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14)
114
네?
‘이렇게 바로요?’
할머니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해봐. 해야 배우지.”
포트를 쓱 밀어주셨다.
어, 어려우신 분이네. 저거 진심이잖아.
‘미취학 아동의 학습 능력을 과대평가하시는 거 아닌가.’
하지만 나는 배우였다. 적어도 행동을 따라 하는 건 익숙했다.
나는 할머니가 했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했다.
‘먼저, 포트의 물을 숙우에 따랐어.’
손에 힘이 없어서 포트가 살짝 떨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을 부었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걸 주전자처럼 생긴 다관에 옮겼어.’
할머니가 말했다.
“간소하게 했지만, 사실 온도를 낮추는 거야. 끓는 물은 뜨거우니까.”
역시 그렇구나.
다관에 있는 물을 찻잔에 따를 때, 물이 조금 튀었다. 펄펄 끓는 물은 아니었지만, 약간 뜨거웠다.
‘그래도 뭐, 이 정도쯤이야.’
그나저나 팔의 힘이 형편없었다.
‘아무리 애라도 너무 약한데…….’
슬슬 인정해야 했다.
‘이 몸은 힘이 약해.’
건강한데 힘이 약하다니. 아이러니가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미래를 위해서도, 근력 강화를 해야겠다.’
오늘부터 단백질 챙겨 먹어야지.
‘이미 덕수 씨가 챙겨주지만 말이야.’
나는 조심스럽게 다시 과정을 따라갔다.
예열시킨 물을 숙우에 붓고, 퇴수기에 버렸다. 할머니는 그런 나를 계속 바라보았다.
‘음, 잔소리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조용하시네.
다시 포트의 물을 숙우에 따랐다. 그리고는 할머니가 했던 것처럼, 손바닥으로 온도를 쟀다.
‘뭐, 그래도 좋은 온도는 모르니까.’
완벽하진 않겠지.
그 뒤에도 똑같았다. 찻물을 우렸다. 숙우에 놓고 찌꺼기가 가라앉길 기다렸다가, 찻잔에 차를 부었다.
맑은 물소리가 들렸다.
차 받침에 차를 건네 드렸다. 할머니는 내 작품을 보더니, 혀를 차셨다.
‘벼, 별로 안 좋은 표정이네.’
뭔가 실수했나?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할머니가 찻잔에 차를 마셨다.
“기가 막히네.”
아, 욕하시려나 보다. 나는 속으로 각오했다.
‘뭔가 되게 마음에 안 드시나 보다.’
할머니가 나를 보며 말했다.
“한 번에 따라 하는 애는, 신이 외에 처음이야.”
어라. 칭찬? 과정은 맞았나 보네?
“너, 머리는 좋구나.”
와, 욕할 줄 알았는데.
나는 배시시 웃었다. 매우 영광이었다.
“하긴 그러니까 수정이가 데려왔겠지.”
엄마는 아이큐 검사하고 절 데려오지 않았습니다.
“왜 키우나 했더니, 제법 똘똘해.”
욕과 칭찬의 함량이 딱 반반이었다.
‘할머니 성향으로 봤을 때, 저거 칭찬이겠지만 말이야.’
하여간 어려우신 분이었다.
‘이럴 때는 솔직해야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공자 머리 좋지 않아여.”
“뭐?”
“잘 따라 한 건, 공자가 연기자이기 때문이에여.”
저 프로입니다. 할머니.
“연기는 모방부터 시작이져. 공자는 잘 따라해여.”
나는 찻잔을 들고, 할머니처럼 마셔봤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다기를 내려놓았다.
탁-
할머니는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공자는 그냥 연기예여.”
“연기로써 외운 거뿐이다?”
“녜. 그런데 할모니 기품은 따라 하기 힘드네여.”
이래서 다도가 학문인 거겠지.
‘수양의 개념도 있는 거 같지만 말이야.’
음, 이걸 취미로 하면서 살 거 같지는 않군.
‘역시 내 취향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야.’
아, 빨리 커서 카페인 마시고 싶다.
할머니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나는 배시시 웃었다.
“감사해여. 알려주셔서여. 공자 이거로 연극 열심히 할 거예여.”
“연극. 그래, 그걸 한다고 했지.”
“와주실 수 있나여?”
나는 눈을 깜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부끄럽지 않은 무대를 보여드릴게여.”
“자신감이 대단하구나.”
“연기는 자신감 없으면 큰일 나여.”
“그딴 곳은 안 간다.”
아, 매정하시네.
“연극은 딱 한 번만 하거든여. 오시면 좋을 텐데.”
“시간 없다.”
안 되네, 이거.
나는 방긋 웃었다.
“녜.”
“애초에 잡종에게 쓸 시간은 없다. 얼추 배운 거 같으니까, 나는 나가보마.”
아이고. 할머니.
‘그럼, 시간 내서 다도 가르친 건 뭐가 되는데요.’
시간 이미 쓰셨잖아요.
꼭 해주고도 욕먹지, 이런 타입들이.
나는 웃으면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가 나가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우, 지친다.’
하지만 덕분에, 대본 내용을 잘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찻잔을 바라보았다. 옅은 녹색 물이 예뻤다.
‘잘 모르지만, 이 다기들 비싸겠지.’
나는 다시 물을 따르는 시늉을 하며 복습했다. 과정을 외웠지만 익히는 건 다른 얘기였다.
그때였다.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뛰어 들어왔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 괜찮아?”
마적 녀석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잘 알려주셨어.”
“할머니가 너 데려갔단 말에, 깜짝 놀랐어. 너 진짜 살아있는 거 맞지?”
음, 그렇게 무섭지는 않은데.
“가뜩이나 다도라니. 나 그거 배우고 3일 내내 손들고 서 있어야 했어.”
저런.
“너도 배웠어?”
“배웠지.”
당연히 혼났겠네.
“이거 어려운 거 같아.”
“애초에 할머니랑 단둘이 있으면 진땀이 바짝 난다고. 차라리 운동장을 도는 게 낫지.”
그건 나도 매우 동의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친손자 외에는 안 가르쳐 주시는데.”
나는 씩 웃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중독이란 무서운 법이지.’
갈 길은 아직도 멀어 보이지만.
‘뭐, 다도를 핑계로 날 테스트 하는 거 같지만 말이야.’
나는 계속 할머니가 했던 행동을 따라 했다.
“너 아무렇지도 않아? 혼났을 텐데?”
“괜찮아. 아니다. 안 괜찮은가?”
나는 적이를 올려다보았다. 마적 녀석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데려와서 치료해 주고 먹이니까, 애가 달라지네.’
이래서 케어가 중요한 건가.
‘끝까지 책임져서 잘 돌봐야지.’
꿈도 이루어주고 말이야.
그러니까.
‘한 번쯤은 부탁해도 되지 않을까?’
나는 떨리는 손으로 마적 녀석의 옷을 잡았다.
“적아.”
“왜?”
“그, 선생님 불러줘.”
“아. 응. 야, 그런데 안 돼. 여기 들어오려면 칩 있어야 해.”
어라. 그건 뭐지.
마적 녀석은 손목을 보여줬다.
“여기에 칩 있어. 이거로 현관 열어.”
아하.
“그럼 일하시는 분은?”
“카드 있지.”
복잡하게 사네, 진짜.
‘하긴, 나도 본채 들어올 때 할머니 뒤따라서 왔지.’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를 어쩌지.’
나는 다시 마적이에게 말했다.
“적아. 너 힘 세지?”
“약하진 않지? 그런데 왜? 너 어디 아파?”
“나아질 거긴 한데…….”
나는 천장을 보며 수줍게 고백했다.
“다리가 저려.”
진짜야. 심각하다고.
“아, 무릎 꿇고 있구나.”
“엄청나게 저려. 누가 나 데려다줘야 할 거 같은데?”
마적 녀석이 떨떠름하게 말했다.
“다리 펴고 기다리면 되잖아.”
아, 그런 방법이!
‘하도 날 안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깜박했네.
마적 녀석은 바로 나의 상체를 눕혔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리를 폈다. 짜릿한 고통이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아아…….”
“아, 나 쥐 났을 때 푸는 방법 알아. 코치님이 해줬어.”
마적 녀석은 내 다리를 잡고 움직였다.
와.
“악!”
비명이 저절로 나오고, 식은땀이 났다.
“아프지만 참아. 효과는 좋아.”
“방금 지옥에 갔다 온 거 같은데?”
“너 엄살 심하다.”
아니, 진짜 아프다고!
마적 녀석은 무자비하게, 스트레칭을 시켰다. 나는 신음을 내며 바닥을 꽉 쥐었다.
‘다도란 거, 역시 심오해.’
애초에 무릎 꿇고 있는 거부터가 고행 아닌가요, 이거.
‘아, 그래서 다도구나.’
괜히 도를 아냐고 물어보는 게 아닐지도.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소매로 눈가를 비볐다. 스트레칭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났다.
* * *
마수정은 공자가 다듬은 대본을 바라보았다. 아직 자그마한 아들이 직접 고친 대본은, 솔직히 굉장히 놀라웠다.
“어머나. 우리 아들 대단하네. 선생님이 도와주셨다고요?”
덕수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었습니다.”
“그래도 타이핑까지 하셨네요.”
“깔끔하게 정리해 주고 싶었습니다. 공자가 매우 기뻐했습니다.”
마수정은 호탕하게 웃었다.
“아하하하하! 그거야 당연하죠. 그런데 우리 공자 진짜 대단하네요. 홍차 끓이는 걸, 다도로 바꿨잖아요.”
“네. 저도 놀랐습니다.”
“센스가 좋네요. 내 아들이지만 진짜 너무 잘해.”
마수정은 대본을 훑어보며 말했다.
“솔직히 어떤 곳을 잡아줘야 하나 고민했거든요. 평범하게 호텔로 할까 했는데…….”
마수정은 어깨를 으쓱했다.
“대본을 보니까 알겠어요. 대학로 소극장을 잡아야겠네요.”
“잘 모르지만, 대관이 빠르게 됩니까?”
“알아봤는데, 된대요. 연극계가 힘들어서 극장도 적자가 심하대요.”
덕수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정부 지원 없으면 극단들이 버티기 힘든가 봐요. 아, 그런데 사모님이 공자 데려간 건 괜찮았어요?”
“네. 아니요.”
이건 또 무슨 대답일까. 마수정이 눈을 가늘게 뜨자, 덕수 씨가 서둘러 변명했다.
“다도를 가르치셨다고 합니다. 엄하지만 잘 알려주셨다고 하더군요. 약간 뜨거운 물이 손에 튀었다고 하는데, 보니 괜찮습니다. 이미 냉찜질 마쳤습니다.”
마수정이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그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뭔가 있는 건가요?”
“사모님, 상대를 굉장히 갈구거든요.”
덕수 씨가 눈을 깜박였다. 마수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본인 말로는 역량을 시험한다고 하지만, 그게 갈구는 거죠. 아, 나도 힘들었는데 우리 공자 오늘 엄청나게 고생했겠네. 아니, 왜 찾아와서 그러지.”
“실례지만, 그, 사모님께서 공자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 거 같습니다.”
마수정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럴 리가요.”
“하지만 가끔 찾아오십니다. 호의에 가까운 거 같습니다.”
마수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그건 이상해요. 얼굴도 보기 싫어해야 정상인데요.”
“음, 혹시…….”
덕수 씨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꺼냈다.
“공자가 귀여워서 그런 거 아닐까요?”
“우리 공자가 좀 귀엽죠.”
“착하고 부지런하고, 영리합니다.”
“제 아들이 좀 그렇죠.”
“유명하기도 하고요. 공자 굉장히 인기 많습니다.”
“그건 그래요.”
마수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덕수 씨는 진지하게 고백했다.
“공자는 누가 봐도 싫어하기 힘든 아이입니다.”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호의적이죠.”
“그러니까 사모님도 좋아하시는 거 아닐까요?”
마수정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사모님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네?”
“만년설이 사모님보다 따듯할걸요. 선 안에 들어온 사람 외에는 다 물건처럼 여겨요, 그 사람.”
“그, 그렇군요.”
“자식이라서 제가 더 잘 알아요. 아, 저는 이만 가볼게요. 사모님이 공자 찾아오면, 또 보고해 주세요.”
마수정은 돌아서서 걸어갔다. 그녀가 나가자, 덕수 씨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선 안에 들어온 사람만 잘해준다고?’
그는 사모님이 왔을 때 눈빛을 떠올렸다. 냉정해 보였지만, 공자에겐 슬쩍 따듯했다.
덕수 씨는 마수정에게 못 했던 말을 했다.
“선 안에 들여놓으신 거 아닙니까?”
솔직히 당연하지 않습니까.
“공자니까요.”
들어줄 사람이 없는 질문은 벽에 부딪혀서 사라졌다. 덕수 씨는 머리를 긁적였다. 상대가 못 믿으니,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