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04)
104
나는 김진형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미래에 엄청나게 뜰 예정인 아이돌은, 자신의 상황도 모른 채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솔직히 조금 불쌍했다.
‘그래. 옛정이다.’
코인을 쓴다, 내가.
‘개수가 넉넉해서 쓰는 거야.’
뭐, 저렇게 떨고 있으면 당장 촬영이 말릴 수도 있고 말이야.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코인 사용! 김진형 긴장 적당히 풀어줘. 대가에 따른 코인 양도!’
[대가를 알기 위해 코인 20개가 소모됩니다.> [라이징 아이돌: 김진형의 긴장을 적당히 풀기 위해서는 4,727코인이 필요합니다.> [대가로 마공자의 긴장이 이틀간 완전히 풀립니다.>뭔가 대가가 이상했다.
‘아니 왜 김진형 긴장을 푸는 대가가 내 긴장이 풀리는 거야?’
애초에 나는 긴장 안 했다고.
‘좀 수상한데?’
이걸 해야 해, 말아야 해.
그때, 눈앞에 있던 김진형이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놈은 가슴에 손을 얹고 말했다.
“아, 울렁증 도진다.”
진짜 어지간히 긴장한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다.’
진짜 옛정이다.
‘코인 사용.’
[실행되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3초 뒤, 언급한 대가가 실행됩니다.>김진형 상태는 바로 좋아졌다. 놈은 갑자기 뛰는 걸 멈췄다. 그러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배시시 웃으면서 물었다.
“형, 이제 괜찮아여?”
“어? 이상하다. 갑자기 괜찮네?”
당연하지. 코인 썼으니까.
‘효과는 죽여주거든.’
나는 김진형 다리에 매달려서 허리를 꽉 껴안았다.
“응. 공자야, 왜?”
어라.
“갑자기 움직이기 싫어졌어요.”
“응?”
내 상태에 내가 당황했다. 하지만 행동을 막을 수 없었다.
“걷기가 싫네여.”
나는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김진형에게 기댔다. 몸과 마음이 한없이 늘어졌다.
“걷는 게 귀찮아여.”
내, 내가 무슨 말을!
나는 서둘러 입을 막았다. 김진형도 당황했는지 눈만 깜박였다.
“어?”
“죄, 죄송해여! 잊어주세여.”
김진형은 눈을 깜박였다. 그러더니 씩 웃었다.
“아, 우리 공자가 걷기 싫구나. 괜찮아, 공자야. 그거 나른해서 그래.”
아니야, 코인 써서 그래.
‘기, 긴장이 풀린다는 게 이런 건가?’
나, 원래 이랬어?
‘살면서 한 번도 걷고 싶지 않다는 생각 해본 적 없는데!’
뭐냐. 그러면 나는 24시간 항시 긴장한 채였어?
“환절기여서 그래, 공자야.”
아니, 애도 날씨를 타?
김진형은 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
“자, 형이 옮겨줄게.”
놈은 내 등을 토닥였다.
“감사합니다.”
“괜찮아. 형도 자주 그래.”
“몸이 푹 늘어져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솔직히 기가 막혔다.
‘옛정으로 코인 썼는데, 내가 늘어지다니!’
와, 이거 어떡하지.
하지만 행동은 정확히 반대였다.
나는 놈의 품 안에서 눈을 감았다. 놀랍게도 안락했다.
계속 이대로 있고 싶었다.
김진형의 웃는 소리가 들렸다.
“감독님 보세요. 공자가 저 너무 좋아해요.”
아, 그 정도는 아니야.
“와, 귀엽다. 이야, 두 사람 분위기 괜찮네? 솔직히 외모가 닮지는 않아서 형제로 나오는 거 괜찮은가 싶었어.”
김진형은 여전히 내 등을 토닥였다.
“회사도 그 말 했었어요. 우리 둘이 장르가 다르다고요.”
“으하하하하! 맞아. 딱 그런 느낌이야. 둘 다 그림같이 예쁜데, 공자는 벽화 같잖아. 진형 씨는 만화 같고!”
나는 김진형 어깨에 팔을 감았다. 놈은 내가 편하게 팔을 조정해 줬다.
“맞아요.”
“그런데 진형 씨, 오늘 좀 편해 보이네?”
“어, 그러게요. 음, 공자가 있어서 그런가.”
아니야. 코인 써서 그래.
‘덕분에 나는 이 상태지만.’
긴장이 풀린다는 건 엄청났다.
‘지금 위기 상황인 걸 알겠는데, 해결하고 싶지 않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심지어 빨리 촬영 끝나고 집에서 침대랑 혼연일체가 되고 싶어.’
내 안에 이런 게 있는지 몰랐는걸.
‘이래서 긴장이 풀리면 안 되는 거구나.’
지금 상태라면 집을 지어도 날림 공사를 할 거 같았다.
‘아, 안 걷는 거 너무 좋다.’
누가 이렇게 평생 옮겨줬으면.
나는 놈의 품에서 얼굴을 비볐다. 진짜 나무늘보가 된 기분이었다.
“공자야. 졸려?”
“아니여. 아, 무겁죠. 공자 내려갈까여?”
“안 무거워, 공자야. 형 힘세다?”
음, 글쎄요.
‘아이돌은 다 호리호리하지 않나?’
슬슬 옮겨 가야 하나, 고민할 때였다. 김진형이 나를 고쳐 안으며 말했다.
“놓지 않아. 나를 기억해 줘. 이 온기를 기억해 줘.”
엥? 너 왜 갑자기 시를 쓰는데?
이상해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김진형이 웃었다.
“아, 이거 이번 신곡 가사야. 내 솔로곡.”
아,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곡이구나.
“가사 되게 간절하거든. 아까는 긴장해서 몰랐는데, 지금은 좀 절실하다.”
김진형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이렇게 소중한 동생을 잃었는데, 미칠 수밖에 없지.”
아하.
‘뮤직비디오 내용이네.’
나는 컨셉 아트와 콘티를 떠올렸다.
‘황량한 집에서 동생이랑 같이 사는 형이었지.’
둘은 일상을 보낸다. 같이 책을 보거나, 밥을 먹는다. 형은 야채도 먹으라며 브로콜리를 접시에 옮겨주기도 한다.
‘동생과 함께 있을 때는, 그래도 화면에 색이 있었지.’
그만큼 형제는 각별했다.
뮤직비디오는 일상을 다뤘다. 형은 동생 책가방을 챙겨준다.
‘애초에 시작도 형이 같은 침대에서 자는 어린 동생 어깨를 토닥이는 거였지.’
물론 케이팝 뮤직비디오는 항상 반전이 있는 법이었다.
‘알고 보니 동생은 이미 죽었고.’
형 혼자, 동생의 환생을 보는 거였다.
‘나중에 형은 그걸 알고 절규하는.’
콘티의 마지막 장면은, 형이 텅 빈 침대 시트를 끌어안고 엉엉 우는 거였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내 역할은 사랑스러운 동생이지.’
슬슬 걱정되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이렇게 나사 빠진 상태로?
‘위험 상태가 인지는 되는데, 놀라울 정도로 평온하군.’
적당한 긴장감이란 게 이렇게 중요한 거구나.
“아, 그런데 진형이 진짜 잘 따른다.”
“우리 친하다니까요.”
“육아 예능으로 만났지? 몇 년 전 아니야?”
“저도 공자가 저 기억 못 할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그때 제가 많이 좋았나 봐요.”
아니야.
뭐라 반박하려고 눈을 뜨자, 얼굴이 발그레해진 녀석이 보였다.
‘이거, 힘들어서일까. 좋아해서일까.’
아, 힘든가. 그럼 어쩔 수 없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형 많이 좋아해여. 그런데 형아, 팔 아플 거 같아여. 내려갈게여.”
김진형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야. 안 아파!”
아파 보이는데? 저기요. 제가 아무리 나태해졌다고 해도, 남 힘든데 눈치 없이 안겨 있는 놈은 아닙니다.
나는 슬슬 내려가려고 했다. 그러자 김진형은 급하게 말했다.
“놓고 싶지 않아!”
어라.
“내가 생각해 봤는데, 공자 안을 수 있는 건 지금뿐인 거 같아.”
그, 그건 맞지만.
“다음에 만나면 공자 더 컸을 거 아니야. 잘하면 나보다 키가 클지도 몰라.”
아니, 어디까지 가는 거냐.
“그러니까 지금 실컷 안을래.”
나는 눈을 깜박였다. 어디서부터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영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때, 감독이 말했다.
“진형아, 너 또 과몰입했냐.”
“아니요. 현재를 소중히 여겨야죠.”
“얘는 연기만 하면 이러더라.”
“지금, 이 순간은 지나가면 오지 않아요.”
그, 그래.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내려가면 큰일 나겠네.
‘계속 안겨 있으면 나도 편하고 좋지 뭐.’
나는 다리를 살짝 까닥거렸다. 어째 이번 뮤직비디오, 살짝 걱정되었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렇게 촬영이 시작되었다.
* * *
“공자야, 거기서 형 셔츠 들고 돌면 돼.”
“녜!”
“진형이는 당황하는 표정 짓는 거 잊지 말고.”
씬 자체는 간단했다.
‘빨래를 걷는 김진형 주위를 도는 장면이었지.’
뮤직비디오에서 동생은 막 씻은 뒤였다. 덕분에 나는 젓은 머리에 수건을 둘둘 감은 채였다.
‘이대로 돌면 되겠네.’
나는 카메라 위치를 보며 동선을 확인했다. 솔직히 뮤직비디오는 대사가 거의 없어서 그런가, 연기지시 사항을 아예 몸으로 보여줘서 편했다.
촬영은 순조로웠다.
다행이야. 정말.
‘긴장이 풀려도 의욕은 정상이어서 말이야.’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나는 성실하게 연기를 했다.
스탭의 외침이 들렸다.
“스탠바이, 큐!”
나는 밝게 웃으며 김진형의 주위를 돌았다. 김진형은 수건을 개며 웃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나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순간, 달리는 게 너무 귀찮았다.
‘그냥 잡혀주고 싶다.’
하지만 장난스러운 동생은 그러면 안 되겠지?
나는 꺄르륵 웃으면서 몸을 비틀었다. 그렇게 앞으로 나갈 때였다. 순간 발에 수건이 밟혔다.
쿵-
소리가 아픔보다 빨랐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제일 먼저 느낀 건 손바닥의 얼얼함이었다.
“컷! 공자야, 괜찮니?”
“공자야, 어때?”
“다쳤습니까?”
덕수 씨가 전광석화처럼 다가왔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두 손을 내밀었다.
“여기만 조금 아파여.”
덕수 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낙법을 잘했군요.”
아, 무의식중에 했나 보네.
‘배워두길 잘했지.’
덕수 씨 교육의 성과였다.
“다른 곳은 안 아픕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녜!”
“공자야, 무릎은 괜찮니?”
김진형은 내 의상을 들쳤다.
“괜찮아여!”
살짝 스치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나는 정말 괜찮았다.
나는 감독을 향해 말했다.
“공자 멀쩡해여!”
“어, 그래. 아, 시간이…….”
감독은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말했다.
“그, 이것만 찍고 좀 쉽시다.”
“네!”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럼, 다시 갑니다.”
촬영이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다시 원래 위치로 갔다. 김진형은 내 어깨를 살짝 토닥이며 돌아갔다.
솔직히 별거 아니었다.
‘빨리 끝내고 싶다.’
와. 내가 생각하고 내가 놀랐다.
‘나 이런 생각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는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이지, 코인의 힘이란. 놀라운 일이었다.
* * *
김진형은 슬쩍 공자에게 다가갔다. 스튜디오 구석에서 공자는 시트 위에 꽁꽁 묶여 있었다.
김진형은 쪼그리고 앉으며 덕수 씨에게 물었다.
“공자, 자요?”
“네.”
“피곤한가 보다. 잘도 자네.”
“평소랑 좀 다르긴 합니다.”
덕수 씨는 진지하게 말했다.
“자라고 해도 안 자는데, 오늘은 자는군요.”
김진형은 활짝 웃었다.
“그렇군요. 저 매니저님, 공자 사진 SNS 올려도 돼요?”
덕수 씨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공자는 SNS 안 하죠?”
덕수 씨는 진지하게 말했다.
“네. 아직 개설하지 않았습니다.”
“하면 좋을 텐데요. 하긴. 사실 이게 득실이 많긴 해요. 우리한테는 득이었지만요.”
김진형은 진지하게 말했다.
“저흰 인기가 없어서 홍보 수단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SNS 진짜 열심히 했어요.”
덕수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공자, 요즘 안 좋은 말이 많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