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15)
115
‘무대다.’
나는 소극장 무대에 올라갔다. 리허설을 한번 끝냈지만, 아직 아무도 없었다.
‘이게 얼마 만이지.’
캬. 전생에 이 자리에 꽤 많이 섰었는데.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솔직히 이 극장에 다시 서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전생에서 내가 자주 연극을 했던 극장이니까.’
나는 벽면 하나하나를 다 둘러보았다.
변한 게 없었다.
‘관객석 색마저 안 바뀌었네.’
순간 전생으로 돌아온 줄 알았다.
‘뭐, 그건 당연히 아니지만 말이야.’
이렇게 확실한 증거가 있는걸.
나는 내 두 손을 바라보았다. 아직 작은 손이었다.
‘내가 이한조가 아니라, 마공자이긴 하네.’
새삼스럽지만 말이다.
나는 리허설 때문에 흘렸던 땀을 닦으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너무나 사랑했던 작은 무대였었다.
‘이한조는 연극에서도 주연은 못 했지.’
주조연은 했지만, 한 번도 주인공을 한 적 없었다.
‘생각해 보면 그게 내 인생이었어.’
주연보다 빛난다는 평가를 받은 조연을 한 적은 많아도, 끝내 앞으로 가질 못했다.
‘계속 버텼으면 한 번쯤은 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극장에는 항상 먼지가 많아서일까. 콜록. 기침이 나왔다.
‘새삼 내가 왜 1인극 결심했는지 알 거 같다.’
전생에 한이구나. 이거.
‘한 번쯤은 혼자 다 해 먹고 싶은 거였어.’
물론 그래서 무지하게 어려웠지만.
나는 돌아서서 무대를 바라보았다.
‘연극 첫 주연이네.’
물론 관객은 기자랑 지인들뿐이었지만.
‘그러고 보면 엄마는 어떤 사람들을 초대한 거지?’
감독들? 작가? 아니면 다른 분야의 예술가?
‘아니다. 복지 관련이니까. 주머니 넉넉하신 분들이 오시나?’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 공연이 무료이긴 하지만…….’
나는 돌아서서 씩 웃었다.
‘나는 프로지.’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상대방의 주머니를 털게 하느냐 아니냐 아니겠어.
‘물론 예술적 가치가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맞잖아요.
‘감독님들 오신다면, 잘 보여야지.’
기자들이 쓰레기 같은 기사 못 쓰게 당연히 잘해야 하고.
‘스폰서들에게 꼭 돈 쓰게 할 거다.’
우리 재단 통통해져야, 많이 도울 거 아니야.
‘굶는 애들 밥도 잘 먹일 수 있고 말이야.’
나는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긴장해서일까. 근육이 꽉꽉 뭉쳐 있었다.
‘이번 연극은, 1인극이라서 부지런히 움직이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간 크게 도전했다가 간이 쪼그라지는 줄 알았어.’
확실히 1인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나가 아니잖아.’
나는 어깨를 쫙 폈다. 리허설도 다 끝났고, 이제 슬슬 관객이 들어올 때였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니, 솔직히 천국이야.’
잘하자! 마공자!
나는 첫 주연으로 올라가는 무대에서 씩 웃었다. 새로운 도전이어서일까. 심장이 두근거렸다.
* * *
영화감독 원종사는 마공자가 천재란 걸 믿지 않았다.
“야, 너 너무 과장하는 거 아니냐?”
라이락 감독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선배님, 저 못 믿으십니까?”
“아니. 영화 천만 가게 해줘서, 네가 마공자 예뻐하는 건 안다만…….”
원종사는 혀를 찼다.
“연기를 잘하긴 했어. 그런데 그렇다고 그게 천재는 아니지.”
“아, 진짜 억울해요. 마공자, 천재 맞아요. 진짜 잘한다니까요.”
“천재란 건 진짜 드문 거라고. 라이락아, 너무 과대평가야.”
라이락 감독은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아, 진짜. 안 믿네. 왜지? 기자들도 내가 유난이라고 하던데?”
“이락아. 솔직히, 나도 외모는 인정해.”
원종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처음 봤을 때, 비주얼 쇼크가 뭔지 알 거 같았다.
‘그래도 연기 천재는 아니지.’
그게 얼마나 하기 힘든 건데.
“아, 선배님. 저도 보는 눈 있어요. 진짜라니까요. 시켜보면 알아요.”
원종사는 후배의 주장을 가뿐히 무시했다.
“야, 인마. 가당치도 않은 거 그만 우겨라. 뭐, 차라리 천재였으면 좋겠다. 나도 좀 쓰게.”
“쓰세요.”
“안 돼, 인마. 마공자가 이 역을 할 수 있겠냐? 더럽게 섬세한데?”
“진짜, 천재라니까요. 선배님. 나중에 후회하지 마세요. 저는 추천했습니다?”
“후회 안 해. 아, 진짜 아역 천재 어디 안 나타나나. 여기 찔러봐도 나오는 게 없네.”
라이락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진실을 얘기해도 믿어주지 않으니, 이거 원…….”
라이락은 씩 웃으며 가슴을 폈다.
“뭐, 앞으로 나만 쓸 수 있으면 나야 엑설런트죠.”
“어쭈? 얘 봐라.”
“뭐, 선배님은 믿지 말아 주십시오. 저만 믿고 쓸 테니까요. 공자 안 바쁘면 저는 좋아요.”
원종사는 미간을 왈칵 구겼다.
“그런 놈이 나를 연극에 데려가?”
“아.”
라이락 감독은 히죽 웃었다.
“한가하시잖아요.”
“이놈이 천만 찍더니 건방져졌네.”
“선배님, 저를 어떻게 보시고요. 섭섭합니다!”
라이락 감독은 선배의 손을 꽉 잡았다.
“저는 원래 건방졌습니다. 천만 찍은 게 뭐 별거라고요. 제가 원하는 건, 장르 이름 라이락 아닙니까.”
원종사는 기가 막혀서 입만 벙긋거렸다.
“이 라이락, 원래 이런 놈 아닙니까.”
라이락은 사랑의 총알을 쏘다가, 그대로 팔뚝을 꼬집혔다.
“이게 미쳤나!”
“저는 원래 미쳐 있습니다! 선배님!”
“아우, 저걸 그냥!”
원종사는 심호흡을 하며, 손부채질했다. 하여간 이 자식은 혈압이 오르는 놈이었다.
‘그래도 빈말을 하는 놈은 아니야.’
뭔가, 있긴 한가. 그 마공자란 아역 배우?
원종사는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그래. 그럼 보면 알겠지.”
“어이구, 선배님. 믿어주시는 겁니까?”
“시끄러워!”
“으하하하하! 존경합니다. 선배님!”
라이락은 사랑의 하트를 날리다가, 씩 웃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었다.
“선배님, 가시죠.”
“그 연극 별로면, 너 나한테 술 사야 한다?”
“사드리겠습니다. 막걸리와 파전으로요.”
“양주 사! 천만 찍은 놈이!”
“으하하하하, 돈은 우리 집 여왕님이 다 가져가셨어요.”
“아…….”
라이락 감독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뭐, 여왕님이 투자하셨으니까요.”
“요, 용돈은 주지?”
“조금 넉넉한 카드를 주셨어요. 어차피 다음 영화 준비 대금이라며…….”
“그, 그래. 아, 알았어.”
원종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전 먹자.”
“네, 선배님. 그런데 제가 장담합니다. 선배님이 저절로 쏘시게 될 거예요.”
“이놈 봐라.”
“장담합니다. 제 성을 걸어도 좋아요. 선배님 아들 할게요.”
“야, 징그러워. 너 같은 아들 없어!”
“에이, 좋으면서!”
라이락은 히죽거리면서 차 문을 열었다. 원종사는 미심쩍은 눈으로 차에 탔다.
시동은 부드럽게 걸렸다. 달리는 도로에서 원종사가 말을 걸었다.
“야, 그런데 이락아. 마 배우가 한 거면, 호화롭겠지?”
“글쎄요. 요즘 성진 그룹 좀 시끄러워서요. 우리 공자 페트병도 맞았고요.”
“그건 너무 심했더라. 아, 자선 재단 만들었다는 소리는 나도 들었어. 이 연극도 그래서 하는 거고. 그런데 캐비아 나올까?”
“에이. 설마요. 그러려면 호텔로 했겠죠. 그냥 연극 아닐까요? 저도 가봐야 알 거 같지만요.”
길은 밀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도로를 나아갔다.
* * *
‘평범한데?’
극장은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대학로 소극장이었다. 라이락과 원종사의 초대권을 확인한 스탭이 자리로 안내해 줬다.
‘캐비아는 없겠네.’
먹어보고 싶었는데.
원종사는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 앉았다. 오랜만에 오는 소극장이었다.
옆에 앉은 라이락이 어깨를 펴면서 말했다.
“여전하네요, 여기는.”
“그러게.”
“옛날 생각나네요, 선배.”
원종사는 피식 웃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초대받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갔다.
‘어라?’
솔직히 조금 놀랐다.
“이락아, 저 사람…….”
“아, G 기업 투자자님이네요.”
“투자자가 왜 이런 소극장에 와.”
“G 쪽 대박 났었잖아요. [바람이 닿을 때>요.”
“아, 마공자 나왔었지.”
“우리 공자 하나로 투자했다가, 성공했잖아요.”
그뿐만 아니었다. 디자이너 정리리도 보였고, 방송 쪽 PD와 작가들도 눈에 띄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두 감독 앞자리에, 어떤 수녀님이 앉았다. 원종사는 눈을 깜박이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왜, 수녀님께서? 아냐, 이락아?”
“글쎄요. 저도…….”
수녀님은 성호를 긋고는, 앞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눈이 마주칠까 봐 서둘러 앞을 바라보았다.
“연극 곧 시작이네요.”
“그래, 인마. 어휴. 얼마나 잘하나 보자.”
사람들이 다 들어오자, 불이 한둘씩 꺼졌다. 원종사는 느긋하게 기다렸다.
‘마수정이 배우로 나오나?’
연극을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제목도 알려주지 않았다.
라이트 하나가 들어왔다. 원종사는 턱을 쓸면서 앞을 바라보았다.
‘히야.’
솔직히 감탄이 나왔다.
‘얼굴은 천재 맞아.’
뭐 저렇게 생겼지.
천장 조명에 비친 마공자는 무슨 유럽 성에 고상한 소공자 같았다.
‘희한하네. 옷도 그냥 평범한데…….’
마공자는 그냥 하얀 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을 뿐이었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더니. 평범한 옷이 뭐 저렇게 부티가 나지.’
아이가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얼굴이 주는 분위기 때문일까. 잡담하던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마공자가 무대 정중앙에 섰다. 그리고는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안녕하세여. 공자예여.”
아이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가 들었다.
“오늘 공자를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반갑다고 외쳤다. 마공자는 관객들 눈을 마주치면서, 손뼉을 쳤다.
짝-
원종사는 진심으로 놀랐다.
‘얘, 연극 처음 아니야?’
자연스럽게 관객의 반응을 유도하는 게, 꽤 능숙해 보였다.
‘아니, 애초에 말이야.’
원종사는 눈을 깜박였다.
‘발성이 완벽하잖아.’
아직 아이답게 발랄한 목소리였지만, 울림이 알려줬다. 저건 배에서 나는 발성 맞았다.
‘마, 마 배우가 알려줬나?’
아니 알려주더라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나오려면, 꽤 연습한 거잖아.
원종사는 마공자에 대한 이미지를 지웠다. 이렇게 되면 상황이 달라졌다.
‘이 연극, 기대되는데?’
아이는 왼쪽으로 쪼르륵 달려가서, 상자를 끌어왔다.
“끙차! 무겁네요!”
그리고는 능숙하게 상자 위에 쟁반과 다기를 올려놨다.
‘다도?’
아이는 관객들을 향해서 말했다.
“오늘, 한잔의 차를 마시려 합니다.”
마공자는 찻잔을 높이 들고 말했다.
“차 이름은 시큼 차예요! 먹으면 ‘아이셔~’ 해서 시큼 차예요!”
그는 감독의 눈으로 마공자를 바라보았다.
‘지금 캐릭터가 모호한데…….’
그런데도 행위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어색해야 하는데, 무대에 기름처럼 녹아 있었다.
‘아직 아이지?’
원종사는 눈을 깜박였다. 솔직히 감탄이 나올 거 같았다.
‘존재감이 대단해.’
무대에는 마공자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왜일까. 도무지 비어 보이질 않았다.
“시큼 차를 만들려면 재료가 필요해요.”
아이는 양팔을 바르르 떨었다.
“엄청! 시큼해야 하거든요!”
잔망스러운 애교에, 객석에서 웃음이 나왔다.
마공자는 쪼르륵 다기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때, 분위기가 변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