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13)
113
어라.
‘이거 먹히는구나.’
음, 이 외모 탓일까. 역시 이 얼굴은 매우 유용했다.
‘하긴, 세상에 아부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
할머니는 쌀쌀맞게 말했다.
“별말을 다 하는구나.”
음, 은근히 좋아하시는 거 같은데요.
“그런데 공자 몸이 약해여.”
“무슨 말이지? 몸에 문제가 있어? 하여간 잡종은 이래서 안 된다니까. 품질 보증서가 없잖아.”
저기요, 할머니.
‘내 인권이 애완동물까지 내려가네. 보증서라니, 제가 도자기입니까?’
애초에 강아지도 순종 애들이 더 취약합니다. 개는 시골 개가 제일 튼튼해요. 걔네들은 사람 먹는 밥 먹어도 장수한다고요.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할머니는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뭐, 불만 있어?”
아주 많습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강해지겠다는 얘기예여. 누나는 사람 말을 이상하게 들어여.”
반성 좀 하셨으면. 우리 친해졌잖아요. 언제까지 잡종 운운입니까.
“허.”
“공자 강해져서, 누나 꼭 업고 다닐 거예여.”
나는 양팔을 가로로 쭉 뻗었다가 오므렸다.
‘두고 봐요.’
아주 옹골찬 근육을 만들 테니까.
‘근육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아!’
나는 할 수 있다! 와라! 액션 연기!
할머니는 그런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그러더니, 한마디 했다.
“정수리나 대렴.”
아, 어렵네. 역시.
나는 조용히 머리를 댔다. 할머니는 다시 숨을 들이켰다.
하아. 하아.
역시 누가 보면 참 위험한 소리였다.
“그런데 오랜만이에여.”
“그래. 일이 좀 바빴다.”
“공자도 일 많이 있었어여. 저 영화 나왔어여!”
“안다. 난리더군.”
나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혹시 보셨어여?”
할머니의 입술이 살짝 삐죽였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보셨군.’
하긴 천만 관객 간 겁니다. 남들 영화관에서 다 본 영화인데, 안 보면 이상하다니까.
“어두침침한 얘기더구나. 찍는 거 힘들었겠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하나도 안 힘들어여.”
뭐, 원테이크가 좀 어렵긴 했지.
“100개, 1,000개도 더 찍을 수 있어여. 공자는 행복했어여.”
천만 관객 주연이라니.
‘아니, 애초에 이건 성과지.’
사실 연기는 하는 거 자체가 즐겁습니다.
‘아, 이런 작품 많이 들어와야 하는데…….’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기다려라. 흥행작들아.’
이번 생에는 원 없이 연기해 봐야지.
내 정수리 냄새를 맡고 있던 할머니가 말했다.
“참 이해할 수 없어.”
아니, 뭐가요.
살짝 올려다보니, 나화진 여사는 안경을 고쳐 썼다.
“그게 그렇게 재미있나. 수정이도 연기에 미쳐서는.”
“할모니. 연기는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어여. 그거 얼마나 짜릿한 줄 아세요?”
나는 어깨를 쫙 폈다.
“하나의 작품에, 제 모습이 담겨여. 필름 안에서 전 영원해여. 공자는 거기서 영원히 사는 거예여.”
배우는요, 다른 의미로 영생도 이룹니다. 영원히 사는 거, 인류의 꿈 아닙니까.
‘뭐, 필름이라기보다는 요즘은 데이터겠지만요.’
하지만 내 모습은 영원히 남겨지잖아요.
“그뿐만이 아니에여. 공자가 연기를 잘하면,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하잖아여.”
“유명세 말이냐?”
“우움. 그것도 맞지만여. 하지만 누군가는 말할 거예여. 어젯밤 영화 봤어? 공자가 연기 잘하더라. 너도 그 영화 봤어?”
씩 웃음이 나왔다.
“공자가 화제에 올라여. 또 누군가에게는 영화를 본 게 추억이 되잖아여.”
여러 사람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다니.
“그딴 게 무슨 의미가 있니?”
“큰 의미가 있어여. 공자는 열심히 연기해서, 사람들 기억 속에 계속 남고 싶어여.”
물론, 쉽지 않겠지만요.
할머니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수정이도 비슷한 말을 한 거 같구나.”
뭐, 같은 직업이니까요. 비슷한 바람을 가지고 있겠죠.
“왜 이런 애를 데려왔나 싶더니, 희한하게 닮았어.”
어라.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조금 놀라서 눈을 깜박였다.
‘지금 엄마랑 나랑 닮았다고 한 거 맞지?’
와, 이거 굉장한데.
‘지금 살짝 인정하신 거 같은데?’
내가 엄마 아들이란 거 말이야.
와.
‘지성이면 감천인 게 맞는구나.’
하도 꿈쩍도 안 해서 난공불락인 줄 알았는데요! 문이 열리네요!
할머니는 계속 중얼거렸다.
“똑같이 눈이 반짝반짝해서는…….”
나는 배시시 웃었다. 제 눈이 좀 빛나긴 하죠.
“수정이가 왜 이런 애를 위해 둘째를 묶어놓고 방망이로 패려는지 몰랐는데, 자기랑 똑같아서 그런가.”
이, 이거 빠따 말하는 거 맞지?
“하여간,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아니, 방금 전에는 좀 알겠다면서요!
“그래서, 강해지고 싶다고!”
엥? 내가 그랬나?
‘그렇다고 치자.’
참 맞추기 어려운 분이었다.
나는 활짝 웃으며, 할머니 옷자락을 살짝 잡았다.
“녜!”
“그래서 뭘 할 거지?”
할머니는 팔짱을 끼고, 깐깐하게 말했다.
“결심은 누구나 할 수 있어. 행동으로 보여야지.”
뭐, 맞는 말이긴 하네요.
‘좀 어렵긴 하지만요.’
나는 대본을 보여줬다.
“공자 연극 할 거예여.”
할머니는 눈을 내리깔았다. 나는 까르륵 웃었다.
“연극 처음이에여. 그런데 할 거예여. 공자 혼자 나오는 1인극이에여. 되게 어려워요.”
“어디서 해?”
“아직 몰라여. 관객은 지인분과 기자님들이에여. 사실 그래서 더 신나여. 잘하면 공자 연기력 칭찬해 주겠죠?”
솔직히 그래서 배수진을 쳤습니다. 물론 후회하고 있지만요.
‘내가 미쳤지.’
내가 왜 모노드라마를 한다고 했을까.
나는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그래서 배워야 할 게 많아여. 다도도 알아야 해여.”
“다도?”
“녜. 마마가 선생님 불러주신다고 했어여! 공자 열심히 배울 거예여.”
사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요. 그래도 전반적인 건 알아두는 게 좋겠지.
“다도를 왜 선생을 불러서 배우지?”
음, 이건 무슨 말이지?
“수정이도 알 텐데?”
아. 엄마 배우셨구나.
“알긴 알지만, 가르칠 정도는 안 되신대여.”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하긴, 수정이 그런 거 싫어하지.”
음, 엄마 다도 별로구나.
‘뭐, 엄마는 몸 쓰는 게 더 어울리니까.’
활동적이시니까.
그래도 한다면 막상 잘하시겠지.
“어쩔 수 없지. 내가 알려주마.”
엥?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건너와라.”
저, 저기요.
‘괴, 굉장히 뜬금없네.’
나는 슬쩍 눈치를 봤다.
잘 모르지만 말입니다.
‘이거 할머니 나름의 호의겠지?’
이런 사람은 시간을 함부로 내지 않지.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지.’
나는 배시시 웃었다.
“진짜여! 와!”
나는 팔을 벌리고 할머니를 안았다. 물론 지팡이를 피해야 해서, 골반 쪽을 안은 거뿐이지만 말이다.
“감사해여!”
할머니는 내가 그럴 줄 몰랐는지, 눈을 깜박였다. 좀 당황하신 듯 보였다.
“나, 나는 엄하다.”
당연히 그러시겠죠. 어련하시겠습니까.
“녜! 공자 열심히 할게여!”
“흐, 흐음. 그럼 건너가자.”
“녜!”
나는 쪼르륵 따라갔다.
‘확실히 엄하실 거 같긴 하네.’
그래도 친해지면 좋잖아요.
‘같이 시간을 보내야, 가까워지지.’
나는 앞서가면서 문을 열어드렸다. 나화진 여사는 도도하게 나가셨다.
* * *
‘쉬, 쉽게 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조용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찻잔과 주전자가 보였다.
‘이거 다 용구에 이름이 있겠지?’
나는 무릎을 꿇고 나화진 여사를 바라보았다. 깐깐해 보이는 할머님은 한쪽 다리를 세운 채 앉아 계셨다.
‘와, 순간 조선 시대 왕비인 줄.’
대왕대비 마마, 뭐 이런 자리에 찰떡이셨다.
‘음, 저쪽이 대비면 나는 지금 뭘까.’
딸이 데려온 아이 정도 되겠네.
나는 무릎을 꿇고, 단정하게 손을 모았다. 왜인지 모르지만 그래야 할 거 같았다.
‘저, 전생에 사극 찍어봐서 다행이다.’
비록 상놈 역만 했지만 말이다.
‘기본적인 예의범절을 알려준 예절 선생님, 감사합니다.’
나는 그때 배웠던 것을 필사적으로 떠올렸다.
할머니가 말했다.
“흐음. 자세는 나쁘지 않구나.”
다, 다행이다.
“수정이가 가르쳤나 보군.”
아니지만 그렇다 치자.
“나는 엄해. 한번 알려줄 테니까, 똑똑히 알아들으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관, 숙우, 차 받침, 찻잔이다.”
생소한 용어였다. 나는 필사적으로 익혔다.
‘찻잔이랑 차 받침은 알지. 그러니까 주전자가 다관이란 말이구나.’
일해라. 내 머리.
‘뭐, 그래도 제가 대본 외우던 사람입니다.’
할머니가 다관 옆에 있는 그릇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게 뭐라고 했지?”
나는 방긋 웃었다.
“숙우여.”
“머리는 나쁘지 않구나.”
나는 배시시 웃었다.
“감사해여!”
“흐음. 잘 봐라.”
할머니는 포트에 물을 받아서, 숙우에 물을 부었다. 그리고는 다관에 그 물을 옮겼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 같니?”
아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압니까?
‘나는 차라고는 커피밖에 안 마셨단 말입니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는데!
할머니는 뜨거운 물을 찻잔에 부었다.
‘아, 뭔지 알 거 같다.’
나는 바로 대답했다.
“데우는 건가여?”
할머니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맞아. 예열이야. 어디서 배웠지?”
전생에서요.
‘커피 좋아하던 후배 녀석이 가끔 저렇게 해줬습니다.’
막상 나는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혀를 데었지만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그 녀석은 잘살려나.’
그놈이 언제 데뷔했지? 처음에는 근육질 조직폭력배로 나왔었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할머니가 말했다.
“대답 안 하니?”
아, 깜박했다. 나는 바로 둘러댔다.
“가끔 선생님이 해주세여.”
“차를?”
그럴 리가 있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스테이크를여!”
할머니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아니, 예열을 차만 합니까?’
고기 그릇도 데운다고요. 그러면 따뜻한 고기를 오래 먹을 수 있어요.
“하긴. 그릇도 데워져 나오긴 하지.”
다행히 그쪽으로는 뭐라 하지 않았다.
“잘 봐라.”
할머니는 찻잔에 물을 다시 숙우에 부었다. 그리고는 제일 큰 그릇에 예열했던 물을 다 부었다.
“이건 퇴수기다.”
음, 물 버리는 곳이구나.
“이제 예열이 끝난다. 차를 마실 차례지.”
나는 눈을 깜박였다.
‘드디어 본 게임이네.’
할머니는 포트의 물을 숙우에 붓고, 손바닥으로 열기를 확인했다. 그 모습이 퍽 우아해 보였다.
‘저런 모습에서 기품이 드러나는 거구나.’
나는 주의 깊게 그 모습을 살폈다.
할머니는 주전자처럼 보이는 다관에 차를 우렸다. 그리고는 다시 숙우에 차를 부었다.
나는 바로 물었다.
“왜 다관에서 바로 찻잔으로 차를 따르지 않나여?”
“숙우에 부어서, 찌꺼기가 가라앉길 기다려야 해.”
심오하네.
“그래서 다도에는 기다림을 배울 수 있지.”
그, 그렇군요.
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찻잔에 차가 따라졌다. 옅은 초록색이 참 예뻤다.
할머니는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나는 그 모습도 자세히 봤다.
‘저런 식이구나.’
굉장히 우아하셨다.
전생과 후생을 거쳐도 기품이라는 건 잘 몰랐는데, 지금은 알 거 같군요.
한 모금 마신 할머니가 말했다.
“해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