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16)
116
마공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큼 차의 재료를 소개할게요!”
아이는 커다란 단지에서, 국자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국자는 비어 있었다.
원종사는 턱을 쓸었다.
‘찻잎은 소품이 아니군.’
퍼 올리는 시늉을 할 뿐이었다.
‘그런데 자연스러워.’
다기에 보이지 않는 찻잎을 부은 마공자가 말했다.
“다시 볼 수 없는, 우리 할머니.”
원종사는 눈을 깜박였다. 대사가 조금 뜬금없었다.
“할머니한테는 항상 반찬 냄새가 났어요.”
마공자는 코를 킁킁거리다가, 뭔가를 안는 시늉을 했다.
“안기면, 온갖 냄새가 다 있었어요.”
아이는 벌떡 일어나서 코를 톡톡 건드렸다.
“고춧가루!”
왼쪽으로 한 발짝, 갔다, 위로 한번 뛰었다.
쿵-
“간장!”
마공자는 양팔을 쭉 들었다.
“식초!”
아이의 발랄한 모습에, 관객들이 소리 내어 웃었다.
마공자는 천천히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다시 관객을 바라보았다.
“할머니가 멀리 가신 후, 다시는 맡을 수 없었어요.”
아이는 바닥에 놓은 국자로 천장을 가리켰다.
“엄마는 할머니께서 별이 되었다고 하셨어요”
갑자기 천장에 조명들이 몇 개 반짝였다. 마공자는 배시시 웃으면서, 손에 든 국자로 한쪽 눈을 가렸다.
‘개구쟁이가 장난치는 거 같군.’
고상한 귀공자 같은 아이가, 지금은 장난 많은 악동 같았다.
“공자가 우주선을 타고 날아가, 별에 닿으면요. 할머니가 계시겠죠?”
아이는 천천히 대사를 내뱉었다.
“그럼 그 반찬 냄새, 다시 맡을 수 있겠죠?”
곧바로 이어지는 아이의 해맑은 상상.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그 순수한 마음에 순간 관객석이 찡한 분위기가 되었다.
무대 위의 마공자가 방긋 웃었다.
“다음 시큼 차의 재료예요!”
아이는 이번에는 작은 통을 열었다. 그리고는 안의 것을 손으로 짚어서, 다기에 넣었다.
“없어진, 내 붕붕이.”
원종사는 그제야 깨달았다.
‘소년의 아픈 기억들이 시큼 차의 재료라는 거구나.’
재미있는 연극이었다.
“공자에겐 붕붕이가 있었어요.”
아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쪽 손바닥을 머리에 얹었다.
“빨간 붕붕이예요. 요기가 반짝였어요. 반짝반짝!”
마공자는 손바닥을 흔들었다.
‘사이렌이 있던 장난감 자동차였네.’
구급차였나 보군.
원종사는 팔짱을 꼈다. 하긴 저 나이대 애들은 유난히 모형 차를 좋아했다.
“공자는 그 붕붕이가 제일 좋았어요!”
아이는 팔을 축 내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어느 날 동생이 멋대로 가져가서 던져버렸지만요.”
관객들이 ‘아!’ 하는 신음을 흘렸다. 그 속에는 원종사도 끼어 있었다.
“공자는 부서진 붕붕이를 보며 엉엉 울었어요.”
마공자가 두 손으로 우는 시늉을 했다.
“엄마는 공자가 별거 아닌 거로 슬퍼한다고 했어요. 그딴 거로 왜 우냬요.”
아이가 손을 내리고,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했다.
“있잖아요.”
아이가 관객을 바라보았다.
“붕붕이가 망가져서 슬픈데, 공자는 울면 안 되는 걸까요?”
이야.
원종사는 자기도 모르게 다시 신음을 뱉었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
‘이거 연극 주제를 알겠네. 아이의 순수한 감성과 상처야.’
게다가 1인극이었다. 원종사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솔직히 말도 안 됐다.
‘아역 배우가, 이 정도 1인극을 한다고?’
굉장한걸?
‘용기 있다 정도가 아니잖아.’
이건 무모한 거였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마공자는 지금 그런 연극을 하고 있었다.
‘지, 진짜 천재?’
원종사는 자기도 모르게 라이락을 힐끔 바라보았다. 마공자가 천재라고 우기던 놈은, 눈을 반짝이면서 보고 있었다.
‘이런, 젠장.’
이러다 막걸리에 파전 사겠네. 그것도 천만까지 찍은 놈에게.
원종사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무대 위에 마공자가 다시 움직였다.
“다음 시큼 차의 재료예요!”
아이는 이번에는 다른 병을 꺼냈다. 그리고는 과장되게 손가락으로 찍어 먹는 시늉을 했다.
“멀리 간, 내 친구.”
마공자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렸다.
“어느 날, 제 친구를 다시 볼 수 없었어요. 축구를 좋아하던 애였는데…….”
마공자는 벌떡 일어나서, 다리를 한번 찼다.
“부모님이 헤어지셨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어요.”
아이는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달려가서 공을 받는 시늉을 했다.
“아무도 내 친구를 원하지 않았대요. 엄마도, 아빠도요.”
안타까운 신음이 객석에서 울렸다.
“내 친구는 괜찮을까요? 공자는 너무 걱정돼요.”
마공자가 멈춰 서서 숨을 골랐다.
원종사는 주먹을 꽉 쥐었다. 가슴이 순간 뭉클했다.
‘아, 씨. 슬프네.’
다 큰 어른을 이런 거로 슬프게 하지 마라.
공자는 다기를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다음, 재료는요!”
아이는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여기에 있어요. 시큼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거예요.”
아이는 벌떡 일어나서, 무대 중앙에 섰다.
“공자는 고아원에 있었대요.”
순간 원종사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 그랬던 아이라고 들었다.
‘마수정 씨가 입양한 거로 한동안 들끓었었어.’
아이는 담담하게 말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발성은 상당히 좋았다.
“공자는요. 추운 날 버려졌대요. 조금만 더 있었으면, 온몸이 얼어붙을 뻔했대요.”
아이는 양팔을 모으고 살짝 떨었다.
“그 말을 듣고 공자는 항상 생각했어요.”
마공자는 밝게 웃었다.
“저 같은 아이를 도와주고 싶다고.”
이런, 미친.
원종사는 이마를 짚었다. 이건 진짜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자선 재단 연극이랑 완벽하게 상호 호환되잖아.’
이러지 마. 감동한다고.
‘이 나이 되어서 울게 하지 마라.’
나 이런 거 약하단 말이다.
아이는 담담하게 말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음, 그리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마공자는 원종사 쪽으로 돌아섰다. 순간, 자신을 보는 거 같았지만, 아이의 시선은 약간 아래였다.
마공자가 손을 흔들었다.
“수녀님!”
아이는 밝게 웃으며 허리를 굽혔다.
“감사합니다.”
수녀님은 감동을 받으셨는지, 눈가를 훔쳤다. 원종사는 순간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이런! 안 돼.’
이미 늦었어.
원종사는 눈가를 꾹꾹 눌렀다. 이미 안구에는 습기가 어려 있었다.
“공자는 엄마를 만나, 매일매일 행복해요.”
아이는 다시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다기 앞에서 다소곳이 앉았다.
“시큼 차의 마지막 재료는, 제 행복과 감사입니다.”
아이는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는 모래를 담듯, 두 손을 모았다.
“이제 넣을게요!”
마공자는 다기에 재료를 넣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꿇어앉아, 손바닥으로 온도를 쟀다.
“딱 좋은 온도예요.”
아이는 차 받침에 찻잔을 놓고, 한 모금 마셨다.
마공자는 눈을 감았다. 사람으로 가득 찬 소극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원종사는 배우에게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래서 솜털 하나까지 다 보였다.
마공자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천천히 눈을 뜨고, 다시 앞을 바라봤다.
그리고 환장할 만큼 좋은 발성으로 말했다.
“아주, 시큼해요.”
이런 미친!
원종사는 소름 돋는 팔을 북북 긁었다.
‘진짜 천재잖아!’
저 나이에 이런 연극을 한다고?
‘휘몰아치는 에너지가 장난이 아닌데?’
감정 표현도 과하지 않고 완벽했어!
이게 가능해?
연극이 끝났다. 하지만 다른 사람 모두가 얼떨떨한 거 같았다.
그때였다. 옆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다.
짝짝짝-
원종사는 바로 돌아봤다. 후배 녀석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손뼉을 치고 있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갑자기 극장 안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라이락 감독이 울면서 외쳤다.
“공자, 최고다! 역시, 넌 내 거야!”
이런 미친놈.
원종사는 심호흡을 했다. 저 연극을 보고 가만히 있으면, 자신은 감독이 아니긴 했다.
“어때요, 선배님. 최고죠?”
“이락아.”
원종사는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먼저 시작했다.
“너, 이 새끼.”
라이락은 눈물을 훔치며 대답했다.
“맞죠?”
원종사의 마음속에서 뭔가가 울컥하고 터졌다. 도저히 그 마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일단 침착하게, 후배 놈을 내리누르며 어깨동무를 했다.
“야, 이 자식아!”
“선배님, 왜 이래요!”
“설득을 더 했어야지!”
“아니, 왜요!”
“내 뒤통수를 때리면서, 마공자가 천재라고 했어야지!”
“아니, 본인이 안 믿었으면서!”
“또 오버하는 줄 알았지! 저 정도일 줄 알았냐고!”
두 감독의 투덕거림은 꽤 소란스러웠지만, 티가 나지 않았다. 관객 대부분은 시끄럽게 환호성을 질렀다.
“선배님, 전 열심히 설득했어요!”
“시끄러워, 이 자식아. 아씨, 큰일이네.”
“뭐가요?”
원종사는 주위를 둘러보다, 감독들과 눈이 마주쳤다.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다들 쓰고 싶어 하는데?”
“아, 그거야 당연하겠죠.”
“이 자식아! 너는 이미 썼다 이거냐?”
“이히히히. 그러니까 미리미리 잘해 놔야 한다니까요.”
“시끄러워. 아이 씨. 빨리 줄 대놔야지. 마공자 소속사 어디야?”
“마수정 씨 소속사죠.”
“아, 거기. 알았어.”
원종사는 심호흡을 했다. 아직도 박수는 끝나지 않았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스피드지.’
그는 후배를 꽉 잡으며 말했다.
“가자!”
“어디요?”
“분장실. 얼굴도 보고, 쫑파티 할 거 아니야. 따라가야지.”
“그거 없다고 초대장에 쓰여 있었어요. 이럴 거 예상했나 봐요.”
“젠장.”
하긴 여기 있는 사람들 엔간하면, 다 저 마공자를 보고 싶을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어쩌지.
“선배도 공자에게 운명을 느꼈군요.”
“젠장.”
“이히히히히.”
라이락은 사랑의 총알을 쏘면서 말했다.
“그런데 이미 늦었어요. 다들 똑같을걸요?”
원종사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니까, 내 말 좀 믿지. 으하하하. 그런데 우리 공자, 진짜 잘하죠? 천재라니까.”
“야, 솔직히. 나 저런 걸 보게 될 줄 몰랐어. 천재?”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천재지. 진짜 천재야. 그런데 나만 느꼈냐? 나 마공자에게 천재보단 베테랑의 향기를 느꼈다.”
라이락이 눈을 깜박였다. 원종사는 솔직하게 말했다.
“연극배우 십 년을 했더라도 믿겠더라.”
“능숙하긴 하죠. 발성도 좋고요.”
“도대체 마수정 배우는, 아들을 어떻게 가르친 거냐?”
라이락은 웃으면서 말했다.
“과연, 마 배우가 가르쳤을까요?”
“엥? 그럼 마공자가 저걸 다 어디서 배워.”
“같이 일해 보면 알 걸요. 누가 알려줘서 아는 거보다 더 깊게 알아요. 그러니까 제가 말하잖아요. 마공자는 천재라고요. 다들 안 믿지만요.”
라이락은 다시 사랑의 총알을 쏘면서 말했다.
“선배님 포함이요.”
“아오, 이 자식!”
“갑시다. 막걸리랑 파전 먹으러. 캬, 공자 덕분에 얻어먹네.”
원종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반박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젠장, 믿을걸.’
드는 건, 후회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