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08)
108
제일 먼저 소리친 건 정유진 씨였다.
“쌰, 이게 무슨 짓이에요!”
음, 갑자기 나오는 욕을 필사적으로 삼키셨군.
라이락 감독은 바로 일어나서, 두 손을 휘저었다.
“이런 식이면 안 됩니다!”
스탭이 범인을 향해 뛰어갔다. 물론 그 속에는 덕수 씨도 끼어 있었다.
정유진 씨가 내 볼을 확인했다.
“공자야. 괜찮니?”
“괜찮아여.”
뭐 맞은 것도 아니고, 스친 거뿐이었다. 나는 데굴데굴 구르는 빈 페트병을 바라보았다.
‘뭐, 평범한 페트병이네.’
안에 돌을 넣은 것도 아니고, 위험한 화학 약품도 없었다.
‘뭐, 그렇게 됐다면 큰일이지만.’
빈 페트병은 우발적인 범죄지만, 그건 계획 범죄잖아.
‘물론 처벌은 모르겠지만 말이야.’
덕수 씨가 범인을 잡은 모양이었다. 잡혀서 꿈틀거리는 놈을 구경하고 있는데, 정유진 씨가 나를 꽉 껴안았다.
“공자야. 보지 마.”
“거, 그 사람 퇴장시켜요!”
“이게 무슨 짓이야! 애한테!”
아니, 왜요. 저는 계속 보고 싶습니다.
나는 정유진 씨 원피스 천 사이로, 계속 범인을 바라보았다. 야구 모자를 쓴 중년 남자가 고래고래 외쳤다.
“범죄 저지른 놈 자식이, 저기서 영화 찍는 게 말이 되냐!”
아니, 누가 들으면 내가 진짜 둘째네 자식인 줄 알겠네.
‘진짜 둘째네 자식은 지금쯤 축구 경기 중일 텐데 말이야.’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적이가 이런 걸 당하는 건 바라지 않았다.
‘걘 진짜 어리니까. 이런 건 성숙한 내가 겪는 게 낫지.’
정유진 씨가 소리쳤다.
“아니, 그게 우리 공자랑 무슨 상관이야!”
출연자들은 같이 소리쳤다.
“맞아! 공자가 한 것도 아니잖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애한테!”
범인은 다시 소리쳤다.
“그쪽 핏줄이잖아! 야, 너! 네 어미랑 같이 꺼져!”
음, 따지고 보면 피가 통하는 건 아닌데. 엄마 양아들이니까.
‘우리나라가 입양한 아이도 같은 핏줄이라고 여기는 문화가 갑자기 생겼을 리는 없고…….’
아직 이 부분은 배타적이지 않나? 조금 이상한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뭐 이런 건가?
정유진 씨가 소리쳤다.
“공자는 입양아야! 드, 아이 씨!”
아이고, 정유진 씨. 욕하려다 또 막히셨군요.
그러자 범인의 몸짓이 멈췄다.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설마 했는데, 몰랐구나.’
와, 세상에 이런 일이.
‘내가 입양아란 걸 모르는 사람이 일으킨 참사인가, 이거.’
페트병을 던진 사람이 소리쳤다.
“뭔 개소리야? 입양한 자식에게 그렇게 잘해주는 엄마가 어디 있어!”
이건 또 무슨 뿌리 깊은 편견일까.
‘입양아한테 잘해주는 집 널리고 깔렸을 텐데?’
아니, 애초에 입양아도 자식이라고.
‘잘 키우는 분들 많아!’
저 사람,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군.
정유진 씨는 나를 더 꽉 껴안았다. 그때 라이락 감독이 두 팔로 엑스자를 그리며 말했다.
“30분 휴식하겠습니다!”
나이스 타이밍이었다. 라이락 감독은 앉아 있던 나를 들어 올리고, 대기실로 걸어갔다. 남아 있던 출연자들도 우르르 무대에서 내려갔다.
‘상황이 재미있게 돌아간다.’
지금쯤 기자들이 신나서 기사 올리겠지? 아마 꽤 화제가 되었을 거야.
‘그러면 좋지.’
이번 일은 더 달아오르는 게 좋았다.
감독은 나를 대기실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는 손을 꽉 잡았다.
“공자야, 괜찮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녜!”
“아니, 왜 이렇게 침착하냐. 놀랐을 텐데.”
그야, 진짜 괜찮으니까요.
“울어도 돼. 무서웠지?”
음, 별로 그렇진 않지만, 상식적으로 애라면 얼떨떨하겠지.
그렇다고 치자.
“조금 놀라긴 했어여.”
“아, 이 일을 어떡하지. 공자야. 저 사람 내쫓을 거야.”
뭐, 그렇겠죠.
“경찰 아저씨에게 넘겨여?”
“당연하지! 그 사람은 다시는 공자 앞에 못 나타날 거야!”
음, 페트병 가지고 접근금지 같은 거 받아지나? 처벌이 가능하긴 한가?
‘내가 어리니까, 될 거 같기도 하고…….’
뭐, 법적인 거야 시간이 걸릴 테고, 지금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다.
“공자 진짜 괜찮아여.”
“그럴 리가 있니. 공자야, 집에 가자.”
아니, 왜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공자 관객과의 대화, 끝까지 할 거예요.”
“그러지 않아도 된다. 너 간 거 다 이해할 거야.”
이해야 하겠죠. 하지만 말입니다, 감독님.
“괜찮아여.”
“공자야!”
“진짜예여. 음, 그 아저씨는 공자가 입양아인 거 몰라서 그런 거잖아여.”
순간, 감독의 눈에 안타까움이 섞였다. 나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아여. 마마가 공자에게 너무 잘해줘서 몰랐나 봐여.”
“공자야…….”
“마마가 공자 사랑한다는 건, 공자가 더 잘 알아여.”
나는 감독의 어깨를 토닥였다.
“마마 눈만 봐도, 항상 느끼는 걸여?”
나는 정유진 씨를 보면서 말했다.
“그래서 공자는 괜찮아여.”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휙 돌리더니,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어라.’
정유진 씨 어깨가 떨렸다.
‘아, 아니!’
물방울이 정유진 씨 팔목을 타고 내려왔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왜, 왜 우시지?’
정유진 씨는 훌쩍거리며 말했다.
“네, 네가 왜 이런 걸 겪어야 해. 분식 회계도, 입양아인 것도 다 상관없잖아.”
“울지 마세여!”
“흑, 아 진짜 짜증 나. 이렇게 착한데, 나쁜 놈들.”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서 정유진 씨 손을 꼭 잡았다.
“공자 괜찮아여.”
“네, 네가 어떻게 괜찮아. 페트병을 맞았는데!”
아니, 맞진 않았고 피하다가 스친 거뿐입니다.
정유진 씨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내 이마를 확인했다.
“이렇게 자국도 남고!”
음, 피 안 났으니까 흉터도 안 남을 거 같은데요. 그냥 스친 것 뿐인데.
정유진 씨는 대성통곡을 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휴지를 찾았다. 다행히 손 닿을 곳에 놓여 있었다.
나는 휴지를 뽑아서, 그녀에게 건네줬다.
“저, 선배님. 그냥 자국일 뿐이에여.”
“흐아아앙! 그러니까 그런 게 왜 생기냐고! 빌어먹을 놈들!”
휴지가 두 장 가지고는 모자랐다. 나는 몇 장 더 뽑아서 건네줬다. 정유진 씨는 눈가를 문지르며 계속 통곡을 했다.
“만만해서잖아! 솔직히 네가 진짜 성진 그룹 애였으면, 이런 일 없을 거잖아!”
아, 그럴 거 같긴 합니다. 어제 엄마도 그거로 열 받으셨는지, 시원하게 빠따 휘두르셨습니다.
“아니, 인간들 너무 한 거 아니야? 왜 너한테 그래! 우리 공자는 열심히 영화를 찍었을 뿐인데!”
휴지가 모자랐다. 라이락 감독님은 나에게 휴지 곽을 통째로 건네줬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뭐,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진짜 좋으신 분이네. 정유진 씨.’
아역을 이렇게 위해주시다니, 대쪽 같은 기개가 느껴졌다.
‘진짜 장군과 같은 의리다.’
정유진 씨는 내가 들고 있는 휴지를 뽑으며, 계속 훌쩍였다.
“아니, 던지려면 성진 그룹 그놈에게 하라고. 우리 공자에게 하지 말고!”
조금 동감했다.
‘하지만 말입니다.’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굉장히 화가 나셨나 봐여. 그런데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해여.”
“뭐가!”
“마마가 이런 일 안 당한 거여.”
우리 엄마 불도저 같이 화냈을 테지만, 은근히 여리거든요.
“공자야.”
“저, 감독님!”
나는 라이락 감독을 바라보았다.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감독이 눈을 깜박였다.
“공자 다시 관객과의 대화 나갈 거예여.”
“아니, 안 그래도 돼. 가도 된다, 공자야. 이거 그렇게 중요한 자리 아니야.”
아니, 800만 기념 자리인데 이게 왜 안 중요해요. 800만이 흔한가.
“할 거예여. 공자는 겁 안 나여.”
나는 정유진 씨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억울하지 않아여.”
“공자야.”
“진짜예여. 공자가 엄마 아들이라서 당하는 거면, 상관없어여.”
뭐, 재벌 집 양아들이란 왕관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왕관의 무게, 견뎌야죠.’
달면 삼키고, 쓰면 뱉겠습니까. 여태 좋은 거 많이 누려서 괜찮습니다. 충분히 할 만해요.
나는 씩 웃었다.
“할 거예여.”
그때, 덕수 씨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상황을 살피더니 딱 한마디만 했다.
“경찰에 넘겼습니다.”
음, 경범죄라서 금방 끝나겠지. 처벌을 받긴 하려나.
정유진 씨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웃으면서, 그녀의 손을 살짝 흔들었다.
“알겠어.”
정유진 씨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지고 싶지 않은 거지?”
음, 그렇기도 하죠.
“맞아, 공자야. 이럴 때는 지면 안 돼. 더 꿋꿋하게 보여야, 상대가 날뛰지 않아. 잘 생각했어. 그래. 나가자!”
그녀는 바로 돌아서서 말했다.
“감독님. 몇 분 지났어요?”
“시, 십 분?”
“바로 가죠. 관객과의 대화 빨리 해치우자.”
“네, 그런데 그 전에…….”
나는 작게 속삭였다.
“누나, 눈썹이여.”
“아!”
정유진 씨는 벽에 달린 거울을 보았다. 그러더니 화들짝 놀라서 한걸음 물러섰다.
“악! 엉망이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펑펑 운 덕분에, 메이크업 대부분이 번져 있었다.
“워터 프루프로 할 걸 그랬나. 그래, 공자야. 5분, 아니 10분 뒤에 나가자! 매니저!”
정유진 씨는 바로 대기실 문을 열고 매니저를 불렀다. 그러더니 바로 튀어 나가 버렸다.
나는 번개처럼 나가 버린 그녀를 보며, 조금 웃었다.
‘든든하다.’
덕수 씨가 다가왔다.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관객과의 대화 다시 나갈 거예여.”
“네. 알겠습니다.”
“엄마에게 연락해 주세여. 놀라셨을 거예여.”
덕수 씨는 내 이마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나는 방긋 웃었다.
“기껏해야 멍이에여.”
“연고를 발라야겠군요.”
“피했는데, 스쳤어여. 공자가 느렸어여.”
덕수 씨가 연고를 발라줬다. 나는 작게 속삭였다.
“다음번에는 피할 거예여.”
“아니요.”
덕수 씨의 낮은 목소리가 벽에 부딪혔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와. 덕수 씨.
‘각오를 다지셨나 보네.’
뭐, 이게 별거라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괜찮다니까여.”
“아니요. 이번 일은 공자를 지키지 못한 제 탓입니다. 가능성을 생각했어야 했습니다.”
아니, 페트병이 날아올 걸 어떻게 예상해요.
‘게다가 덕수 씨, 당신 경호원 아니잖아.’
보모로 들어오신 거 아닌가요.
“법적인 건 지금 사장님이 해결 중입니다.”
아. 경찰서에는 그분이 계시는군.
덕수 씨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마어마한 인상의 남자가 그러자, 형용할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순간 나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섰다.
‘솔직히 조폭이 복수 결심하는 거 같다.’
그래도 이게 이렇게 비장할 일은 아닌데?
하지만 덕수 씨는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아니, 왜 이렇게 심각해!’
그냥 해프닝에 가까운 일이라고요!
뭐라 할 말이 없어서 입술만 달싹일 때, 스탭이 들어왔다.
“출연진, 준비해 주세요. 그, 공자도 나가나요?”
아, 탈출할 수 있구나. 감사합니다. 나는 바로 대답했다.
“녜!”
나는 냉큼 라이락 감독 손을 잡았다.
“감독님 나가여!”
저는 이 비장한 분위기에서 도망가겠습니다.
“어? 으, 응.”
나는 라이락 감독 손을 잡고, 아예 끌고 나갔다. 정말이지, ‘관객과의 대화’가 절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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