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01)
101
이 아수라장 속에서 한우진은 순순히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저도 강아지 보내봐서 그 마음 알아요.”
“펫로스 증후군, 쉽게 보면 안 돼요.”
한우진은 메이크업 때문에 눈을 감으며 말했다.
“공자 말대로, 병원 한번 가볼까요?”
“나쁘지 않아요. 펫로스로 상담받는 사람 의외로 많아요.”
“아무래도 공인이다 보니 보는 눈이 많아서요.”
“에고. 고생이 많으시네요.”
스탭분들 상냥하시네.
‘배려도 해주시고 말이야.’
나는 조용히 스튜디오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잘하려고 했지만 말이야.’
스탭들이 사람이 좋아서 그런가, 더 열심히 하고 싶었다.
‘음, 어떻게 하면 잘 찍힐까.’
나도 애쓰겠지만, 솔직히 결과물은 사진작가의 실력에 달려 있긴 했다.
‘그러고 보면 좀 유명한 포토그래퍼라고 했어.’
분주한 스탭 사이로 한우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죄송합니다. 다크서클 있죠?”
“괜찮아요. 파운데이션으로 가렸어요.”
“하야. 죄송합니다. 잠을 못 자서요. 제가 원래 이렇지 않아요.”
아하.
‘뭐, 어차피 사진은 보정 들어가긴 하지만 말이야.’
이왕 하는 거, 초췌한 거보다는 환한 게 낫겠지.
나는 바로 속으로 외쳤다.
‘코인 사용! 한우진 피부 상태 좋아지는 대가와 코인 양 알려줘.’
[대가를 알기 위해 코인 10개가 소모됩니다.> [톱스타: 한우진의 피부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3,272코인이 필요합니다.> [대가는 5초 후 눈을 뜨면 보이는 대상에게 입을 맞춥니다.>뭐, 뭐야!
‘아니 코인 개수는 할 만한데, 대가가 왜 이래!’
아니, 이상하잖아! 눈 뜨면 보이는 사람에게 바로 뽀뽀한다는 거잖아. 이거!
‘미치겠네.’
격렬하게 고민이 되었다.
‘아니, 뭐. 아직 애니까 해도 되긴 하는데 말이야.’
그래도 영 내키지 않았다.
그때 다시 한우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공자 착하죠? 얼굴만 귀여운 게 아니에요.”
“진짜 착한 거 같아요.”
“연기도 되게 잘해요. 바람이 닿을 때 보셨어요?”
이런, 젠장.
‘저 녀석 나를 너무 좋아하잖아.’
마음 약해지네, 진짜.
나는 심호흡을 했다. 아니, 그래도 뽀뽀는 너무하잖아. 뭔가 소중한 게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하지만 한우진의 칭찬은 계속되었다.
“응급실 때부터 범상치 않았어요. 그런데 그건 아기였잖아요. 뭐, 지금도 제 눈에는 아기지만요. 하지만 바람이 닿을 때는 달랐어요. 윤정현 선생님과 찍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진짜 화면에 감정선이 물 흐르듯이 보이더라고요. 이건 굉장한 거예요.”
그만 칭찬해라.
‘나 이런 놈 아닌데…….’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는 참담한 심정으로, 속으로 중얼거렸다.
‘실행!’
[실행되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언급한 대가가 실행됩니다.>나는 눈을 꽉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심호흡했다.
‘아직 애니까, 괜찮을 거야.’
그냥 연기한다고 생각하자.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주먹을 쥐며 결심했다.
‘이런 건 뻔뻔해야 해.’
이한조, 아니 마공자! 할 수 있어! 너는 충분히 뻔뻔한 놈이잖아!
나는 한우진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바로 눈을 떴다.
한우진은 사람 좋게 웃으면서 계속 내 칭찬 중이었다.
“공자는 진짜 보물이 될 거예요. 한번 보면 감이 온다니까요.”
“공자랑 사이 진짜 좋아 보이세요.”
“하하하하! 제가 마음대로 아들 삼았어요. 덕분에 수정 선배에게 혼났어요. 네가 뭔데 남의 아들 데려가냐고요!”
“에이, 그건 혼날 만하다. 그런데 공자도 우진 씨 좋아하는 거 같던데요.”
“하하하하하하! 글쎄요. 그러려나?”
내 다리가 저절로 움직였다. 나는 천천히 놈에게 다가갔다. 슬쩍 멈춰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불가능했다.
새삼스럽지만, 대가에는 저항할 수 없었다.
‘포기하자.’
나는 한우진 앞에 섰다. 코인을 써서인지 갑자기 놈의 피부에 광이 났다.
“음, 공자야? 왜?”
놈은 다리를 굽혀서 눈을 맞췄다.
‘젠장, 다정하지 마라.’
속에서 피눈물이 났다. 나는 재빨리 놈의 뺨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절망이 어깨를 내리눌렀다. 쥐구멍이 있으며 뚫고 들어가고 싶었다.
‘눈물이 나올 거 같다.’
하지만 울면 안 돼, 마공자. 너는 연기자다. 로맨스 찍는다고 생각하자. 찍어본 적은 없지만.
‘뻔뻔해야 해. 어, 얼굴에 철판을 깔자!’
한우진은 내가 이럴 줄 몰랐는지 얼떨떨해 보였다.
나는 필사적으로 방긋 웃었다.
“형, 기운 내세여.”
“어, 어?”
“파이팅!”
나는 조용히 돌아섰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넓은 스튜디오에는 당연히 쥐구멍이 없었다.
‘젠장.’
등 뒤에서 한우진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하하하! 보셨어요? 공자 저 진짜 좋아해요!”
“놀랐어요. 와, 진짜 의상 때문인가. 천사가 다가오는 줄 알았어요.”
“아, 아까부터 생각했지만, 공자 저 의상 어울리네요. 화관까지 써서 꽃의 정령인 줄 알았어요.”
“그 컨셉 맞을걸요?”
“아, 진짜요? 그건 몰랐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요. 공자가 저에게 뽀뽀했습니다! 저 공자에게 뽀뽀 받은 남자입니다!”
크게 외치지 마라.
나는 조용히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공자야, 고마워. 아니, 그런데 왜 그러고 있니!”
“어머, 부끄러워하는 거 같은데요?”
“네?”
순간 스튜디오 안에 웃음소리가 여기저기 터졌다.
“푸하하하하하하!”
“칵! 칵!”
“크힙, 푸핫. 캿.”
“아하하하하!”
젠장.
“캽. 어우, 귀여워.”
“어우, 진짜. 얼굴만 귀여운 게 아니네. 행동이 더 귀여워.”
“아니, 왜 자기가 하고 부끄러워해요.”
“그게 귀염 포인트죠. 어후, 배야. 공자야. 부끄러워하지 마.”
“어떡해. 공자 손까지 빨개졌어요.”
수치스럽다. 그런데 숨을 곳이 없다.
‘고개를 들 수 없어.’
한창 그러고 있는데, 번쩍 허리가 들렸다. 솔직히 안 봐도 알았다.
‘한우진이겠지.’
슬픔에서 부활한 놈은 나를 안으며 말했다.
“으하하하! 공자야, 너 진짜 내 아들 안 할래?”
싫어.
“진짜 우리 집 가자! 주소 알려줄게. 아니다. 비번도 알려줄게. 놀러 와라. 아니, 살아도 돼!”
알려주지 마. 안 갈 거야. 내가 왜 가.
놈의 웃음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사태가 수습된 건, 5분 후였다. 분위기가 좋아서일까. 촬영은 순조롭게 끝났다.
* * *
“다시 봐도 잘 나왔네요.”
마수정은 팔짱을 끼고 포스터를 바라보았다. 보자마자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군요.”
덕수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매우 동감했다.
“사진 구도가 좋네요. 밑에서 잘 잡았어요.”
“공자가 손을 내미는 게, 떨어진 사람을 구해주는 거 같군요.”
“그거 노린 걸 거예요. 우리 공자가 아주 우아하게 나왔어요.”
덕수 씨는 이번에도 매우 동의했다.
“분위기가 좋습니다.”
“세상에 예쁜 아이는 많지만요. 이런 분위기를 내 수 있는 건 공자밖에 없을 거 같아요.”
마수정은 포스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거 인기 굉장히 많다면서요.”
“네. 매장 반응도 좋다고 들었습니다. 심지어 도난도 빈번하다고, 난리더군요.”
“좋을 수밖에 없죠. 배경은 합성일 텐데. 우리 공자 판타지물 찍어도 잘하겠네요.”
“감독들이 얼굴이 개연성이라는 말을 자주 하던데, 저도 동의합니다.”
“굉장한 재능이에요. 사실 판타지 영화가 현실에 와 닿지 않는 게 장점이지만, 단점이기도 하거든요.”
마수정은 약간 고개를 뒤로 빼서 다른 각도로 포스터를 보았다.
“그래서 판타지는 CG를 신경 쓸 수밖에 없죠. 그런데 우리 공자는요, 분장이 어설퍼도 그냥 넘어갈 거 같아요.”
“우리 공자는 완벽한 외모라는 찬사를 자주 듣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제가 감독이라도 감탄만 할 걸요.”
“주위 분들도 그런 칭찬을 자주 합니다.”
“다 보는 눈이 있는 거죠. 그런데…….”
마수정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한우진 그놈이 계속 아들 삼는다고 했다면서요?”
“네. 촬영 내내, 공자를 들고 다녔습니다.”
“남의 집 귀한 아들에게 왜 찝쩍거리는 거지?”
마수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 덕수 씨는 빈틈없이 모조리 고해바쳤다.
“뽀뽀 한 번 해준 거 가지고, 난리였습니다.”
“우리 공자가 마음이 약해요. 불쌍해서 적선한 건데, 이놈이 자기 주제를 모르네요.”
“기분 탓인지 모르지만, 펫로스로 침울했던 걸 바로 극복하더군요.”
“우리 애가 착해서 위로를 참 잘해요.”
“그래도 계속 자랑하는 게 짜증이 나더군요.”
“아, 선생님. 한 대 치고 오시지 그랬어요,”
“심정 같아서는 그랬습니다.”
덕수 씨는 담담하게 고백했다.
“하지만 공자는 제가 그러기를 바라지 않으니까요.”
“그렇죠. 제 아들은 폭력을 싫어해요. 저도 주의하고 있어요.”
“네. 공자는 원래 그렇게 착한 아이인데, 한우진 씨는 오해하는 거 같습니다.”
마수정은 심호흡했다.
“그러게나 말이죠. 자기에게만 잘해 주는 줄 아나 봐요. 아, 열 받아. 이놈이랑 같은 작품 하고 싶은데 말이죠.”
마수정은 방긋 웃었다. 매우 아름다웠지만, 이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물론 갈구려고요.”
“안 되셨습니까?”
“작품이 안 겹치네요. 이왕이면 액션 많은 거로 걸렸으면 좋겠는데요.”
“안타깝군요.”
“얘가 피하는지, 나에게 안 오는지 영 알 수는 없지만요. 하나만 걸려라.”
마수정은 작게 중얼거렸다.
“한 3년쯤 비 오는 날 관절이 쑤셔봐야, 남의 아들을 안 노리지.”
“나중에 인터뷰도 했습니다.”
마수정은 이를 아드득거렸다.
“아니, 한우진 그 녀석은 친한 척하지 못해서 굶어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대요?”
“저도 동의합니다.”
“뭐라고 했어요?”
덕수 씨는 스마트폰으로 저장된 페이지를 보여줬다.
Q. 이번 향수 광고는 화제의 셀럽, 공자랑 찍으셨다면서요?
A. 공자랑 오랜만에 만났어요. 껑충 커서 정말 놀랐어요. 그만큼 거리감이 생겨서 괜히 낯설었는데, 공자는 여전하더군요.
Q. 공자 관련으로 에피소드가 있나 봐요?
A. 네. 제가 애완동물 상실감으로 힘들다고 하자, 뽀뽀를 해줬어요. 귀여워서 계속 안고 다녔어요. 정말 천사 같은 아이입니다.
이번 홍보 사진에 공자의 그런 면이 잘 드러난 거 같아요.
Q. D사 향수 말이죠? 굉장히 인기 많다고 들었어요. 우진 씨와 찍은 사진도 화제가 되었죠.
A. 네. 천지창조랑 비슷한 구도죠? 손가락 대신 향수를 건네주지만요. 사실 그건 즉흥적이었어요. 원래 컨셉 아트는 그렇지 않았는데, 사진 작가님이 한번 찍어보자고 했거든요. 그런데 바로 컨펌을 했나 봐요. 반응이 좋은 걸 보니, 뿌듯합니다. 홍보 사진에도 우리가 사이좋은 게 잘 드러나는 거 같아요.
마수정은 순간 스마트폰을 부술 뻔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