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7)_11
“조금 작은데요? 맞게 한 건가 요?”
“맞게 한 거야. 아이템 자체가 하급이라 혈관이 복잡하지 않은 거다.”
사혁은 신기하다는 듯이 혈관을 관찰했고 승주는 한참 숨 고르기 를 했다.
“하아, 하아-. 그러면 이건 그 냥 잡템인 건가요?”
“나한테 묻지 말고 직접 읽어 봐. 네가 볼 때는 어때?”
태식의 말에 승주는 펼쳐 나온 혈관에 집중했다.
“이건 뭔가……. 아름답지 않은 데요?”
“아름답지가 않다고?”
“네, 그냥 느낌이 그래요. 여기 보면 막 엄청 좁혀져 있잖아요. 그리고 여기는 툭 불거져 있고 요. 이게 너무 들쑥날쑥해요. 이 쁘다는 느낌이 없어요. 아아, 그 러니까 편하지 않다고 해야 하나 요. 맞아요, 불편해요. 그건 거 같아요. 불편한 혈관이에요.”
태식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 어진다.
느낌으로 혈관을 본다는 것은 전체적인 혈관을 한눈에 파악하 여 직감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 다.
세세하게 잘라서 분석하는 타입 의 혈관사 유형과 대척점에 있는 직감형이다.
물론 분석형과 직감형 둘 다 장 단점이 있다. 하지만 태식은 직 감형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자신에게 없는 부분이라 그렇 다.
태식이 혈관을 보는 것은 혈관 사로서의 특형이 아닌 순수한 노 력의 결실이다.
그렇기에 숙련을 통한 분석은 능해도 혈관사로의 본연적인 감 은 가지지 못한 게 사실이다.
물론 지금이야 그 감을 능가하 는 판단력을 가지고 있지만, 자 신에게 없는 것이 귀해 보이는 거야 사람 속성이다.
“좋아. 그럼 니가 평가해 봐. 이 아이템은 어느 정도 등급을 주면 되겠어?”
“흐음……. 그러니까 이거, 쓸 수 있긴 한 거죠?”
“또 나를 보네. 나 보지 말고 네가 직접 판단해 봐.”
태식은 인자한 미소로 승주를 다독였다.
“여기에 혈관사는 너뿐이잖아. 스스로 판단하고 그 결정대로 행 동하면 되는 거야. 자, 너라면 심 계에 이 아이템을 챙겨 가겠어? 아버지에게 이 아이템을 장비해 줄 수 있겠냐고.”
“어후-! 그건 아니죠! 저라면 안 가지고 가요. 아빠가 가져간 다고 하면 무조건 말려야죠. 이 건 그냥 짐이에요, 짐. 고친다고 해 봐야 제대로 수리가 될 물건 도 아닌걸요.”
승주는 아버지란 말에 펄쩍 뛰 며 평을 했다.
정확하다. 이 폐아이템은 재활 용도 안 되는, 말 그대로 폐아이 템이 다.
불편하다고 표현한 게 정답이 다.
“좋아. 그럼 이건?”
태식은 다른 아이템을 건넸다.
그건 가죽 장갑이었다. 손등 부 분이 터져 있었고, 손목 스트랩 은 너덜너덜했다.
“이건 그래도 손바닥은 괜찮은 것 같은데요.”
태식이 한마디 하려는 찰나, 승 주는 바로 특형 발현에 집중했 다.
안간힘을 쓴다. 목과 이마에 핏대가 툭툭 불거 진다. 그래도 실패하진 않는다.
이것만 해도 좋은 자질이다.
“이건 그래도 양말보다는 좀 나 은 것 같아요.”
“쓸 만하다는 뜻이지?”
“네, 수리하면 괜찮을 것 같아 요.”
“좋아. 그럼 이게 무슨 기능이 있어?”
“네? 에- 그게 그러니까-.”
승주는 펼쳐진 혈관에 집중했 다.
알 수 있을 턱이 없다.
혈관만 보고 기능을 유추하는 것은 혈관을 공부한 다음이다.
이제 겨우 특형을 발현한 승주 로서는 알 길이 없다.
“저, 기능은 그러니까……. 죄, 죄송해요. 이건 모르겠어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그게 정상이야. 그러니까 괜찮 아.”
“네.”
“그럼 이것들 한번 봐 봐.”
태식은 장갑, 모자, 조끼, 아대 를 한 번에 늘어놓았다.
“얘들을 전부 다요? 한 번에 다 읽으라는 말씀이시죠?”
태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주는 두말없이 힘을 모았다.
까득까득 이가 갈리고 트득트득 근육이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온몸을 쥐어짜 다크매터를 끌어 와 특형을 발현한다.
“파하-. 하아. 하아-. 아우 현
기증 나.”
승주는 벽을 짚고 섰다.
툭-. 코피가 터진 것은 쓱- 닦 아 버리고 만다.
네 개의 아이템이 전부 자신의 혈관을 드러냈다.
“여기 이것들을 한눈에 쭉 보고 한번 짝을 맞춰 줘 봐. 너는 직 감형 혈관사니까 처음부터 가능 할 거다.”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했어 요.”
“말 그대로 짝을 맞추라고. 어 느 아이템끼리 짝꿍을 지어 주면 될지, 느낌적으로. 너는 직감형 혈관사니까.”
“그냥, 제가 볼 때 어울릴 것 같은 것끼리 짝지어 주면 된다는 거죠?”
태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주는 콧대를 눌려 피를 막으 며 혈관을 살폈다.
“이게, 그러니까……. 조끼하고 아대가 뭔가 좀 어울리는 거 같 고요. 이상하게 모자랑 양말이랑 좀 궁합이 맞는 거 같아요. 양말 만 보면 불편했거든요. 그런데 모자랑 같이 보니까 그 불편한 게 안 느껴져요.”
“그럼 장갑은?”
“장갑은 잘 모르겠어요. 딱히 어울리는 게 없는 것 같은데요.”
“좋아. 그럼 장갑은 옆으로 빼 두고, 모자랑 양말을 겹쳐 놓고 아대하고 조끼를 겹쳐 놓아 봐.”
각각의 아이템을 겹치니 혈관 또한 겹쳐진다.
“자, 봐라.”
태식이 승주를 등 뒤에서 안으 며 손을 겹쳐 잡았다.
“ 집중해.”
태식은 승주의 다크매터를 끌어 오는 동시에 자신의 힘을 승주의 손에 얹어 줬다.
“느껴지는 대로 해. 이 겹쳐진 혈관을 네 느낌대로 더 편하게 만들어 봐.”
“어, 어-.”
승주는 태식이 밀어내는 힘에 휩쓸려 손을 마구잡이로 놀렸다.
세세할 수가 없는 움직임이다. 상관없다. 직감형은 세세해지려 해 봐야 어차피 세세해질 수 없 다. 이거면 된다.
승주는 가르쳐 주지 않았음에도 두 혈관을 겹쳐 꼬아 버린다거나 매듭을 지어 묶었다.
그것에 힘을 더해 주는 것은 태 식이다.
매듭지어진 혈관이 하나로 이어 붙는다.
“저, 저 잘하고 있는 거 맞아 요?”
“집중!”
“네, 네!”
승주의 손이 느려졌다.
본능적으로 더 만질 만한 게 보 이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이제 마무리다.
“자, 힘줘라!”
승주가 어금니를 바짝 물었다. 태식은 해일처럼 다크매터를 밀 어내 혈관을 압착했다.
텅!
쇳덩이 떨구는 듯 묵직한 소리 가 귀청을 때렸다.
“하-. 아아-.”
승주는 쏟아지는 현기중에 바닥 에 주저앉았다.
“숨 좀 돌리고. 사혁아, 정리 호 흡 가르쳐 줘.”
“예. 승주야. 나 따라 해라.”
사혁은 담배 한 대 태울 시간 동안 호흡을 이끌어 줬다.
승주는 눈을 연신 깜빡거리며 고갯짓을 하다가, 이내 좀 진정 이 됐는지 제 호흡을 찾았다.
“사장님, 이제 괜찮아요.”
“그래, 자, 봐라. 거기 아이템 다시 들어 봐.”
승주가 겹쳐 있던 조끼와 아대 를 들었다. 아대는 별 이상 없이 집어 들었지만, 조끼는 집어 드 는 순간 부스스 가루처럼 떨어져 나갔다.
“어, 이게? 이거 왜 이러죠?”
“모든 기운을 다 빼앗겨서 그런 거다. 자, 이제 아대를 다시 한번 살펴 봐.”
승주는 아대의 혈관을 펼쳐 놓 고는 입을 떡 벌렸다. 그건 사혁 도 마찬가지였다.
“아까랑 달라요. 아까보다 훨씬 편한 느낌이에요.”
“그래, 넌 지금 조끼에 있는 다 크매터를 뽑아서 아대에 이식한 거야. 그게 바로 혈관사가 구사 하는 최상급 기술인 혈관 이식이 야.”
“혈관 이식……. 아이템을 합성 하는 거죠? 게임 같이요.”
“그래, 비슷한 개념이다. 이 기 술은 어떠한 엔지니어는 흉내 내 지 못하는 기술이야. 지금이야 이런 폐아이템이지만, 나중에는 아티팩트를 합성할 수도 있게 될 거다.”
“저, 혹시요. 혹시 말이에요. 아 티팩트끼리 합성하면 오파츠가 되기도 하나요?”
“가능성이 있지.”
“그, 그럼 아이템끼리 합성하면 아티팩트급으로 만들 수도 있는 건가요?”
거의 고함을 치듯이 묻는다. 잔 뜩 흥분했다.
눈치를 보는 사혁도 그와 다르 지 않다.
거친 숨을 내쉬며 태식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 아티팩트를 오파츠로 만 드는 것보다 손쉬운 일이지.”
“우와-!”
“어때? 할 만하겠지?”
“당연하죠! 할 만한 게 아니라 무조건 하는 거죠! 무조건!”
이 정도면 반년은 들여다보지 않아도 될 정도의 충분한 동기부 여다.
태식은 사혁에게도 시선을 보냈 다.
“가르칠 만하겠지?”
“예? 아, 예. 당연합니다. 이 아 이가 가진 파급이란……. 상상도 안 될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잘 가르쳐 봐.”
“예! 최선을 다해서 가르치겠습 니다!”
물론 사혁에게도 충분한 동기부 여였다.
오른팔 왼팔 (2)
“사장님, 마감 완료했습니다.”
“그래, 수고들 했다. 들어들 가 라.”
“예, 사장님, 수고하셨습니다.” 태식은 공간을 열어 퇴근했다. 유성은 방우를 봤다.
“야, 깡패야. 오늘도 호텔로 가 냐?”
“응. 오늘은 발음 교정 수업 있 는 날이야.”
“이야〜 별걸 다 배우네.”
“그러게 말이다. 사람 급 나누 길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흠결 하나 보이면 바로 아웃이라나.”
“니가 흠결이 많긴 하지.”
“허이구! 너라고 뭐 다를 줄 아 냐? 너 스때끼 먹을 때 나이프랑 포크 순서 어떻게 쓰는지 아냐?”
“밖에서부터 안으로 들어오는 거잖아.”
“어? 어떻게 알아?”
“뭘 어떻게 알아. 영화만 봐도 아는 건데.”
“잘나신 헌터라 그런가, 고기 좀 썰어 봤나 보네.”
“뭐라는 거야. 거창한 것도 아 니구만. 얼른 가라. 수업 늦겠 다.”
“그래, 내일 보자.”
방우는 어색한 걸음으로 유성을 등졌다. 팔자걸음을 교정하는 중 이라 그렇다.
그래도 처음 보다는 많이 나아 졌다.
정신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면 대부분 일자로 걷는다.
태식이 아끼는 이유를 알 것 같 달까?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그렇지, 유성은 방우가 좋은 멘토와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지금과는 아 주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싶었 다.
“그랬으면 만나질 못했으려나? 훗.”
“형, 퇴근 안 해? 다른 직원은 가던데.”
“어, 사혁아. 수업 끝났어?”
“수업은 아까 끝났지.”
“그럼 먼저 가지. 일부러 기다 린 거야?”
“일부러는 아니고. 나도 정리할 거 있었어.”
“가르치는 거는 괜찮아? 말 잘 들어? 말썽 부릴 것 같진 않긴 하다만.”
“오히려 너무 오버 페이스라 탈 이야. 쉬었다 하라고 말려야 할 정도라니까.”
“그 정도야? 하긴, 얘가 동기가 확실하니까.”
“말도 마. 아까 사장님이 내려 와서 뭘 해 주고 갔거든. 그랬더 니 애가 무슨 뽕 맞은 거처럼 눈 이 돌아서는. 오버 안 하고 진짜 코피를 맥주 한 캔 정도는 쏟은 거 같다니까.”
“사장님이 뭘 보여 줬는데?”
사혁은 아까 자신이 보았던 것 을 세세히 풀어서 설명해 줬다.
직접 보고도 못 믿을 일이라 스 스로 다시 한번 되짚는 의미이기 도 했다.
“혈관사라는 클래스도 처음 들 어 봤는데, 다크매터를 뽑아서 합성한다는 개념이라니. 눈으로 보고도 안 믿어진다니까.”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지 않아?”
“응? 형, 무슨 소리야. 아이템 합성이라니까. 아이템끼리 합쳐 서 아티팩트를 만들고, 아티팩트 를 합쳐서 오파츠를 만들 수 있 다고 했다니까. 엄청난 거지. 아 이템 시장에 일대 파란을 만들 기술이잖아!” 사혁은 침을 튀겨 가며 설명했 다.
그에 반에 유성은 뜨뜻미지근이 다.
“형? 이거, 내가 이상한 거야? 나만 그냥 오버하는 거야?”
“이거 말해 줘도 되나? 하긴, 같이 밥도 먹었으니까 말해 줘도 되겠지. 아이템 합성 그거, 사장 님은 이미 하던 거다.”
“그거야 당연히 그렇겠지. 그 기술을 사장님이 보여 줬는데. 그래도 오파츠라니까. 혈관사는 오파츠까지 만들 수 있데.”
“그러니까 그 오파츠 말이야. 여러 아이템에서 부속 떼 가지고 오파츠 만드시더라고. 그게 아이 템 합성 아니냐?”
“아니! 부속품 떼는 게 아니라 다크매터를…… 뭐? 잠깐, 오파 츠를 만들어? 이미 오파츠를 만 들었다고?”
“거, 좀-. 소리 좀 그만 질러라. 목 안 아프냐.”
사혁은 또 한 번 소리를 지르려 다 이내 숨을 삼켰다.
“이런 큰일이 있었으면 나한테 도 언질 좀 해 주지……
“서운해할 거 없다. 너라면 말 할 수 있었겠냐?”
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본다.
자신 같아도 태식의 이야기를 함부로 하고 다니진 못할 것 같 다.
“ 하긴••••••
“그래도 이제 사장님이랑 밥 먹 었으니까 어느 정도는 말해 줄 수 있어.”
그 말에 대번 눈동자가 반짝거 린다.
“그 오파츠가 뭔데? 사장님이 만들었다는 오파츠.”
“서해에 미세먼지 막는 거 있잖 아. 헌터 스페이스에서 한번 이 슈되지 않았었어?”
“어어, 기억해, 그거. 한번 이야 기 나왔다가 싹 들어가던데. 근 데 그건 대호에서 한 거 아니야? 다들 대호랑 연관 짓던데. 그러 니까 대호가 국가 수주받아서 움 직이는 거라고.” “국가 수주 아니고 사장님이 만 들어 준 거야. 관리만 대호에서 하는 거고.”
“진짜?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 야? 사장님이 대호하고도 파트너 십이 있다는 거네?”
“파트너십……이라기보다는 하 청?”
“응? 아, 그렇지. 대호가 크니 까. 이야, 대호가 괜히 대호가 아 니네. 오파츠를 만들어도 하청으 로 부리고.”
“아니, 반대.”
“응? 반대?”
“그래, 반대.”
“그럼 대호가 하청? 대호가 하 청이라고!”
“소리 좀 그만 지르라니까, 진 짜.”
“자꾸 놀래키니까 그렇지!”
“일단 나가자. 저녁이나 먹자 고.”
유성은 문단속을 하곤 먹자골목 을 가로질렀다.
유성이 양옆으로 늘어선 가게 중 곰장어 굽는 노인을 선택했 다.
저번에 먹었을 때 제법 입에 잘 맞았었다.
“여기 골뱅이무침 맛있더라. 소 면 많이 말아 주더라고.”
“꼼장어 가게잖아. 꼼장어 안 먹고?”
“꼼장어는 기본으로 먹는 거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