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09)
109
서 사장은 3인용 소파에 누워서 넥타이를 풀었다. 정말이지, 하루가 길었다.
“아우, 죽겠다.”
그 모습을 봤지만, 마수정은 미동도 없었다. 그냥 1인용 소파에 인형처럼 앉아 있을 뿐이었다.
“수정아. 괜찮냐?”
“제가 괜찮지 않을 게 뭐가 있어요.”
얘 심각하네. 하긴, 공자가 그런 일을 당했으니까.
서 사장은 애써 말을 돌렸다.
“수정아. 나 경찰서에 누워서 진상 부렸다? 아니, 우리 애에게 흠집 낸 놈을 왜 훈방 조치하냐고!”
“그러게요. 그런데 그놈이 뭐래요?”
“뭐, 대한민국, 법치주의 운운하면서 자신이 한 일은 노동자의 권리라고 하던데?”
“뭔 개소리예요.”
“그러게. 그냥 공자에게 페트병 던진 거뿐이잖아.”
마수정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진짜 똥물에 튀겨 죽이고 싶어요.”
“내가 좀 알아 보니까 전적이 좀 있더라고. 이런 분탕질로 유명한 놈이야. 분노 조절 장애라나, 뭐라나. 뭐, 질 수 없지. 진상에는 진상이지.”
서 사장은 히죽 웃었다.
“내가 그냥 바닥에 누웠어. 우리 애가 이런 위협에 떨면서 자야겠냐고. 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순간 경찰들의 황당한 시선이 아직도 기억났다.
“잘하셨어요.”
“우리 애를 위해서 뭘 못 하냐. 어휴. 그런데 공자는 그 뒤에 관객과의 대화 다시 했다며?”
“네. 누구 아들인지, 훌륭하게 끝내고 왔어요.”
서 사장은 소파에서 웃었다.
“공자 담력이 장난 아니다. 어린애인데, 존경스럽네.”
“공자는 담력이 큰 게 아니에요. 그냥 주위를 배려한 거겠죠. 제 아들은 자신 때문에 일 그르치는 거 싫어하니까요.”
서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음, 공자가 그런 경향이 좀 있지. 하지만 수정아. 공자가 졸보였다면, 지금 쫄아서 구석에 있을걸. 애가 담력이 큰 것도 맞아.”
솔직히 보통 애가 아니었다.
‘너튜브 보니까, 장난 아니더라. 수정아.’
휴식을 가진 후에 다시 시작한 ‘관객과의 대화’는, 솔직히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 속에서 공자는 아무렇지도 않더라.’
똑똑하게 대답도 잘하고, 심지어 농담도 했다.
‘물론, 그것이 연기일 수도 있지.’
그런데 그것이 연기라고 해도 대단한 거 아니니, 수정아.
서 사장은 다시 눈치를 봤다. 마수정은 여전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자책하지 마라. 수정아. 네 탓 아니다.”
“제 탓 맞아요.”
“뭐, 기껏해야 뾰족한 질문 몇 개 받을 줄 알았지, 페트병이 날아올 줄 알았냐.”
“페트병이었죠. 그런데요, 막말로 그거 염산일 수도 있었잖아요.”
마수정은 마른세수를 했다.
“제가 안일했어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공자를 위험에 내보이면 안 되는 거였어.”
“야, 야.”
“제 실수예요. 착각했어요.”
그녀는 쓰게 웃었다.
“저, 알게 모르게 대우받았잖아요. 성진 그룹 딸이라서요.”
“그, 그렇긴 했지.”
“저는 공자가 제 아들이라서 당연히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 줄 알았어요. 공자 뒤에는 제가 있고, 제 뒤에는 성진 그룹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착각이었어요. 이걸 몰랐어요. 공자는 양아들이니까요. 성진 그룹 후광이 없는 걸, 저보다 나쁜 놈들이 더 잘 아네요.”
마수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대단해요. 대단해.”
“수정아…….”
마수정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엄마가 멍청해서, 우리 공자만 고생하네요.”
“야, 네가 왜 멍청해.”
마수정은 입술을 깨물었다. 서 사장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반응이 괜찮아.”
“무슨 반응이, 어떻게 괜찮은데요?”
“그, 있지. 아, 설명이 어렵네. 그냥, 봐라.”
서 사장은 급하게 스마트폰을 꺼내서 보여줬다.
[관객, 마공자에게 페트병 던져>-“그래도 어린아이인데!” 누리꾼들 힐난.
-도 넘은 화풀이, 이래도 되나.
[페트병 맞는 마공자, 그대로 중계돼.>-범인을 비난하는 실시간 채팅창.
-“마공자에게 너무한 거 아니냐” 분노 토로.
의외로 상식적인 기사가 많았다. 마수정은 이마를 짚었다.
“그래도 우리 공자 욕하는 사람 많겠죠.”
“없어. 그, 곰자분들 폭발하셨더라. 공자 그래도 애잖냐. 이건 정상이 아니야.”
“연예계가 언제 정상적이었다고요.”
“그래도 이건 아니지. 정치권도 난리더라. 의원 하나가 뭐라고 했대.”
“그쪽이야, 화제성 때문에 그러겠죠.”
그건 그거 나름대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수정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그,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다른 거로 공자가 호감이래.”
“애가 쓰레기를 맞았는데 왜요? 뭘 보고요?”
“아, 공자 깡 좋다더라.”
마수정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뭐예요.”
“공자가 담대한 걸 알아본 거지. 우리 공자가 이런 일이 닥쳐도, 갈 길 가잖아. 수정아. 공자 말이야,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더라.”
“그런 척하는 거겠죠.”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서 사장은 ‘관객과의 대화’를 하던 공자를 떠올렸다. 솔직히 연기하는 거 같지 않았다.
‘수정이가 도통 안 믿네.’
물론 현장에 있었던 건 아니니까. 그리고 뭐, 실제로 그렇더라도 엄마는 가슴 아픈 법이었다.
‘겪지 않아도 될 걸 겪었으니까 말이야.’
서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자는 집에서 어떤데?”
“잘 먹고 잘 자요. 덕수 씨가 꼼꼼히 보는데 괜찮대요.”
“역시 우리 공자 깡이 세.”
마수정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저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 음. 역시, 공자다.”
“뭐가 역시 공자예요. 애가 불안한데 저 때문에 티도 못 내는 거 같아요.”
마수정은 다시 마른세수를 했다.
“아, 왜 우리 애가 고생을 해야 해. 사장님, 저 그냥 둘째 놈을 파묻을까요?”
“수정아.”
“빠따 한 번으로 안 되네요.”
“너 실제로 때리진 않았잖아.”
마수정은 손을 내렸다. 힘을 잃은 팔이 툭 떨어졌다.
“그놈이 도망갔어요.”
“그러다 넘어져서 발목 나갔다며.”
“네. 그 뒤에 사모님이 오셔서요.”
“그, 뭐라 하시던?”
“이왕 할 거, 제대로 하라던데요. 분식 회계 일 처리 때문에 바쁘거든요.”
서 사장은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판 깔아주셨네. 하지 그랬어.”
“대신 둘째 놈 죽으면, 제가 회사 일 해야 한다고 해서요.”
저런.
서 사장은 마수정을 힐끔 바라보았다. 솔직히 사모님께서 말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말 하면 안 되겠지.’
마수정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서 사장은 심심한 위로를 건넸다.
“공자 무사하고, 너 일도 다 끝났잖아.”
“아, 마무리 다 했죠.”
“그럼 됐지.”
“그 개자식. 이틀만 참지.”
서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뷰 기사, 이틀 뒤에 나온다고 했지?”
“네. 재단 준비 다 했어요.”
“그 기자들, 성진 그룹 쪽 기사 잘 쓰는 애들이라며? 사모님이 웬일이냐. 잘 붙여줬네.”
마수정이 소파에 몸을 파묻으며 중얼거렸다.
“빠따 또 휘두를까 봐 그랬겠죠.”
서 사장은 눈을 깜박였다. 마수정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신이 알기로는 성진 그룹 여사님께서는 철저하게 계산적인 사람이었다. 굳이 회사 쪽 인물을 쓸 이유가 없었다.
“수정아. 그 여사님, 혹시 공자 좋아하냐?”
“네?”
“아니. 여사님이 자기 곳간 열어주는 거 말이다, 흔한 일 아니잖아.”
마수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요.”
“은근히 마음에 들어 하는 거 아니야?”
“공자랑 사모님 만난 일 자체가 별로 없는데요?”
“혹시 아냐? 공자가 귀여워서 가끔 보러 왔을지?”
마수정은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해요.”
“음,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하여간 너무 자책하지 마. 일은 다 해놨잖아.”
“제대로 세워놨어요. 돈 관리도 철저하게 할거고요. 앞으로 성진 그룹 일로 힘들어지진 않겠죠.”
“그러게. 이제 공자 하면 자선 재단이 먼저 떠오를 테니까 말이야. 그런데 수정아, 네가 워낙 넉넉하게 살아서 걱정 없겠지만 말이다. 공자는 괜찮대?”
“뭐가요?”
“자선 재단이면 돈 많이 들잖아. 버는 돈 대부분이 거기 간다는 거, 아직 알 만한 나이 아니잖아.”
마수정은 공자를 떠올렸다. 자신의 천사는 기부는 오히려 환영했다.
“괜찮은 거 같았어요. 음, 공자는요, 연기만 할 수 있으면 괜찮나 봐요.”
“어이구야.”
“가끔은 천상 배우처럼 느껴져요. 마인드 자체가 저보다 더 단단해요.”
“희한하네. 천재들은 다 그런가.”
마수정은 조금 웃었다.
“그냥 우리 공자가 천사라서 그런 거 같아요.”
“아니, 뭐. 그래도.”
“저 들어가요. 공자 껴안고 자야겠어요. 애가 담담해도 놀랐을 테니까요.”
“그래. 가라.”
마수정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사라졌다. 서 사장은 배웅하고 나서,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는 천장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공자 그 녀석은 무슨 배우 전설 보는 거 같단 말이야.”
서 사장은 소파에서 반 바퀴 돌아누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공자가 신기했다.
‘수정이 아들이라서, 돈의 소중함을 모르나.’
그렇다고 딱히 뭐 사달라는 건 본 적이 없었다. 돈을 쉽게 생각하는 모습도 못 봤고.
‘오히려 수정이가 옷 같은 거 너무 많이 사면, 말리는 거 같던데?’
생각해 보면 애가 뭘 보채는 것도 못 봤었다.
‘돈이 귀한 걸 모르는 거 같지는 않은데…….’
참 신기한 애였다.
‘그런 애가 연기만 할 수 있으면 괜찮다고?’
서 사장은 소파에서 비적비적 일어났다.
‘좀 이상한데?’
서 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그냥 연기에 미친 놈은 아니겠지?”
스스로 내뱉고 동시에 놀랐다. 서 사장은 누가 들을까 봐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마수정은 집에 가고 없었다.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저렇게 귀엽고 깜찍한 애가, 연기에 미쳤다니. 아직 세상도 다 모르는 앤데. 그럴 리 없지.
‘그런데 왜지?’
서 사장은 팔짱을 꼈다.
‘내 감이 알려주는데, 그게 맞다고.’
그는 한참 동안 눈만 깜박였다. 그리고는 결국 고개를 저었다.
“뭐, 감이 안 맞을 수도 있지.”
그래, 그럴 거야.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소파에 누웠다.
* * *
“공자야, 우리 어디 가는지 아니?”
엄마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여.”
엄마는 웃으면서 계속 운전을 했다. 나는 눈을 깜박이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출근길이라서 차가 좀 막혔다.
‘어디 가는 걸까.’
일어나니, 엄마는 오늘 외출을 하자고 했다.
‘음, 그러고 보면 오랜만이네.’
성진 그룹 분식 회계 때문에, 외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뭐, 일하러 나가기만 했었지.’
나는 앞자리를 힐끔 바라보았다. 운전석에 앉은 엄마는 왠지 신나 보였다.
“무섭지 않아? 이상한 곳 갈 수도 있잖아.”
음. 옷가게라면 나름대로 무섭습니다, 어머니. 하지만요.
“공자는 마마랑 함께 가면 어디든 좋아여!”
내 대답에 엄마는 활짝 웃었다.
“내 천사. 어쩜 이렇게 예쁜 말만 할까. 공자야. 엄마도 마찬가지야.”
엄마는 핸들을 돌리며 말했다.
“공자랑 함께면 어디든 좋아.”
나는 방긋 웃었다.
솔직히 조금 궁금하긴 했다.
“그런데 우리 어디 가여? 시상식 가여?”
뭔가 의상이 심상치 않았다. 나는 내가 입은 옷을 슬쩍 내려다봤다. 나비넥타이가 있는, 턱시도였다.
‘이 얼굴이라서 훌륭하게 소화하긴 하지만요.’
그런데 이 시기에 여는 시상식이 있나?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엄마가 물었다.
“기대해도 돼, 공자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