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24)
124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는 손을 뻗어서, 서 사장의 손을 잡았다.
“삼촌.”
“응, 왜 공자야.”
“다시 한번 천천히 말해주세여.”
“큽. 우리 공자. 내 응원이 그렇게 소중했구나! 나는 언제나 공자를 응원한단다!”
“아니여. 그거 말고여.”
믿을 수가 없거든요.
“그 엄마의 그 아들이구나!”
아, 답답해.
“아니여! 소녀 역이여!”
나는 간절하게 서 사장을 바라보았다. 방금 들었던 거 환청이죠?
‘아니면 악몽이던가!’
나는 볼을 꼬집었다. 안타깝지만 아픔이 제대로 느껴졌다.
“아, 소녀 역. 네가 맡겠다고 해서 놀랐어.”
와. 이거 진짜네.
‘꿈이 아니었어.’
나는 눈을 깜박였다.
“공자가, 소녀예여?”
“엥?”
말끝이 저절로 떨렸다.
“공자, 소년 역 아니에여?”
서 사장이 말이 없었다. 나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진짜예여?”
살짝 올려다보니, 서 사장의 눈동자가 떨렸다.
“모, 몰랐니?”
“소년 역인 줄 알았져!”
“어? 아니 원 감독이 공자, 네가 그 역 맡았다고 좋아해서, 당연히 네가 선택한 줄 알았는데?”
“뭔가 오해가 있었나 봐여.”
와.
‘너무 놀라서 욕도 안 나온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침착하자. 이한조, 아니 마공자.’
사람이 충격을 받았을 때는, 바로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나았다.
“삼촌, 일단 원 감독님께 전화해 주세여.”
일단 사실 여부 좀 알아봐야지.
서 사장은 서둘러 전화를 했다. 다행히 문제의 근원인 원 감독이 바로 받았다.
-아, 서 사장님. 딱 맞춰서 전화해 줬네. 아, 공자가 해줘서 그런가. 우리 지금 순풍에 돛 단 거 같습니다! 으하하하하하!
“감독님…….”
서 사장은 아련하게 말했다.
“지금 그 돛 부러질지도 모릅니다.”
-엥? 왜요? 우리 공자가 어디 다치기라고 했습니까?
더 들을 필요가 없었다. 나는 수화기를 달라고 손짓했다. 다행히 서 사장은 바로 건네줬다.
“감독님. 공자예여.”
-어, 공자야. 무슨 일이냐! 내 보물! 다치면 안 돼!
나는 차분하게 물었다.
“감독님. 공자 무슨 역이에여?”
-엥?
“방금 공자가 소녀 역이라고 들어서여.”
갑자기 수화기 너머로 말이 없었다.
나는 침착하게 기다렸다. 솔직히 10년 치 침착함을 다 쓴 거 같았다.
-그, 그러고 보니 무슨 역이라고 말 안 했었나?
이런 미친.
“소녀 역이 맞아여?”
-다, 당연하지……가 아니네? 이락이랑 갔을 때 얘기를 안 했네?
회담은 종료였다. 나는 바로 말했다.
“공자, 생각 좀 해봐야 할 거 같아여.”
-아, 안 돼! 공자야, 지금 집에 있지! 당장 간다! 안 돼!
“오지 마세여.”
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서 사장은 땀을 많이 흘렸는지, 티슈로 이마를 닦았다.
“우리 공자, 단호하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으아, 화났다고. 삼촌이랑 말도 안 해!”
시끄럽습니다.
“모, 몰랐구나. 응, 몰랐어. 나는 공자가 하도 잘해서 이것도 도전이라고 생각했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생각해 보면 소년 역이라고 딱 잘라서 말한 적은 없지.’
아니 그런데 주연에 소년과 소녀가 있으면, 당연히 소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누가 소녀라고 생각하냐고!’
젠장.
‘대본만 보고 확인 안 한 게 실수였어. 아는 사람이라 방심을!’
입안이 썼다. 나는 다시 한숨을 내뱉었다.
“공자야. 왜 말이 없니?”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아니, 인형 같은 얼굴에 표정이 없어지니, 그것도 되게 귀엽네.”
서 사장님. 지금 불난 집에 기름 뿌리십니까?
“아, 사진 찍어놓고 싶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심하게 거슬렸다. 마치 날파리가 윙윙거리는 거 같았다.
“사장님.”
“응, 아니 왜 사장님이야! 나 삼촌이야!”
“공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여.”
“아이고, 어머니. 우리 공자 진짜 화났나 보네. 아니, 뭐. 그냥 안 하면 되지 않아?”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뭐, 그럴 수도 있긴 하지.’
나는 팔짱을 끼고 이마를 짚었다. 내 모습을 보자, 서 사장이 서둘러 말했다.
“그, 공자야. 들어온 대본 많아. 너는 어디든 나갈 수 있어.”
“알아여.”
나 오라는 데 많긴 하지.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원종사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
‘원종사 감독은, 이한조를 잘 써줬지.’
솔직히 먹고살 거 없는 시기에 많은 은혜를 받았었다. 밥도 사주고, 술도 사줬었다.
‘배고파 죽는 시절, 목구멍에 풀칠을 해줬어.’
더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준 사람이었다.
나는 이한조 시절 했던 술자리를 떠올렸다.
‘감독님, 제가 꼭 은혜 갚겠습니다.’
그러면 원 감독은 웃으면서 어디 잘 갚아보라고 했었다.
한숨이 더 나왔다. 나는 책상에 이마를 댔다. 찬기가 올라오자, 좀 살 거 같았다.
‘원종사 감독,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기지?’
머리털과 눈썹 털이 죄다 흩날릴 정도로 힘들 때가 지금이지.
‘내가 하지 않겠다고 하면, 다 날아가겠지.’
아까 술 취한 거 보니까, 일 좀 잘 풀린 거 맞지?
‘제일 고민이던 투자는 해결된 거 같던데…….’
나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토해냈다.
“고, 공자야. 괜찮니?”
“안 괜찮아여.”
“그, 그래. 아니 안 해도 된다니까?”
“사람 관계라는 게, 딱 자를 수는 없잖아여.”
내가 인생 2회차가 아니면 관둘 수도 있겠지. 그런데 말입니다.
‘사정을 아니까, 그걸 못 하겠네.’
신음이 저절로 나왔다. 서 사장은 내 등을 토닥였다.
“공자야. 우리 예쁜 공자. 고민하지 마. 아무도 혼 안 내.”
아니, 누가 야단맞을까 봐 이래요.
‘애초에 혼낼 사람도 없습니다.’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 사장은 나를 설득했다.
“공자는 마음대로 해도 돼. 수습은 내가 할게. 이러라고 있는 사장이잖냐.”
이런.
‘이 와중에 감동 주는 말 하지 마요.’
엄마가 같이 일하는 이유를 사무치게 알 거 같았다. 나는 땅이 꺼지라 숨을 내쉬었다.
‘아 솔직히, 전생의 은혜 아니면 바로 관두지.’
그게 아니니까 이런 거지.
‘악의보다 호의가 훨씬 힘들다고.’
나는 고개를 들었다. 서 사장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음, 새삼스럽지만 애가 이러진 않지.’
이상하다고 생각해도 그냥 넘어가는 건가.
나는 손을 뻗어서 사장님 옷자락을 잡았다.
“좋은 사람이에여.”
“응? 누구?”
“삼촌여.”
아, 나는 왜 후생에는 이렇게 좋은 사람들만 곁에 있어서!
‘이게 고민이 될 줄 몰랐는데!’
서 사장은 눈을 깜박였다.
“아, 아니. 아니, 공자야. 너 얼굴도 귀여운 애가 막 감동 주는 거 아니다? 어휴.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네.”
별거 아닌데, 되게 좋아하네.
“뭐든 해주고 싶잖아. 공자야. 그냥 확 하지 마! 좋은 거 많아!”
그렇게 판단이 쉽지 않아요. 나는 쓰게 웃었다. 그때였다. 누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집에서 뛰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적이가 가끔 뛰지만, 그놈 발걸음은 매우 가벼웠다. 나는 조용히 문가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으앗!”
쿵-
어라.
‘왜 넘어지시고 그래.’
원종사 감독은 서둘러 일어났다. 그리고는 거의 기다시피 내게 다가왔다. 솔직히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뒤로 뺐다.
“안 돼! 공자야! 안 돼!”
난리 나셨네.
나는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공자는 소년 역인 줄 알았어여.”
“아악! 미안해! 미리 말 안 해서! 그런데 안 돼! 너는 나의 선샤인! 나의 온리 홒!”
본인이 무슨 말 하는지나 아시나, 이분.
“왜 말 안 하셨어여? 중요한 말이었는데요. 공자 속이신 거예여?”
뭐, 그런 사람 아니란 것은 알았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있냐! 그게 정신이 없었어!”
뭐, 그렇긴 했지.
“나, 막 속이고 그러는 사람 아니다?”
“너무했어여.”
“미안해! 하지만 나와주라. 소녀 역, 공자가 아니면 안 돼!”
“우리나라에 연기 잘하는 아역 많아여.”
“알지. 많지. 그런데 이건 공자 외에는 안 돼! 나 공자 연극 보고 네가 나온 건 다 봤어.”
그야 그랬겠지.
“그중에 그 아이돌 뮤비 나온 게 너무 좋더라.”
“거기서 공자는 진형이 형 동생이었는데여.”
“알지. 그런데 거기서 소녀를 봤어.”
와, 말만 들으면 되게 이상해 보인다.
“소녀의 잔상을 봤어. 소나기는 너 아니면 안 돼!”
음, 찾아보면 있을 텐데.
“공자 네가 한다고 하니까, 투자가 단번에 해결됐어. 공자야. 진짜 부탁이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나이 지긋한 사람이 애원하는 걸 보니, 마음이 굉장히 불편했다.
‘애초에 내가 역을 확인했어야 하는 일이기도 했지.’
보통은 관두겠지.
애초에 눈앞에 있는 사림이 원종사 감독이 아니면, 돌아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은혜, 갚아야겠지?’
침통함에 나는 마른세수를 했다.
“……할게여.”
저는 은혜 다 갚았습니다.
“응?”
“이번에는 공자 실수도 있었으니까여.”
돌다리도 두들겨 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어.
“지, 진짜?”
“녜.”
깊은 절망이 느껴졌다. 나는 소녀 역을 떠올렸다.
‘상처를 장난기로 표현하는 소녀.’
그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와, 진짜 도전이다.’
게다가 문제는 또 있었다.
나는 진지하게 물었다.
“그런데여. 공자가 잘 할 수 있을까여?”
“엥?”
“공자가 아무리 귀여워도, 이건 소녀잖아여. 머리 기르고 치마 입었다고, 공자를 소녀로 볼까여?”
감독이 눈을 깜박였다.
“고, 공자야. 넌 치마 안 입어도 소녀라고 하면 그러려니 할걸?”
엥?
나는 서 사장에게 물었다.
“진짜여?”
“당연하지. 공자야, 거울을 보렴.”
아, 이차 성징이 오려면 멀었구나.
‘게다가 얼굴이 귀여우니까, 중성적이긴 하겠네.’
나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머리도 살짝 길어서 그런가.
‘치마 입으면, 여자애라고 해도 될 거 같긴 하다.’
젠장.
‘사실 아예 없는 일은 아니지.’
미취학 아동들은 성별을 구애받지 않고 역을 자주 맡았다.
‘그래도 주연은 좀 드문 편이긴 해.’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대강 머리 기르면 외모적으로 괜찮을 거 같긴 했다.
‘아, 잠깐.’
나는 머리카락을 잡았다.
“저, 감독님.”
“어?”
“공자, 머리 잘라여?”
순간 식은땀이 났다.
‘소녀 역 백혈병이어서 머리카락 다 밀었잖아.’
나는 떨리는 눈으로, 원 감독을 바라보았다. 감독은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와…….’
나는 아직 풍성한 원 감독의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계란의 저주…….”
“엥? 무슨 말이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나는 쪼그리고 앉아서 고개를 푹 숙였다.
‘한 사람의 머리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서, 내 머리카락이 희생되어야 한다니…….’
이렇게 잔인할 줄이야.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
너무 참혹하면, 눈물도 나오지 않는구나. 나는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혀끝에는 씁쓸함만이 느껴졌다.
“고, 공자야?”
“아니, 애가 망가졌는데?”
서 사장이 내 어깨를 살짝 흔들었지만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오