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18)
118
수녀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허락해 주세여!”
제발요. 수녀님.
“공자야. 수정 씨에게도 이미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단다.”
“그럼, 공자도 도울 수 있게 해 주세여. 다른 건 모르지만, 노아 형이 축구 하려면 지원이 필요하잖아여!”
수녀님은 대답하지 못하셨다. 하긴, 워낙 신중하신 분이었다.
‘하지만 이건 필요하셨나 보네.’
하긴 운동이란 거, 돈 많이 들지. 집안 기둥뿌리 잡아먹는다는 말을 듣긴 했어.
‘하지만 수녀님, 저는 돈 많이 법니다.’
절 믿으세요. 소처럼 일하는 배우 아닙니까, 제가요. 정 안 되면 단역을 잔뜩 뛰어서라도 노아 지원해 드릴게요.
‘내가 아직 어린 게 한이다.’
그래도 생명의 은인은 지원해 줄 수 있습니다! 부자니까요!
수녀님은 한참 동안 말이 없으셨다. 그러다 조금 웃으면서, 내 뺨을 쓰다듬었다.
“참 이상하구나. 이런 건 거절해야 하는데…….”
나는 수녀님 손을 잡았다.
“왜일까. 거절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나는 활짝 웃었다.
‘그게 바로 감입니다!’
감을 따라가세요! 그러면 수녀님 걱정이 줄어들고, 노아는 편해질걸요!
‘보람차군.’
와, 유소년 축구 선수 지원이라니. 살다 보니 내가 이런 것도 하네.
수녀님.
“공자는 수녀님과 만난 걸 운명이라고 생각해여!”
“어머?”
아마 당신은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요. 사실 뭐든 좋습니다.
“그러니까 공자가 노아 형을 돕는 것도 운명일 거예여!”
자고로 이런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수녀님은 고개를 저으며 웃으셨다.
‘아, 솔직히 착한 사람은 복 받아야죠.’
그 복, 제가 드릴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공자야.”
“녜!”
“건강하게 잘 커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단다.”
역시, 이분은 너무 선량하셨다.
“많이 기도했단다.”
아니, 수녀님.
“공자 기도는 안 하셔도 돼여!”
“뭐?”
“공자는 괜찮아여! 수녀님 기도는 귀하니까요! 공자는 빼도 돼여!”
수녀님은 눈을 깜박이다가, 입을 가리고 웃으셨다. 그리고는 나를 꼭 껴안았다.
“처음 봤을 때, 아기 천사가 온 줄 알았는데…….”
음, 수녀님. 그냥 눈밭에서 빽빽 우는 아기 아니었나요. 그렇게 기억하는데요.
“정말, 천사가 왔어.”
아니요. 저 그런 놈 아닙니다.
뭐, 이번 생에는 제가 가진 게 많아서요. 저도 먹고살 게 없으면 생각조차 안 할 겁니다.
‘그나저나 수녀님도, 날 천사라고 하네.’
엄마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이 오해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나.
‘일단, 진짜 착하게 살아야지.’
행동 조심해야겠다.
왠지 내가 길 가다가 쓰레기라도 버리면, 두 분 다 충격받으실 거 같아.
나는 수녀님을 바라보았다. 이분의 눈은 언제나 인자하셨다.
수녀님.
‘엄마 아들이 되어서 매우 행복하지만요.’
사실 보육원에서 쭉 자랐더라도, 행복했을 겁니다, 전.
‘이번 생은 진짜 운이 좋다니까.’
이런 분들을 만나기는 진짜 쉽지 않지. 기적이라니까.
나는 수녀님 손을 잡고 살짝 흔들었다. 연극도 성공했겠다, 도울 곳도 찾았겠다. 보람찬 하루였다.
그때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마!”
나는 고개를 돌렸다가, 활짝 웃었다. 엄마가 카트를 끌고 오고 있었다.
“내 천사! 공자야. 엄마 너무 놀랐어. 리허설 봐서 미리 알았지만, 우리 공자는 왜 이렇게 잘해?”
나는 배시시 웃었다.
“마마 아들이니까요!”
연습실에다, 자료에다. 죄다 지원해 주시니까 나온 결과물 아니겠습니까.
‘돈과 시간만 있다면, 사람은 할 수 있는 게 참 많아지죠.’
보통은 둘 다 없는 게 문제이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연극은 성공이 당연했어.’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엄마는 수녀님께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오랜만에 뵙네요, 수녀님.”
“수정 씨, 잘 지내셨나요?”
“우리 공자 때문에, 매일매일 행복해요.”
수녀님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엄마는 내 뺨에 가볍게 뽀뽀했다.
“걱정 많이 하셨죠?”
“조금요.”
“저도 공자 처음 데려올 때는, 조금 그랬던 거 같아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지금도 스스로 물어보곤 해요.”
아니, 어머니.
‘여기서 어떻게 더 잘합니까?’
제가 이번 생에서는 팔자가 아주 늘어지고 있는데요!
“수정 씨, 그런 고민 하시나요?”
“네.”
“그러지 마세요. 이미 너무 아름다운 모자입니다.”
엄마는 조금 웃었다.
“요즘 우리 공자가, 저 때문에 고생했어요. 들으셨죠?”
“조금 들었습니다.”
엄마는 내 뺨을 쓱쓱 문질렀다. 나는 그 자리가 페트병을 맞았던 자리라는 걸 알았다.
“눈에 그려지더군요. 그날 밤, 잠을 못 이루는 마수정 씨가 눈에 선했어요.”
엄마는 손이 살짝 떨렸다.
‘아이고, 어머니.’
아니, 왜 잠을 못 이루셨어요!
‘이게 뭐 별거라고!’
엄마는 쓰게 웃으셨다.
“어떻게 아셨나요.”
“자식이 다치고, 잠을 잘 자는 부모는 없죠.”
“후회했어요. 이런 무리한 계획이 아니었으면, 우리 공자가 안 다쳤을 텐데 싶어서요.”
엄마는 작게 속삭였다.
“지켜주고 싶었는데…….”
아이고, 어머니. 이미 충분합니다.
나는 급히 외쳤다.
“아니에여! 울 마마는 최고야!”
엄마가 눈을 깜박였다. 나는 손을 뻗어서 엄마 소매를 붙잡았다.
“공자는 마마 아니면 안 돼여!”
아니, 애초에 이 훌륭한 환경에서 불행하기도 어렵습니다!
‘페트병이 아니라 돌이 오백 개가 날아와도, 행복할 거 같은데요!’
왜 쓸데없이 죄책감을 가지십니까! 그런 건 제발 넣어두세요!
“공자는 이미 충분히 안전해여!”
엄마는 계속 아무 말 못 하셨다.
“페트병이 머라고! 공자는 이렇게 행복한데!”
두 사람은 한참을 나만 바라봤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속이 터질 만큼 답답했다.
그때였다. 작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어라?’
저 이거 나름 진지합니다만?
범인은 수녀님이었다. 수녀님은 소매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돌리셨다. 하지만 어깨가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수녀님?”
조, 존경하는 수녀님. 아니, 왜 웃으세요!
“큭. 큭큭. 정말, 아하하하.”
수녀님은 눈물을 훔치셨다.
“아, 어머, 킥. 진짜.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네요.”
엄마도 한번 크게 웃더니, 손등으로 눈을 가리셨다.
“수녀님, 제가 이런 행복 속에서 살아요.”
“우리 공자, 수정 씨 굉장히 따르네요.”
“네. 공자가 이래서, 제가 더 열심히 사는 거 같아요. 공자만 보면 힘이 나요.”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공자는 어쩜 이렇게 착할까.”
죄송하지만, 어머니. 저는 별로 착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공자가 이렇게 천사 같은 거, 다들 아나 봐.”
엥, 이건 무슨 말이지?
엄마는 돌아서서 카트를 끌고 왔다. 거기에는 꽃들이 잔뜩이었다.
“이거 공자가 받은 거예여?”
“응. 카드도 많아.”
“와! 마마! 이거 사진 찍어서, 꼭 보내드려야겠어여!”
그럼, 그럼.
‘그래야 자선 재단도 좋게 보시지.’
엄마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공자 자선 재단에 돈 주시겠다는 분 많더라.”
엥?
“연극에 감동을 많이 받으셨대.”
고마우신 분들이군요.
‘뭐, 나는 프로니까.’
비록 상영은 공짜여도, 연기로 돈 받는 게 배우죠. 당연한 겁니다.
‘그래도 드문 일인데, 기분은 좋군.’
나는 카트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꽃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게 있었다.
‘어라?’
나는 일어나서 꽃바구니를 들었다. 조악한 바구니에는 종이로 접은 꽃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수녀님이 말씀하셨다.
“우리 모성원 애들이 공자에게 주는 꽃바구니란다.”
이런.
나는 종이꽃을 살짝 쓸었다. 색종이로 접은 꽃들은 어설픈 것도 있었고, 솜씨 좋은 것도 있었다.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공자 준다고 어린 애들도 열심히 접었단다.”
“굉장히 기뻐여!”
애들이 그 조그만 손으로 이런 걸 접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뭘 이런 걸 다…….’
나는 조용히 심호흡했다.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영 알 수 없었다. 솔직히 어려서 그런가. 눈가가 시렸다.
“공자야?”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하늘을 보았다.
“어머나?”
“행복했으면 좋겠어여.”
애들 마음이 너무 귀했다.
나는 살짝 훌쩍이면서 말했다.
“모성원 식구들이여.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여.”
아무리 고아원 내에서야 차별이 없다지만, 현실적으로 그 애들이 견뎌야 하는 건 차원이 다르겠지. 하지만 그런데도, 행복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도와야지.’
이한조, 아니. 마공자는 한다면 한다, 진짜.
수녀님은 내 뺨을 살짝 쓰셨다. 그리고는 은은하게 웃으셨다.
“공자야. 내 기도가 귀해서 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나는 공자 기도를 멈출 수 없을 거 같구나. 어쩜 이렇게 착할까.”
“우리 공자 천사예요, 수녀님.”
“맞아요, 수정 씨. 이런 아이가 천사가 아닐 리가 없네요. 주님. 이런 공자를 우리에게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아니. 그 정도는 아닌데! 그런 기도 하지 마세요!
‘와, 나 진짜 착하게 살아야겠다.’
실수로 욕이라도 한마디 하면, 충격받아서 누우실 분이 두 분이나 계셔.
나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다행히 두 분 앞에서 눈물 흘리는 참사는 막았다.
그때였다. 대기실 구석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살짝 돌아보니, 덕수 씨가 대기실 구석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아, 저런…….’
덕수 씨는 선글라스를 위로 올리고, 열심히 눈가를 휴지로 문지르고 있었다.
순간, 할 말이 없었다.
‘커다란 덩치 때문에 그런가…….’
저 당당한 궁상맞음이 묘하게 잘 어울렸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흑, 흑…….”
미치겠네. 누가 보면 콩쥐나 신데렐라인 줄 알겠어.
‘괴롭힌 줄 안다고요.’
애초에 괴롭힘 받을 사람은 아닌 거 같지만.
엄마는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덕수 씨가, 감동을 많이 받으셨나 보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휴지를 곽째 들고 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건네주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나는 다시 심호흡했다. 매우 감사하고 좋은 시간이었지만,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마마, 사진 찍어여.”
“감사 인사 하려고?”
“녜! 엄마는 꽃 보내주신 분 다 아시져?”
“매니저가 메모해 놨어.”
“다행이다! 매니저 누나에게도, 꽃 주신 분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자, 일부터 하자. 잘해야지 남도 돕고, 나도 대성하지.
나는 꽃다발을 하나 들고 벽에 섰다. 엄마는 웃으면서 스마트폰을 들었다.
찰칵-
수녀님은 옆에서 다른 꽃다발을 건네주셨다. 나는 활짝 웃으면서, 포즈를 잡았다. 엄마는 무릎을 굽혀서 높이를 다르게 하셨다.
찰칵-
수녀님은 사진 찍은 꽃다발을 건네받고, 새 꽃다발을 주셨다. 역시 분업은 효율의 기초였다.
찰칵-
흑흑.
간간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일에 집중했다. 훌륭한 분업 때문일까. 사진 찍는 건 빨리 끝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