이를 어떻게 집에서 키워요.”
“너무 당연하게 이야기하길래. 대호가 큰 호랑이라 그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죠.”
“유토랜드에 사파리 있잖아요. 거기에 제가 젖병 물려 준 호랑 이가 있어요. 이름도 제가 지어 줬는데, 레오라고. 이젠 나이가 조금 많이 먹어서 2인자로 밀려 났지만, 한때는 사자 대장인 태 풍이하고 싸워서 이길 정도였는 걸요. 그때 사파리의 대장 바위 는 온통 호랑이 차지였는데. 지 금은 조금 밀려요. 확실히 레오 가 힘이 많이 빠진 탓이 커요. 지금 대장인 실버는 백호인데, 애가 예쁘기만 하고 싸움을 조금 못하더라고요.”
“알았어요, 알았어. 동물 엄청 좋아하시나 보네.”
“제가 너무 신났죠?”
“네, 엄청요. 밤새울 기세였어 요.”
“요즘 바빠서 통 못 봤더니 조 금 그랬나 봐요.”
이린은 배시시 웃었다.
나이도 그렇고 사회적 지휘도 그렇고 세상 풍파 겪을 만큼 겪 은 사람일 텐데, 저렇게 순수하 게 웃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하기야, 본래 동물과 아기가 가 진 힘이 그런 것 아니겠나.
더욱이 아기 동물이라면 그 힘 은 더욱 강력하다.
“그럼 저 안아 봐도 돼요? 어차 피 제가 데려가야 하는 거면요.”
“그러세요. 지금은 괜찮을 거예 요.”
이린은 솜사탕을 끌어안듯 아그 니를 넘겨받았다. 조심스럽게 품 에 당겨 안는다.
“이름은 홍시라고 할래요. 발바 닥이 홍시 같으니까요. 안녕? 이 제부터 너를 홍시라고 부를 거란 다. 괜찮니?”
정말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내 려다본다. 그래서 그런 걸까? 아 그니도 이린의 품에 콕 파묻혔 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힘을 빼 놓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 만, 저렇게 저지레를 안 하는 걸 보면 어느 정도 궁합이 맞아서 그럴 확률이 높다.
태식이 크로우와 궁합이 좋은 것처럼 말이다.
“태식 씨. 홍시라고 불러도 되 죠?”
“네, 뭐, 어울리네요.”
“이게 그렇거든요. 동물을 들일 때, 전혀 마음에 두지 않고 있었 어도 딱 보는 순간 이름이 떠오 르는 경우가 있어요. 아, 얘 이름 은 이거구나. 얘는 나랑 살 운명 이구나.”
“애완동물 이야기에서 운명론까 지 가는 거예요?”
“그럼요. 한 번 같이하면 최소 한 10년은 함께 가는 건데요. 10 년이면 제 삶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기간인 걸요.”
이린은 이젠 홍시가 되어 버린 아그니를 안아 든 채로 가을 옷 장을 열어 모피 숄을 꺼내 홍시 를 감싸 줬다.
“그거 탈 텐데요.”
“이런 거 많아서 괜찮아요.”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숄인데, 돈이 좋지 싶다.
“밥은 뭐 먹어요? 생식해야 하 나요?”
“그런 거 말고 그냥 가스 불에 얹어 놔도 되고, 토치로 지져 줘 도 되고. 불꽃이라, 불이 될 만한 거 먹이면 돼요.”
“아아, 장작 같은 거요?”
“장작보다는 장작으로 피운 불 요. 지금은 힘을 많이 빼 놔서, 연료째로 주면 잘 못 받아먹을 거예요.”
“아아, 이해했어요.”
“그리고 밥 너무 많이 주면 안 돼요. 힘 생기면 불 토하고 그러 거든요. 생긴 게 귀엽다고 망각 하면 안 돼요. 그놈 불 그 자체 예요.”
듣고 있는 건가? 아무리 봐도 정신이 팔린 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는 것 같다.
“불 그 자체라고요. 이해해요?”
“네, 알아들어요. 그럼 케이지는 방열 유리로 만들어야겠네요.”
“그래요, 그러면 좋죠.”
“배변은 하나요?”
“불만 먹이면 그럴 일 없어요. 원자재로 먹이면 숯 같은 거는 타고 남겠네요.”
“아하-. 그럼 딱히 배변 훈련까 지 시킬 일은 없겠네요.”
“아니, 애당초 풀어 놓고 키울 생각을 하질 말아요.”
“헤에, 네. 그럼 산책은요? 산책 도 시켜 줘야 해요? 아니면 그냥 케이지를 조금 넓게 짜 줄까요? 시멘트 운동장을 만들면 불 날 일은 없으니까요.”
“풀어 놓고 키울 생각을 하질 말라니까요.”
“아- 네. 그런데 이 목줄은 왜 채워 둔 거예요? 이렇게 작은데
요.”
“어허-. 그 목줄 절대 풀어 주 면 안 돼요. 큰일 나요. 그거 제 어구예요.”
“아……. 그러면 이거 풀어 주 면 막 불 피우고 그러는 건가 요?”
“네, 절대 풀어 주면 안 돼요. 뜯어지거나 손상되면 바로 나한 테 말하고요.”
“네, 알겠어요. 홍시야, 미안해. 태식 씨가 너 목줄 풀어 주면 안 된대. 그러니까 얌전히 말 좀 잘 듣지 그랬어. 태식 씨, 그런데 얘 원래 이렇게 잠을 잘 자는 편인 거죠?”
말이 끊이질 않는다. 눈빛은 여 전히 초롱초롱이다.
아무래도 오늘은 더 이상의 논 의가 불가능할 것 같다.
태식은 중요한 건을 미리 끝내 놓은 게 다행이라 생각하며 이린 의 즐거움에 조금 더 맞장구를 쳐 줬다.
아버지와 아들 (1)
익숙하되 익숙하지 않은 곳.
이제는 발 들이는 게 더 어색한 공간이 되어 버린 곳.
방우는 한때 자신의 반평생을 녹여 넣었던 사무실에서 평생을 따랐던 형님 앞에 앉아 있다.
“방우 너, 정말 끝까지 이럴 거 냐? 아니, 끝내 이렇게 할 거 냐?”
“형님, 저 그때 손가락 두 개 자른 거 안 가지고 갔습니다.”
방우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말이야 형님이라고 부르지만, 이제 고개를 숙일 관계는 끝이 났다.
그만큼 믿고 따랐기에, 제대로 절단이 난 관계는 다시 붙을 수 가 없었다.
“뭐 하자는 거야? 너 진짜 너 혼자 다 처먹겠다는 거냐? 나랑 같이 전국 제패의 꿈을 꿀 때도 기회만 있으면 뒤통수 치겠다는 생각으로! 어! 그랬던 거냐!”
장춘은 붉으락푸르락 화를 냈 다. 그에 반해 방우는 미동 하나 없었다.
기대하지 않으니 실망하지 않 고, 믿지 않으면 배신 또한 없다.
“무슨 말을 한들 믿어 주겠습니 까?”
“너, 내가 모를 줄 알지? 이 새 끼야. 너 대호에서 일 받고 남은 돈도 니가 슈킹한 거! 내가 그것 도 다 알면서 눈감아 줬어. 그런 데 나한테 이렇게 해!”
“그 돈은 사장님이 제 개인적인 수고비 조로 준 거지, 조직으로 갈 돈이 아니었습니다. 의뢰금은 따로 있었잖습니까.”
“허튼소리 하지 마, 이 새끼야. 니가 그때부터 눈깔에 욕심이 들 어찬 거지!”
말을 하면 할수록 실망만 커진 다. 하지만 방우는 자신의 실망 이 아프지 않았다.
진심으로 자신에게 배신당했다 고 여기는 장춘의 실망이 안타까 울 뿐이다.
어쩔 수 없다.
이미 오해는 너무 많이 쌓였고, 이제 와서 풀 수 있는 단계도 아 니다.
그리고 싫다.
방우는 자신에게 항상 전통 건 달을 부르짖던 장춘이, 제 입으 로 말하던 그 정통 건달이 아니 었음을 알아 버렸다.
“형님 의중 물어보고 그거에 따 르려고 말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알고 계시라, 그런 의미입 니다.”
방우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제 이렇게 여기를 나서면 언 제 다시 올까 싶다.
어쩌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지 도 모른다.
뭐, 그것도 딱히 상관없다. 나중 은 어떨지 몰라도 지금은 그런 마음이다.
“그럼 건강히 지내십시오.”
방우는 사무실을 나왔다.
“무슨 영화 찍는 줄 알았다.”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현이 방우를 보며 이죽거렸다.
방우는 웃지도 화내지도 않았 다.
“일이나 하러 가죠.”
“어휴, 등신. 그러게 처음부터 싹 다 긁어먹었으면 일 두 번 안 하잖아. 내가 빨대 좀 꽂자고 그 렇게 이야기했는데.”
“똥개님, 알았으니까 일이나 하 죠.”
“뭐, 새끼야?”
이현이 방우의 멱살을 움켜쥐었 다.
오늘만 이러는 게 아니다. 저번 에 함께 일할 때도 매번 이랬다.
“자꾸 이러시면 사장님께 있는 그대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 다. 저 저번에 똥개님한테 맞은 거, 사장님께 말씀 안 드렸습니 다.”
“하-! 거 시벌 진짜 존나게 고 맙네.”
이현은 방우의 멱살을 거칠게 뿌리쳤다.
솔직히 한주먹감이다.
능력자든 건달이든, 끝까지 싸 우면 무조건 이긴다.
그게 이현의 자긍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