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12)
112
그게 그렇게 힘든 거였나.
‘그거 유치원생도 바로 따라 하잖아.’
마공자 녀석은 그때 무릎을 꿇었었다.
‘그, 그렇긴 하지.’
뭐든지 잘하는 녀석이 괴로워하는 건 썩 보기 좋았다. 엄청나게 웃자, 놈은 한숨을 내쉬었다.
‘연습하면 되겠지.’
‘잘해봐라.’
‘그, 그래.’
‘액션은 그렇다 쳐도, 일단 드리블이라도 익혀봐라. 수비는커녕 나가지를 못하네.’
‘크읍!’
마공자 녀석은 은근히 놀리는 재미가 있었다. 마적은 재밌는 기억에 씩 웃으며, 신문을 넘겼다.
그때였다. 갑자기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서재에 웬일이니?”
마적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같은 집에 살지만, 잘 보지 않는 사람이 문가에 서 있었다.
“하, 할머니!”
“소리치지 마라. 나 귀 안 먹었다.”
마적은 서둘러 변명했다.
“찾을 게 있어서요. 그런데 신문에 이 녀석이 있어서…….”
“마공자?”
“네.”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들어와서, 자리에 앉았다.
“기사 읽었니?”
“반쯤요.”
“이거 후속 기사다.”
후속 기사가 뭘까. 할머니는 마적의 표정을 읽으며 설명했다.
“앞에 나온 기사가 영향력이 있으면, 뒤에 내용을 보완하는 기사도 나와.”
아.
“공자 기사를 사람들이 많이 보나 봐요.”
“이 잡종에게 관심이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지만, 그렇긴 하더구나.”
마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관심은 당연히 많겠죠.”
“뭐?”
“영화도 찍고 CF도 나오잖아요. 드라마도 인기 많고요. 저 학교 가면 얘 싸인 받아달라는 말, 수없이 들어요.”
할머니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솔직히 귀엽잖아요.”
“원래 잡종이 어릴 때는 귀엽지.”
“요즘 많이 컸는데, 그래도 귀엽던데요.”
마적은 솔직하게 말했다.
“진짜 다 좋아해요. 그런데 이 녀석이요, 좀 웃겨요.”
탁-
할머니는 탁자를 두들겼다. 심각한 얼굴이었다.
마적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할머니가 바로 대답을 강요했다.
“말해라.”
“네?”
“뭐가 웃기다는 거지?”
이걸 꼭 말해야 하나. 마적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싸인이 없대요.”
“뭐?”
“그렇게 인기 많은데, 여태 안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걔 방에서 싸인 만들었어요.”
스마트폰으로 연예인 싸인을 보면서, 그럴듯한 걸 만들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지렁이가 기어 다니는 거 같았다.
‘생각해 보니까 마공자 그 녀석, 손재주도 없어.’
그 녀석, 설마…….
‘연기 외에는 다 별로인 거 아닌가?’
체력 조금 있는 거 외에는?
하지만 들리는 얘기도 그렇고 그 녀석은 완벽하다는 평이었다.
마적은 지렁이 같던 싸인을 떠올렸다. 연습해서 그럴듯해지긴 했지만, 분명 뭐든 잘하는 애는 아니었다.
마적은 솔직하게 말했다.
“뭔가 어설퍼요.”
“그래?”
“솔직히 그게 좀 귀여워요.”
말하고 아차 싶었다. 할머니는 그 애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라?’
하지만 할머니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은은하게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서, 설마. 할머니, 웃는 거야?’
할머니가 웃을 수도 있는 사람이었나?
‘아니, 뭐. 신이 형 앞에서는 자주 웃지만…….’
자신 앞에서는 저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본 적 없었다.
“그놈이 좀 귀엽긴 하지.”
마적은 서둘러 칭찬했다.
“제 형인 줄 알아요. 뭐 먹어라, 씻으라고 잔소리 엄청나게 해요.”
“조금 살갑긴 하지.”
“먹을 거 엄청나게 챙겨줘요. 운동하는 애는 이런 거 먹어야 한다면서, 무슨 식단표를 가져와서는…….”
아주머니가 차려주기도 했지만, 그 험악한 보모가 자주 끼니를 챙겨줬다.
‘솔직히 맛있어. 항상 다 같이 먹고.’
고모가 있으면 고모와, 아니면 그 험악한 보모와. 아무도 없으면 일하는 아주머니가 맞은편에 앉아줬다.
별채는 항상 따듯했다.
그래서일까.
‘본채에서 먹는 거보다 즐거워.’
엄마랑 밥 먹으면 항상 뺨 맞는 게 일이었는데.
마적은 고개를 조금 숙였다. 벌써 별채로 건너가고 싶었다.
“거기서 잘 먹나 보구나.”
“할머니, 저 별채가 좋아요.”
“잡종이랑 너무 놀지 마라.”
마적은 고개를 저었다.
“착한 애예요.”
할머니는 말이 없었다. 마적은 할머니가 틀림없이 화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들린 소리는 굉장히 의외였다.
“그 녀석이 착하긴 하지.”
어라.
마적이 고개를 들자, 할머니가 말했다.
“신문 두고 나가라. 나도 아직 못 읽었다.”
“네? 네.”
“둘째네에게 말해놓으마.”
마적은 눈을 깜박였다.
‘둘째라면, 엄마?’
무슨 말을 한다는 거지?
마적이 나가질 않자, 할머니가 다시 말했다.
“가서 밥 잘 먹는다고 할 테니까, 이제 나가라.”
마적은 서둘러 다리를 움직였다. 지금 들은 게 믿기지 않았다.
‘별채에서 밥 먹게 해주신 거 맞지?’
처음이었다.
‘내 말 들어주신 거.’
사실 단둘이 얘기한 것도 난생처음이었다.
그래서일까. 마적은 서재 손잡이를 잡고 말했다.
“가, 감사합니다.”
할머니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적은 서재 문을 열고 나갔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복도에 주저앉았다.
‘와, 믿기지 않아.’
할머니가 왜 이렇게 유하지?
‘그런 사람이 아닌데?’
할머니는 도깨비나, 괴수나, 루시퍼 같은 사람 아니었나?
‘왜, 왜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한 가지는 느꼈다.
‘서, 설마 공자 좋아하시나?’
머릿속에 그 인형 같던 얼굴이 떠올랐다.
‘틀림없어.’
할머니, 마공자 좋아해.
‘와, 씨.’
마적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무서운 자식.”
외모와 연기 외에는 잘하는 게 없는 줄 알았는데, 하나 추가였다.
‘친화력 극강이야.’
마적은 고개를 저었다. 정말이지, 굉장한 초능력이었다.
* * *
‘제가 왜 모노드라마를 한다고 했죠?’
나는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스스로 팔을 들었다.
덕수 씨가 물었다.
“공자, 왜 그러나요?”
“스스로를 벌주고 있어여.”
내가 내 무덤을 팠다.
‘솔직히 생각을 못 했어.’
모노드라마는 대본이 귀했다.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모노드라마가 몇 개 없으니 당연히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아동극은 더 없지.’
솔직히 아동극은 모험, 우정, 교훈 아니던가.
‘하지만 모노드라마는 보통 심층적인 게 많으니까.’
하긴 어떤 작가가 아이 한 명에게 저 모든 역을 맡길까.
‘진짜 생각지도 못했다.’
덕수 씨가 손을 들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공자가 스스로 재앙을 불러왔어요.”
“공자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가서 복사도 해왔지 않습니까.”
“네. 대본 겨우 구했어여.”
나는 종이 더미를 힐끔 바라보았다.
‘10분 정도로 아주 짧지만…….’
혼이 나갈 거 같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덕수 씨는 내 팔을 잡고 살짝 내렸다.
“이렇게 자책하지 않아도 됩니다. 공자는 잘하고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대본이 문제가 아니에여. 이건…….”
나는 다시 팔을 들었다.
“연기력을 요구해여.”
벅차.
‘진짜 미치도록 힘든 연기다.’
무대에 홀로 선다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습니까?”
“장난 아니에여. 이 연극은 소품도 없어여. 하지만 공자는 표현해야 해여.”
대본에 있는 연기. 그냥 차를 우려서 따르는 별거 아닌 행위였다.
“바로 다도 배우려고여.”
대본 배경은 유럽이라서 홍차지만, 난 아직 어리니까 녹차가 좋겠지.
“마수정 씨가 알고 계실 거 같습니다.”
“엄마는 소양만 안대여. 선생님 불러주신다고 했어여. 그런데 다도를 해야 할지도 사실 잘 모르겠어여.”
이 연극에 다도가 과연 도움이 될까.
‘애초에 다도도 깊은 학문이지.’
지금 배워서 하는 건 흉내 내기에 불과할 테지만 말이야.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걱정하느니, 이럴 때는 걱정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낫지.’
나는 대본을 펼쳤다. 짧은 단막극이어서인가, 대본은 바로 익혔다.
‘문제는 이걸 고쳐야 하는 건데…….’
음, 이런 건 극작가의 영역이긴 하지만 나 홀로 하는 거니 상관없나?
‘문제는 내 손이야.’
나는 손을 쥐었다가 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글씨가 능숙하지 않았다.
‘글씨가 개발새발이야.’
읽는 건 빠르지만, 쓰는 건 영 아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덕수 씨를 붙잡았다.
“선생님, 글씨 좀 써주세요.”
“어떤 걸 말이죠?”
“대본을 고쳐야 할 거 같아여.”
뭐 이대로 서양풍이어도 상관없지만, 다도를 배운다면 잘 고쳐야지.
“그, 그렇습니까.”
“다도 배우면 다시 고쳐야 할지도 몰라여. 그래서 미리미리 다듬어두려고여.”
나는 배시시 웃었다.
“연극은 이런 게 즐거운 거 같아여. 고칠 수가 있어여.”
“드라마나 영화는 힘듭니까?”
“음, 배우가 대본을 바꾸는 건 어렵져.”
각자의 영역이 있는 법이니까.
“사실 연극도 마찬가지지만, 이건 공자 혼자 하는 거니까여.”
그냥 조촐한 무대 위에서 혼자 하는 모노드라마였다. 연출과 작가가 없으니, 할 수 있는 자유였다.
덕수 씨가 담담하게 말했다.
“공자는 어렵다고 자책하지만요.”
“녜.”
“즐거워 보이는군요.”
어라.
‘들켰네.’
나는 활짝 웃었다.
“연극 꼭 해보고 싶었거든여!”
뭐, 전생에서는 많이 해봤지만 말입니다.
‘이 몸으로 하는 건 처음 아닙니까.’
게다가 관객들이 동료 배우와 기자들 아닙니까.
‘잘해야죠.’
솔직히 다른 의미로 실수가 용납되지 않았다.
‘뭐, 어려서 봐줄 수도 있지만.’
배우인 마공자는 이미 프로 아닌가요.
엄마가 애써서 만들어준 자리였다. 내가 재단을 운영하려면, 첫 단추부터 잘 끼우는 게 중요했다.
‘배수진을 치자!’
잘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반드시 성공하게 해야 했다.
바로 대본을 펼쳐서 덕수 씨에게 보여줄 때였다. 갑자기 문이 열렸다.
살짝 돌아보자, 조금 놀랐다.
‘아, 할머니네.’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은 채, 내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밝게 웃으며 쪼르륵 달려갔다.
“안냐세요!”
할머니는 감정 없는 눈으로 날 보다가,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는 손을 한번 휙 그었다.
‘덕수 씨에게 나가라는 거지.’
얼굴은 험악하지만, 눈치는 빠른 덕수 씨는 즉시 문밖으로 나갔다.
탁-
문이 닫히자마자, 할머니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정수리 냄새를 한껏 들이마셨다.
하아하아-
여전히 위험한 소리였다.
“너…….”
할머니가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
“컸구나.”
나는 활짝 웃었다.
“녜! 키가 많이 컸어여.”
나는 할머니 옆에 섰다.
“벌써 이만큼 왔어여! 공자 쑥쑥 커서, 힘도 세지고 싶어여!”
액션 연기 빨리 하고 싶습니다.
‘물론 열심히 해야겠지만…….’
몸이 생각보다 잘 움직이지 않았다.
‘신체는 건강한데, 다루기가 어렵다니. 아이러니하다.’
정 안 되면 코인을 써야 하나.
이런저런 고민을 할 때였다. 할머니는 내 정수리 냄새를 한 번 더 들이마셨다. 그러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
“힘 세져서 뭐 하려고?”
“움…….”
나는 배시시 웃었다.
“업어드리고 싶어요!”
“네가, 설마 나를?”
“녜!”
음, 너무 눈에 띄는 아부인가.
살짝 고민할 때였다. 할머니 볼이 미미하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