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2)
012
현관 돌기둥에는 돌이 하나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저게 뭔가 싶었는데, 엄마가 손을 대니 바로 기계음이 들였다.
삐-
센서인가? 신기하네?
‘열려라, 참깨! 뭐, 이런 거지?’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범상치 않은 이곳은 보안이 매우 철저해 보였다.
‘뭐, 성진 그룹 저택이니 당연하겠지.’
적어도 도둑은 못 오겠네.
엄마는 당당하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머, 아가씨?”
“오랜만이야. 사모님은?”
고용인들의 표정 없이 정중하게 말했다.
“서재에 계십니다.”
“알았어. 고마워.”
엄마는 나를 안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나는 멀어지는 사람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빠우!”
고용인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저택에서 당신의 귀여운 얼굴을 본 사람1이 좋아합니다.> [러브 앤 피스 코인 50 증가합니다.>역시 이 귀여움은 거부할 수 없군.
‘자잘하지만 그래도 챙길 건 다 챙겨야지.’
푼돈이라도 모아 놓으면 다 쓸 곳이 있을 거야.
‘음, 깊고 강한 한 방이 필요한데.’
언제쯤 네티즌들이 나를 볼까.
‘빨리 봤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이 얼굴은 재야에 묻혀 있을 얼굴이 아니라고.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였다. 드디어 흔들림이 멈췄다.
‘도착했나?’
엄마는 심호흡했다. 안겨 있어서인지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엄마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간다.”
그러더니, 문을 열었다.
‘우리 엄마, 진짜 비장하다.’
마치 마왕 무찌르러 가는 용사 같잖아?
나를 안은 엄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얌전히 주위만 둘러보았다.
‘고급스러운 서재네.’
마치 그림 속에서나 볼법한 재벌 집 서재였다. 현실보단 드라마 세트장 같았다.
‘어째 책들도 죄다 하드 커버지.’
하나같이 금박을 두른 게 위용이 대단했다.
엄마는 한 걸음씩 나아갔다. 왜일까. 분위기가 좀 더 팽팽해졌다.
마침내 발걸음이 멈췄다. 짧은 정적이 맴돌았다.
먼저 말을 꺼낸 건 엄마였다.
“오랜만이에요.”
뱃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깊은 발성이 느껴졌다.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조연 배우였던 나다. 비록 아기의 몸이지만 이 정도는 바로 알 수 있지.
나는 살짝 고개를 돌렸다. 고급스러운 나무 책상에서 책을 읽는 백발의 할머니가 보였다.
‘음, 마왕치고는 평범하네.’
뭐, 굉장히 세련되어 보이긴 했다. 그래도 평범한 사람 같지만 말이야.
할머니가 말했다.
“잡종 데려왔더구나.”
……와.
‘세련된 거, 아니, 평범한 것도 취소!’
잡종이라니!
‘저런 말 쓰는 사람이 실제로 있구나!’
혹시 히틀러세요?
엄마는 희미하게 웃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저건 잔뜩 열 받은 미소였다.
“여전하시네요.”
“그거, 내다 버려라.”
날 버리라는 거지, 저거?
“못 하겠으면 내가 버려주마. 잡종은 잡종과 살아야지.”
와…….
나는 물끄러미 할머니란 사람을 바라보았다. 다시 보니 완벽한 마왕으로 보였다.
그때였다. 엄마가 웃는지, 몸이 조금 떨렸다.
“한결같으시네요. 그게 사모님 장점이긴 하죠.”
엄마는 나를 꽉 안았다.
“그래도 이 집구석에서 사니까, 우리 공자 얼굴은 보여주려고. 물론 우리 천사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조차도 매우 아깝지만요. 그래도 안 보여주면 이거 핑계로 사모님께서 무슨 짓을 하실지 모르니까, 일단 왔어요. 핑계 하나 덜어드리려고요.”
엄마는 이를 악문 게 느껴졌다.
“상상이 가거든요. 안 보여주면, 네 것인지 모르고 버렸다고 할 게 뻔하잖아요?”
와. 진심이었나?
‘성진 그룹 대단하네.’
사이코패스 집단이었어? 장난 아니네, 진짜.
엄마는 명랑하게 말했다.
“소개할게요.”
아, 이런.
‘당황스럽지만, 할 일을 해야지.’
나는 바로 입꼬리를 올렸다.
‘최상의 미소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결과가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내가 해야 할 건 코인 모으기니까 말이야.
그때였다. 갑자기 노랫소리가 들렸다.
-그냥 아이가 웃었어.
어라. 엄마의 깊은 발성이 멜로디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니 아이가 웃었어.
익숙한 멜로디였다. 배우라면 절대 모를 수 없는 노래.
‘이건……?’
배우라면 누구나 출연을 꿈꾸는, 세계적인 뮤지컬 [영웅 레오>의 대표 넘버였다.
‘과부가 한 아이를 주워오는 게 시작이지.’
그리고 그 아이는 훗날 그 나라를 지키는 영웅이 된다. 하지만.
‘처음에 과부가 그 아이를 주워 왔을 때, 사람들은 저주가 깃든 아이라며 돌팔매질을 했어.’
그때, 과부가 아이를 안고 부르는,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운 곡이었다.
-내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아름다운 나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노래하면서, 따듯한 손길로 나를 얼렀다.
마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 동요하고 있다.’
엄마의 진심이 통하고 있었다.
-오직 네가 건강하기를…….
엄마가 나를 높이 치켜올렸다. 이 뮤지컬의 명장면이었다. 나화진 여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엄마의 작전을 알겠어.’
자신의 진심 어린 마음을 세계적인 뮤지컬 곡으로 표현하는 것.
‘게다가 이게 통하는 거 같다.’
할머니의 눈동자가 떨리는 게 증거였다.
재벌가의 사모님이라면, 게다가 유명한 여배우의 어머니라면, 뮤지컬 같은 문화생활에도 관심이 많겠지.
‘나도 도와야겠어.’
나는 신나게 잼잼을 했다. 해맑게 웃기도 했다.
자고로 어머니가 울고 있을 땐,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웃는 것이 관중의 슬픔을 가중시키는 법이지.
“쀼아!”
어떠십니까, 마왕님.
날이면 날마다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닙니다.
‘감동받으셨으면 코인 좀 주세요.’
마왕의 나비 안경이 점점 흘러내렸다.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
곡이 끝났다. 그와 동시에 엄마의 연기도 끝났다. 엄마는 나를 안고 웃었다.
“사모님, 기억나세요?”
엄마는 담담하게 말했다.
“사모님과 처음으로 가서 본 뮤지컬이었죠.”
와, 역시. 그냥 부른 노래가 아니었어. 둘한테는 의미 있는 뮤지컬이었구나.
엄마는 나를 안은 두 팔을 뻗어 할머니에게 들이밀었다.
“우리 공자, 귀엽죠?”
“마수정.”
마왕은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너, 미쳤니?”
엄마는 피식 웃었다.
“아아, 안 통하네.”
“마수정!”
“여전하시네요. 이제 제 마음이에요. 저는 공자를 사랑해요. 뭐, 사모님께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요.”
엄마는 내 등을 토닥였다.
“할 말 없죠? 그럼 갈게요. 이 빌어먹을 집구석에서 만수무강하세요. 사모님.”
엄마는 바로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
“멈춰!”
마왕이 말을 이었다.
“그건 마루가 아니야.”
엄마는 나를 살짝 내려다보았다.
“마루가 보고 싶어서 잡종을 얻어 오다니. 마수정, 너 미쳤니?”
엄마는 돌아서서, 마왕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나를 들어서 내밀었다.
“자세히 봐요.”
“뭐?”
“내 천사, 자세히 보라고요.”
나비 안경이 나를 바라보았다. 눈빛이 날카로웠다.
‘보통 아기라면 여기서 울겠지.’
그런데 어떡하지. 나는 보통 아기가 아닌데 말이야.
나는 짧은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사모님 뺨을 살짝 쓰다듬었다.
“쀼아!”
살짝살짝 건드리면서, 환하게 웃었다.
사모님의 눈동자가 떨렸다. 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덕분에 후드티에 붙은 사자 갈기가 뺨을 간질였다.
‘어떠십니까. 사모님.’
나는 옹알이를 했다.
“빠아.”
사모님은 동공만 움직일 뿐, 미동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뺨이 붉어지고 있어.’
역시, 이 귀여움에 저항할 수 없군.
나는 양발을 부딪쳤다. 그러자 빗장 걸어 잠갔던 사모님께서, 시선을 피하셨다.
“어때요?”
“그, 그냥 아기지.”
“귀엽잖아요. 너무너무 귀엽죠.”
“그, 그게 무슨 상관이야!”
“아니에요. 마루랑 공자랑 달라요. 봐요! 다르죠!”
사모님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다시 한번 잼잼을 했다.
‘아, 볼이 더 붉어졌다.’
한 번 더 하면 코인도 나올 거 같은데?
‘뭔가 깊고 강한 한방이 필요해.’
뭐가 없나?
잼잼을 하는 내 손목에는 사자 갈기를 표현한 줄무늬가 있었다.
‘와! 찾았다. 깊고 강한 한 방!’
나는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하는 사람이야.
나는 갈기 무늬의 소매로 볼을 비비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재빨리 손목을 살짝 꺾었다.
“쀼-흥!”
어흥.
‘아, 어흥은 호랑이인가?’
뭐, 둘 다 비슷한 애들이니까 대강 넘어가 주겠지.
그때였다. 자막이 떠올랐다.
[당신이 귀여운 동물 흉내를 본 나화진이 기뻐합니다.> [러브 앤 피스 코인 200 증가합니다.>와.
‘감사합니다.’
무려 200개라니! 감동을 많이 받으셨겠군요.
‘역시 이 귀여움에 저항할 수 없는 거지.’
볼을 붉힌 할머니는 안경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나는 똑똑히 보았다.
‘손이 떨리네.’
와. 이 할머니 생각보다 재미는 분이었군.
“뭐, 외모가 좀 다르긴 하구나.”
“그렇죠. 착각 아니에요. 공자를 키우게 된 건 마루랑 상관없어요. 이 아인 제 운명이라구요.”
나화진은 숨을 골랐다. 나는 방긋 웃었다.
“그래도 머리 검은 짐승은 데려오는 거 아니다!”
“우리 공자 머리카락이요.”
엄마는 살짝 웨이브 진 내 머리카락을 보여줬다.
“갈색이에요!”
“빠우우.”
맞습니다. 저는 검은 머리 짐승이 아닙니다.
‘갈색 머리 짐승이죠.’
그러니까 함부로 키워도 될 겁니다. 할머니.
엄마는 나를 고쳐 안고, 휙 돌아섰다.
“그럼, 이만 갈게요. 만수무강하세요. 사모님.”
할머니는 기가 막힌 지 아무 말도 못 했다. 하지만 나는 멀어지면서 손을 흔드는 걸 멈추지 않았다.
“뺘, 빠뻐!”
또 뵙죠. 할머니.
엄마는 나를 토닥이며 서재 문을 듣았다.
“어휴. 공자야. 힘들었지? 가자마자 귀 씻자!”
뭐, 확실히 잡종 소리는 대단하긴 했다.
‘그렇지만, 영 아닌 거 같진 않아요.’
코인이 오른 거 보면 말이죠.
엄마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실망한 눈치였다.
‘왜 엄마가 건강해지려면 삼만 코인이 필요한지 몰랐는데 말이야.’
저 할머니를 보니까 조금 알 거 같긴 했다.
엄마는 계속 나아갔다. 나는 조금 웃었다. 가야 할 길이 확실히 멀긴 했다.
* * *
나화진.
성진 그룹 사모님의 오후는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사모님은 홍차를 한잔 마시며, 여느 때와 같이 독서 중이었다. 하지만 왜일까. 오늘따라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다.
머릿속에 딸 마수정의 노랫소리가 떠올랐다.
-오직 네가 건강하기를.
나화진은 책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그때를 기억했다.
‘처음 간 뮤지컬이었지.’
나화진은 일등석에서 눈을 빛내며 무대를 보던 수정이를 잊지 못했다.
‘그때부터 배우를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나화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딸의 생각이 느껴졌다.
‘배우가 된 결심처럼, 그 아이를 키우겠다는 거겠지.’
나화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잡종을 키우겠다니.”
나화진은 마수정이 데려온 갈색 머리 사자가 떠올랐다.
-빠우우.
나화진의 볼이 씰룩였다.
갈색 머리 짐승은 참 손이 작았다. 어찌나 작고 토실토실한지 한번 꾹 찔러보고 싶었다.
‘안 돼.’
나화진 여사는 나비 안경을 고쳐 썼다. 확실히 범상치 않게 귀엽긴 했다. 하지만 그저 잡종일 뿐이었다.
‘뭐, 좀 귀여운 잡종이긴 하지.’
가끔 시골 똥개가 귀여운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어떻게 그렇게 생길 수 있지?’
미술과 관련 미학을 공부한 나화진 여사는 잘 알았다. 눈과 코, 얼굴형의 조합이 과연 흔치 않았다.
‘큐피드 조각 같단 말이야.’
나화진 여사가 어제 본 아기의 얼굴을 되새길 때였다. 갑자기 서재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나화진 여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저택에서 저렇게 달릴 사람은 둘째 며느리 ‘이유경’ 밖에 없었다.
“어머니! 봤어요!”
며느리는 스마트폰을 눈앞으로 쑥 들이밀었다.
“뭘?”
“이 사진이요! 우리 회사 홍보 자료인데, 인터넷에 떴어요!”
나화진 여사는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 마수정의 아기를 안고 살짝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진이었다.
‘재미있긴 하네.’
마수정이야 언제봐도 아름다웠다. 그런데 안고 있는 아기가 너무 귀여워서일까.
‘약간 성화 같군.’
하필이면 수녀님들이 같이 찍혀서일까.
나화진 여사는 안경을 치켜올렸다.
“올려 보렴.”
“네?”
“댓글 좀 보자.”
둘째 며느리는 떨떠름하게 액정을 올렸다.
└ 와, 여신이다.
└ 성스러워 보여.
└ 마수정 외모야 알지만, 아기는 뭐지?
└ 아기가 너무 귀여워.
└ 너무 귀여우면 성스럽게도 보이네.
이유경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딱 봐도 포토샵인데 말이죠. 실제랑은 다르던데, 사람들 참 잘 속아요.”
나화진은 조용히 말했다.
“하긴 못 담긴 했지.”
“네?”
“실물이 더 낫긴 하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