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
001
교통사고였다.
다리가 안 움직였다.
눈가가 훔치려 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확인해 안 해도 알았다. 뭐, 피 칠갑이겠지.
‘젠장.’
왜 하필 오늘이지?
나 오늘 상을 받았는데.
무명 생활 끝에 받은 ‘남우 조연상’이었다.
‘비록 감독이 수상 소감 빨리 끝내라고 난리 쳤어도, 처음 받은 상이어서…….’
날아갈 듯 좋았는데.
의식이 가물가물했다. 부러진 뼈가 폐를 찌르는지, 이제 숨 쉬는 것도 힘들었다.
‘아, 진짜 죽어가는구나.’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이렇게 죽을 줄이야.
오늘 내 수상 소감 참 죽여줬었다.
단상 위에 올라간 나는 떨면서 말했다.
“하루만 못 생기고 싶습니다.”
배우들이 웃었다. 그러라고 한 농담이었지만, 웃음소리가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진짜 잘생긴 놈이 이 말을 했다면, 한두 명은 재수 없다는 눈빛을 보냈겠지.
나는 귀중한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왜냐하면, 매일 못생겼으니까요.”
그 말을 하자 관객들이 단체로 터졌다. 나는 그렇게 단상을 내려왔다.
‘아, 젠장. 이렇게 죽을 줄 알았으면 좀 더 멋진 말을 했지.’
못생겼다는 게 유언이 될 줄이야.
눈앞이 점점 흐려졌다.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저기요, 내가요?’
그러기엔 너무 못생겼잖아.
나는 일평생 사랑받는 일에 익숙하지도 않았고, 바라지도 않았다.
이 몰골로는 사랑받기는커녕 욕먹지만 않으면 다행이지.
솔직히 날 이 자리까지 이끌어 준 것도 전부 연기력 때문이지, 이 얼굴 때문은 아니니까.
‘죽는 마당에 왜 하필이면 이 노래야?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구급차님, 늦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죽었다.
그럭저럭 열심히 살았지만, 못 생겨서 아쉬운 삶이었다.
* * *
눈앞이 새하얗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안타깝게도 아무것도 없었다.
‘음, 천국인가.’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씩 웃었다.
‘내가 천국을 안 가면 누가 가.’
명품 조연 배우 이한조.
또 다른 이름은 날개 없는 천사.
생전에 연기뿐 아니라 여러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다. 봉사와 후원을 밥 먹듯이 했다.
이런 내가 천국에 가지 않으면 그 누가 가리오.
‘나는 봉사와 후원에 진심이었다고.’
물론 처음엔 이미지 관리용이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좋더라.’
못생긴 배우가 기부하고 다니니까 왠지 더 진심인 것처럼 보이는 효과도 있었고.
‘그래서 열심히 했지.’
아마 많이 벌면 더 많이 내놨을걸. 못 벌어서 문제지.
‘조연 벌이로는 한계가 있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이 잘생겼다면…….’
좀 더 많은 역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젠장 난 왜 이렇게 생겨서!
‘그런데 아무도 안 오나?’
나는 다가올 천사님을 기다렸다.
그때였다. 뜬금없이 눈앞에 자막이 둥실둥실 떠올랐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소원 세 가지를 말하세요.> [무엇이든 대가가 있습니다.>나는 팔짱을 끼었다.
‘뭐야, 이 노래……. 또야?’
죽는 순간에도 놀리더니, 죽고 나서도 놀리는 건가? 두 번, 아니, 세 번 죽이는 거냐고.
“오라는 천사는 안 오고 이런 거나 띄워.”
천국이 언제부터 비대면 시스템이었냐.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소원 세 가지? 참나. 아니, 나 후원이랑 봉사 열심히 했다니까.”
나는 자막을 손으로 흩으며 중얼거렸다.
“겨우 이 정도로 때우면 안 되죠. 착한 일 했으면 그만한 대가가 있어야지.”
글자를 손으로 아무리 흐트러트려도,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밑의 문단만 살짝 변했다.
[소원 세 가지. 그럭저럭 선하게 살아온 당신의 삶에 대한 보상입니다.>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럭저럭?’
아, 너무하네. 이 정도면 착하게 산 인간 중 상위 10%는 될 거 같은데!
“저, 아프리카 가서 봉사도 했는데요.”
TV 프로그램이어서 간 거지만 한 달 동안 봉사하면서 깊은 깨달음을 얻었지. 덕분에 이미지도 많이 좋아졌었고.
나는 다시 자막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글자만 또 살짝 바뀌었다.
[소원 세 가지. 그나마 선하게 살아온 당신의 삶에 대한 보상입니다.>‘그나마?’
단어가 점점 각박해지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비대면도 그렇고, 참 정 없네. 이래서 누가 안심하고 죽겠습니까.”
항의했지만 자막은 바뀌지 않았다.
나는 툴툴거리며 다시 자막을 바라보았다.
‘잠깐, 내가…… 뭐라고?’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바로 결론을 내렸다.
‘개소리군.’
진짜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으면 그런 얼굴이었으면 안 됐지.
[소원 세 가지를 말하세요.>그래도 이건 좀 괜찮았다. 하지만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했다.
[무엇이든 대가가 있습니다.>나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대가라…….’
하긴. 세상에 공짜는 없겠지. 나는 자막을 보며 물어봤다.
“어떤 대가가 어떻게 있는데요?”
글씨가 다시 바뀌었다.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거참, 인심 한번 사납네.
‘이걸 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선택을 해?’
나는 그래도 글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솔직히 내가 바라는 건 하나였다.
‘얼굴이지.’
하지만 대가가 있다는 말이 걸렸다. 나는 다시 한번 글자를 읽었다.
[소원 세 가지를 말하세요.>씩 웃음이 나왔다.
“세 가지 소원이라.”
언젠가 이런 때가 오면 꼭 빌고 싶은 소원이 있었다.
“첫 번째 소원은 경 단위의 소원을 이루는 거야.”
램프의 지니를 볼 때마다 항상 생각했던 것.
알라딘은 처음부터 소원 많이 이루어 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거였을까.
뭐든 들어준다는데, 왜 꼭 세 가지 소원만 빌어야 해?
‘뭐,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솔직히 튕길 줄 알았다. 하지만 자막이 움직였다.
[이루어 드리겠습니다.>어라, 됐어?
[대신 선행의 대가로 인과율이 조정됩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습니다.>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인과율? 왠지 지뢰 같은데…….’
그래도 소원이 경 단위면 나쁘지 않은 거 같았다.
‘뭐, 대가가 있어 봤자 얼마나 되겠어? 나처럼 착하게 산 사람도 없을 텐데.’
솔직히 없는 살림에도 국내외 할 것 없이 많이 도왔었다.
‘태풍이 오면 태풍으로, 지진 나면 지진으로…….’
처음엔 이미지 관리용 SNS 올리느라 그랬지만, 나중엔 그것조차 하지 않았다. 정말 선행이 좋아서 진심으로 하게 됐으니까.
그러니 굳이 내가 알리지 않아도 저절로 알려지더라.
‘어쨌든. 그래도 최소한의 방어는 해야지.’
나는 자막을 향해 말했다.
“두 번째는 건강이요.”
이거 매우 중요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건강이 없으면 다 소용없었다.
[이루어 드리겠습니다.>자막 녀석, 꽤 쿨했다.
‘그다음은 역시…….’
마지막 하나 남은 소원이었다.
나는 천천히 말했다. 목소리가 저절로 떨렸다.
“……보, 보편적으로 잘 생겼으면 좋겠어.”
소원을 말하면서도 설렜다.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에 온갖 주연은 내가 다 할 거다.’
그러면 돈을 얼마나 많이 벌까.
그 돈이면 힘든 분들에게 후원금도 넉넉하게 드릴 수 있을 텐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막이 움직였다.
[이루어 드리겠습니다.>그때, 기다렸다는 듯 엄청난 돌풍이 불었다.
[항상 남을 도왔던 선한 인간 이한조. 선행과 인과율을 근거로, 새로운 삶을 승인합니다.> [이것이 선하게 살아온 당신의 삶에 대한 보상입니다.>갑자기 허리 아래가 쑥 내려갔다. 순간 어디론가 정신없이 추락했다.
[잊지 마십시오.>눈앞이 흔들렸다. 나는 팔로 얼굴을 가렸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그 자막이 끝이었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다른 세상이었다.
* * *
일어나서 처음 느낀 건 살을 에는 듯한 추위였다.
‘젠장! 남극인가?’
몸을 아무리 웅크려도 추위가 가시지 않았다. 나는 소리를 지르려다가 깨달았다.
‘머, 머리가 안 움직여.’
고개를 가눌 수가 없었다. 손가락 몇 개 꼼지락거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뭐야. 왜 이래.’
자막아! 나 소원에 분명히 건강이 있었다? 그런데 왜 몸이 마비된 거 같냐.
‘게다가 왜 다 얼어 죽어가냐고!’
찬 바람에 볼때기가 다 쓰라렸다. 게다가 눈에 보이는 것도 없었다.
‘건강은 개뿔!’
나는 눈물을 절절 흘리며 소리쳤다.
‘거기 아무도 없어요?’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오는 건 전혀 다른 울음이었다.
“뿌애애애애애앵!”
순간, 내가 다 놀랐다.
‘뭐, 뭐야!’
깜짝 놀라서, 딸꾹질이 나올 거 같았다.
‘어린애 울음 같은데?’
나는 다시 한번 발성을 내봤다.
‘거기 아무도 없습니까?’
내 귀에 돌아오는 소리는 너무나 잔인했다.
“뿌애애앵!”
아하. 젠장!
이쯤 되면 나도 상황을 알 거 같았다.
‘아, 아기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 뭐. 죽었으니까 다시 태어날 수도 있지.
‘그런데 왜 태어나자마자 얼어 죽어가냐고!’
착한 일 많이 했으니까 따듯한 방에서 어머니 손길을 느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찬바람에 코가 너무 시렸다. 나는 침착하게 생각했다. 가뜩이나 면역력이 낮은 아기였다. 이대로라면 죽는 건 시간문제였다.
‘게다가 머리도 못 가눠. 기어갈 수도 없는 거 같은데…….’
젠장. 이러면 다시 요단강 급행열차였다.
순간 너무 억울했다. 나는 최선을 다해 소리쳤다.
‘사람 살려!’
물론 내뱉는 건, 아이의 울음소리였지만.
“뿌애애애애앵!”
아기가 할 수 있는 게 우는 것밖엔 더 있겠냐.
‘……젠장.’
문제는 이제 그것도 지쳐간다는 거였다.
‘태어나서 20분 만에 죽는 건가.’
힘들어서 점점 울음도 잦아들 때였다. 머리도 어지럽고, 의식이 점점 가라앉았다.
‘이대론 안 돼…….’
이렇게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마지막 혼신을 다해 겨우 소리쳤다.
“으애애앵…….”
그때였다.
누군가나 내 몸을 들었다.
“수녀님! 여기 애기가 있어요!”
어린아이 목소리였다.
어린아이고 뭐고, 생명의 은인이다. 정말 고마워서 눈물이 나왔다.
“오, 주여! 어찌 이런 일이!”
“애기 볼이 너무 차가워요!”
뜨듯한 것이 내 몸을 감쌌다. 나는 애처롭게 울었다.
“응애…….”
“아이고, 주님! 이 어린것이 하도 떨어서 울 힘도 없나 보네.”
“수녀님! 애기 주변에 이런 게 있어요!”
수녀님은 나를 꽉 안으며 말했다.
“노아야, 그거 들고 와주겠니? 일단 이 불쌍한 아기를 따뜻한 곳으로 데려가야겠다.”
“네, 수녀님!”
곧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얼마나 오랫동안 밖에서 벌벌 떨었는지, 아직도 추웠다.
나는 조금씩 녹고 있는 입술을 오물거렸다.
‘대강 알겠네.’
내 생모인지 뭔지 모르는 사람이 나를 수녀님이 운영하는 보육원 근처에 버린 거 같았다.
‘젠장.’
아니, 선행해서 새로 태어났는데, 고아라고?
금수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평범한 가정은 되어야지.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 나는 수녀님의 옷을 꽉 쥐고 눈가를 찡그렸다.
“아이고, 불쌍한 것.”
수녀님은 그런 나를 토닥였다.
“괜찮다. 아가야. 이젠 안전해.”
하끅.
“이렇게 어린아이를 왜 버린 걸까. 버리더라도 날이나 따뜻할 때였으면…….”
그러게나 말입니다.
달래주니 더 억울해졌다. 나는 수녀님 옷자락을 꽉 잡고 칭얼거렸다.
“히잉…….”
아기여서 그런지 목소리가 꽤 깜찍했다.
“괜찮다. 아가야. 이제 따듯하지?”
정말 따뜻했다. 곧 볼에 훈훈함이 감돌았다. 나는 칭얼거리며 수녀님 품에 파고들었다. 수녀님은 익숙하게 내 등을 두들겼다.
“괜찮아. 아가야. 이제 다 괜찮아.”
감사합니다. 수녀님. 복 받으실 겁니다.
“자, 이거 먹어보자.”
수녀님은 바로 내 입에 뭘 물려줬다. 나는 정신없이 들이켰다.
“그래. 잘 먹는구나.”
나는 그제야 내가 먹는 게 분유라는 걸 알았다.
‘…….’
그제야 실감이 났다. 나는 다시 태어났고, 진짜 고아였다.
‘이거, 완전 사기 아니야?’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녀님은 연신 내 눈가를 쓸어내렸다.
“아이고, 아기야. 울지 마렴. 어머나!”
수녀님은 내 얼굴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한동안 미동도 없었다.
“……이렇게 예쁜 아기는 처음 보네. 세상에!”
나는 순간 분유 먹는 것도 잊었다.
‘예뻐? 내가?’
원장님은 계속 내 등을 두들기며 말했다.
“눈도 아주 크고, 코도 오뚝하고! TV에 나오는 애도 이렇게 예쁘진 않던데.”
나는 순간 사기꾼 같던 자막이 떠올랐다.
-보편적으로 잘 생겼으면 좋겠어.
그때, 자막엔 이렇게 쓰여 있었지.
[이루어 드리겠습니다.>어라, 이거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