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5)_9
작정하고 마음먹으면 1개 사단 정도는 괴멸시킬 수 있다고, 이 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태식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 다.
태식 앞에서는 끝까지 싸운다는 게, 끝까지 싸우는 게 아니라 끝 까지 고통받는 것밖에 되지 않았 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 오는 고통은 전신을 분쇄기에 넣 고 갈아 내는 듯한 정도였다.
그러니 아무리 힐링 팩터가 있 다 한들 거역할 수가 없다.
“그리고 연락 좀 잘 받아 주십 시오. 도망간 거 아닌가 하는 생 각이 들지 않게요.”
“도망? 내가 네까짓 깡패 새끼 가 무서워서 도망가냐? 어디 호 랑이 가죽 좀 뒤집어썼다고 토끼 새끼가 호랑이 행세를 하려고 들 어!”
“호랑이 가죽요? 하- 예. 알겠 습니다. 일이나 하러 가죠.”
방우는 입술을 꾹 닫고 임무를 수행했다.
한번 와해시킨 경상도 지역 조 직들을 흡수하는 일이었다.
“사장님, 다녀왔습니다.”
사흘을 말했던 출장은 이틀 만 에 끝났다.
조직도는 이미 파악이 끝나 있 었고, 경기도만 순회하면 되는 것이라 시간이 오래 걸릴 것도 없었다.
“고생했다. 그러게 처음 할 때 알아서 좀 챙겨 놓지.”
“절대 그럴 생각 없습니다. 저 는 앞으로도 사장님께서 먹으라 고 하는 만큼만 먹겠습니다.”
“야, 좀 알아서 해. 일일이 지시 내리기 귀찮아.”
태식은 방우에게 담배를 건네며 피식 웃었다.
방우는 씨익 웃음을 지으며 담 배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그래, 별일 없었고?”
“네, 조직 뭉개는 것은 별문제 가 없었는데, 경찰들하고는 한 몇 번 더 만나서 친분 좀 만들어 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왜? 똑같은 조건으로 이 어 간다고 안 했냐?”
“그렇기야 한데, 저보고 전라도 출신이 왜 경상도까지 와서 주먹 질을 하냐고…… 쯧, 뭐 어쩌겠 습니까. 가서 형님 소리도 좀하 고 술도 따라주고 해야죠.”
“하여간 가만 보면 짭새들이 더 깡패 같아.”
“깡패한테 형님 소리 들으면 그 게 깡패죠. 제 친구 중에도 경찰 인 놈 있습니다.”
“친구? 진짜 친구?”
“학교 다닐 때 같이 놀던 놈인 데 고등학교를 인문계로 가더니 정신을 차렸나, 지금은 경찰하고 있을 겁니다.”
“연락하는 친구야?”
“아니요. 괜히 연락해 봐야 껄 끄러울 테니 연락은 안 합니다. 동창회 때 한두 번 보곤 했습니 다.”
“그래〜 세상사 다 그 나물에 그 밥이지. 어느 직업이 성인이 고 어느 직업은 악당이냐. 그냥 엉켜 사는 거지.”
가만 생각해 보면 태식의 동창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 양아치 같이 놀더니, 취업할 때 쯤 되어 서는 경찰공무원 준비를 한다고 했다나. 체력은 자신 있다면서 말이다.
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 수 가 퍽 많았던 것 같다.
경찰대학교나 국가대표 체육 특 체 같은 것이라면야 그럴 확률이 적겠지만, 유독 경찰공무원이 접 근성이 좋아서 그럴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건 없냐?”
“그거 말고는……
방우는 이현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망 설였다.
“뭔데? 똥개가 말썽 피우냐?”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찔러 본 건데?”
“아••••••
“말해 봐. 똥개가 왜?”
“좀 너무 제멋대로입니다. 그러 니까 이게 성격적인 걸 떠나서, 평소에 스트레스 상태가 굉장히 올라가 있는 거 같습니다.”
“그거야 당연하지. 일주일에 한 번씩 몸이 갈려 나가는데.”
“예,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약 을 못 해서 나오는 금단 증상 같 기도 합니다. 이대로 두면 언제 고 사고 한번 치지 싶습니다. 하 다못해 지금 치료제라도 좀 먹여 주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치료제는 무슨. 그 자식은 원 래 죽었어야 할 놈이 덤으로 살 고 있는 건데.”
“그럼 그냥 이대로 둬도 되겠습 니까? 눈동자가 좀 맛이 가는 상 태인데요. 그 자식 걱정하는 게 아니라 무슨 일 치를까 봐 무섭 습니다.”
“안 그래도 이번 일만 끝나면 처리하려고 했다. 자, 고생했으니 까 가서 사우나라도 뜨끈하게 지 져.”
태식은 방우에게 사우나값을 두 둑하게 챙겨 줬다. 돈 벌어서 뭐 하겠나, 직원 복지에 써야지.
방우는 태식이 내미는 현금다발 을 지그시 봤다.
아무리 곳간에서 인심 나는 거 라고 하지만, 그 인심을 쓰기는 쉽지 않다. 특히나 굳이 안 줘도 되는 생돈을 내주는 것은 더욱 그렇다.
“왜? 돈에 뭐 묻었냐? 안 집어 넣고 뭐 해?”
“아,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사 장님, 사장님도 장군의 아들 좋 아하십니까?”
“뜬금없이?”
“그냥 여쭤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장군은 싫다. 진절 머리 난다. 어휴, 그 꼰대 집단.”
“아아, 아니요, 그, 김두한 말입 니다. 바람처럼 스쳐 가는〜 야인 시대 보셨습니까?”
“무슨 소리 하나 했네. 나는 김 두한 보다는 구마적이 좋더라.”
“저는 쌍칼이 좋았습니다.”
“사장님, 시라소니죠. 시라소니. 고독한 늑대. 시라소니.”
유성은 진열장을 정리하다 말고 끼어들었다.
“시라소니는 실제로 싸움 본 사 람도 많고 현실적인 기록이 남아 있다 이거 아닙니까.”
“뭐야 너, 너 깡패 싫어하지 않 냐‘?”
“야, 이 깡패야. 그 시대 건달하 고 지금 깡패하고 같냐? 일대일 맞다이 주먹 쪼개기 하는 거랑 연장질 하는 거랑 같냐고. 우리 나라 건달은 사보이 때 끝났어. 그나마 주먹 싸움으로는 조창조 가 마지막 계보지. 주먹 싸움으 로 가면 될 걸 조양은이가 회칼 들고 설쳐 가지고 말이야.”
“아주 역사를 줄줄 꿰고 있네. 그래 놓고 지금까지 나한테 계속 깡패야, 깡패야 그런 거냐?”
“멀리 있는 드라마하고 가까이 있는 양아치는 다른 거야, 인마.”
둘은 그러고도 한참이나 티격태 격 떠들었다.
띠리링-.
전화벨 소리에 태식이 전화를 받았다.
“예, 전당폽니다.”
-저,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 승 주 아빠입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잘 지내 셨죠?”
-예, 저야 뭐. 하하. 그런데 혹 시 거기 저희 승주 가지 않았나 요?
“승주요? 승주는 안 왔는데요. 왜요? 승주가 어디 나갔나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요. 혹 시라도 승주가 거기 가면 저한테 연락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태식이 뭐라 말을 더 잇기 전에 그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급해 보였다.
“이 녀석이 집이라도 나간 건 가? 고3인 녀석이.”
“사장님? 왜 그러세요? 누가 집 을 나갔대요?”
“어. 꼬마 손님 하나 있는데, 집 을 나갔나 본데. 아버지가 나한 테 전화하네.”
“사장님께 전화할 정도면 꽤 친 한 사이 아닙니까?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나가서 찾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찾으려거든 찾기는 쉽다.
이만수에게 승주의 물건 아무거 나 하나 받은 다음 밴시를 풀면 금방이다.
“마냥 찾기에는 잃어버린 게 아 니니까. 대충 눈치로는 제 발로 나간 거 같은데.”
사적인 가정사가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다. 함부로 끼어들기 민감 하다.
특히나 부자지간에는 더욱더 그 렇지 않겠나.
“그래도 일단 찾아야 뭐가 되지 않겠습니까? 요즘 어린애들 노는 게 예전하고 다릅니다.”
방우는 유독 걱정이 컸다. 똑같 이 아들을 키우는 아빠 입장이라 그런가 보다.
“왜? 뭐가 그렇게 달라?”
“꼬맹이들도 특형 가진 애들이 있지 않습니까. 솔직히 걔네들 시 한폭탄이 나 마찬가지 입 니 다. 관리한다고 하는데, 마냥 관리가 잘되는 것도 아니고. 저도 동생 들이 꼬마들 달고 다니는 거 봤 는데, 심계가 열리기 전 양아치 들하고는 확실히 뭔가 다릅니 다.”
“예, 사장님. 저도 동의합니다. 가출팸이니 뭐니 해서, 거기 한 번 들어가면 범죄 연루되기가 쉽 습니다. 하다 못해 절도를 해도 망을 보게는 시킬 테니까요.”
“그래? 나한테 전화한 거면 어 느 정도 참견은 감수한다는 거겠 지.”
태식은 다시 수화기를 들려는 찰나, 띠리링 가게 문이 열렸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승주였다.
“어, 그래 오랜만이다. 물건 팔 거 있어서 왔어?”
태식은 태연하게 물었다.
“아니요. 그냥 물건 구경 좀 해 보려고요.”
“그래? 아빠 심부름?”
“하하. 네. 그렇죠, 뭐.”
그렇죠가 그렇지가 않다.
옷이 꼬질꼬질하다. 눌러쓴 모 자 밖으로 삐져나온 머리카락도 떡이 져 있다. 집을 나온 지 꽤 되었나 보다.
“그런데 학교는? 학교에 있을 시간 아니야?”
“오늘 모의고사 있는 날이요. 끝나고 바로 왔어요.”
앞뒤가 안 맞는다. 그랬으면 교 복을 입고 왔어야지.
“그럼 저녁도 못 먹었겠네. 저 녁 먹을래? 안 그래도 딱 밥때였 는데.”
“아, 괜찮아요. 저 그냥 물건만 보고 가면 되는 거였어요.”
“삼촌이 저번에 갈비를 받았는 데, 그거 받고 그냥 입 닦으면 되겠냐? 삼촌 그런 사람 아니다. 얘들아, 오늘 야근해야 하니까 저녁 좀 일찍 먹자고. 나가자.”
“예, 사장님.”
방우는 바로 컴퓨터를 대기 모 드로 넣었고 유성은 진열장을 잠 갔다.
태식은 승주에게 어깨동무를 하 며 가게 밖으로 나갔다.
어깨를 타고 전해지는 승주의 기운이 여간 불안한 게 아니었 다.
감정적으로도 그랬고 신체적으 로 그랬다.
‘얘가 특형이 있었나? 분명 없 었을 건데……
기억하기에는 분명히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승주의 몸에서 다크매터가 느껴진다.
“승주 너, 특형 생겼어?”
“에? 바로 알아보시네요.”
“능력자끼리는 교감이 되니까.”
“아아. 저는 이게 갑자기 생긴 거라, 잘 모르겠어요.”
“그래, 갑자기 생기면 당황스럽 지. 그게 당연한 거다.”
어린아이에게 특형이 발현될수 록 위험도는 올라간다.
신체가 다크매터의 기운을 이겨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그럴 수록 특형을 통제하지 못할 가능 성도 또한 상승한다.
그리고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특형이 생기면 자칫 대형 사고가 벌어질 수도 있다.
초기에는 실제로 그런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었다.
왕따를 당하는 학생에게 특형이 생겨 버리는 그런 일이 아주 없 는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고 해도 중학교 2학년 나이 때의 아 이들에게 특형이 생겼을 때는 남 다른 관리가 필요했다.
“그거, 천천히 적응하면 되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너 희 아버지도 헌터신데 뭐가 걱정 이야. 아버지께 물어보면 다 해 결되는 거지.”
“……네. 그거야 그렇겠죠.”
대답이 무언가 미심쩍다.
단지 특형이 생긴 것으로 혼란 스러워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아버지와 아들 (2)
“고기 먹자, 고기.”
태식이 손뼉을 짝 쳤다.
“소 먹습니까?”
“고기 먹는 날은 소 먹어야지.”
“그러면 요 앞에 식육식당으로 가시죠! 저번에 냥꾼이하고 둘이 같이 먹었는데 맛있었습니다.”
방우가 먼저 방향을 잡았다.
식육식당으로 들어갔다.
인테리어는 허름해도 정육점을 겸하고 있는 식당이라 질 좋은 암소 한우를 좋은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저, 잠시 화장실좀 갔다가 올 게요.”
승주가 화장실을 갔다.
“유성이 느꼈지?”
“예. 게오르그 파장이 좀 튀는 것 같습니다. 특형 생긴 지 얼마 안 된 모양입니다.”
“그런 것 같다. 혹시 모르니까, 목걸이 빼고 있자.”
“목걸이를요?”
“그래.”
유성이 목걸이를 푸는 사이 승 주가 돌아와 앉았다.
방우가 얼른 주문을 한다.
“이모님, 양념갈비 맛있어요?”
“우리 집은 양념갈비가 더 잘나 가요.”
“그럼 갈비 3인분에 양념 3인분 주세요. 육회도 하나 주시고요.”
“술은?”
“술은 나중에 시킬게요.”
손질되어 나온 고기는 밝은 선 홍빛 육질에 벚꽃이 핀 것 같은 마블링이 되어 있었다.
절로 군침이 돈다.
꼴깍-.
그건 승주도 마찬가지다.
주머니에 돈 떨어지면 먹을 게 뭐가 있겠나. 고작해야 삼각김밥 이나 컵라면으로 배를 때웠겠지.
고기 익는 소리가 차르르르 진 동한다.
고소한 향내는 말할 것도 없다.
승주는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다 익었다. 소고기는 원래 촉 촉하게 먹는 거야. 어서 먹어라.”
고기를 굽던 유성이 승주의 접 시로 잘 구워진 고기를 옮겨 줬 다.
승주는 잠시 눈치를 봤다.
“어어, 그래. 먹자.”
태식이 먼저 한 점 들어 식사를 시작했다. 승주는 허겁지겁 밥그 릇을 비웠다.
“이모, 여기 밥 한 공기 더 주 시고요, 선지탕은 뭐죠? 국이 아 닌데요.”
“그건 맑게 나오는 거예요. 칼 칼하고 시원하니 맛있어요.”
“그럼 그것도 하나 주시고요, 고기 두 개씩 더 주세요.”
접시가 쌓여 간다.
유성과 방우도 잘 먹는다.
입에서 살살 녹는 건 태식도 마 찬가지 였다.
나중에 엄마와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승주 표정도 많 이 녹아내렸다.
사람이고 동물이고 맛있는 걸 먹으면 긴장을 풀기 마련이다.
어느 정도 여유가 돌아온 승주 는 그제야 힐끔힐끔 유성을 쳐다 봤다.
어디서 본 것 같은 기분이 들겠 지.
고개를 갸웃갸웃하다 이내 입술 을 뗀다.
“저, 팀장님?”
“팀장님? 누구? 나?”
“네.”
“아니, 아니. 내가 무슨 팀장이 야.”
“그, 그러면 매니저님인가요?”
유성은 괜히 태식을 보았다. 태 식은 아무렴 어떠냔 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매니저. 왜?”
“혹시, 헌터신가요?”
“아닌데?”
“아…… 그러세요. 제가 아는 사람이랑 정말 똑같이 생겼어
요.”
“아는 사람 누구?”
“S급 헌터 중에 페가수스 길드 의 길드장이신 적혈마 유성 님이 라고 있거든요. 매니저님도 전당 포를 하시면 아시지 않을까요?”
유성은 다시 태식을 보았다. 태 식은 또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라고 목걸이를 풀라 한 것 이다.
“어어, 내가 그 유성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