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1)
011
나는 상황을 천천히 되짚어 봤다. 그때 엄마는 나로 인해 아주 깊은 감동을 받았었다.
‘설마 그거인가?’
깊은 감동을 줘야 해?
‘어렵다, 진짜.’
감동이란 게 그렇게 쉽게 오는 건 아니라고.
‘이건 내가 배우라서 잘 알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라. 감동적인 작품 꼽아보라고.
‘아마 드물걸.’
수많은 작품이 하루에도 몇백 개 쏟아지지만, 겨우 손가락 하나하나 꼽으며 세야 하는 게 그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힘들어, 힘들어.’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정리 좀 해보자!’
나는 누구인가.
‘마공자. 아기.’
여기는 어디인가.
‘재벌 3세 여배우 마수정의 집.’
제일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내게 남은 숙제가 뭐지?’
나는 짤막한 손가락을 하나 접었다.
‘하나, 엄마의 건강.’
결코, 죽게 하지 않아!
기필코 건강하게 만들 거다!
자,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코인을 모아야지.’
30,000개라는 엄청난 개수를 모아야 했다.
‘일단 그렇다 치고, 넘어가자.’
나는 심호흡을 하며, 손가락 하나를 더 잡았다. 아직 세밀한 발달이 안됐는지, 중지까지 같이 접혔다.
‘둘. 나의 꿈.’
연기, 영화. 톱스타.
나는 팔다리를 파닥거렸다.
‘뜰 거다, 기필코 뜰 거다. 떠서 영화사에 내 이름 콱콱 받을 거다.’
나는 할 수 있어!
이 얼굴이면 가능해! 누가 대본을 안 주겠어!
‘어떤 작품도, 그 어떤 역할도 나올 수 있어!’
나는 촬영장에서 대기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아무리 노력해도 주연이 될 수 없었다. 곁눈질하며 쳐다봐도 그 자리까지는 전혀 닿지 않았다.
‘실력으로 하면 당연히 할 수 있었지.’
누군가가 나를 주연으로 써주기만 한다면 연기력으로 보답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될 기회도 몇 번 있긴 했었어.’
하지만 이 얼굴을 보면, 오던 투자자들도 바로 도망갔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일은 없어.
‘이 얼굴이면 할 수 있으니까!’
도망가던 투자자도 내 얼굴을 보면 달라붙겠지.
흥분했더니 얼굴에 열이 올랐다. 나는 작은 손바닥으로 부채질을 했다.
‘유명해져야 해.’
하지만 어떻게? 언제? 지금?
툭-
팔이 떨어졌다. 나는 눈살을 찡그리며 내 손을 바라보았다.
‘작고, 미숙해.’
중지는 펴질 생각을 안 했다. 이토록 나는 아직 작은 아기였다.
‘이 손가락만큼 아직 시간이 필요하긴 해.’
언젠가 연기는 하게 되겠지.
하지만 말이다.
‘나는 더는 기다리고 싶지 않아.’
그러기에는 참아왔던 시간이 너무 길었다.
게다가 상황도 좋았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빨리하면 안 되나?’
나는 전생을 떠올렸다. 아역 출신 중에도 부모님이 연예인인 경우가 꽤 있었다.
‘뭐, 연예인도 대물림이냐고 욕은 먹지만…….’
그들이 출발선이 일반적인 사람보다는 유리한 건 사실이었다.
‘나는 이제 마수정 아들이지.’
인지도 측면에서는 이거 굉장히 유리한 거 아닌가?
씩 웃음이 나왔다.
‘게다가 나한테는 코인이 있어.’
목표는 바로 나왔다.
“뿌아우야아!”
유명해진다!
지금, 바로.
‘그러기 위해서는 코인을 써야지.’
그때 고아원에서 배우 마수정과 촬영한 것처럼, 이걸 사용하면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물론 대가가 있지만.’
순간, 한숨이 나왔다.
“뿌아아.”
젠장.
‘대가는 그렇다고 쳐도, 또 코인을 막 쓸 수는 없어.’
30,000개로 엄마를 건강하게 해야 하니까.
‘이걸 써야 뜨는데, 또 모아야 하긴 하네.’
그때였다.
갑자기 눈앞에서 자막들이 올라왔다.
[당신의 귀여운 얼굴을 본 사람1이 좋아합니다.> [러브 앤 피스 코인1 증가합니다.> [당신의 귀여운 얼굴을 본 사람2이 좋아합니다.> [러브 앤 피스 코인1 증가합니다.> [당신의 깜찍한 얼굴을 본 사람1이 좋아합니다.> [러브 앤 피스 코인1 증가합니다.> [당신의 귀여운 얼굴에 영감을 받은 사람 1이 좋아합니다.> [러브 앤 피스 코인1 증가합니다.> [당신의 귀여운 얼굴을 본 업자1이 좋아합니다.> [러브 앤 피스 코인1 증가합니다.> [당신의 귀여운 얼굴을 본 홍보팀원1이 좋아합니다.> [러브 앤 피스 코인1 증가합니다.>글자가 미친 듯이 올라왔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뭐야, 왜 이러는데?’
읽을 새도 없었다. 자막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지러워서 외쳤다.
“뿌아, 뿌뿌, 뿌우뿌!”
자막 잠시 가리기!
[당신의 귀여운 얼굴을 본 마수정 팬2: 하악하악이 좋아합니다.> [러브 앤 피스 코인 1 증가합니다.>이 자막을 끝으로 눈앞이 점점 트였다. 나는 깨끗해진 시야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이런 기능도 있었어?’
난 왜 몰랐지.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야.
“뿌아이, 뿌어어!”
코인이 늘었다!
‘누군가가 갑자기 나를 많이 봤다는 건데?’
내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일이 있었나?
‘아, 맞아.’
사진 촬영.
‘그때 성진 그룹 자선 사내 홍보 사진이라고 했었어.’
아하.
씩 웃음이 나왔다.
‘내가 왜 생각을 못 했지?’
엄마의 건강과 배우로서의 성공.
두 목표는 대척점이 아니었다.
‘코인 써서 일단 유명해지면 되잖아.’
유명해진 다음에 코인 모아서 엄마를 건강하게 만들면 되는 거고!
나는 짤막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두 개가 하나라면 간단하지!’
나는 목표를 하나로 합치듯 두 손을 모았다.
“쀼아아뿌아!”
유명해진다!
지금 바로!
나는 바로 엄마를 돌아보았다. 엄마는 나를 보며 생긋 웃었다.
나는 이용할 건 다 이용하는 사람이었다.
‘배우 마수정의 아들.’
이걸 이용하는 건 간단했다.
‘일단 쉬운 거부터 가자!’
“쀼쀼, 뺘쀼, 쀼야우! 쀼!”
러브 앤 피스 코인 사용!
[러브 앤 피스 코인을 어떻게 사용하시겠습니까?>“쀼뺘뿌우퓨, 쀼뺘, 쀼뺴, 쀼유!”
엄마랑 찍은 자선 사진 사람 많은 사이트에 올려줘!
[성진 그룹 자선 사내 홍보 사진이 사람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지려면 코인 2개가 필요합니다. 실행하시겠습니까?>와. 코인 가격 한번 저렴하네.
‘코인 수까지 적으면 두고 볼 필요 없지.’
“피빠!”
실행!
[10시간 이내에 실행됩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부작용으로 한 달 동안 배우 마수정 성격이 좀 더 당당해지고 뻔뻔해집니다.>어라.
‘무슨 부작용이 이렇지?’
아니 애초에 이게 부작용일 수 있어? 기준이 뭔데?
나는 눈을 깜박였다.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때, 엄마가 나를 불렀다.
“공자야.”
나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 엄마는 내 옆에 누워서, 내 등을 토닥였다.
‘새삼스럽지만 아름다우시군.’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배우 마수정.
영화계에서 소문이 자자한, 화끈한 성격 아니었어?
‘자막아, 뭐라고 하는 건 아닌데 말이야. 우리 엄마는 원래부터 성격이 당당하고 뻔뻔하지 않니?’
그런데 여기서 더?
나는 환하게 웃었다. 엄마는 내 미소를 보며 같이 웃었다.
‘뭐, 괜찮겠지.’
고작 한 달 동안이니까.
음, 그렇겠지?
나는 배시시 웃었다. 난 그렇게 생각을 뒤로 밀었다.
* * *
엄마는 내 옷장을 뒤적거렸다. 나는 요람 난간을 짚고 서서, 엉덩이를 내렸다가 들었다.
‘아, 진짜!’
다리에 또 힘이 풀렸다. 그럭저럭 푹신한 매트가 깔려 있어서 충격은 없었지만, 다리 힘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좀 잘 움직여라.’
나는 다시 난간을 잡고 다리에 힘을 줬다.
그때였다. 엄마는 신음을 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으아아아! 왜 사자가 없지!”
음? 사자라.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내 팔을 바라보았다. 하얀 털이 복슬복슬했다.
‘그러니까, 이거 토끼인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동물 옷이지?’
고개를 밑으로 내리면 끔찍할 정도로 깜찍한 옷이 보였다.
‘귀여워서 입힌 거겠지?’
하지만 왜일까.
‘그냥 옷이긴 하지만…….’
오늘 아침에 처음 입었지만, 왠지 오랫동안 입게 될 거 같은데요. 기분 탓일까.
엄마의 신음에, 안산댁이 들어왔다.
“어머, 아가씨 왜 그러세요!”
“사자가 없어!”
“어, 있을 텐데? 아, 여기 있네요! 제가 갈아입힐게요!”
이런. 토끼에서 사자로 바뀌네.
뭐, 이 얼굴이면 뭐가 안 어울리겠어요. 나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빠아!”
“어머, 귀여워! 자, 공자야. 사자 옷도 입어 보자.”
안산댁은 착착 옷을 갈아입혔다. 나는 갈기가 있는 후드티를 뒤집어쓴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자막이 올라왔다.
[당신이 귀여운 옷을 입은 걸 본 안산댁이 기뻐합니다.> [러브 앤 피스 코인 1 증가합니다.> [총 코인: 1,021>아, 정말 귀여웠나 보다.
‘하긴 이 얼굴이면 뭐가 안 어울리겠어.’
엄마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공자야!”
“빠아!”
네, 엄마.
“엄마가 어제 결심했어. 지금, 집주인 만나러 갈 거야.”
엥, 웬 집주인?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홍색 벽지를 바른 방은 꽤 크고 넓었다.
‘어라, 엄마? 이 집, 자가 아니었어요? 설마 이 성북동에 월세로 사는 거였어요?’
재벌 3세인데?
안산댁은 나를 안으며 말했다.
“아가씨, 집주인이라니요.”
“맞잖아.”
“사모님을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웬 사모님? 아.
답은 금방 풀렸다.
“아가씨 어머님이시잖아요! 그렇게 부르시는 거 아시면 경을 치실 거예요!”
아하.
엄마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응. 그러니까, 집주인.”
“아가씨! ”
“나 내놓은 자식이잖아. 아, 차라리 내놓으려면 아예 쫓아낼 것이지. 왜 못 나가게 하는 거야!”
“아가씨!”
“안산댁, 소리 지르지 마. 공자 놀랄라. 아, 그러니까 공자야. 엄마가 말이야. 집주인 만나러 가는데, 아무래도 우리 공자도 가야 할 거 같거든.”
아, 뭔지 알 거 같았다.
‘날 인사 시키려고 하는 거구나.’
하긴, 명색이 할머니인데 만나러 가야지.
엄마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했다.
“생각 같아서는 쌩까고 싶지만 그러면 내가 없을 때, 우리 공자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로 보낼 거 같아서 말이야.”
“아가씨, 쌩깐다니요! 아기 들어요!”
“아, 미안. 공자 앞인데 좋은 말 써야지. 공자야! 미안해. 잊으렴!”
……이미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모녀 사이가 별로 안 좋나?’
엄마는 나를 안아 들었다.
“다행히 엄마가 집주인을 설득하는 법을 알거든. 쇠뿔도 단김에 빼야지. 갔다 올게.”
아, 이 화끈한 성격.
“아가씨, 사모님이 좋은 말씀 안 하실 텐데요! 공자는 두고 가시는 건 어때요? 혹시 모르잖아요.”
“안 돼. 이 계획에는 공자가 필요해. 그리고 단번에 끝내는 게 나아.”
정말 우릴 싫어하시나 보네.
엄마는 내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공자야 조금만 참자. 딱 한 번이면 돼.”
“아가씨!”
“이유경 일도 있어서 하루 종일 고민했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이게 나은 거 같아.”
엄마는 날 안고서 숨을 들이켰다.
“못된 집주인을 상대하려면, 역시 또라이가 되는 게 제일 좋겠지?”
안산댁은 이마를 짚으며 외쳤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또라이라니요!”
“집주인을 맨정신으로 상대할 수 없으니까 그렇지. 음, 술이라도 마실까?”
“아가씨!”
“괜찮아. 안 먹어. 술 끊었는걸. 나 철저한 거 알잖아. 오늘 아침 공자 보면서 좋은 계획을 짰어.”
안산댁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무슨 계획인데요?”
“노래를 한 곡 부를까 해.”
“네?”
“나 뮤지컬 영화도 찍었잖아. 나 의외로 노래 잘해.”
안산댁의 눈동자가 떨렸다.
“아, 아니. 아가씨. 사, 사모님 앞에서요? 노래를 부른다고요?”
“응. 집주인 얼굴 보는 거 더럽게 퍽퍽한데 노래라도 불러야지. 우리 집주인, 보통 또라이가 아니면 대면도 못 하잖아. 아예 돌아버려야 겨우 말 좀 얹을 수 있을걸?”
“아니,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가뜩이나 괄괄하신 분이 더 이상해지셨잖아요!”
“내가? 괜찮아. 괜찮아.”
“뭐가 괜찮아요!”
엄마는 나를 달랑 들어 올렸다. 나는 엄마 품에 안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변했다고?
‘혹시, 이거 부작용?’
나는 엄마를 올려다보았다. 엄마는 입술을 꽉 다물고 성큼성큼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전쟁 치르러 가는 여전사 같았다.
‘부작용이 당당하고 뻔뻔해지는 거였는데.’
걸음에 맞춰 내 후드티에 달린 갈기가 흔들렸다.
뭐, 괜찮지 않을까. 엄마는 아름다우니까 말이야! 그래! 괜찮을 거야!
‘음, 그나저나 할머니는 어떤 분이려나.’
나는 일부러 다른 생각을 하며, 어색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