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7)_10
“오늘 한바탕 난리였죠?”
“아•••••• 네.”
사혁은 유성에게 눈짓을 보냈 다.
유성은 그 시선을 받지 않고 불 판에만 집중했다.
“일단 먹자고요.”
유성은 접시에 쌓여 있는 고기 를 왕창 다 불판에 올렸다.
고소한 향내가 진동한다.
“형, 내가 구울까?”
“아니, 아니야, 넌 먹어. 그냥. 오늘 너 소개하는 자린데 내가 구워야지.”
이런 적이 없었다.
유성이 소곤소곤 이야기하니 괜 히 사혁도 소곤소곤 목소리가 낮 아진다.
“원래 내가 초면에 소고기는 같 이 안 먹는데, 매니저님이 산다 고 해서 같이 먹습니다. 괜히 안 친한 사람이랑 같이 먹으면 눈치 보이거든요, 이게.”
태식은 한 번에 석 점씩 고기를 집어 쌈을 쌌다.
사혁은 볼이 터져라 쌈을 밀어 넣는 태식을 보며 이상한 사람이 구나 싶었다.
반면 유성은 태식이 연기를 참 잘한다 싶었다.
평소 모습과 비슷하면서도 미묘 하게 다른 태식의 태도는 분명 의도된 연기였다.
일상의 태식은 아무리 느슨하게 있어도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소파 팔걸이에 다리 한 짝 걸치 고 늘어져 있어도, 언뜻 다시 보 면 화기로 무장을 한 군인이 총 구를 들이밀고 있는 것 같은 느 낌을 받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 없이 그 저 느슨하기만 하다.
“사장님, 여기 다 구워졌습니 다.”
그래서 그런가. 유성이 굽는 고 기는 계속 태식의 앞으로 쌓여 갔다.
“밥 먹고 왔어요? 영 드시질 못 하네. 바싹 구워 먹는 타입이에 요? 이거 소고긴데.”
“아니요, 하하. 잘 먹고 있습니 다.”
잔뜩 긴장한 채로 왔던 사혁도 불판이 두어 번 갈아지고 나니 어느새 긴장이 풀렸다.
그제야 좀 고기가 들어간다.
불판을 한 번 더 갈고 나서야 젓가락질이 조금 느슨해졌다.
“이제 얼추 배 좀 찼겠는데, 궁 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요.”
“아, 예, 큼. 예, 예.”
사혁은 입에 있는 것을 꿀떡 삼 키고는 사이다 한 잔 쭉 들이켰 다.
“저, 우선 그 관조자라는 분…… 아니, 그 존재가 사람이 맞기는 한 건가요? 심계의 관조 자요.”
“그거, 그냥 있어 보이려고 지 어낸 말이죠.”
태식은 마지막 남은 고기 한 점 으로 마무리를 지으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 순간, 어둠이 확 뿜어져 나 와 실내를 가득 메웠다.
숯불의 붉은 기운마저 어둠에 먹혀 빛을 드러내지 못한다.
“어, 어흡!”
“그렇게 놀랄 건 없고요. 길드 사람들이 하도 심각해서 분위기 에 맞게 맞장구 좀 쳐준 거죠.” 태식이 어둠을 걷었다.
사혁은 환상이라도 본 것처럼 도리질을 쳤다.
“저, 저, 그러면 그 관조자 본인 되시는 것입니까?”
“그냥 특형 같은 거예요.”
태식은 손바닥 위에서 어둠을 피어 올렸다.
사혁도 유성의 옆에서 페이스를 맞춘 실력자다.
비록 메인 딜러나 탱커는 아니 지만, 서포터로서는 공인된 톱클 래스다.
그렇기에 보는 눈과 경험 또한 그에 걸맞은 최상급이다.
사혁의 눈에도 태식이 다루는 어둠은 그림자나 시선을 왜곡하 는 환상 따위가 아니었다.
어둠 그 자체.
손바닥 위에 작게 일렁거리는 덩어리를 보고 있음에도 대자연 의 위압이 느껴진다.
보면 볼수록 세상을 이루는 본 질적인 기운이란 느낌을 지울 수 가 없었다.
“설마 종결자십니까?” 사혁은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전쟁 하나 끝내고 왔으니까 맞 는 거 같기도 한데, 헌터에서 말 하는 종결자는 아니고요. 냉면 먹을래요?”
“ 예?”
“고기 먹고 냉면 안 먹어요?”
“아, 아니요. 먹습니다.”
“비냉, 물냉?”
“비냉 먹겠습니다.”
주문은 유성의 몫이다.
“그럼 저를 부른 건 사장님입니 까? 형 말이, 저한테 일 하나 시 킬 게 있다고 했는데요.”
“그건 유성이가 한 거예요. 우 리 식구 중에 포텐셜이 좋은 꼬 마가 하나 있거든요. 전담 마크 로 교육해야 하는데, 우리 매니 저님이 그쪽을 추천한 거죠.”
사혁은 이게 뭔가 하는 표정으 로 유성을 보았다.
“너도 보면 알아. 지금 이 헌터 판을 뒤엎을 그런 잠재력을 가졌 어.”
“으응. 뭐, 형이 그렇다고 하면 그렇겠지……
표정이 정리되질 않는다.
질문하고 싶어도 정리가 안 돼 서 질문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럴 줄 알고 냉면을 시킨 거 다.
냉면 한 사발 뚝딱 비울 동안 사혁은 좀처럼 그릇을 덜어내지 못했다.
“복잡해요?”
“네? 아, 네, 아니요. 조금 혼란 스러워서……. 그럼 지금 사장님 께서는 형이랑 같이 일하시는 겁
니까?”
“작은 전당포 하나 운영하죠.”
“ 전당포요?”
또 고개를 흔든다.
“장난하시는 거 아니시죠?”
“비싼 밥 먹으면서 왜 장난을 쳐요.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겁니다.”
“형, 정말?”
“응, 전당포 해. 그런데 전당포 만 하는 건 아니고. 사장님, 이거 말해도 되나요?”
“네 동생이라며.”
태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전당포 말고, 여러 가지 일이, 음-. 그러니까. 더 나 은 세상을 만드는 일? 그런 걸 위주로 하고 있지.”
“응?”
사혁은 눈만 껌뻑였다.
“우리 매니저님 또 오버하시네. 누가 들으면 엄청 거창한 거 하 는 줄 알겠어요. 사혁 씨, 그런 거 아니고 그냥 손 남을 때 손 모자란 사람 조금 거들어 주고 그런 겁니다.”
“저, 그러면 아침에는 왜 오셨 던 겁니까? 그것 때문에 길드원 들이 엄청 혼란스러워했습니다.”
“그건 직원 복지 차원에서 좀 거들어 준 거죠. 사혁 씨도 알겠 지만, 이 사람이 좀 고지식하잖 아요. 길드 해체하는 걸 그냥 두 고 보겠다는데 영 답답해서 말이 죠.”
“그, 그럼 아침에 그건 연기였 던 건가요?”
“연기? 연기라고 하면 연긴데, 사실 영 틀린 말도 아니었고.”
“어떤 부분이요?”
“우리 매니저님 발치에도 못 미 친다는 거? 지금 기획하는 일이 있어서 내심 손 좀 빌려 볼까 생 각했었는데, 좀 실망? 괜한 기대 를 했다? 그 정도 느낌? 뭐 그 러네요.”
“저희 길드원들 전부, 어디 가 서 뒷줄에 서는 사람들은 아닙니 다.”
사혁은 꽤 날선 목소리를 냈다.
오히려 유성이 깜짝 놀라 태식 을 본다.
태식은 그저 느긋할 뿐이다.
“유성이란 이름 뒤에 서 있던 건 맞잖아요.”
“그, 그거야……:
“그냥 탄성적으로 쫓아온 거죠. 유성이 이끄는 대로, 먼저 걸어 가는 거 뒤쫓아 가기만 하자. 그 런 생각으로 한 거겠죠. 그러지 않았으면 그 정도 격차가 날 리 가 없죠.”
일부러 자극하려 긁어 대는 건 아니었다. 느낀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유성도 7층 다이브를 할 때, 사혁 말고 다른 두 명은 외 부 인사를 포함한 것 아니겠나.
그 부분은 사혁도 인정할 수밖 에 없는 부분이다.
“원래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 었는데, 그래서 양념 좀 더 친 거예요. 동기부여 좀 되라고. 그 게 양쪽에게 다 좋은 일일 것 같 아서.”
태식이 유성을 보았다. 유성은 고개만 숙여 보였다.
“어때요, 효과 좀 있었어요?”
“효과는……
없다고 말할 수가 없다.
다들 6층으로 다이브를 들어갈 준비를 하는 판이다.
본래 같으면 4층이나 5층권에서 안정적으로 노가다를 할 텐데 말 이다.
“있습니다. 네, 확실히 있네요. 지금 다들 6층 다이브 준비를 하 고 있거든요.”
“당분간은 그 분위기 이어 봐 요. 누구 손해 보는 사람 없을 테니까.”
“……예.”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머릿속에 어지럽게 엉켜 있었던 여러 가지 질문거리들도 전부 날 아가 버렸다.
“그럼 이만 일어날까요?”
태식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 다.
가게 앞 흡연장에서 담배를 문 다.
유성이 냉큼 믹스커피를 받아 왔다.
사혁은 그런 유성의 모습이 영 어색했다.
라이타를 어찌나 절도 있게 받 쳐 드는지 제식훈련을 보는 것 같다.
후우-. 흰 연기가 뿜어진다.
그 순간 사혁은 뒷목이 쭈뼛 서 는 느낌을 받았다.
가만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식은 땀이 난다. 사혁은 감히 태식을 바라보지 못했다.
“사장님, 2차로 꼼장어에 소주 한잔하시죠.”
“됐다, 나 있으면 편하겠냐. 동 생 궁금한 거 많을 텐데, 그거나 좀 풀어 줘라.”
평소 태식의 모습이다.
유성은 내심 안도했다. 사혁에 게 결격은 없는 모양이구나 싶어 서 말이다.
“사혁 씨.”
“네, 네네. 사장님.”
“그렇게까지 긴장할 건 없고요. 다음에 볼 땐, 내가 동생처럼 대 해도 되죠?”
“예, 예, 물론입니다. 지금부터 도 편히 대해 주십시오.”
태식은 씩 웃으며 손을 내밀었 다.
사혁은 그 손을 양손으로 받쳐 잡았다.
“만나서 반가웠다. 다음 보자.”
“예. 들어가십시오.”
“사장님, 들어가십시오!”
태식은 휘휘 먼저 걸었다.
“형, 형. 대체…… 저 사람 뭐 야……?
“내 은인. 아니, 우상. 그래, 우 상.”
오른팔 왼팔 (1)
“1차로 구해 온 물건입니다.”
만석이 큰 사입 가방 두 개를 내려놓았다.
옆구리를 조여 둔 벨트가 아니 라면 가방이 터졌을 정도로 빵빵 했다.
“전부 해서 몇 개야?”
“87개 정도 됩니다. 일단 자잘 한 걸로 긁어 온 겁니다.”
태식은 가방을 열어 봤다.
작은 잡낭 종류와 장갑, 모자, 양말 같은 비전투용품이 대부분 이었다.
폐아이템이라고 해도 날이 서 있는 것들은 단가가 높다.
이것들은 오히려 처리 비용이 더 나올지 모른다.
“넌 참 뻔해서 좋아, 뻔해서.”
진심으로 한 말이다.
머리를 쓰는 모사꾼이 뻔하다는 건, 적어도 다른 꿍꿍이는 차리 지 않는다는 뜻 아니겠나.
“돈 안 줬다고 싸구려만 긁어 온 거지?”
“그거야…… 선거 출마 준비하 라고 했지 않습니까. 그거 하는 데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요. 선거 운동하려면 최소한 10억은 바르고 시작해야 한답니다.”
“그 정도 돈 없어? 너 돈 많잖 아‘?”
“묶여 있는 돈입니다. 함부로 쓰면 부도납니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쓰기 싫어 하는 눈치다.
이러니 좋다.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을 써먹는 것이라 죄책감을 가 지지 않아도 돼서 말이다.
“말을 말자. 그래, 일단 1차는 이렇게 넘어가는데, 다음번에는 무기류로 한번 쓸어 와.”
만석은 별말 하지 못하고 제 가 게로 돌아갔다.
태식은 사입 가방을 들고 1층으 로 내려갔다.
새로 끼운 유리 너머로 열심히 수련하고 있는 승주가 보인다. 그 앞에 사혁은 엄한 표정으로 승주를 감독하는 중이었다.
지금 하는 수업은 특형 이끌어 내기다.
막 특형이 발현된 초보들이 능 수능란하게 특형을 발휘할 수 있 도록 이끌어 주는 단계다.
사혁은 태식의 눈에도 흠잡을 부분 없이 능숙하게 잘 가르쳤 다.
한 두 번 가르쳐본 솜씨가 아니 승주도 한눈 파는 것 없이 성실 하게 수업을 받았다.
“여, 잘돼 가‘?”
“예, 곧잘 따라붙습니다.”
“쉬는 시간까지 오래 남았나?”
“아닙니다. 이제 막 쉬려고 했 습니다.”
사혁은 눈치 있게 뒤로 물러났 다.
“승주, 어때? 할 만해?”
“네, 재미있어요. 어렵긴 해도 처음이라서 어려운 거지, 계속하 다 보면 분명 익숙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조금씩 요령을 터득해 가고 있기도 하고요.”
승주는 퍽 신나 보였다.
승주의 눈높이에서야 불연 듯 초능력자가 된 것이니, 신이 날 법도 하다.
태식은 승주 앞에 폐아이템들을 우르르 쏟았다.
하나같이 헐어 빠진 모습이 헌 옷 수거함에서 가져왔다고 해도 믿을 판이다.
“이것들도 아이템인 거예요?” 승주는 구멍 난 양말을 집어 들 었다.
발바닥이 꾸덕꾸덕 하게 굳은 걸 보면 세탁이나 제대로 한 것 인가 싶다.
그도 그럴게, 아이템에 최대한 손상을 주지 않으려 해서 그런 것이다.
초보 헌터에겐 이런 양말 하나 도 부담스러운 가격이고 괜히 고 장이 날까 싶어서 제대로 빨지도 안홍니 말이다.
“혈관사는 눈으로 보이는 외형 으로 가치를 판단하면 안 된다.” 태식은 단번에 엄히 일렀다.
승주는 깜짝 놀라 헛바람을 집 어삼켰다.
“죄, 죄송합니다.”
“혈관사가 눈으로 보고 판단하 면, 그건 반푼이도 못 되는 거다. 명심해.”
“네, 명심할게요.”
“혈관 열어 봐.”
“네.”
승주는 꾸덕꾸덕한 양말을 양손 으로 집어 들고는 간절히 기도했 다.
우웅- 우웅-.
다크매터가 진동한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아직 힘을 집중할 줄 몰라서 그렇다.
당연히 지금 수준에서 바라면 안 되는 경지다. 지금은 능숙하 게 발현하기만 해도 성공적이다.
“꼬아아아-!”
승주는 안간힘을 쓰며 소리쳤 다.
파-! 혈관이 열렸다.
우주 공간의 은하성단이 작게 펼쳐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