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7)_7
-맞습니다. 이런 상징적인 사고 에 징벌적 배상을 물어, 앞으로 이러한 부실시공, 부실 절차가 존재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하청만 건드리고 원청을 통제하 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절대 해 결될 수 없습니다.
-잠시만요. 지금 그렇게 말씀하 시는 것은 건설업계의 규제를 더 욱더 늘려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지금 안 그래도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 간소화 규제 철폐를 부르짖고 있는 마당에 규제를 늘 리자니 요.
-물론 소장님의 주장이 어떤 맥락인지는 알겠지만, 우리가 사 는 현실 사회가 무작정 옳고 그 름만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 해야 합니다. 선의로 한 행동에 도 무고한 피해자가 나올 수 있 음을 아셔야 합니다.
-아니, 하청 닦달해서 수익 채 우는 원청에 규제를 가하자는 건 데 여기서 왜 무고한 피해자가
나옵니까? 그런 악덕 기업들이야 말로 선량한 시민을 죽음으로 내 몰고 있는 것입니다. 내수 위축 요? 크나큰 상처를 입은 분들에 게도 내수 위축이라고 말할 겁니 까?
-토론의 자리에 애꿎은 피해자 분들 거론하는 게 올바른 자세입 니까? 기본적인 토론 예의를 지 켜 주세요.
-허 참! 주장 같은 주장을 하셔 야 토론이 될 거 아닙니까. 지금 주제가 만연한 안전 불감증과 부 실시공에 대한 대책 마련인데, 토론 주제와 상반되게 원인 제공 자 측을 옹호하는 태도를 취하시 면 어쩌자는 겁니까? 인사라도 받으셨어요?
-인사요? 인사! 무슨 인사요! 사람을 지금 뭐로 보고!
시끄러워진다. 연상을 높이고 테이블을 때리며 삿대질을 한다.
“놀고들 있네. 저러고 떠들고는 끝나고 나서 같이 손잡고 회식할 놈들이.”
편이 두 개로 나누어져 있으니 시청자들도 두 개의 편의로 나뉘 어 싸울 것이다.
어찌 되었든 저 나팔수들은 자 신의 주장을 펼치러 나온 게 아 니라, 대립하는 두 개의 집단의 입장을 대변하러 나온 것일 뿐이 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하나의 거대한 조 직에서 일부러 편을 나눠 싸움을 붙이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기도 하다.
한쪽 편에 서서 같이 화낼 것도 없다. 그저 프로레슬링 경기를 보듯이, 혓바닥 놀리는 기술들이 참 좋구나 하며 즐기면 그뿐이 다.
저기서 백날 떠들어 봐야 답은 나오지 않고 딱히 변하는 것도 없으니 말이다.
“태식 씨-.”
마침 마이린이 빼꼼히 문을 열 고 들어왔다.
“네, 어서 오세요.”
“전화를 하시죠. 그랬으면 바로 왔을 텐데.”
“어차피 저녁 먹어야 해서. 기 다린 것도 아니에요. 사장님은 저녁 드셨어요?”
“네, 아버지랑 같이 먹었어요.”
“그럼 잘됐네요. 부녀간에 오붓 이 식사하는 거 방해하면 안 되 죠.”
“에이, 연락을 주셨으면 태식 씨도 같이 먹는 거죠. 태식은 하 하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회장님이랑 같이 먹으면 체할 것 같아서요.”
“어머머, 오히려 아버지가 태식 씨를 신경 쓰지 않겠어요?”
“이러나저러나 사장님 아버지잖 아요. 내가 마냥 편하게 대하긴 조금 그렇죠. 아니, 그보다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만하자고 요.”
“아, 네. 용건이 있으셔서 기다 리신 거죠? 이종국 교수님 때문 인가요?”
“그 건은 이미 마무리된 거잖아 요. 사장님이 진행하시면 되는 거고요. 내가 전부터 계속 기시 감처럼 걸리던 게 있었어요.”
“전부터라면 어느 시점을 말하 는 거예요?”
“강원도에 산불 났을 때부터요. 순직한 소방관분들도 그렇고, 도 와준다고 나온 헌터들이 우왕좌 왕하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헌터에 대한 통합 관리 체계를 만들기로 한 거잖아요. 그건 초안을 잡고 있어요. 법리 적 해석도 들어가야 하고, 부처 간 알력도 고려해야 해서 정성이 많이 들어가야 해서요. 더 서두 를까요?”
“아니요, 그것만 해서는 부족해 요. 헌터에 더해서 자경단을 만 들어야겠어요.”
“자경단요? 헌터들을 완전한 사 설 조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말씀 인가요?”
“아니요, 헌터들 말고요. 영웅들 요. 다른 사람의 위기에 몸이 먼 저 반응해서 나서는 영웅들 말이 에요. 우리 주변에 많잖아요.”
태식은 모처럼 신이 난 어투였 다.
영웅이 실존하는 세상 (2)
“ 영웅들요?”
“네, 영웅들요. 우리나라 사람들 기본이 다들 오지라퍼잖아요. 참 견하기 좋아하고 도와주기 좋아 하고. 정이요, 정.”
“아아-. 그랬긴 하죠. 그랬었 죠.” 마이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이 팍팍해졌다고 하는데, 그래도 아직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대접받게 해 주는 거죠. 아, 자경단은 정정하죠. 자 경단이 아니에요. 영웅이자 의인 이죠. 박수받아야 하는 사람들에 게 박수를 쳐 주는 거예요.”
이린은 다소곳하게 무릎을 모았 다.
지금까지 태식이 이렇게까지 신 나서 쏟아 내는 적이 없었다.
이런은 귀를 쫑긋 세우고 태식 이 하는 말에 집중했다.
내가 지금 당신 말을 정말 정말 집중해서 듣고 있어요, 하고 몸 으로 말한다.
“그, 왜 SS 그룹에서 하잖아요. 고속도로에서 불난 차에서 사람 구해 준 취준생이었나요? 그 사 람들 SS 그룹에서 특채하지 않았 어요?”
“오래전 이야기 아닌가요? 제 기억에는 몇 년 된 거 같은데 요.”
“오래전이죠. 내가 취업 준비할 때 그랬었으니까.”
“그러면 아마 SS 그룹이 아니라 대화 그룹에서 그랬을 거예요.”
“이렇든 저렇든, 그때 사회적 분위기가 어땠는데요. 잘했다고 했어요. 의인이 인정받는 거라고, 그 정도 해 줘도 된다고.”
“그럼 태식 씨 말은 그런 사람 들을 대호 그룹에 채용해 주자는 말씀인가요?”
“아니아니, 그런 게 아니죠. 아, 잠깐. 나 지금 좀 흥분했죠?”
“후훗, 평소랑은 조금 달리 보 이긴 해요.”
“후우-. 이게, 내가 계속 신경 거슬렸던 거거든요.”
태식이 숨을 몰아쉰다.
마이린은 자연스럽게 재떨이를 가지고 왔다.
“식사하시고 아직 담배 안 했 죠‘?”
그러고는 먼저 파이프를 빼 문 다.
태식은 후훗 웃고는 담배를 입 에 물었다.
쓰으읍- 후우우- 긴 호흡 한 번에 들뜬 마음을 다스린다.
“자, 보자고요. 이번에 을지로 건물 붕괴 사고 났을 때, 그때도 분명 주변에서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능력 이 안 됐던 거죠. 만약 그때 그 사람들에게 강한 완력이 있었으 면 어땠을까요?”
“아마 도와줬겠죠? 더 적극적으 로요.”
“그렇죠. 타인을 도와줄 수 있 는 선의를 가진 사람들에게 실질 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힘을 주 는 거죠.”
“어떤 힘이요?”
“아이템을 지원하면 되죠.”
“아이템을요? 아이템도 게오르 그 파장이 나오잖아요. 장시간 노출되면 암흑 중독에 걸리고 요.”
헌터들은 다크매터에 적응되어 있어 게오르그 수치가 높아도 몸 에 별다른 탈이 나지 않지만, 일 반인은 다크매터에 장시간 노출 되면 게오르그 수치가 상승한다. 그로 인해 신체 기능 하락의 여 러 부작용이 일어나는데, 그 끝 이 바로 세포가 붕괴하는 암흑중 독이다.
“암흑중독은 포션으로 대비하고 있잖아요. 거기에 아이템에도 어 느 정도는 파장을 잡을 수 있게 튜닝할 수 있고요.”
“그런 튜닝이 가능해요?”
“출력 하락을 감수하면 그리 큰 능력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그 리고 지금 말하는 상황에서 요구 되는 능력치가 그리 높은 게 아 니라서요.”
무거운 바위를 치우고 자동차를 들어 낼 수 있는 정도.
그 정도만 해도 구조 활동에 있 어서 크나큰 도움이 된다.
굳이 헌터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불을 뿜거나, 독을 막거나, 나무 가 움직이게 하는 마법 같은 능 력까진 필요가 없다.
“그래도 아이템은 아이템이잖아 요. 거기에 튜닝도 해야 할 거고. 하나에 수억, 수십억씩 할 텐 데……. 한두 명으로 끝날 건 아 니잖아요.”
“그게 해결됐으니 말을 하는 거 죠.”
“아, 그래요?”
“네. 뛰어난 엔지니어가 합류했 거든요.”
능력자에게 있어 능력을 완숙하 게 다루게 된 이후에 필요한 것 은 실전적인 연습과 수많은 경험 이다.
헌터라면 심계로 들어가 실질적 인 모험과 전투를 치르면 되겠지 만, 엔지니어는 다르다. 수많은 아이템을 다뤄봐야 한 다.
저급 아이템을 수없이 많이 다 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급 아이템도 많이 만져야한다.
저급 아이템을 백날 다뤄 본다 고 해서 상급 아이템을 다루는 실력이 늘어나진 않는다.
사친역산을 아무리 잘한다고 미 분 적분을 풀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초보 엔지니어가 좋은 사수를 만나야만 하는 것이다.
비싼 아이템을 실습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그런 사수를 말이 다.
그렇지 않으면 백날 허드렛일만 하다가 기술은 전수받지도 못하 고 쫓겨나기 마련이고 아니면 제 풀에 지쳐 나가떨어지거나.
그렇기에 지금 같은 조건은 승 주에게도 득이 되는 일이다.
“삼박자가 딱 맞아 들어간다 이 거죠. 대호에서 암흑중독 치료제 를 개발하고, 전당포에서 아이템 을 수급하면 그걸 엔지니어가 튜 닝해서 새로 만들고. 이러면 아 주 적은 코스트로 웬만한 조직을 꾸리는 게 가능하죠.”
마이린이 손가락을 튕기며 진지 하게 고민했다.
“아이템 수습과 튜닝은 이미 가 능 선상에 올라 있다는 거죠?”
“본격적인 생산을 하려거든 시 간이 더 걸리겠지만, 기정사실이 죠.”
“그럼 치료제만 잘 나오면 되는 거네요. 치료제만 나오면 태식 씨가 말한 걸 실행할 수 있겠어 요.”
이린은 우선 정치적인 것은 차 치하기로 했다.
그보다 더 우선되는 문제가 있 다. 바로 사람들의 인식과 저항 감이다.
지금이야 특형 능력이니, 헌터 청이고 국과심이니 하지만 초능 력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 얼마나 혼란스러웠나.
지금도 그 혼란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니다.
사실상 대한민국 사회는 헌터들 의 사회와 일반인들의 사회로 분 리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 다.
무협지에 나오는 관이 무림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뻔한 대 사처럼, 경찰들은 헌터들 사이의 일에는 크게 관여하려 하지 않는 다.
헌터 사이의 분쟁에는 군대가 나서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헌터와 민간은 어느 정도 분리 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그 때의 혼란기를 겪은 사람들 대부 분이 동의하는 바다.
한데 태식이 지금 하는 말은 그 분리되어 있는 사회의 경계를 흐 릿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다.
“흐음-. 그런데 그런 아이템을 소방관에게 먼저 배분하는 건 어 때요?”
그렇기에 이린은 지극히 기본적 인 범주에서 물어봤다.
“아니요. 소방관은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도와준다. 이건 본래 그 사람들의 몫이죠. 내가 원하는 건 해야 하는 사람이 할 일을 하 는 게 아니에요. 굳이 할 필요 없는 사람이 선행을 하는 토양을 만들고 싶은 거예요.”
“하지만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소방관에게 우선 지급하는 게 더 확실하잖아요.”
“소방관 중에는 특형 능력자가 없었나요?”
“네?”
“그중에도 분명 특형을 가진 사 람들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그 런데 지금은 어떻죠?”
지금은 대부분은 전직을 했다.
헌터나, 그와 관련된 직종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이유가 있 었겠지만 어찌 되었든 결론은 그 렇다.
“소방관에게 아이템을 지원해 준다고 해 봐야 더 좋은 장비를 지급해 준 것밖에 안 돼요. 그 사람들이 그 정도 장비를 가진다 고 해서 진짜 헌터들보다 더 큰 효율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턱도 없는 일이다.
그건 굳이 태식까지 갈 필요도 없다.
C급 헌터라고 해도 특형의 기 질이나 특징에 따라 특정한 상황 에서 극강의 효율을 발휘 수 있 다.
예를 들자면 특형 중 낮은 등급 으로 분류되는 동물교감이 그렇 다.
동물원에서 코끼리나 맹수가 탈 출했을 때 동원되는 인력을 보 라.
그들에게 아이템을 아무리 무장 시켜 준다 한들 동물교감 능력자 보다 더 빨리, 더 안전하게, 거기 에 동물에게도 피해 없이 일을 해결하진 못한다.
“불가능하죠. 일반인이 아이템 을 둘러 봐야 이번 강원도 산불 같은 재난은 막을 순 없어요. 일 반인이라 아이템의 출력에도 한 계가 있으니까요.”
“그럼 태식 씨는 궁극적으로 헌 터들을 자경단에 소속시키겠다는 거군요.”
“네. 전부터 말했던 거잖아요. 헌터통합시스템요. 헌터청이 이 거저거 따질게 많다면 그냥 여기 서부터 시작하자고요.”
“이제 이해됐어요. 일반인인 의 인들이 영웅이라 칭송받고 조명 을 받으면 진짜 특형을 가진 능 력자들도 그에 감화되는 게 있겠 네요. 공명심 때문에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도움받는 사람은 어찌 되었든 도움이니까요.”
“그렇죠. 재벌들이 이미지 때문 에 기부를 하더라도 그 기부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 니까요.”
“당장의 효율성보다도 궁극적인 인식의 변환이 더 중요한 거죠. 저도 그게 맞다고 봐요. 잠시만 요, 정리 좀 할게요.”
이린은 태블릿을 열어 두고 빠 르게 정리를 했다.
“그러면, 이 도움의 범주를 어 디까지로 설정해야 될지가 필요 하겠는데요.”
“무슨 의미예요?”
“태식 씨가 말한 상황은 재해 종류에 한정되어 있잖아요. 그것 말고도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있 는 것 같아서요. 예를 들면 강도 를 만난 상황 같은 경우요.”
“음……. 그건 좀 애매한데.”
“그래요?”
“그건 도와주고 싶지만 힘이 없 어서 도와주지 못하는 거랑은 다 른 개념이잖아요. 그건 내키지 않아서 도와주지 않는 거라고 요.”
“그러네요. 그러고 보니 어느새 그렇게 되어 버렸네요.”
“맞고 있는 거 도와줬더니 나몰 라라 한 경우가 어디 한두 건인 가요. 그런 것들이 쌓이다 보니, 특히나 타인의 싸움에는 관여하 지 않는 게 옳다는 인식이 팽배 하잖아요.”
“저는 그 나몰라라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시스템적 결함이라 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증인 보호 시스템은 정말 형편없는 수 준이잖아요. 증언을 해 줘서 교 도소에 간다고 한들 그 범죄자가 평생 교도소에 있는 것도 아니고 요.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죠. 평범한 사람이 그 만한 두려움을 이기는 건 쉽지 않잖아요.”
“오케이, 인정. 그것도 앞으로 보완해 보자고요.”
마이린은 다시 고민했다.
태식이 하는 말은 다 이해한다.
하지만 사회적인 안착을 위해서 는 법리적 해석과 통념적인 규범 에 맞는지를 봐야 한다.
누군가가 강도를 잡았다고 해 보자.
그 과정에서 그 누군가가 강도 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 그 상해 에 관한 책임을 묻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이 미 경찰이라는 조직이 담당하고 있다.
그렇기에 공권력이다.
그리고 그런 공권력도 그 과정 이 과하다면 과잉 대응, 독직폭 행이란 말이 따라붙는다.
이린은 자신의 이런 생각을 태 식에게 전달했다.
“그러면 공권력으로 만들면 되 죠.”
“네?”
“이렇게 시작하는 자경단 조직 을 궁극적으로는 공권력으로 만 들어 보자고요. 그러면 되는 거 잖아요.”
“아……. 아아-. 아하하하.”
이린은 크게 웃었다.
“아이참. 제가 또 혼자 너무 복 잡하게 생각한 거군요.”
“특형이라는 초능력을 가지고 경찰이나 소방관이 되고 싶어 하 는 능력자는 없을 거예요. 자신 의 능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더욱 그렇겠죠.”
“네. 이해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그들 이 경찰관이 되고 소방관이 되어 야 하게 바뀌었죠.”
가장 단순하게 본다면 몬스터가 그 첫 번째다.
지금이야 몬스터들이 도심으로 넘어오지 않고 있지만, 그것은 헌터들이 심계 안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틈이 옅어지면 과거 심계가 열렸던 그날처럼 몬스터들이 도 심으로 넘어올 것이다.
아그니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경 우다.
태식이 아니었다면 소방 인력만 으로 절대 막을 수 없었을 일이 었다.
“재앙을 일으키는 괴물이 있고 초능력을 쓰는 빌런도 있죠.”
이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빌런이란 단어 자체를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김현 식이 그렇다.
피해자의 흉상을 자신의 서재에 진열하는 초능력 살인마가 현직 정치인이라니.
말 그대로 히어로 코믹스에서나 나올 빌런이다.
“그러니 히어로도 필요한 거죠. 그 시작을 시민영웅에서부터 하 자는 거예요. 근본부터 헌터가 아닌 영우에서 시작하도록요.”
태식이 하는 말들이 약간 두루 뭉술하긴 했지만, 그것들이 완성 되었을 때의 모습은 확실히 그려 진다.
그리고 지금까지와 다르게 태식 에게서 반드시 실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
아니, 의지보다는 즐거움에 가 가웠다.
해야 할 일을 해치우는 느낌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하 는 설렘을 느꼈다.
이걸 어떻게 거절하겠나.
“태식 씨. 그럼 태식 씨가 하고 자 하는 것이 완성되었을 때의 그림은 어떻게 되는 거죠?”
“진짜 영웅들이 실존하는 세상 이 되는 거죠.”
태식의 목소리에 힘이 있다.
이린은 그런 태식을 보는 것이 좋았다.
“우선은 정의를 위해 나선 사람 이 불우한 삶을 살지 않도록. 내 부 고발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 록. 사장님이 말한 것처럼 시스 템을 보완해 주자고요. 토양을 먼저 가꿔 줘야 씨앗이 잘 자라 죠.”
말로는 사람에 대한 불신을 잔 뜩 내뱉으면서도, 인간 본연에 대한 믿음은 일견 어린아이처럼 보일 정도로 순수하잖나.
“후훗, 네, 좋아요, 그렇게 해요. 그거야말로 사회에 대한 보은이 네요. 완전히 이해했어요. 최선을 다해 서포트할게요.”
이린은 빙긋이 웃으며 주먹을 내밀었다.
“태식 씨가 하는 일이니까 분명 잘될 거라고 생각해요.”
“사장님이 일을 잘하니까, 잘못 될 리가 없죠.”
이전엔 안 됐지만, 이번은 할 수 있다.
태식은 그럴 수 있을 거라 확신
했다.
내 은인, 내 우상 (1)
“아들! 일어나! 출근할 시간이 야!”
“벌써 일어났어요!”
태식은 미주가 밥상을 차리기 전에 거실로 나갔다.
미주는 놀란 눈이다.
“웬일로 이렇게 일찍 일어났 어?”
“할 일이 많으니까.”
할 일이 많으면 차라리 늦게까 지 일하지 일찍 일어나는 아들이 아니다.
미주는 태식의 활기 있는 모습 이 보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