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19)
119
“수정아. 공자 사고 쳤다.”
서 사장은 소파 위에 널브러져서 휴지를 흔들었다.
‘백기를 흔들고 있네.’
하긴 요즘 전화가 좀 많았다. 그래도 사고라니. 우리 애가?
마수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 공자가 무슨 사고를 쳤는데요.”
“과로라는 이름의 엄청난 사고지. 수정아, 기사 확인했어?”
마수정은 스마트폰을 들었다. 공자라고 치자마자 엄청난 기사들이 올라왔다.
[마공자, 자선 연극 선보여.>-대학로 소극장에서 상연. SNS 극찬.
-감사의 인사로 꽃다발 사진을 보내.
[마공자 자선 재단 스타트>-일부 누리꾼 ‘재벌가의 소꿉장난’
-좋은 일 하면 좀 좋게 보라는 의견도.
기사들이 엄청났다. 마수정은 쓰게 웃었다. 소꿉장난이라니. 하여간 말이 많았다.
“우리 애가 얼마나 진심인데.”
“그러게나 말이다. 아니, 사람들 너무한 거 아니냐. 좋은 일을 하는 건데, 반응이 차다, 차!”
“염병하는 거죠. 뭘 해도 안 좋게 보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잖아요.”
마수정은 쓰게 웃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 안 돼.”
“뭐가 안 돼?”
“우리 공자요. 페트병 맞은 거 마음에 걸려서 제가 풀 죽으니까요, 계속 아니라고 위로했어요.”
“착하다, 착해.”
마수정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너무 배려하는 거죠. 전 오히려 그런 점이 걱정이에요.”
“엥? 수정아. 엄마 마음이 다 그런 거 알겠다만, 공자는 네가 그러면 더 걱정하잖아.”
마수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죠.”
“이야, 그래도 좋은 고민 아니냐. 그, 평범한 애라면 그 나이 때 장독이나 깬다고.”
“요즘도 장독이 있어요?”
“아, 우리 집 마님께서 장 담그기가 취미라서. 우리, 주택에서 살잖아.”
마수정은 눈을 깜박였다.
“첫째가 그런 거예요, 둘째가 그런 거예요?”
“공주님, 두 분 다 차례대로 깨셨지. 마지막에는 합동이었어.”
서 사장은 조용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혼났겠네요.”
“우리 집 마님께서 엄청나게 혼냈지. 그러니까 변명이 대단했어.”
서 사장은 억지로 웃었다.
“충동을 참을 수 없었대.”
마수정은 입을 막았다. 하지만 새어 나오는 웃음은 어쩔 수 없었다.
“큽! 아하하하하하하!”
“그걸 어떻게 참냐고, 어른이 되면 참을 수 있냐는 철학적인 말을 해서 기가 막혔어. 말이나 못 하면…….”
“아하하하하하! 사장님 너무 닮은 거 아니에요?”
“응. 마님도 그렇게 말씀하셔. 날 너무 닮았다고. 그래서 내가 근엄하게 말했어.”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났다. 마수정은 티슈로 눈가를 문질렀다.
“내가 하던 식으로, 그냥 무릎 꿇고 빌라고 말이야.”
이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마수정은 소파 위에서 허리를 꺾으며 배를 잡았다.
“아하하하하하!”
“내가 이렇게 산다, 수정아. 그래서 하는 말인데, 네가 공자에게 하는 걱정은 천상계에서나 하는 거야.”
마수정은 소파 위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큽. 알죠. 왜 몰라요.”
“그래서인가. 공자를 보면 그걸 느낀다. 네 귀여운 천사는 큰 뜻이 보여.”
이건 또 무슨 말일까. 마수정은 눈을 깜박였다. 서 사장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냥, 내가 좀 나간 생각인지 모르지만 말이야.”
“뭔데요.”
“공자가 하는 일이 범상치 않잖아. 누가 그 나이에 자선 재단을 세워. 이런저런 어른의 이유가 들어갔다고 해도 말이야. 공자는 남을 돕는데 진심이거든.”
서 사장은 천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착한 아이는 많아도, 그렇게 본격적으로 돕고 싶은 아이는 드물지. 큰 뜻을 품은 애 같아.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힘쓰는 거고.”
서 사장은 그렇게 말하며, 물 한잔을 들이켰다. 목이 쉬어서 그런가, 자꾸 쇳소리가 나왔다.
“우리 공자에게 유독 힘쓴다 싶더니, 그런 이유였어요?”
“다 포함이지. 애초에 우리 회사에서 제일 잘나가잖아.”
마수정은 피식 웃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엄마인 제가 졌죠.”
“좋겠다. 청출어람이라서.”
“스승이라기보다는 엄마지만, 뭐 좋죠. 섭외 전화 많이 왔어요?”
서 사장은 다시 하얀 휴지를 흔들었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거절하는 것도 일이긴 하지.’
공자가 연극을 끝내자, 일이 터졌다.
‘누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걸, 너튜브에 올린 거부터 시작해서…….’
빨리 신고해서 내렸지만, 마수정은 그 영상이 없어졌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 건 어느 순간 다시 올라오는 법이었다.
마수정은 소파에 등을 기댔다. 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후원금도 꽤 많이 들어와서, 직원이 난리가 났었지.’
그 후원자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건, 마수정의 몫이었다. 뭐,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서 대여섯 명 정도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아니었어.’
아니, 그 사람들이 언제부터 후원에 진심이었지?
마수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공자가 연극을 너무 잘했어요.”
“그거 나도 찡하더라.”
“저도 솔직히 놀랐어요. 잘할 거라 생각은 했어도, 그렇게 능숙하게 하다니.”
“수정이 너도 연극은 잘 모르지?”
“네. 저는 연극은 별로예요. 편집할 수 없잖아요.”
서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수정이 너는 하지 마. 돈 안 되는 거 같더라, 그거.”
“어머. 그런 이유로요?”
“한 사람이라도 돈 밝혀야지. 지금은 그 사람이 바로 나다!”
서 사장은 생수로 목을 축였다. 어제부터 하도 거절했더니, 목이 쉬어 터졌다.
“대단하지 않냐? 나 목쉬어 가며 섭외 거절해본 적 이번이 처음이었어.”
“전화가 그렇게 많이 왔어요?”
“생각해 봐. 눈치 빠른 사람들은 [지하실> 보면 대강 알았겠지. 우리 공자가 천재라는 거 말이야.”
“다들 영 잘 안 믿는 거 같던데요.”
서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원래 인식이란 작용 반작용이 있는 법이니까. 안 믿을 수도 있지. 그래도 긴가민가하면, 확인하고 싶을걸? 그런데 갑자기 공자가 연극을 한다고 하네? 다들 어디 한번 보자 하고 달려온 거지.”
사장은 신음을 내뱉으며, 씩 웃었다.
“캬, 그런데 이 쪼그마한 애가 엄청나게 잘하네? 그것도 천재적으로? 수정아. 솔직히 우리는 업계 사람이라서, 감동에 좀 무뎌.”
마수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동받기보다는 분석하죠.”
“뭐, 어쩔 수 없지. 우린 이 바닥에서 구르고 있으니까. 그런데 받아버린 거지. 감동을.”
서 사장은 휴지를 펄럭였다.
“이것들이 우리 공자에게 항복한 거지! 제대로 치었거든! 이 조그마한 녀석이 하는 연극에 말이야! 물론, 우리 공자는 그냥 조그마한 녀석이 아니지만.”
중년 남자가 휴지를 흔들고 있는 건,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식 칭찬이어서 그런가, 마수정은 웃음밖에 안 나왔다.
“그렇죠. 천사니까요.”
“아니, 뭐. 착하기도 하지만 외모가 장난 아니잖아. 진짜 너무 말해서 입 아픈데 말이다. 수정아, 공자는 왜 그렇게 생겼니?”
이건 좀 신선한 질문이었다.
마수정은 턱을 괴었다.
“글쎄요.”
“애가 얼굴 천재 맞아. 얼굴이 잘릴 틈이 없어. 그냥 보면, 아아. 음. 범상치 않다. 정말 다르구나 싶잖아.”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동의했다.
“이게 매번 얼굴에 감동하다 보니, 이젠 궁금하다. 공자, 왜 그렇게 생긴 거니?”
“그러게요.”
“아, 솔직히 나도 사장질해서 연예인 많이 보잖아. 그중에서도 공자는 독보적이야.”
마수정은 진심으로 대답했다.
“저도 우리 공자보다 귀여운 애 본 적 없어요.”
“야, 있으면 안 되지. 아니, 있을 수가 없지. 공자는 기적이야.”
그녀는 조금 웃었다.
“아, 겸손한 척이라도 하고 싶은데요.”
착한 아들의 선량함을 닮고자 했는데, 아무래도 무리 같았다.
“맞죠. 내 천사는 기적이야. 그러니까…….”
마수정은 씩 웃었다.
“내 아들에게 돌 던지면, 대가리를 깨버릴 거예요.”
아이고, 무서워라. 서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수정아, 너 배우다. 인터뷰하다 평소의 언어 생활이 튀어나오면 어쩌려고.”
“괜찮아요, 인터뷰 정도는. 공자 앞에서만 안 하면 되죠.”
그, 그런가.
“아니지! 네 이미지를 생각해야지!”
“제 이미지 원래 그래요.”
서 사장은 눈을 깜박였다.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솔직히 맞았다.
“그, 그래도 너무 티 내지 마라.”
“싫어요. 이것도 순화한 거예요. 바른 말 고운 말로요.”
서 사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 하긴, 자식 지키려는 어미 마음은 다 그렇지. 좀 과격하긴 하지만.
서 사장은 한숨을 내쉬며, 주섬주섬 목에 좋은 사탕을 꺼내 먹었다.
“그래서, 이제 컨택 전화는 좀 괜찮아요?”
“아니, 지금 스마트폰 통화 중으로 해놨어. 나 지금 공식적으로는 아내님과 2시간째 통화 중이야.”
아하.
“무제한 통화 요금으로 해놔서 살았다. 나도 좀 살아야지.”
“거절하는 것도 일이죠.”
“그렇지. 그런 의미에서 수정아. 공자 차기작 어떻게 할 거냐?”
마수정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작품을 봐야죠. 감독도 봐야 하고요.”
“그렇긴 한데, 이제 공자에게 함부로 굴 사람은 별로 없지 않냐?”
마수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는 말이었다.
“이렇게 화제성 있는 내 천사를 괴롭히면 이상하죠.”
“주조연으로 성공시켰잖아. 무려 천만이다. 게다가 자선 재단으로 성진 그룹의 여파도 줄였어.”
그녀는 숨을 길게 내쉬며, 소파 등받이에 기댔다.
“잘 골라야 한다. 커리어 상으로는 물 들어온 거 알지?”
“알죠. 그러니까, 어떻게 잘 골라야 할까요.”
서 사장은 머리를 긁적였다.
“어렵긴 하다.”
“그럼요.”
“으음. 아역이 필요한좋은 작품은 다 들어올 거야. 솔직히 지금 기세로는 없던 아역도 만들어올 거 같다.”
“설마요.”
마수정은 어깨에 힘을 풀었다. 솔직히 그녀로서도 고민이었다.
“사장님, 저는 어땠어요?”
“너? 너는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거 했잖아.”
“아, 그랬지.”
그녀는 방긋 웃었다. 경험 속에 지혜가 있었다.
“공자도 그렇게 하죠.”
“엥?”
“시나리오나 대본 들어올 거 아니에요. 그거 공자 주면 되겠네요. 우리 공자 선택에 맡길래요.”
마수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자가 선택한 걸, 제가 확인하면 되겠죠.”
“야, 야. 수정아. 네 천사, 아직 어리다.”
“어려요. 그런데 제 감이 말해줘요. 우리 공자 말이에요.”
마수정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가끔은 저보다 노련한 배우 같아요.”
서 사장이 눈을 깜박였다. 마수정은 상큼하게 쐐기를 박았다.
“감이지만요.”
“네 감은 복불복이잖아.”
“그래요? 실패는 딱 한 번밖에 없었는데요. 확률 좋았는데?”
서 사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 실패가 결혼이었잖아.”
“아, 그랬죠. 뭐, 저는 마수정이잖아요. 그런 경험 한 번쯤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말이나 못 하면.
서 사장은 미간을 왈칵 구겼다. 하지만 엄마가 그러겠다면, 선택권은 자신에게 없었다.
“알았어. 전해주마.”
“부탁해요. 아, 사장님.”
마수정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들었다.
“자식 가진 부모로서, 감사한 거 알죠? 우리 공자에게 잘해주셔서요.”
서 사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수정아.”
“네.”
“당연한 거 감사하지 마라. 나 바지사장이지만, 그래도 사장이다.”
마수정은 웃으면서 일어났다.
“그거 아세요?”
“뭐가?”
“매니저였던 사장님을 그 자리로 민 것도 제 감이었어요.”
그녀는 성큼성큼 나아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서 사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
‘쟤가 언제부터 사람 회유하는 법을 배웠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